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4

영국 러너들은 지금 ‘피자런’에 빠졌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1년 동안 피자를 무료로 먹을 수 있다고요?
영국 사워도우 피자 체인 ‘프랑코 만카(Franco Manca)’가 킬로미터당 1파운드를 할인받을 수 있는 ‘맵 마이 피자 런(Map My Pizza Run)’ 이벤트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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❶  러닝 코스로 이미지를 그리는 ‘스케치 런’

❷  피자 브랜드의 비수기는 언제일까?

❸  이벤트 설계 공식: 허들은 낮추고, 보상은 적절하게

러닝이 일상적인 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경로 자체를 하나의 이미지로 설계하는 ‘스케치런’도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의도를 한 바퀴 돌면 완성되는 고구마런,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를 잇는 댕댕런, 남산공원 주변을 따라 그려지는 하트런 등이 대표적인 코스다. 갑작스러운 유행은 아니다. 시작은 일본이다. 2008년, 타카하시 야스시(高橋 康)는 청혼을 위해 약 7,000km에 이르는 아트워크를 완성했고, 이를 계기로 꾸준히 작업을 이어나가 2024년 ‘일본 GPS 아트 협회’ 설립으로까지 확장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레니 모건(Lenny Maughan) 역시 지난 10여 년간 도시를 캔버스 삼아, GPS 기록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정교한 이미지를 그려왔다.

타카하시 야스시의 GPS 아트워크 출처: gpsdrawing
말의 해를 기념해 GPS로 말을 그린 레니 모건 출처: 레니 모건 인스타그램

스케치런의 핵심은 속도나 기록이 아니다. 이미지를 앞세워 러닝을 놀이이자 창작 행위로 전환하고, 완성된 결과가 자연스럽게 공유로 이어진다는 점에 있다. 운동과 예술, 기록과 참여가 맞닿는 이 방식은 러닝을 넘어 하나의 이벤트 포맷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피자런’을 하고 있는 영국 러너들 출처: 킹스러너 인스타그램

최근 영국에서는 피자 모양으로 달리는 러너들이 많아졌다. 피자 체인점 프랑코 만카(Franco Manca)가 세계 피자의 날을 맞아 준비한 이벤트 ‘맵 마이 피자 런(Map My Pizza Run)’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한 ‘피자 모양’으로 달리거나 걸은 뒤, 프랑코 만카 매장에 보여주면 킬로미터당 1파운드를 할인받을 수 있다. 프랑코 만카는 왜 이런 이벤트를 기획했을까?

브릭스턴 마켓에서 영국 전역으로

프랑코 만카는 영국을 대표하는 사워도우 피자 체인으로, 2008년 첫 매장을 열었다. 브랜드의 뿌리는 1986년부터 런던 브릭스턴 마켓에서 운영되던 ‘프랑코스(Franco’s)’에 있다. 창립자 주세페 마스콜리와 브리짓 휴고는 오랜 친구가 운영하던 이 가게를 인수해, 상호를 ‘프랑코 만카(Franco Manca, 프랑코가 사라졌다는 뜻)’로 바꿨다. 전통 나폴리식 반죽과 질 좋은 재료에 집중한 피자는 군더더기 없는 맛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고, 브랜드는 브릭스턴을 거점 삼아 영국 전역으로 확장됐다.

대규모 체인으로 성장한 지금도 운영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프랑코 만카는 18세기 네오폴리탄 전통을 잇는 방식으로 매일 수제 반죽을 만들고, 간결한 메뉴 구성과 빠른 회전을 통해 일관된 품질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피자리아’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운 활기찬 분위기 역시 브랜드를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프랑코 만카는 영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70여 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매장에서는 어른과 아이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피자 클래스를 열어, 반죽부터 굽기까지 수제로 진행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한다. 시즌에 맞춘 프로모션과 체험형 이벤트도 꾸준하다. 올해 2월 말까지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칠리소스를 더한 마르게리타 하트 피자를 한정으로 선보이고, 연인 간의 대화를 유도하는 카드도 함께 제공한다.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하트 모양 피자와 박스를 선보였다 출처: 프랑코 만카 인스타그램

피자 한 조각을 위해 뛸 수 있을까?

연초는 피자 브랜드에게 가장 까다로운 계절이다. 연말연시에 이어진 과식 이후, ‘다시 균형을 찾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외식과 고칼로리 음식이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린다. 프랑코 만카가 ‘맵 마이 피자 런(Map My Pizza Run)’ 이벤트를 꺼내든 배경 역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새해를 맞아 운동을 결심한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이라는 보상을 정면으로 충돌시키지 않고 나란히 놓았다. 러닝 후에 먹는 피자 한 조각이 마치 루틴처럼 새겨지길 바란 것이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러닝 크루를 초대해 이벤트를 진행했다 출처: 킹스러너 인스타그램

기준 역시 느슨하다. 완벽한 원이나 삼각형을 그리지 않아도 되고, 기록을 겨룰 필요도 없다. 허들을 낮춘 덕분에 경쟁은 사라지고, ‘먹어도 된다’는 명분과 즐거움만 남았다. 2026년 1월 기준으로 가장 저렴한 피자 가격은 8파운드 정도. 8킬로미터만 달려도 피자 한 판을 먹을 수 있다. 러닝의 성취감과 무료 피자라는 적절한 보상, 그리고 공유하고 싶어지는 이미지는 연초라는 비우호적인 시즌을 다시 한번 기회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세계 피자의 날을 맞아 세상에서 가장 큰 피자 지도를 만드는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프랑코 만카는 2월 9일, 세계 피자의 날을 맞아  ‘맵 마이 피자 런’과 연결되는 연계 프로모션을 추가로 선보였다. 개인이 참여했던 ‘피자런’ 기록을 모아 ‘세계에서 가장 큰 피자 지도’를 함께 완성하는 이벤트다. 참여자 중 일부에게 추첨을 통해 ‘프랑코 만카 레드 카드(Franco Manca red card)’를 제공한다. 1년 동안 피자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카드다. 단발성 러닝 이벤트를 기념일과 결합하고, 개인의 기록을 공동의 결과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참여의 의미를 더한다. 언제 영국에 가서 피자를 먹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스마트폰 어딘가에 남겨져 있을 러닝 기록을 살펴보는 건 어떨까. 원이나, 삼각형이면 된다.

참고로 서울 양재시민의숲에 가면 토핑이 올라간 피자 모양으로 뛸 수 있다!

 김기수 기자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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