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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3

단 하나의 포토부스를 만든 사람들, 이터널로그

사진을 넘어 아날로그를 경험하는 공간으로

빈티지한 색감을 내는 포토부스는 많다. 하지만 ‘진짜’ 빈티지 카메라로 촬영하는 아날로그 포토부스는 국내에 하나뿐이다. 홍대점에 이어 올해 2월, 서울 성수동에 두 번째 매장을 오픈한 이터널로그다. 이터널로그는 1960년대 유럽에서 실제 사용하던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스웨덴 디자이너들과 복원해 국내로 들여온 브랜드다. 마케팅에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았음에도 홍대점 가오픈 당시 매장 앞으로 연일 긴 줄이 생겼다. 3개월 촬영 분량의 필름을 확보했지만, 고작 일주일 만에 2개월 치가 소진됐다. 결국 필름 수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하루 백 장으로 제한해 진행하기도 했다.

이터널로그 홍대점

이전처럼 길게 줄을 서는 일은 없지만, 연속해서 방문하는 마니아가 늘었다. 번화가 골목마다 포토부스인데, 비교적 한적한 거리에 있는 이터널로그를 찾는 건 왜일까. 단지 멋진 결과물을 위해서는 아닐 거다. 편리함과 미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이터널로그는 부실하다. 모습을 확인할 거울도, 결과물을 가늠할 수 있는 모니터도, 나를 포장할 필터도, 보정도 없다. 대신 오직 한 장의 결과물이 남는다. 자연스러운 순간과 표정이 포착된다. 사진이 출력되길 기다리는 시간이 생긴다. 이터널로그를 거듭 방문하는 이유는 사진을 넘어 아날로그를 경험하기 위한 걸지도 모른다.

이터널로그 성수점 대기 공간

짧다면 짧은 5분 남짓의 시간을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터널로그의 대표는 공간 조성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기존 포토부스의 대기 공간이 촬영 전에 매무새를 다듬는 용도라면 이터널로그는 사진이 인화되길 기다리면서 여운을 남기는 자리다. 카메라 틴틴(이터널로그는 각 지점 카메라에게 스누카와 틴틴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다)의 거실 콘셉트로 꾸며진 성수점에 가면 50년대 진공관 라디오를 통해 음악이 흐르고, 벽면에는 누군가의 추억일 필름 사진이 걸려있다. 계절별로 교체하는 필름 사진들은 모두 직접 수집한 것으로 의복 등에서 빈티지 무드가 과한 건 피하고 최대한 일상적인 것으로 택한다. 빈티지를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닌 저마다의 추억을 상기하는 요소가 되길 바라며 마련한 섬세한 포인트다. 단 두 개의 매장이 카메라부터 공간까지 고유한 콘셉트를 갖고 꾸며진 것도 독특하다. 홍대와 성수, 각 로컬 분위기도 살뜰히 반영했다. 어떻게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시작하게 됐는지, 또 포토부스를 공간으로 확장한 이유는 무엇인지 김담비, 박은우 이터널로그 대표에게 물었다.

Interview with 김담비, 박은우 이터널로그 공동 대표
아날로그 포토부스라는 세계

ㅡ 이터널로그는 현재 한국에 있는 유일한 아날로그 포토부스예요. 그 시작점이 궁금합니다.

담비 유럽 출장 중에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만난 순간이 모든 일의 시작이었어요. 제가 영화를 전공해서 필름에 대한 애정이 많았는데요. 영화 〈아멜리에〉, 〈버팔로66〉, 〈도시의 앨리스〉에 나온 흑백 포토부스가 프랑스 파리에 있다고 하기에 찾아갔어요. 팔레 드 도쿄 미술관과 몽마르트르 앞에 있는 부스를 방문했는데, 그날 이후로 머릿속이 온통 아날로그 포토부스로 가득 찼어요.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한국에 들여온 사람은 없는지 수소문했지만, 아무런 정보도 없었죠. 그때부터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테크니션에게 연락을 취했어요. 운이 좋게도 포토부스를 만들어주겠다는 테크니션을 만나게 됐고, 부스 제작과 동시에 브랜드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했어요. 나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디자이너를 찾던 중에 남자친구가 은우 님을 소개해 줬고, 서로 아날로그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브랜드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이터널로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ㅡ 관심과 애정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에 부딪힌 순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단종된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구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었어요. 디지털 인쇄가 아니라 순수 화학 인화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했고, 일반적인 암실 인화와 다른 방식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죠.

자체 약품 테스트 과정을 거친 사진들

가장 큰 난관은 인화지의 단종이었어요. 기존에 사용하던 인화지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생산이 중단돼서 다른 인화지로 대체했는데 톤이 매우 어두웠어요. ISO도, 셔터와 조리개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충분한 밝기를 확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죠. 결국 가게 문을 닫고 밤낮 없이 테스트를 반복했어요. 그때 특수 장치를 자체 제작했고, 변경된 구조에 맞는 약품 레시피 또한 새롭게 개발했어요. 지금 저희가 사용하는 방식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쓰이지 않는 오직 이터널로그만의 시스템이에요. 다행히 3주 만에 해결책을 찾았지만, 몇 개월이 걸릴지 혹은 해결이 가능한 일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던 상황이었어요. 

 

ㅡ 아날로그 포토부스라는 개념이 사실 눈앞에 잘 그려지지 않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 사진을 받게 되나요?

이터널로그는 아날로그 포토부스 전용으로 제작된 특별한 카메라를 사용해요. 가장 비슷한 예시를 들자면 초기 영화 제작에 사용된 시네마토그래프나 박스 카메라와 유사한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카메라가 전기 신호를 받으면 셔터가 회전하고 렌즈를 통해 빛이 들어와요. 빛은 필름에 반영되고, 톱니가 필름을 한 장씩 밀어 내리면서 사진을 운반하는 페이퍼 캐리어로 전달되죠. 구조는 단순하지만, 초창기 아날로그 카메라 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요. 덕분에 마치 고전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매력적인 흑백 사진을 받아볼 수 있죠.

이터널로그에서 사용 중인 카메라와 포토부스

ㅡ 디지털과 달리 예민하고 고장이 많다고 들었어요. 매일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고요.

아날로그 포토부스는 매우 민감한 장비입니다. 설정값이 단 1mm만 어긋나도 사진이 걸리거나 인화 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약품 상태를 점검하고, 인화 퀄리티를 유지하는 일이 무척 중요하죠. 많은 포토부스가 무인으로 운영되지만, 저희는 테크니션이 상주해 실시간으로 기계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포토부스가 왜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도 있는데요. 테크니션들이 기계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는 시간이에요. 특히 여름철에는 부스 온도를 낮춰주는 시간도 꼭 필요하죠. 매일 사람 손으로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점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약품 테스트하는 김담비, 박은우 대표

ㅡ 그래서인지 전 세계적으로 아날로그 포토부스 수량이 많지 않아요. 운영자끼리 일종의 유대감도 있겠어요.

미국,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호주,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 운영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운영 중에 발생하는 문제나 새롭게 발견한 기술에 대해서 아낌없이 공유해요. 아날로그 포토부스는 이미 수십 년 전에 단종된 기계이고, 고장 나면 고전과 현대를 섞은 창의적인 수리 방식이 필요해요. 함께 협력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위태로운 기술이죠. 실제로 전세계 포토부스에서 사용하던 미누카(Minutka) 인화지가 단종됐을 때, 저희만이 아니라 많은 운영자가 패닉에 빠졌어요. 다들 힘을 합쳐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죠. 모두 아날로그 부스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서로에게 존중과 보답을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올해 8월에는 아날로그 포토부스 100주년을 맞아 뉴욕에서 콘퍼런스가 열려요. 저희도 참석할 예정인데,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전 세계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소중한 자리가 될 거예요.

(좌) 해외 테크니션이 보내준 편지 (우) 이터널로그가 해외 테크니션에게 준 티셔츠 인증샷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의 힘

ㅡ 공간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해볼게요. 먼저 카메라에게 ‘스누카’, ‘틴틴’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점이 독특해요. 카메라에게 이름을 지어 준 이유가 있나요?

우리와 경험을 공유한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손수 디자인한 포토부스라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이기도 하고요. 어떤 이름을 지어줄지 고민하다가 첫 번째 부스는 ‘스누피’와 ‘카메라’를 합쳐 ‘스누카’라고 지었어요. 사람을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이곳에 방문하는 모든 분과 좋은 추억을 쌓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어요. 두 번째 부스를 기획하면서 떠올린 단어는 깡통이에요. 누군가에겐 낡은 고철로 보일지라도 저희에겐 어떤 모습으로든 변화할 수 있는 깡통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양철 나무꾼이 친구들과 심장을 찾기 위한 여정을 하는 것처럼 이 포토부스도 멀리 여행을 떠나와 사람들을 만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틴틴은 전면이 철재로 되어 있지만, 의자는 심장(마음)을 상징하는 색인 버건디예요. 틴틴과 사람들의 마음이 맞닿는 유일한 곳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칠했어요.

ㅡ 카메라에게 각자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두 지점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요. 공간 콘셉트가 있나요?

아날로그 경험을 중시하는 만큼, 온기가 느껴지는 다정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조금 더 설명을 덧붙이자면 두 공간 모두 로컬 요소, 즉 건물과 거리의 분위기를 반영해 내부 인테리어를 진행했어요. 경의선숲길 인근에 있는 홍대점은 따뜻한 앤틱 무드에 체리우드 톤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한국에 처음 들인 아날로그 포토부스인만큼 멋진 디자인보다는 친근감을 주고 싶었죠. 마치 스누카의 조그만 서재에 들어온 듯한 인상을 전달하려 했고, 공간이 작아 사람들의 동선을 특히 신경 썼어요.

성수점은 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틴틴의 거실’ 콘셉트로 꾸몄어요. 1960년대 모던과 앤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했고, 블랙 앤 화이트 인테리어를 기본으로 초록, 노랑, 네이비 등의 색상으로 포인트를 줬죠. 홍대점과 달리 성수점은 사진을 고화질로 스캔하는 서비스를 마련했는데요. 대기 인원이 많아질 수 있음을 고려해 한국에 아직 출판되지 않은 해외 포토부스 관련 서적들, 1950년대에 사용하던 진공관 라디오 등 흥미로운 콘텐츠를 심어놨어요. 추후에는 이터널로그의 가치를 전할 굿즈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브랜드, 아티스트와 콜라보도 기획 중입니다.

ㅡ 이터널로그는 단순히 사진을 촬영하는 것을 넘어 공간을 향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느낌이 들어요. 포토부스인데 공간까지 신경 쓴 이유가 있나요?

오프라인 공간에는 온라인과 달리 직접 만지고, 듣고, 맡을 수 있는 경험이 존재해요. 그런 감각적 경험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기억을 더욱 깊고 선명하게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각 지점의 구조와 위치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고, 동선, 인테리어, 음악, 향기 등의 요소에 신경을 기울인 이유예요. 특히 ‘아날로그’라는 단어가 단순히 개념에 그치지 않고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감되기를 원했어요. 

 

ㅡ 이터널로그 공간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것들도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이터널로그 포토부스는 단순한 기계가 아닌 ‘문’으로 기능해요. 처음 방문하신 분들은 부스 자체가 입구 역할을 한다는 점을 낯설게 느끼기도 하는데요. 저희는 이 낯섦이야말로 새로운 경험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요. 커튼을 걷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세계를 만났다는 감각을 전하고 싶었죠.

아날로그 포토부스는 사진 출력까지 3분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에 대기 공간에 대한 고민도 필요했는데요.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동선을 설계했어요. 실제로 손님들이 서로 커튼을 걷어주거나 “사진이 바로 찍히니까 놀라지 말라”며 경험을 공유하기도 해요. 새롭게 오픈한 성수점에 방문하면 다들 “임대료도 비싼 지역에 부스를 더 넣지, 왜 대기 공간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지?” 놀라시지만, 사진 찍는 행위를 떠나 아날로그를 향유하고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ㅡ 대기 공간 속 빈티지 필름 사진들에 눈이 가요. 단순히 인테리어 요소로 사용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이 사진을 통해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랐나요?

저희가 직접 찍거나 수집한 사진을 액자에 걸어두고 있어요. ‘이터널로그가 어떤 공간이 되면 좋을까’ 고민하던 시기에 사진집 「윤미네 집」에서 받은 영감에서 비롯됐어요. ‘1960년대’처럼 특정 시대를 언급하거나 ‘빈티지, ‘아날로그’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 오래된 의복이나 인테리어 등 외형적인 요소를 떠올리곤 하잖아요. 저희는 ‘생활 양식’보다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더 주목하고 싶었어요. 특정 시기의 화장이나 헤어스타일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순간들, 아이가 태어나 학교에 입학하고, 현관 앞에서 가족이 모여 사진을 찍고, 첫사랑과 손을 잡고, 수줍게 결혼식을 올리는 그런 장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저희에게 아날로그는 ‘오래된 것’이 아닌 ‘끊기지 않는 유대감’과 같아요. 부스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벽면에 걸린 다양한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방금 찍은 나의 사진 속에서도 노스탤지어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성수점 오픈했을 때, 한 커플이 소파에 앉아 액자를 바라보면서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야. 완벽하지 않더라도 말이야. 우리도 사진 자주 찍자”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전하고 싶던 감정이 자연스레 전달된 것 같아 무척 벅찼어요.

아날로그로 연결되는 만남들

ㅡ 공간 속 소품들에서도 아날로그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소개하고 싶은 소품이 있나요?

성수점에 진공관 라디오가 있어요. 디터람스 스피커를 사러 간 곳에서 너무 따뜻한 라디오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소리에 이끌려 가게 뒤편으로 갔더니 사장님이 스피커를 수리하면서 진공관 라디오를 듣고 계셨어요. 그중 1950년대 독일에서 만든 라디오에 꽂혔는데, 사장님이  이건 고장 났다면서 다른 제품을 보여주시더라고요. 고칠 수 없는지 계속 여쭤봤더니 사장님께서 지독한 사람들이라고, 사실 너무 아껴서 팔고 싶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어요(웃음). 데려가서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꿋꿋이 설득해서 데려왔죠. 아날로그 물품을 다루는 분들은 애정이 대단해요. 하나하나 정성껏 고치고 유지했으니 단순한 제품 그 이상인 거죠. 신제품에 비하면 성능이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라디오에서 우연히 클래식 음악이 나오면 작업하다 말고 그 앞에서 한참 음악을 들을 정도로 따뜻한 소리를 가진 친구예요.

 

ㅡ 이터널로그에는 ‘스누카에게 도착한 사연’이라는 이벤트가 있어요. 사연을 받아 포토부스 촬영을 해준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기억에 남는 만남이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은 강아지 ‘포피’예요. 임시 보호를 맡았던 주인 분이 곧 캐나다로 입양 가는 포피와 마지막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주셨어요. 주인에게만 폭 안기는 겁 많은 강아지였는데, 다음날 바로 캐나다로 떠나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비록 몸이 떨어지더라도 이 순간을 영원히 묶어주는 매개체가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뭉클했습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어느새 늠름한 성견이 된 포피를 봤는데, 넓은 벌판을 뛰어다니는 걸 보니 새로운 곳에 잘 적응한 것 같아 대견했어요.

ㅡ 대표님에게 ‘아날로그’는 어떤 의미인가요?

아날로그는 ‘인간을 닮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날로그엔 사람과 사람을 잇는 유대와 전통이 있어요. 어떤 선배로부터 시작된 건지 모르지만 10년 넘게 내려져 오는 대학 전공 서적처럼요. 여러 가지 필체가 두꺼운 책 한 면에 함께 쓰여 있는 거예요. 그런 유산을 통해 누군가는 앞서 고민했던 흔적을 보거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얻기도 하겠죠. 영원하진 않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반복하는 무언가가 아날로그에 내재되어 있다고 믿어요.

ㅡ 마지막 질문입니다. 10년 후에 이터널로그는 어떤 모습일까요?

묵묵히 쌓은 하루하루가 결국 저희의 역사가 되는 것을 꿈꿔요. 그래서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손님들이 행복하게 사진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며 이터널로그를 오래 지켜나가고 싶어요. 그 마음이 흐려진다면 10년이라는 긴 시간도 의미 없게 느껴질 것 같아요. 성수점에 비치된 서적 중에 멜버른에서 50년 넘게 아날로그 포토부스를 운영한 앨런이 매일 촬영한 사진이 아카이빙된 책이 있어요. 앨런처럼 눈이 오든, 비가 오든 매일 같이 새로운 사람을 따뜻하게 맞이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도 멈추지 않을 거예요.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이터널로그

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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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포토부스를 만든 사람들, 이터널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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