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1

‘눕독’ 권하는 도서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③

: file no.3 : 천년의 고도를 압축한 공간들 
ⓒTexture on Texture

숫자로 보는 신라천년서고

신라천년서고가 보관 중인 서적의 권 수

신라천년서고는 약 20,000권의 서적을 보관 중이다. 경주, 신라, 불교를 주제로 한 서적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운 건 국립경주박물관이 현재까지 발간한 83권의 도록을 모두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 일반 시중 서점에 유통되지도 않거니와 전시가 지나서는 볼 수가 없었기에 신라천년서고의 존재가 고마울 따름이다.

신라천년서고의 공간 구획 칸 수

그간 사무동과 수장고로 사용되어 온 신라천년서고를 평면도로 살펴보자면 총 12칸의 공간으로 구획되어 있다. 정면으로 5칸, 측면으로 3칸의 구조로 전체 15칸이지만, 북측 공간은 박물관 직원들의 식당으로 사용 중이라 활용할 수 없었다. 즉, 12칸의 공간 안에 도서관의 기능부터 큐레이터의 제안, 건축가의 위트까지 구현해야 했던 셈이다. 비록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큐레이터, 건축가, 사서가 각자의 니즈를 협의해 공간을 기획했다.

한달 평균 신라천년서고 방문객 인원

신라천년서고는 2022년 12월 15일 개관했다. 개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기록한 한 달 평균 방문객 인원은 약 2,100명. 하루 평균 방문객이 최소 70명 이상이라는 말이다. 좋은 공간은 늘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보여주지 못한 신라천년서고만의 프로그램이 많다. 지난 9월 13일부터 15일까지 진행한 서적 무료 나눔 행사가 대표적이다. 1995년 발간한 <경주 남산 특별전 도록>부터 2012년 특별전 도록 <고운 최치원>까지 그간 국립경주박물관이 발간한 특별전 도록과 자료집, 도서 등 총 26종 1,000여권을 관객과 나눴다. 해당 서적들은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귀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더불어 내년에는 국내 소설 작가들과의 북토크도 준비 중이니 날짜를 미리 확인해두자.

Scrap

신라천년서고를 경험했다면 다음 행선지는 바로 여기!

1. 유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공간

신라역사관 & 신라미술관

 

국립경주박물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신라역사관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한국 전통 건축의 미학을 현대적 언어로 표현해 온 고(故) 이희태 건축가가 설계했다. 1975년에 지어진 신라역사관은 콘크리트 건물 위에 기와지붕을 얹었는데 이는 전통 한옥의 목구조 양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을 둘러싼 열주, 즉 석재 기둥도 눈길을 끈다. 연꽃무늬의 기둥머리와 난간에서 보이는 호리병 모양의 구조물은 위트를 보여준다.

 

1970년대 한국 현대 건축의 고민이 건물 외관에서 짙게 묻어나는 것과 달리 내부는 보다 온화한 분위기다. 박물관은 재작년 신라역사관과 신라미술관 두 공간의 로비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태오양 스튜디오의 양태오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맡았다. 그는 유물을 전시실에서만 감상해야 한다는 편견을 깼다. 신라역사관 유물을 로비 정중앙에 배치했고, 창을 내어 남산의 풍경을 공간에 끌어들여왔다. 신라미술관 역시 마찬가지. 2층에 놓인 약사여래불 앞으로 벤치와 의자를 설치해 유물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했다. 공간의 새로운 미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놓치지 말자.

건축 및 설계 고(故) 이희태 건축가

실내 공간 리노베이션 양태오 디자이너 (태오양 스튜디오)

2. 고 (故) 김수근 건축가의 건축 유산

월지관

 

신라천년서고로 가는 길목에는 월지관이 자리한다. 월지관은 경주 동궁과 월지(오늘날 안압지)에서 발견한 유물 1,100여 점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과거 궁궐 지역에서 출토한 유물은 대부분 왕실과 귀족 문화에 관련된 자료로 가치가 높다. 흥미로운 실내 전시 이외에도 월지관은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도 눈길을 끈다. 1982년 한국 현대건축 1세대를 대표하는 고(故)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는 국립경주박물관 월지관 외에도 국립부여박물관, 진주박물관, 청주박물관 등 총 네 곳을 설계한 바 있다. 그중에서도 월지관은 신라 양식의 벽돌로 무한의 공간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인상 깊다. 볕이 좋은 날에는 햇빛에 반사된 벽돌이 푸르스름함 빛을 띄는데, 신라 천년의 역사를 마주할 기대감을 고취시킨다.

건축 및 설계 고(故) 김수근

3. 영남권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

신라천년보고

 

신라천년보고는 신라 천년의 유물을 보관하는 보물창고이다. 영남권 유일의 개방형 수장고로 영남 지역에서 발견된 약 60만여 점의 유물이 모두 이곳으로 모인다. 국립경주박물관 부지 내 남측에 자리하며 ‘옥골교’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너야 이를 수 있다. 2019년, 신라천년보고의 완공과 함께 오늘날 신라천년서고로 탈바꿈한 서별관의 유물 이전이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공간의 하이라이트인 수장고 전시실에는 8개의 진열장을 마련했는데 신라 시대 문화와 양식을 엿볼 수 있는 토기 및 기와 유물을 전시 중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마치 쌍둥이와도 같은 신라천년서고와 함께 신라 문화의 정수를 살펴보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매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눕독’ 권하는 도서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 : file no.1 : 건축가 미상의 낡은 수장고가 도서관으로?

▶ : file no.2 : 취향을 제안하는 박물관 큐레이터

▶ : file no.3 : 천년의 고도를 압축한 공간들

이정훈 기자

사진 공정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국립경주박물관

프로젝트
[Post-It]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장소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오픈 시기: 2022년 12월 15일)
주소
경북 경주시 일정로 186
시간
10:00 - 18:00
(주말 및 공휴일 휴관)
기획자/디렉터
김대환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
크리에이터
도서관 관리 및 운영 | 황다니, 황희승 (국립경주박물관 사서), 설계 및 건축 | 김현대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김수경 건축가 (텍토닉스랩 건축사무소), 구조 설계 | (주)밀레니엄 구조, 기계 및 전기 설계 | (주)대광엔지니어링, 시공 | (주)씨원에스, 건축주 | 국립경주박물관
링크
홈페이지
이정훈
독일 베를린에서 20대를 보냈다. 낯선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쉽게 감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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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독’ 권하는 도서관, 국립경주박물관 신라천년서고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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