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Space Developer] 3. 문화를 형성하는 공간의 가능성

박현구 노스텔지어 대표
공간 기획의 시대. 지역의 맥락과 문화를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 헤이팝이 ‘스페이스 디벨로퍼’ 시리즈를 통해 창의적인 공간 기획자들을 소개합니다.

헤이팝이 스페이스 디벨로퍼 시리즈로 만난 세 번째 인물은 서울 가회동을 중심으로 한옥 호텔을 운영 중인 박현구 노스텔지어 대표다. 2022년부터 서울 북촌 한옥마을에 자리에서 시작해 한옥 스테이의 흐름을 바꾼 노스텔지어는 기존의 한옥 스테이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한옥은 각기 다른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어 다채로운 콘셉트로 투숙객을 맞이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15일에 그랜드 오픈을 마친 ‘슬로재(Slow Jae)’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에서 공간 디자인을 맡은 이력이 있는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담당했다고. 북촌 한옥마을의 정서를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깊이를 더해가는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 박현구 대표에게 북촌 한옥마을이라는 지역의 특수성과 노스텔지어를 운영하며 목도한 지역의 변화 등을 물었다.

박현구 노스텔지어 대표 ⓒ노스텔지어
투숙객이 가장 처음 맞이하게 되는 노스텔지어의 웰컴센터 ⓒ노스텔지어

Interview with 박현구 노스텔지어 대표

— 서울 북촌 한옥마을의 가회동은 예로부터 명문가가 자리하고, 관료들이 살던 지역이지요. 네 채의 한옥 호텔(24.04.25 기준) 노스텔지어를 가회동에서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고급 한옥 호텔을 꿈꿨기 때문에 30평 이상의 대형 한옥이 필요했습니다. 가회동은 북촌 한옥마을 내에서 큰 규모의 한옥이 밀집해 있는 유일한 지역이었죠. 특히, 가회동 31번지와 11번지에 제가 원하던 평수의 한옥이 모여 있다 보니 자연스레 가회동에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 대다수가 한옥을 경험해 본 적 없는 외국인 관광객을 주요 타깃층으로 운영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은 무엇일까요?

먹고, 쓰고, 자는 모든 부분에 있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설을 갖추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숙박의 경험으로 여행의 추억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고 믿으니까요. 보편적인 한옥 스테이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와는 다르게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좌식보다는 입식, 온돌방보다는 침대방을 제공하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이에 더해, 노스텔지어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비스를 마련해 앞으로의 노스텔지어를 채워가려고 합니다.

가장 최근 오픈한 노스텔지어 슬로재의 내부는 간결한 아트 피스들이 돋보인다 ⓒ노스텔지어
북촌을 대표하는 페디캡투어 서비스 '아띠'와의 협업으로 투숙객의 여행 만족도를 높였다 ⓒ노스텔지어
한옥 호텔 노스텔지어에서는 온돌방 대신 침대를 구비했다 ⓒ노스텔지어

—  지엽적인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매입하는 과정에도 한계가 있었을 테죠.

가회동 31번지에 전수조사를 해본 결과, 한옥은 총 120채에 불과했습니다. 사업의 기반 마련과 지속 가능한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10채 이상의 한옥이 필요하더라고요. 지금까지는 운이 좋게도 총 여섯 채의 한옥 매입에 성공했어요. 그렇지만, 언제나 저의 뜻대로 확장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곤란하죠. 원하는 바와 일치하는 매물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한옥이 있어도 집주인이 매매를 원하지 않을 수도 있고요.

 

— 전주 한옥마을과 안동 하회마을처럼 전국적으로 한옥마을은 다수 존재합니다. 가회동이 속한 북촌 한옥마을은 이곳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가장 큰 매력은 서울 중심지에 있다는 것. 숙박하면서 경복궁과 같은 서울의 문화유산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호텔을 운영하기에 훌륭한 위치입니다. 운영하다 보니 발견하게 된 차이점인데요. 지방의 한옥 스테이는 숙박을 위해 방문하는 목적이 가장 크지만, 북촌에 자리한 노스텔지어에서는 지인들을 초청해 같이 저녁 식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하는 한옥이기에 수도권 거주자라면 이곳에서 꼭 묵고 가야 한다는 부담이 없거든요. 이처럼 서로 어울리며 공동체 문화를 즐기기에 좋은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는 점도 특별하죠.

빼어난 정원을 자랑하는 노스텔지어 힐로재의 외관 ⓒ노스텔지어

— 노스텔지어를 운영하는 2년 동안 외국인 방문객들의 특성은 어떻게 변했다고 생각하나요?

기본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의 국적이 이전보다 다양해졌습니다. 주요 방문층이었던 일본,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관광객과 더불어 라틴 아메리카나 동유럽에서 오시는 분도 늘어났어요. 그리고 한국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소규모 그룹이나 개인 관광객들도 훨씬 많아졌어요.

 

—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가회동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지네요.

가회동에 새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데에는 오설록 티하우스 북촌점의 공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대기업에서 이 부근을 주목하기 시작하니, 덩달아 다른 브랜드들도 이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개발이 제한된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대략 1년 전부터 공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한된 조건 때문에 오히려 희소성이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로컬을 토대로 운영하는 공간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가회동을 기반으로 운영하며 지역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스텔지어에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북촌 한옥마을에는 상업 공간뿐만 아니라 거주민의 주거 공간도 상당수 존재하기에 투숙객들에게 늘 주의를 당부합니다. 8시 이후는 마당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래 부르는 행위를 자제하는 ‘콰이어트 타임’으로 지정했어요. 인테리어 또한 최대한 원형을 잘 보존해서 한옥의 멋을 살리고자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광고 노출 효과를 위한 과도한 현수막은 지양합니다. 금전적 이익만을 바라보고 하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슬로재의 내부는 현대적이며 간결한 인상을 남긴다 ⓒ노스텔지어
노스텔지어에서 만든 북촌막걸리의 패키지는 아티스트 성립과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다 ⓒ노스텔지어

— 노스텔지어는 기존 한옥의 뼈대를 살리고 내부에 현대적 요소를 더하는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죠. 보존할 가치 있는 부분과 변화를 주어도 되는 부분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짓나요?

한옥이 꼭 갖춰야 할 요소를 총 네 부분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옥의 건축적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는 기와, 서까래 및 대들보, 창살 그리고 정원이죠. 이러한 요소들이 한옥을 구성하는 바탕을 완성하기에 이외에는 다양한 콘셉트에 맞춰서 변주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적인 가구나 아트 피스로 내부를 채운다면 공간이 더욱 풍성해지겠죠.

 

— 공간 운영 이외에도 ‘한강 치맥 & 서울 나이트 드라이버 투어’나 라이프스타일숍을 운영하며 다방면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노스텔지어를 어떻게 확장할 예정인가요?

100평 이상의 대규모 신축 한옥 공간을 계획 중입니다. 지하 2층에는 대관 가능한 전시장이 자리할 예정이고요. 그 윗층으로는 국내 작가들이 제작한 제품을 판매하는 상업 공간 또는 한옥 호텔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5월에는 국내 작가들과 협업하는 크래프트 숍 ‘카트카트’를 론칭할 예정이예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팩이나 열쇠고리 같은 소모품을 기념품으로 사가는 모습이 늘 아쉬웠거든요. 감각적인 국내 작가의 손길이 더해진 일용품을 선보이고자 합니다.

노스텔지어의 사려 깊은 서비스

(좌) 한식 터치가 가미된 양식으로 제공되는 조식 서비스 (우) 투숙객의 짐을 한옥까지 운반해주는 포터 서비스

가회동의 길목에 자리한 노스텔지어 웰컴센터에서 웰컴마스터의 환대와 함께 기분 좋은 체크인을 마치면, 노스텔지어 로고가 새겨진 작은 트럭으로 한옥까지 짐을 운반해 준다. 숙박의 경험을 오랜 추억으로 간직하게 해줄 폴라로이드 카메라 렌탈 서비스는 덤! 

 

노스텔지어의 주요 타깃층인 외국인 투숙객의 의견을 반영하여 조식은 한식을 가미한 퓨전 양식 메뉴가 준비되며, 온돌방 대신 침대를 갖춰 편리함을 더했다. 북촌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페디캡투어 ‘아띠’와 협력하여 서울 구석구석을 느린 속도로 둘러볼 수 있는 경험도 서울을 여행하는 투숙객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성채은 기자

자료 제공 노스텔지어

장소
노스텔지어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북촌로8길 1 1층
크리에이터
노스텔지어 슬로재 디자인| 이혜인 디자인 스튜디오
성채은
희망과 다정함이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는 낙천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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