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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대중문화를 패러디와 유머로 변주해 작품을 선보인 팝 아티스트 샘바이펜이 PKM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펼친다. 작가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현대인의 ‘게으름’이라는 심리를 주제로 작업한 신작 18점을 비롯해 화면 속 도상을 활용한 아트 상품과 전시 주제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으로 채워진다.
샘바이펜은 그간 나이키, 리바이스, 포르쉐, KB국민카드 등 익히 알려진 국내외브랜드와 협업하며 인지도를 쌓아왔다. 그의 작품에는 익숙한 만화 캐릭터와 브랜드 캐릭터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대상을 패러디하고 특유의 그림체와 스토리를 창조하며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기업의 마스코트, 인터넷 밈, 명화 등 현대사회에서 많이 소비되는 낯익은 이미지를 기발한 관점을 통해 비틀어 표현하며 대중과 소통해 왔다.
이번 전시 작품의 특징은?
이번〈LAZY〉전시는 갤러리와 전속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라는 점에서 유독 의미가 있다. PKM 갤러리는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소재를 샘바이펜 작가가 자신만의 고유한 제작 방식을 통해 표출한 점이 인상 깊었다며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된 이유를 밝혔다. 윤형근, 유영국, 구정아 등 지금까지 PKM 갤러리가 펼쳐온 전시와는 다른 결을 선보이며 변화를 주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전시는 주목할 만하다.
작가는〈LAZY〉 전시에서 현대 사회의 ‘게으름’에 대해 조명했다. 누구나 한 번쯤 아침에 울리는 알람 시계를 부숴버리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작가는 해야만 하는 일들을 나중으로 미룰 때 생기는 마음의 동요, 두려움, 무기력함을 ‘시한폭탄맨’ 캐릭터를 통해 표현했다. 폭발하거나 김을 내뿜으며 소진되어 버린 상태의 시한폭탄맨 캐릭터가 에드워드 호퍼, 에두아르 마네의 고전 명화 속에 들어가 심슨 가족과 포켓몬스터, 꼬마유령 캐스퍼 등의 만화 캐릭터와 함께 작품에 녹아들어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펜 드로잉과 컴퓨터 그래픽, CNC 가공법으로 자른 자작나무를 얹은 입체적인 페인팅 시리즈는 그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그의 색이 드러난 신작 페인팅 시리즈를 확인할 수 있다.
그라피티를 회화 작품으로 녹여낸 〈Wall〉 시리즈
그는 과거 길거리에서 그라피티 작업을 즐겨 했다. 본 전시에서는 거리 작업에서 발전한 〈Wall〉 시리즈가 최초로 소개된다. 스프레이와 물감으로 색칠했다가 갈아내길 반복한 바탕에 풍화된 글자와 그림, 다이너마이트와 탱크 등을 세필로 덧대어 그리며 거리의 외벽을 연상케 하는 회화를 완성했다. 작품 곳곳에 ‘FAKE’라는 단어를 적어 ‘순수예술이 진짜 순수한가’에 대한 작가의 질문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샘바이펜은 누구보다 간결하고 솔직한 어법으로 진짜와 가짜, 순수예술과 상업문화 사이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의 아트상품은 브랜드 세이투셰와의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PKM 갤러리를 비롯해 세이투셰 온오프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시의 분위기를 음악으로 확장한 전시 연계 앨범 또한 멜론, 애플 뮤직, 스포티파이 플랫폼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Logikal J 프로듀서를 필두로 류수정, Uneducated Kid, Northfacegawd, Wuuslime, oygli 다섯 아티스트가 ‘게으름’이라는 이번 전시 주제를 각자의 스타일로 해석한 트랙을 만나볼 수 있다. 시각적 경험을 넘어 청각으로도 감상할 수 있게 기획된 이번 앨범을 통해 전시의 메시지를 더욱 다채롭고 입체적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5월 17일까지 진행된다.
글 김지민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PKM 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