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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3-01-11

유쾌한 디자이너의 지극히 사적인 취향

디자인 문방구, 페이퍼보이 스튜디오

장소페이퍼보이 스튜디오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2길 42-13, 1F)

대구의 힙한 디자인 스토어로 알려진 페이퍼보이 스튜디오. 이곳을 소개할 땐 감도 높은 편집숍치고는 다소 낯선 수식어가 또 하나 따라붙는다. ‘친절하고 유쾌한 사장님이 운영하는 디자인 문방구’가 바로 그것. 소문처럼 브랜드를 운영하는 배현재 디자이너는 인터뷰 내내 유쾌함과 유머를 잃지 않았다. 페이퍼보이 스튜디오는 디자이너의 지극히 사적인 취향에 따라 제품을 소개하는 감각, 신문배달원의 꾸준함을 닮은 성실함, 그리고 특유의 호탕한 성격이 만나 브랜드만의 풍경과 분위기를 그려낸다. 페이퍼보이 스튜디오가 소개될 생각에 “심장이 벌렁벌렁”하다는 배현재 디자이너의 브랜드 스토리를 그의 말투까지 있는 그대로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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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페이퍼보이 스튜디오

배현재 디자이너
©Paperboy Studio

페이퍼보이 스튜디오를 디방구라고 부르던데 어떤 공간인가요?

페이퍼보이 스튜디오는 디자인 스튜디오 겸 동명의 편집숍으로 유니크하고 실용적인 제품들을 소개하는 동시에 인쇄 작업도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디방구는 디자인+문방구를 의미하죠. 매장은 2018년 12월 가오픈을 시작으로 2019년 3월 1일에 정식 오픈했어요. 벌써 운영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자영업은 힘들다는 것을 몸소 느끼며 시행착오를 이어가고 있네요. 자영업, 판매업…. 어렵습니다.(웃음)

©Paperboy Studio

문구점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돌이켜보면 어릴 때 학교 앞 문방구에는 제가 원하는 게 다 있었어요. 그 시대의 편집숍이었죠. 다양한 상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로 꽉 찬 공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저는 문방구에서 노트와 연습장을 사는 데 대부분의 용돈을 썼어요. 교과서의 비어 있는 모퉁이와 삽화를 항상 낙서로 채워 놓던 아이였죠.(웃음)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제 취향에 맞는 문구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흔하디흔한 볼펜 말고, ‘나만의’ ‘나와 어울리는’ 그런 의미 있는 아이템을 소개하고 싶어 문구 편집숍을 기획하게 됐어요. 지극히 사적 취향에 따라 고른 카테고리와 제품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페이퍼보이 스튜디오 로고 ©Paperboy Studio

빈티지한 무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잘 알려졌죠.

공간의 콘셉트를 잡은 후,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였어요. 특히 네이밍이요.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 네이밍만 생각했죠. 거리의 간판만 쳐다보며 다닌 고독한 시간이었습니다. 여전히 디자인할 때 네이밍이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아날로그적이고 빈티지한 감성을 좋아해 이를 아이덴티티에 반영하고자 했어요. 막연하게 종이와 관련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신문이 떠올랐고, 그러다 신문팔이 소년을 뜻하는 단어 ‘페이퍼보이(paperboy)’를 알게 됐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시종일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소년의 마음을 담았어요. 오픈 스튜디오처럼 손님들도 글을 쓰다 갔으면 하는 바람에 페이퍼보이 뒤에 스튜디오를 붙였고요.

©Paperboy Studio

브랜드 로고만 보고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분들도 많다고 들었어요.

처음엔 네이밍의 앞 글자를 따서 ‘ㅍㅂㅅ’ ‘PBS’ 등 흔한 로고를 디자인했어요. 그러다 문득 세상에 없는 로고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로고를 다시 그렸습니다. 어렵지 않게 페이퍼보이라는 브랜드 네이밍대로 빈티지한 신문팔이 소년을 스케치했죠. 어릴적 아침에 일어나 보면 신문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현관문의 신문 구멍에 툭 놓여 있었어요. ‘신문배달원의 꾸준하고 성실한 정신으로 매장을 운영하자!’ 생각했죠. 그렇게 로고에는 한결같이 그 자리에 서있는 페이퍼보이가 되겠다는 정신을 담았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분이 좋아해 주고 계세요.

©Paperboy Studio

대구 봉산동에 스튜디오를 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봉산동은 2007년, 봉산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학 선배들의 졸업전시회를 보러 왔다가 알게 됐어요. 당시 이곳은 지금처럼 활성화된 동네는 아니었죠. 비교적 최근까지도 고시원이 무척 많은 거리였고요. 그렇지만 대구의 번화가인 길 건너 동성로와는 너무나 다른, 깨끗하고 한적한 봉산동 풍경에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갤러리도 많았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스튜디오 공간을 찾을 때도 봉산문화거리를 가장 먼저 알아봤습니다. 3년 전 공간을 준비하던 때와 비교하면, 어느새 이 거리는 감각적인 공간으로 가득한 핫플레이스가 됐네요.

©Paperboy Studio

디자인 스튜디오와 편집숍이 함께 있는 만큼 공간 구획에도 많은 고민을 담았을 것 같아요.

입구 쪽은 편집숍, 공간 뒤편은 디자인 작업실입니다. 기본적으로 가게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어요. 갤러리처럼 제품 디스플레이가 너무 정갈하면 손님들이 제품을 만져보지 않더라고요. 세부적으로 보면, 우드톤의 매장 우측에선 가죽 제품 등 빈티지한 아이템을 선보입니다. 디스플레이도 러프하게 하고요. 반대로 좌측은 미니멀한 제품들 위주로 정갈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벽면의 색상도 화이트 컬러를 사용해 우측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Paperboy Studio

공간을 다녀간 분들이 ‘사장님이 유쾌하고 친절하다’는 리뷰를 많이 남기던데요?

제가 말이 많아요. 말하려고 페이퍼보이 스튜디오를 열었나 싶기도 하네요. 손님들이 제품을 뒤집어 보면 옆에 와서 가격도 말해주고 계속 말 걸면서 귀찮게 해요. 친절하진 않은데 친절하다고 후기를 남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친절도 한 스푼 추가한 응대를 하려고 노력해요. 원래도 말이 많지만, 더 많이 하게 된 것은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한 제 나름의 방법이었어요. 코로나 때문에 힘없이 앉아 있기보다는 ‘나라도 힘내야지!’ 하며 더 에너지를 쏟은 거죠. 방문하시고 후기 남겨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웃음)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선보이고 있나요?

실용성, 심미성, 품질, 독특함을 봅니다. 그리고 그에 맞는 가격을 가졌는지 살펴요. 현재 오프라인 스토어만 운영 중이라 국내에서 쉽게 보기 힘든 제품을 소개하고자 애쓰고 있답니다.

©Paperboy Studio

특별히 소개하고픈 제품이 있을까요?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팬층이 두터운 ‘트래블러스 노트’를 소개할게요. 여행자들을 위한 노트라는 콘셉트와 스토리텔링이 너무나 좋은 제품입니다. 커버는 소가죽으로 세월이 흐를수록 시간의 흔적이 남아 더 멋스럽고, 속지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구성할 수 있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노트가 되는 거예요.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종이의 품질까지 좋아 필기감이 정말 근사합니다. 해외의 트래블러스 노트 파트너 숍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현지에서만 볼 수 있는 노트 아이템들이 있거든요.

 

 

편집숍 외에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저는 생존형 디자이너입니다.(웃음) 간절하고 절박해서 의뢰받는 일들의 종류를 따지지 않아요. 명함과 스티커 같은 비교적 간단한 작업부터 전체적인 브랜드 디자인까지 정말 다양하죠. 언제나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디자인을 하고자 노력해요. 덕분에 요즘은 작업을 다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일이 많아졌답니다. 누군가 보기에 개성 없는 디자이너일 수도 있지만, 제 색깔은 매장에서 따로 보여주며 균형을 맞추죠.

©Paperboy Studio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운영부터 스토어 운영까지. 홀로 모든 것을 담당하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운영 초기엔 편집숍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운영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2019년 매장이 오픈함과 동시에 국내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났어요. 소개하는 상품 중 일본 브랜드가 많아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죠. 연이어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고요. 정상적인 스토어 운영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던 디자인 외주 작업량을 늘려나갈 수밖에 없었어요. 집중이 필요한 작업이 있을 땐 매장 마감 후에 불 다 끄고 구석에서 디자인 작업을 했어요. 아침에는 미팅을 하는 일상이었죠. 외주 작업은 늘 새롭고 마감 기한이 있으니 이 악물고 디자인을 이어가는 것 같아요. 놓치면 다시 할 수도 없고요. 편집숍 운영과 디자인 작업 둘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 지금도 페이퍼보이 정신으로 잠을 줄이며 두 일을 병행합니다. 다행인 것은 얼마 전 매장에 MD님이 생겼어요. 이제는 영업시간에도 디자인 미팅을 다닐 여유가 납니다.

©Paperboy Studio

앞으로 준비 중인 계획이 있다면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좋은 제품을 권해주는 매장을 만들고 싶었어요. 오프라인 매장을 고집했던 이유였죠.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일본 제품 불매운동, 궂은 날씨 등 편집숍 운영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외부 요인을 여러 차례 겪다 보니, 오프라인만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어요. 그래서 올해는 접근성을 좀 더 높이고자 온라인 스토어를 개설할 예정이죠. 그리고 페이퍼보이 자체 제작 굿즈도 선보이고자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Paperboy Studio

공간을 찾는 분들이 어떤 경험을 하길 바라세요?

가게에서 소개하는 제품들을 보며 “우와!” 하며 좋아하시는 분이 계시는 반면, 생소하고 어려워하며 쓱 보고 나가는 분도 정말 많아요. 저는 페이퍼보이 스튜디오를 찾으시는 모든 분이 전시 중인 제품들을 편하게 사용해 보며 자신만의 취향을 발견하길 바라요. 그로 인해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그 제품으로 생활도 조금 더 편해질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건희 객원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페이퍼보이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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