2021-09-20

흑백사진 스튜디오가 연 카페

커피 말고 에스프레소.
누구나 만나면 ‘커피 한 잔’은 기본이자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요즘, 이제 유행처럼 등장하는 카페는 자연스럽고, 커피는 일상적인 음료와 같이 여겨진다. 하지만 커피는 결코 유행이나 트렌드가 될 수 없다. 커피는 문화이며 일상이다. 단순히 기계로 내려서 파는 음료, 그 이상인 것이다.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바이러닉 에스프레소바’는 이를 위한 커피와 공간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곳이다.
바이러닉 에스프레소바 외관

 

상수역과 합정역 사이 대로변에 위치한 바이러닉 에스프레소는 오픈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이곳은 포토 스튜디오 ‘바이러닉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오병기 대표를 필두로 음악 프로듀서, 셰프 그리고 최연소 국가대표 바리스타 심사위원이자 큐그레이더·센서리 심사위원 출신인 커피 전문가가 의기투합해 오픈했다. ‘바이러닉 스튜디오’는 연예인과 셀러브리티를 포함한 인물 촬영 스튜디오로 유명한 곳으로, 특히 ‘흑백 사진’만을 연구한다. 여기에 대해 포토그래퍼이자 카페 대표인 오병기는 흑백을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에스프레소를 마시기 전 입가심용으로 탄산수(오른쪽 잔)를 내어준다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손님한테 웰컴 드링크로 커피를 제공하는데, 그러다 보니 원두 욕심을 내게 되고,

또 커피와 함께 대화하는 동안 커피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더 잘하게 되더라고요.”

 

에스프레소 추출 모습

 

오병기 대표는 오랜 기간 유학을 하며 뉴욕에 살았고, 당시에는 프렌치 요리를 했다. 맛에 대한 감각이 예민하고 뛰어났기에 커피 맛과 대화, 이를 통해 나누는 교감을 느껴왔던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리고 사진을 찍으며 사람들과 ‘교감’하는 중요한 수단인 커피를 본격적으로 대접하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의 시작이다.

 

내부 바 테이블

 

‘브랜딩’과 ‘공간’에는 작든 크든 나름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에스프레소 바’ 형태를 취한 이유는 결코 트렌드나 유행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커피 맛의 본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에스프레소’에 대한 니즈가 많아지기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대화’와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바’의 형태가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구성

 

1층 17㎡(약 5평), 24㎡(약 8평)의 작은 규모로 문을 연 바이러닉 에스프레소바는 흑백 사진만을 찍는 바이러닉 스튜디오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닮았다. 브랜딩은 블랙과 화이트를 키 컬러로 전개했으며, ‘바 형태’의 공간을 주요 콘셉트로 삼았다. 좁고 긴 구조 특성상 테이크아웃 방문자와 앉는 공간 방문자의 동선을 구분했고, 여닫이문 대신 미닫이문으로 구조의 효율성을 꾀했다. 앉아 있는 공간의 경우 유리 문에 기댈 수 있는 너비까지 고려했다. 공간 구성의 핵심은 ‘협소한 공간에 바가 어떻게 들어가야 소통하기 좋을까’와 ‘바리스타, 셰프의 업무 공간으로써 어떤 동선에서 일해야 직원이 편할까’였다. 그렇게 언더카운터 머신과 바에 계단처럼 층을 내는 등의 아이디어가 이어졌다.

푸딩과 치즈케이크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는 메뉴부터 음악까지 공을 들였다. 이는 바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먼저 나오는 입가심용 탄산수에서부터 느껴진다. 푸딩과 맞춰 나오는 시럽은 어떤 종류의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서비스되며, 포장 푸딩은 시럽은 스포이트에 담아 단맛을 취향껏 조절해 먹을 수 있다. 먹는 경험에 대한 디테일은 그만큼 브랜드와 커피, 카페 공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다.

 

바이러닉 음료 메뉴

 

특히 더욱 흥미로운 점은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는 8월 1일 정식 오픈 이전에 와디즈 펀딩으로 서비스를 선보이고 지원금을 받았다는 데 있다. ‘내일 프로젝트’, ‘취향 프로젝트’, ‘가치 프로젝트’라는 3번의 펀딩으로 무려 5.5억의 펀딩액을 달성했으며, ‘2020 와디즈 메이커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현재는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에 대한 메뉴를 소개하는 ‘론칭 펀딩’을 준비했다. 바이러닉 스튜디오의 흑백 프로필을 한 장씩 선물로 받게 되는 일종의 헌정 펀딩이다. 이런 방식은 기존의 조직이나 공간 접근 방식과는 다르게 하고 싶었기에 떠올린 아이디어였다고. 일종의 경험과 문화를 판매한 셈인데, 이는 ‘대화하기 좋은 감도의’, ‘좋은 기분을 만들어주는’ 공간을 추구하는 일종의 문화 경험이다. 결국 ‘바이러닉’은 스튜디오가 그 시작이었으며 에스프레소 바로 브랜딩을 확장한 셈이다.

 

바이러닉은 에스프레소 바의 지점화는 물론, 패션이나 요식업으로도 확장할 계획이 있다. 그 플랫폼이 무엇이든 명확하고 견고한 브랜딩과 이야기가 있다면 정체성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의 소비자들은 그 맛과 문화를 눈치채고 느끼며 공감할 수 있는 충분한 감각을 갖고 있다.

 

오상희

자료 협조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

장소
바이러닉 에스프레소 바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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