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6

빔스, 뽀빠이를 서울로 부른 팀 도쿄다반사

“계획 아닌 돌파의 연속” 오래가는 브랜드를 찾아 디깅한 7년

취향이 직업이 되고, 하나의 세계가 된 사람들. 도쿄다반사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정확한 말은 없다. 2025년, 도쿄다반사가 낸 신간 『도쿄 브랜딩』 카피의 일부다. 좋아서 시작했고, 꾸준히 했다. 하다 보니 그게 또 하나의 업이자 이들을 이루는 세계가 됐다. 도쿄 브랜드와 도쿄에서의 일상을 소개하는 계정으로 시작해, 가볍게 시작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어느새 7년을 이어왔다.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부터 『도쿄 브랜딩』까지 총 5권의 책을 냈고, 도쿄 브랜드 운영자들을 서울로 초대해 인사이트 밋업도 열었다.

도쿄다반사 인사이트 밋업. ©도쿄다반사

김혜진 대표와 김동욱 디렉터는 회사에서 ‘일’로 만난 사이다. 본업과 별개로,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어느새 7년을 이어왔다. 이 모든 걸 계획한 적이 있냐는 물음에, 김동욱 디렉터는 자신을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라 말한다. 그에게 도쿄다반사는 계획의 결과가 아니라,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선택의 연속이었다. 팬데믹으로 도쿄에 갈 수 없게 되자 의류 브랜드 빔스(BEAMS) 디렉터와 부사장, 잡지 〈 뽀빠이(POPEYE)〉 창간자를 서울로 초청해 인사이트 밋업을 열었고, 그 프로젝트는 잡지 〈 브루터스(BRUTUS)〉 한국판 콘텐츠 코디네이터로까지 이어졌다. B2B 프로젝트도 그렇게 시작됐다. 대부분은 ‘우선 해보자’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일이다.

 

궁금한 건 두 가지였다. 도쿄의 수많은 브랜드를 꾸준히 소개해 온 이들이 말하는, ‘오래 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팀 도쿄다반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

좋아하는 일을 ‘쓸모’로 연결하는 법을 몰랐다

인사이트 밋업 진행 중인 김동욱 디렉터

— 본업이 궁금합니다. 원래 무슨 일을 했나요? 

사실은 제가 내세울 만한 커리어가 없던 사람이었어요. 98학번인데요. 그때도 IT업계가 주목받던 분위기라 수학과 물리를 못 하는데 이과로 진학했어요.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제가 하고 싶은 것과 사회가 원하는 방향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복수 전공이나 전과를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어요. 제가 그런 주변머리가 없어요.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르는 거죠. 대학 내내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살았어요. 책 보고, 음악 듣고, 전시 보러 다니고.

 

어른들 말대로 이공계에 진학한 김동욱 디렉터. 대학 내내 일본 잡지를 구독하고 좋아하는 것에 몰두했지만, 그걸 어떻게 ‘쓸모’로 연결할 지는 몰랐다. 과에서는 ‘특이한 애’로 불렸다. 졸업 후 친구들이 IT기업에 입사할 때, 그는 일본 음악을 수입하는 음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회사 생활이 잘 맞지 않았다. 2년 반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도쿄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 무턱대고 간 건가요. 밥벌이 걱정은 없었나요. 

뭘 모르니까 겁이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도 물음표가 생겨요. 설령 대학원에 간다고 한들 그 이후 생활은 어떻게 하지? 같은 질문이요. 제가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몰랐다고 했잖아요. 현실감각이 그만큼 부족했던 거죠.그땐 그냥 도쿄에 살아보고 싶었어요. 미술사에 관심이 있으니까, 그걸 공부해 볼까 싶었고요. 오랫동안 꿈을 갖고 있었다거나, 계획을 세워서 차근차근 준비한 건 아니었어요. 

 

도쿄 생활은 길지 않았다. 어학원만 1년 다니다 한국으로 돌아와 작은 전시 기획사에 들어갔지만, 회사는 문을 닫았다. 대책 없이 지내던 중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즈음 일본 산업 분석 리서치 업무를 하면서 김혜진 대표를 처음 만났다. 서른두셋 무렵이었다.

도쿄다반사의 시작, 장작과 불의 만남

도쿄다반사는 김동욱 디렉터가 처음으로 계획을 세워 무언가 실행해 본 경험이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김혜진 대표 덕분이었다. 그가 콘텐츠를 기획하면, 김 대표는 비즈니스로 연결했다. 자신을 장작을 쌓는 사람으로, 불을 붙인 건 김혜진 대표라고 말하는 이유다. 

 

— 도쿄다반사는 어떻게 시작된 건가요. 

회사에 다닌 지 4~5년쯤 됐을 때였어요. 슬슬 과부하가 오더라고요. ‘뭐 재밌는 거 없나’ 생각했죠. 일본 신문을 많이 읽다 보니, 그중 재밌는 기사를 트위터에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1년쯤 하니까 재미가 없더라고요. 나보다 일본을 잘 아는 분들이 많은데, 내가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어요. 이건 잘하는 분들이 하면 되는 거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해보자. 그때부터 방향을 바꿨어요.

도쿄에서 좋았던 공간, 책, 음악 이런 걸 올렸죠. 플랫폼도 인스타그램으로 옮겼고요. 자연스럽게 이름도 ‘도쿄다반사’로 붙였어요. 거창한 콘셉트는 없었어요. 막연히 이런 생각은 했죠. ‘계속하다 보면 책 한 권쯤 낼 수 있지 않을까.’ 

 

— ‘그냥 시작하기’, 많은 사람들이 이걸 가장 어려워합니다. 

“반응이 있건 없건, 꾸준히 계속 써. 실패하는 날도 있고, 성공하는 날도 있어. 그러다 보면 글력이 붙고, 어느 순간 다음 스텝으로 갈 수 있어.”

일본의 ‘노트’라는 콘텐츠 플랫폼*에서 구독자 6만 명 넘는 지인이 해준 조언인데요. 저도 그렇게 했어요. 반응이 별로 없어도 크게 신경 안 쓰고, 계속 올렸죠.

 

*노트: 국내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와 비슷한 서비스다.

 

— 그렇게 시작한 게 8년이 지났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도쿄다반사가 저를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에요. 중요한 건,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 썼다는 거예요. 부딪히고, 실패하고, 배우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까, 언젠가 기회가 오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은 없어요. 앞이 보이기보단 ‘이것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은 순간의 연속이었죠(웃음). 늘 돌파구를 찾아서 온 것 같아요.

 

‘인사이트 밋업’도 마찬가지인데요. 팬데믹 때문에 도쿄에 못 가는 시간이 길어졌을 때, 예전 콘텐츠를 편집해서 올렸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답답하던 차에 오히려 일본 브랜드를 한국에 불러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시작한 게 ‘인사이트 밋업’이에요.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행사 제한이 해제됐을 때, 한국으로 불렀죠. 별도의 비용 지원 없이 사비로 진행했기 때문에, 적자만 안 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어요. 행사 끝나고 피드백으로 “그래도 물은 좀 주세요”라고 들을 정도니,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거죠. 하지만 인사이트 밋업은 다른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계기가 됐어요.

인사이트 밋업 포스터.

오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

도쿄다반사가 좋아하는 브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간과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 한권의 책을 판매하는 모리오카 서점부터, 트렌드와 관계없이 재즈 킷사텐 스타일을 구현한 카페 롬퍼치치, 도쿄 최고의 재즈클럽이라 불리는 블루노트 도쿄까지. 겉으로는 다르지만 들여다보면 닮았다. 도쿄다반사는 지난 몇 년간 『도쿄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음악을 틀면, 이곳은』, 『도쿄디깅』, 『스트리트 도쿄』, 『도쿄 브랜딩』 등 다섯 권의 책을 통해 그런 브랜드를 소개해 왔다. 누군가의 오래된 취향이 어떻게 하나의 비즈니스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지 말이다. 많은 브랜드를 탐구하며 발견한 오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이 뭘까. 

도쿄의 다양한 브랜드를 다룬 책을 냈다.

— 지금까지 도쿄의 많은 브랜드를 소개해 왔어요. 공통점이 있다면요?

역사가 긴 브랜드를 좋아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즐겨서 썼고, 지금의 나도 즐기고, 또 손자 세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브랜드요. 그런 브랜드에 마음이 가요. 단순히 오래됐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기 색을 잃지 않고 지켜왔다는 점에서요. 중요한 건 결국 ‘오너의 고집’ 같아요. 트렌드가 변해도 변치 않는 중심축이 있느냐, 그걸 밀어붙일 수 있느냐인 거죠. 

 

— 실제로 그렇게 이어오고 있는, 기억에 남는 곳이 있을까요?

도쿄에 ‘롬퍼치치’라는 카페가 있는데요. 굉장히 포멀한 재즈 킷사텐* 스타일이에요. 2010년쯤 생겼는데, 트렌드와 대척점에 있는 카페를 만들었어요. 그때만 해도 트렌드가 크게 세 갈래였거든요. 일본 전통식 킷사텐*이거나 스타벅스 같은 프렌차이즈 아니면 푸글렌 같은 새로운 개념의 커피 브랜드였죠. 그 와중에 1970년대 재즈킷사 전성기 시절이 연상되는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 노트북도 못하고, 이어폰도 끼면 안 된다는 규칙을 걸었어요. 대화도 금지죠. 그런데도 사람들이 여기를 좋아해요.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는 오너의 고집이 인상 깊었는데,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고 잘 유지할 것 같아요.

롬퍼치치 내부

*킷사텐: 일본식 옛 커피숍으로 드립 커피와 나폴리탄, 토스트 같은 간단한 경양식을 제공한다.

—그렇게 개성이 뚜렷한 브랜드가 도쿄에 많은 이유가 뭘까요? 1억 명이라는 인구 규모에서 취향의 다양성이 나오는 걸까요. 

트렌드가 바뀌어도 여전히 본인이 좋아하는 걸 고집하는 사람들이 일본에는 꽤 많아요. 디지털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주류지만, 여전히 시디를 찾고 그걸 만드는 곳도 있고요. 이게 있냐 없냐의 차이는 분명 있죠. 버블 경제 때 전 세계 좋은 물건을 누리면서, 다양한 취향이 발달한 게 지금까지 유지된 거고요. 소비 문화 자체가 세분화된 면이 있죠. 지금도 일본에는 보사노바나 삼바 같은 브라질 음악을 LP로 듣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1990~2000년대 유행했던 건데 아직도 수요가 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렇게 보기도 해요.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다 보니 오히려 세계적으로 팔릴 만한 걸 만들어냈다고요. 결국 그게 지금의 K콘텐츠를 만든 힘이 됐다고 보는 거죠. 커피 로스터링 문화를 비롯해 한국이 전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분야가 많거든요. 

 

또 일본도 앞으로 내수 시장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어요. 2050년대에 접어들면 일본도 인구가 1억 명 밑으로 떨어진다고 전망하거든요.* 그러면 내수만으로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 한계가 오히려 생존을 위한 돌파구로 작용했다는 거군요. 

전 세계에서 K콘텐츠뿐만 아니라, 커피나 F&B 브랜드 등 서울만큼 역동적으로 변하는 곳이 있을까요? 한국은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곳이잖아요. 그게 어쩌면 생존에 필요한 조건이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20년 뒤는 지금과는 또 다른 그림이 펼쳐질 수도 있다고 봐요. 이제는 한국도 점점 다양한 취향이 쌓여가고 있는 것 같고요. 

 

 수많은 브랜드를 지켜보면서 느끼는 ‘좋은 브랜드, 오래가는 브랜드’의 공통점이 있나요.

첫째는 오너십이죠. 중심이 명확하고, 그걸 밀어붙일 힘이 있는 브랜드요. 둘째는 시대에 맞게 변하는 능력인 것 같아요. 오래 가는 브랜드 중에, 한 번도 안 바뀐 곳은 없더라고요. 대표적인 게 ‘토라야(Toraya)’인데요. 500~600년 전부터 일본 왕실에 화과자를 납품하던 곳인데, 지금 세대에 통하는 감각으로 맛도 공간도 다시 만들었어요. 패키지도 바꾸고요. 젊은 세대가 찾을 수 있는 분위기의 매장도 열었어요. 기타아오야마 앙 스탠드가 대표적이죠

토라야 일본 매장. 500~600년을 이어오면서도 시대에 맞게 변화했다.

마지막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브랜드에 프라이드를 느끼느냐, 그게 진짜 중요한 것 같아요. 토라야뿐 아니라 빔스, 매거진하우스 다 마찬가지예요. 일하는 직원들이 그 브랜드를 사랑하죠. 그런 조직을 갖추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가장 어렵고요. 결국 브랜드라는 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새벽 3시 반에 시작하는 어부처럼

도쿄다반사의 본질과 목표를 생각할 때 김동욱 디렉터가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도쿄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 수업 중 흰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칠하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규칙은 단순했다. 제일 넓은 면적을 칠한 사람이 이겼다. 모두가 도화지의 넓은 면적을 정신없이 색칠할 때, 그는 자기 앞에 회색 삼각형을 조용히 그리고 색칠했다. 작지만 또렷하게 색을 채워나갔다. 남들보다 크기가 작아도 좋았다. 중요한 건 내가 고른 색을 끝까지 유지하는 일이었다.

— 책에서 <릴랙스>지로부터 도쿄다반사를 운영하는 감각을 많이 배웠다고 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인지 궁금합니다. 

<릴랙스(relax)>는 매거진하우스라는 일본 출판사에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발행된 컬쳐 잡지예요. 특히 오카모토 히토시 씨가 편집장을 맡았던 시기(1998-2004)에 도쿄 컬쳐 신을 이끌었던 잡지로도 유명하죠. 제가 도쿄에서 생활하던 당시 거리에서 보고 듣고 좋아하게 된 많은 것들이 이 시기의  <릴랙스>에서 다뤘던 내용이었어요. 그래피티, 스케이트보드, 디제잉, 레코드,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사진, 회화까지 다양한 범위를 아울렀죠. 

릴랙스지 회고전

특히 저에게는 도쿄라는 도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준 잡지기도 해요. 이른바 ‘스트리트 컬쳐’를 표방했지만, 사실은 도시 거리를 구성하는 다양한 장르와 계층의 문화를 자신만의 어법으로 자유롭게 소개하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를테면 ‘도쿄 편’의 경우 히로믹스, 아라키 노부요시, 혼마 타카시, 오오모리 카츠미* 등 신예부터 거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진가들을 섭외해 그들이 바라보는 도쿄 각 지역의 모습을 담았어요.’ 그래서 우리가 시부야나 신주쿠 하면 떠올리기 마련인 전형적인 장면이 없죠. 

 

  • *히로믹스(Hiromix) 일본의 여성 사진작가로, 젊은이들의 일상과 정서를 담은 솔직하고 즉흥적인 스타일로 유명하다. 1990년대 소녀, 청춘, 사적 경험을 주제로 한 작품들과 HIROMIX WORKS로 잘 알려져 있다.
  • *아라키 노부요시(Araki Nobuyosh) 일본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인물. 에로티시즘, 도시의 일상, 죽음과 삶을 주제로 한 작품이 많으며, 대표작으로 토쿄 러브, 센시티브 파라다이스 등이 있다.
  • *혼마 타카시(Honma Takashi) 현대 도쿄와 도시 풍경, 건축, 사회 변화에 대한 객관적이고 미니멀한 시선으로 인정받은 사진작가. 도시의 변화와 일상 속의 풍경을 포착하는 작업으로 유명하다. New WavesTokyo Suburbia 등이 대표작이다.

*오오모리 카츠미(Ohmori Katsumi) 인물과 풍경을 따뜻하고 감각적으로 담아내는 사진작가. 인간과 도시의 관계, 여행의 기록 등 다양한 주제로 활동 중이다.

릴랙스지 도쿄편. 전형적인 장면 대신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도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다.

그뿐만 아니라, 잡지의 운영 방식이나 제작 환경도 인상 깊었어요. 매거진 하우스의 다른 잡지에 비해 작은 규모였지만, 어떻게 꾸준히 발행될 수 있었는지도 생각하게 됐고요. 그리고 오카모토 씨가 이야기한 ‘편집’의 정의를 마음에 새기고 있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편집이다.’

— 본업이 있는데,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뭘까요.

본업과 병행하기 때문에 오래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걸 생업으로 유지했으면, 부침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수익에 대한 부담감이 덜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걸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또 제가 노하우가 많았다면, 좀 더 계획적으로 뭔가 할 수 있었을 텐데 저는 용기와 무모함만 있었거든요. 다행히도 그걸 상쇄해 준 게 직업이 있다는 거였고요. 또 혜진 대표가 없었으면 못 했어요. 저는 콘텐츠를 만들고, 그걸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건 혜진 씨니까요.

 

간혹 본업은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시는 분들도 계세요. 도쿄도 자주 가니까 궁금해하는 게 당연하죠. 본업도 충실히 임하고 있어요. 상당히 이른 시간부터 업무를 시작해서 지인분들이 “새벽 3시 30분에 일을 시작하는 어부 같다”고 말하기도 해요(웃음).

 

— 팀 도쿄다반사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요. ‘취향이 직업이 되고, 하나의 세계가 된 사람’이라는 말이 도쿄다반사를 표현하는 말 같았습니다. 

앞으로도 우리가 좋아하는 것, 보여주고 싶은 걸 꾸준히 보여주고 싶어요. 규모가 크던 작건요. 그게 색깔을 유지하는 방법인 것 같아요. 

 

만약 사이드 프로젝트를 도전하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요. 하고 싶은 걸 꾸준히 쓰다 보면, 누군가는 그걸 보더라고요. 그렇게 기다리면 내 순서가 반드시 와요. 그때까지 버티는 노력이 필요한 거죠. 정체성과 차별화를 고민하는 분들도 많은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뭘 했을 때, 별로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죠. 그런데 10명 중 9명이 별로라고 해도, 좋아해 줄 한 명은 반드시 있거든요. 그 한 명을 위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많이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실행하는 게 훨씬 가치 있으니까요.



 김지오 기자

자료 제공 및 취재협조 도쿄다반사

김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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