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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1

일 년간 준비하는 화려한 쇼,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 ①

: file no.1 : 극장을 세우고 열기구까지 띄운 역대급 팝업

Briefing

All I want for Christmas is the pop-up

과거 크리스마스 시즌을 알리는 건 머라이어 캐리의 목소리였다(물론 지금도 그 파워는 건재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크리스마스는 팝업과 파사드로 시작한다. 누가 누가 더 화려한가를 뽐내는 백화점 VMD는 거리에서 사라졌던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부활시켰다.

 

크리스마스 팝업의 소리 없는 전쟁의 선두 주자이자 강력한 승자는 바로 더현대 서울(현대백화점)이다. 2022년부터 선보인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팝업은 동화 속에 들어온 것처럼 아기자기하면서 환상적인 공간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었다. 입소문이 퍼져 오픈런에 줄서기까지 만든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팝업은 해가 갈수록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이젠 예매 전쟁까지 일으킨다.

 

크리스마스를 주변 이웃을 둘러보는 따뜻한 시간으로 생각하는 사람 혹은 크리스마스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피켓팅’에 오픈런을 하면서까지 팝업을 보는 이 현상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팝업에 온 사람들의 미소와 행복한 표정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작은 디테일까지 완벽한 더현대 서울의 크리스마스 팝업은 일 년을 열심히 달려온 우리에게 주는 연말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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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적인 공간의 힘, 스토리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공간 이동’이다. 단 한 걸음 차이로 완전히 시공간이 다른 세상으로 빠지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팝업이 열리는 곳은 더현대 서울 5층에 위치한 사운즈포레스트다. 약 1,000평 가까이 되는 공간이 곡물창고가 있는 작은 마을이 되었다가, 좁고 미로 같은 유럽의 골목길이 되기도 한다. 올해는 여러 공연이 펼쳐지는 서커스장이 되었다. 바닥에 있는 작은 돌멩이(는 없지만 비유적으로)까지 진짜 같아서 저절로 공간에 몰입해서 즐기게 된다.

 

몰입된 경험을 선사하는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의 비결은 ‘이야기’에 있다. 익숙하지만 본 적은 없는 크리스마스 팝업의 콘셉트는 VMD 팀이 지은 기승전결이 완벽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1년에는 팬데믹으로 집에만 갇혀 있던 소녀의 간절한 기도를 바탕으로 거대한 트리와 소원을 들어주는 부엉이, 빨간 열매를 활용하여 팝업을 꾸몄다. 2022년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쫓겨나 곡물창고에 인형 친구들과 살던 해리의 이야기를, 2023년에는 가족과 떨어져 외로워하는 할아버지를 위로하는 꿈속 세상을, 2024년에는 열기구를 타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대극장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공간을 만들고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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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공감하는 메시지

팝업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시작한다. 크리스마스 팝업을 진두지휘하는 현대백화점 VMD 팀의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사회적 이슈를 동화적으로 해석하고 이야기에 녹이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그래서 팬데믹 시기였던 2021년에는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고, 2022년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고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아기 곰 해리를 무서워하여 밖으로 쫓아낸 마을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해리의 이야기를 다뤘다.

“인형을 만드는 할아버지가 숲에서 울고 있는 아기 곰인 해리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해리가 크면 우리를 다 잡아먹을 거라고 무서워한다. 결국 할아버지와 해리는 마을 바깥에 있는 곡물창고로 쫓겨나고, 혼자 있는 해리가 안쓰러운 할아버지는 해리에게 인형 친구들을 만들어 준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 곡물창고에 불이 나고 그 사실을 안 해리는 그동안 모았던 음식과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곰 인형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 준다. 해리의 친절함에 감사함을 느낀 마을 사람들은 해리를 초대하는데 해리가 자기들을 무서워할까 트리에 곰을 엄청 많이 매달아 둔다.”

2023년 팝업에는 해리를 구해준 인형 할아버지가 다시 등장한다. 가족과 헤어져 외로워하는 할아버지를 위해 해리가 직접 만든 맥주와 마카롱 등을 선물한다. 음식들을 맛있게 먹은 밤, 할아버지는 꿈속에서 가족을 만나 좁은 골목길을 산책하며 즐거워한다. 이 이야기는 전쟁으로 인한 실향민의 외로움을 알리고 위로를 전달하기 위해 지어졌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골목길은 팝업으로 구현되고 해리가 준 와인과 마카롱은 팝업 현장에서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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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전도사 해리, 서커스 단원이 되다?

2024년, 올해는 분위기를 180도 바꿔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서커스 공연 천막이 팝업을 가득 채운다.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가 뉴스에서 우연히 태국에서 태어나 일본 서커스단으로 팔려 간 사쿠라라는 코끼리의 사연을 보고 떠오른 이야기가 팝업의 시작점이 되었다. “서커스단에서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진 사쿠라는 단체 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외롭게 죽었다고 해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고서 해리가 숲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서커스단에 잡혀가는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해리가 잡히다니 조금 의아하겠지만 역시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해리는 서커스단의 동물 친구들을 풀어주고 그 빈자리를 인형으로 메꿔요. 그리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랑, 평화, 행복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죠.”

동화 같은 이야기에는 메시지가 하나 더 숨어 있다. 평화, 화합, 행복, 사랑이라는 희망찬 메시지다. 비록 전쟁 중이지만 올림픽에서는 서로 박수를 쳐 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선수처럼 갈등을 겪고 있는 전 세계 사람들이 화해하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구상했다. 대극장의 형태도 파리올림픽의 원형 경기장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극장 안의 15개의 캐릭터(사자, 토끼, 코끼리, 기린, 공중그네사 등)들은 매개체가 되어 서로 화해하고 사랑을 나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극장의 배경 음악을 왈츠로 정한 이유도 통합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손을 잡고 돌면서 사람들이 연결되는 춤인 왈츠처럼 세계 사람들이 하나로 이어지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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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가 아닌 ‘대극장’으로 부르는 이유

모두가 사랑하고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팝업을 만들기 위해 A부터 Z까지 결정해야 하는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의 판단 기준은 ‘누구에게도 불편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다. 팝업의 제목을 서커스가 아닌 ‘움직이는 대극장’으로 지은 이유도 그래서다. “서커스에는 양면성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새로운 경험을 주는 엔터테인먼트이면서 동시에 인권 유린, 동물 학대와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죠.” 그래서 이번 팝업에서는 서커스 대신 대극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다른 시각으로 보면 서커스는 이동하는 극장이잖아요. 그래서 움직이는 대극장이라고 이름을 지었어요.”

모두가 행복하게 즐기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정민규 책임 디자이너는 알고 있다. “디자인할 때, 미학적인 부분이 정치, 경제, 사회 이슈에 연관되어서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연구하고 공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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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로코코 스타일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의 디자인은 한 시대의 예술 및 디자인 스타일을 현대백화점의 시각으로 해석하여 선보인다. 작년 〈해리의 꿈의 상점〉이 1920년대 아르누보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 콘셉트를 잡았다면, 올해 〈움직이는 대극장〉은 18세기 예술사조인 로코코를 기반으로 전개되었다.

 

로코코를 선택한 이유는 근대 서커스의 시작이 18세기였기 때문이다. 파스텔 톤 색감과 섬세하고 부드러운 화려함을 가진 로코코를 지금 시대에 맞게 표현하는 방법을 공부하고 연구하여 지금의 다채로운 팝업을 디자인할 수 있었다. “우리가 선택한 건축과 디자인 사조가 지금 시대와 어울릴까, 혹은 사람들이 좋아할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을까를 깊이 고민합니다.” 익숙한 지점을 살짝 틀어서 과거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VMD 팀의 노력 덕분에 더현대 서울의 팝업은 뻔하되 뻔하지 않게 탄생한다.

 

전체 디자인 콘셉트는 해마다 다르지만 매년 똑같이 지키는 디자인 원칙이 있다. 컴퓨터의 매끈함보단 손으로 그린 그림의 러프함과 따뜻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일명 ‘손맛’이 느껴져야 한다는 것. 장인정신과 헤리티지를 강조하는 현대백화점의 비전을 따라서 손으로 직접 그리고 쓴 그래픽 스타일을 지향한다. 올해는 손 그림의 따스함과 로코코의 부드러움을 함께 지닌 송지혜, 르빈치 작가가 일러스트레이션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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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안에 열기구를 띄우다

VMD 팀은 매년 팝업마다 상징적인 장치를 둔다. 올해는 백화점 공중에 열기구를 띄움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도전에 나섰다. 열기구는 대극장을 옮기는 역할을 하는데, 지구의 6대륙을 상징한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는 파란색,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빨간색, 오세아니아는 초록색으로 표현했다. 열기구와 대극장에는 세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면서 사랑, 평화, 행복,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파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지상의 극장은 15개의 캐릭터가 모두 모여서 공연을 보여주는 ‘대극장’, 사자와 코끼리가 왈츠에 맞춰 춤추는 ‘음악극장’, 공작새와 원숭이가 신기한 묘기를 선보이는 ‘묘기극장’, 고양이가 마술을 뽐내는 ‘마술극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마술, 코미디쇼 등 다양한 콘텐츠로 이뤄지는 실제 서커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각 극장의 콘텐츠를 구성했다.

한편 올해 팝업의 또 다른 상징적인 장치는 ‘키네틱 아트’다. 가만히 서 있는 공간에 고객들이 들어가 구경하는 구조였던 이전 팝업과 달리, 올해는 극장 안의 모든 캐릭터가 움직이고 심지어 극장 사이에 서 있는 곰돌이도 움직인다. 내부 조형물에 움직임을 선사함으로써 〈움직이는 대극장〉은 말 그대로 움직이는 극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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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의 캐릭터가 상징하는 것

대극장에 등장하는 15개의 캐릭터에는 의미가 있다. 바로 현대백화점 전국 15개 지점의 지점장을 캐릭터화하여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요소들이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에 숨어 있다.

 

“디자인에서는 상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21년에 곡물창고를 콘셉트로 삼은 이유는 현대백화점이 식품관부터 시작했기 때문이에요. 2023년 꿈의 상점도 현대백화점이 고객에게 꿈을 줄 수 있는 상점이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었어요.”

 

VMD 팀의 정교함은 상상도 못 한 데까지 미친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해리의 꿈의 상점〉의 우편번호다. 상점마다 우편번호가 쓰여 있었는데 현대백화점 각 지점의 개점 연도와 지역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021S는 2021년에 개점한 더현대 서울(S)을 의미한다. 한편, 팝업 내 상점이 16곳이었던 이유는 당시 현대백화점의 지점이 16곳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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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경험하는 메시지

1,000평에 가까운 공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VMD 팀은 동선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디자인한다. 이 역시 각 콘셉트에 맞게 작업한다. 2021년에는 평화와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트리를 중앙에 놓고 6천 개의 전구를 각 집과 곡물창고에 걸어서 서로를 연결했다. 2023년에는 실향민의 상실과 그를 보듬어 주는 사람 간의 정을 표현하고자 어떻게든 사람이 마주치는 좁은 골목길을 만들었다. 올해는 세계를 돌아다니는 서커스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동선을 랜덤하게 설계했다. 중심인 대극장을 기점으로 회전하는 느낌이 나도록 했다고. 동선마저 철저하게 계산하여 디자인하는 이유를 정민규 책임디자이너에게 물었다. “동선 하나에도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콘셉트와 메시지를 담아야 몰입된 경험을 전달할 수 있어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허영은 객원 기자

사진 이명수(이명수 스튜디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현대백화점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일 년간 준비하는 화려한 쇼,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

▶ : file no.1 : 극장을 세우고 열기구까지 띄운 역대급 팝업

      : file no.2 : 모두가 사랑하는 공간의 비결

      : file no.3 : 더현대 서울에 가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팝업 성지

프로젝트
[Post-It] 2024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 〈움직이는 대극장〉
장소
더현대 서울 내 사운즈포레스트
주소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5층
크리에이터
디자인 | 현대백화점 VMD팀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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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간 준비하는 화려한 쇼, 더현대 서울 크리스마스 팝업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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