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5

스몰브랜드가 만드는 동네, 로컬스티치 회현 ①

: file no.1 : 남산 아래 새로운 동네가 등장했다 

Briefing

로컬스티치 회현

2010년도 이후, 우리 사회의 커다란 흐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주거환경이 변화했고, 스타트업 창업과 1인 사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코워킹이라는 새로운 사무환경이 등장했다. 그리고 자기만의 개성을 지닌 스몰브랜드가 등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로컬 문화가 확산되었다. 2023년도에 발표한 통계청의 수치는 이러한 흐름이 멈추지 않고 있음을 증명한다. 국내 1인 가구 수는 2021년 기준 716만 6천여 가구로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인 기업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은 매년 45만 명씩 늘어나고 있다.

도시생산자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코리빙 & 코워킹 브랜드인 로컬스티치는 이런 사회 흐름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지난 10년간 빠르게 성장했던 로컬스티치는 회현동에 리테일에 집중한 지점을 오픈했다. 다른 지점처럼 코워킹과 코리빙을 결합한 구조는 아니지만,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고 상생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로컬스티치의 지향점이 어떤 지점보다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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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골목이 나타났다

뒤로는 남산이, 앞으로는 남대문시장이 있고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피크닉이 있는 동네. 로컬스티치 회현은 여기에 있다. 이전보다 유동 인구는 많아졌지만, 을지로나 성수동에 비하면 아직 활기찬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로컬스티치 김수민 대표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과 위험이 적어 기회가 많은 곳이에요. 그리고 팬데믹 이후 자연과 가까운 동네가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회현동은 남산이라는 큰 자원이 있는 동네예요.”

로컬스티치는 지역의 오래된 건물과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으로 공간을 만든다. 회현점 은 동네의 오래된 6채의 건물을 하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건물의 역사를 보여주기 위해 로컬스티치는 건물 외·내부를 최대한 건들지 않았다. 심지어 건물 외관에는 이전에 있었던 세탁소와 이발소 간판이 붙어있다.

사실, 6채의 건물은 사이 공간에 불법건축물이 설치되어 하나의 건물처럼 보였다고 한다. 한마디로 작은 골목이 몇십 년 동안 숨겨져 있던 것이다. 김수민 대표는 이 골목을 발견했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리모델링의 첫 번째 목표는 건물 사이에 있는 십자형을 길을 살리는 거였다. 기나긴 철거 작업과 인프라 정비를 마치고 드디어 숨겨진 사잇길이 드러났다. 오랜만에 세상에 드러난 이 작은 골목길은 공용공간으로, 회현점에 입주한 브랜드들이 협업하는 새로운 실험의 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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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가 만드는 작은 동네

회현점의 각 건물에는 F&B, 패션, 가드닝, 공예 등 11개의 스몰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다. 슈퍼, 빵집, 문방구, 꽃집 등 다양한 가게들이 곳곳에 늘어선 과거의 골목길이 떠오르는 모습이다. 그래서 로컬스티치 회현점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천천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회현점에 입주한 11개의 브랜드에는 일광전구, 스틸북스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브랜드도 있고, 코코너즘, 야드와 같이 로컬스티치가 가능성을 보고 투자한 신생 브랜드도 있다.

이미지 출처 : 코코너즘 인스타그램(@coconuzm)

A동 | 코코너즘, 어쩌다농부

코코너즘 : 식물성 아이스크림 가게. 환경과 사람 모두에게 좋은 식품을 생산하는 코코너즘은 코코넛 밀크를 베이스로 다양한 맛의 식물성 아이스크림을 만든다. 온라인 주문을 통해 성장한 코코너즘은 로컬스티치의 제안으로 회현점에 첫 매장을 열었다.

어쩌다농부 :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농산물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 맛있는 음식으로 농부와 소비자를 가깝게 잇고, 우리 땅의 소중함과 건강함을 전하고자 한다. 명란들기름파스타, 시금치두부카레와 같은 요리 외에 유기농 음료와 맥주도 판매한다.

B동 | IK by 일광전구

IK by 일광전구 : 일광전구의 서울 쇼룸. 1층에서는 일광전구의 장인정신과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전시를, 2층에서는 일광전구의 조명 제품을 볼 수 있다. B동 건물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으로, 로컬스티치는 건물의 가치를 이해하고 아우라와 잘 어울리는 브랜드를 찾고자 했다. 오랜 협의 끝에 1962년 이래 백열전구를 생산하며 헤리티지를 쌓아온 일광전구가 입주하게 되었다.

C동 | 로컬스티치 웰컴센터, 스틸북스, Bkjn Shop, 시즌드시즌

웰컴센터 : 로컬스티치 회현점의 안내소. 웰컴센터는 동네를 잘 알고 있는 터줏대감이 되어 초행자에게 주변의 재미있는 단골 가게를 소개해 준다. 또, 크리에이터의 제품을 소개하고 서로에게 필요한 크리에이터를 연결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스틸북스 : 도시의 크리에이터들이 영감을 얻고 성장할 수 있게 돕는 서점. ‘성장의 발판’이라는 맥락에 따라 큐레이션 한 책과 제품을 판매한다. 누구나 책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의자를 곳곳에 배치했다.

Bjkn Shop : 리테일과 미디어를 결합한, 북저널리즘의 첫 오프라인 매장. 책처럼 깊은 정보를 뉴스처럼 빠르게 전달하는 미디어 ‘북저널리즘’이 엄선한 물건과 그를 만든 제작자의 이야기를 전한다. 북저널리즘이 출간한 책과 잡지도 만날 수 있다.

시즌드시즌 : 티하우스이자 논알콜 칵테일 바. 종종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대화와 사색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회현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있어 창밖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회현동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D동 | 로컬스티치 스테이, 피그파머, 가든어스

스테이 :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숙박시설. 한 층 전체를 한 팀만 사용할 수 있어 조용하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다. 최대 4인이 이용할 수 있으며,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피그파머 :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워크웨어 브랜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낡은 작업복에서 영감을 받은 피그파머는 자연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제작한 원단을 사용해서 옷을 만든다.

가든어스 : 플랜트 디자인 스튜디오 ‘마초의사춘기’의 반려 식물 문화 공간. 반려 식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를 전달한다. 친환경을 주제로 한 제품을 판매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E동 | 스튜디오 뉘

스튜디오 뉘 : 뇌 과학을 기반으로 유연성을 기르는 스트레칭 ‘뉘트’를 배울 수 있는 스튜디오. 신체의 움직임을 올바르게 익혀 사용하고, 스스로 운동할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준다.

F동 | 유월커피, 야드

유월커피 : 시그니처 메뉴 ‘더티초콜렛’으로 유명해진 카페. 부드러운 커피와 베이커리 메뉴, 낭만적인 분위기로 부산을 대표하는 카페가 되었다. 부산 전포동에서 시작한 유월커피는 로컬스티치 소공점에 첫 서울 매장을 개점했고, 남산점에 이어 회현점까지 로컬스티치와 함께하게 되었다.

야드 : 동시대 신진 공예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공예 커뮤니티 & 편집숍. 공예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공예 클래스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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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여행자를 위한 단 하나의 방

스몰브랜드의 매장으로 구성된 회현점에 딱 하나, 로컬스티치가 운영하는 공간이 있다(웰컴센터는 제외하도록 하자!). 바로 D동에 위치한 스테이다. 3층 전체를 사용하는 스테이는 딱 하나의 방밖에 없다. 그래서 숙박객은 한 층을 오롯이 사용하는 편안함을 즐길 수 있다.

한 층에 하나의 방만을 운영한다는 회현점 스테이의 방침은 최근 변화하는 숙박시설의 트렌드와 회현점의 특성이 결합된 결과다. 회현점은 건물 수는 많지만, 건물당 면적이 충분하지 않아 다른 지점처럼 전문적인 코리빙 공간을 구성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한 층 전체를 주거 공간(이자 숙박시설)으로 만들고, 회현동을 느긋하고 여유롭게 즐길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도시의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부족한 면적으로 인해 숙박시설의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개인당 면적이 적은 해외의 대도시에서는 이미 등장한 사례로, 작은 건물의 한 층을 전부 스튜디오나 숙박시설로 운영하는 것이다. 보안스테이, 어 베터 플레이스(A better place) 등 최근 서울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회현점의 스테이는 이러한 변화에 맞춘, 로컬스티치의 새로운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매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스몰브랜드가 만드는 동네, 로컬스티치 회현

▶ : file no.1 : 남산 아래 새로운 동네가 등장했다

▶ : file no.2 : 로컬의 균형 찾는 새로운 실험

▶ : file no.3 : 로컬스티치의 10년 훑어보기

허영은 객원 필자

사진 이명수 (아프로_이 스튜디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로컬스티치

프로젝트
[Post-It] 로컬스티치 회현
장소
로컬스티치 회현 (오픈 시기: 2022년 12월)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4길 2
기획자/디렉터
로컬스티치
크리에이터
인테리어·디자인 | 로컬디자인무브먼트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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