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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3-06

대구에서 만나는 한국 미술의 정수, 대구간송미술관 ②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K-헤리티지’

대구간송미술관은 화려한 시작에 힘입어 올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한국 고유의 헤리티지를 보유한 미술관으로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 교류의 장이 되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궁극적으로는 세계 무대로 진출하고자 한다. 간송미술문화재단과 대구간송미술관의 중심에는 전인건 관장이 있다. 전인건 관장은 간송 전형필 선생의 손자로, 20년 전부터 활동에 나서 간송미술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에서 전인건 관장을 만나 분관의 건립 배경과 그 의미, 향후 운영 방향, 중장기적 목표 등에 관해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전인건 간송미술관장

간송미술관의 첫 분관을 건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서울 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과 가을, 단 두 차례씩 각각 2주 동안만 개방해요. 그만큼 전시 기간이 짧아 아쉽다는 분이 많았고, 저희 역시 대중에게 보다 일상적으로 다가가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던 중, 2013년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설립되면서 간송 컬렉션을 쉽고 가깝게 접하게 할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게 되었어요. 간송이 추구했던 문화 보국의 정신을 계승하고, 더 많은 이들과 우리의 문화유산을 공유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죠. 이에 따라 문화적 혜택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기로 하고, 교통의 접근성, 문화시설의 밀집도, 공간 활용 가능성,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적합한 장소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논의 끝에 2016년부터 대구시와 협력해 오랜 준비 과정을 거쳤고, 마침내 대구간송미술관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대구의 역사 문화적 기반이 간송미술관의 정체성과 어떻게 조화를 이룬다고 보셨나요?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3.1 운동을 비롯한 항일운동의 시작점으로,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문화를 지키려 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정신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대구와 경북 지역은 예로부터 근대 지식인이 모여든 곳인데요. 시대적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이 꽃을 피웠지요. 한국 근대미술의 발상지 중 하나로 평가될 만큼 근대 예술과 문화유산이 풍부한 땅입니다. 이러한 역사적·문화적 자양분 덕분에 대구는 오늘날에도 아트페어, 클래식 공연, 뮤지컬 등 다양한 예술 시장이 활발하게 형성되어 있죠. 문화 기반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실 인프라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대구는 문화예술에 대한 높은 성숙도를 지닌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미술관의 역할 또한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공공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을 모델로 삼았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문화로 도시 재생을 이뤄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처럼, 대구 간송미술의 목표 중 하나는 지역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당시 권영진 대구 시장의 전향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여러 가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가 가능했죠. 빌바오 구겐하임이 시립 미술관이지만 운영은 구겐하임 재단이 맡고 있는 것처럼, 대구간송미술관도 대구시가 설립을 주도하고 운영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이 대구를 비롯해 경북 지역 문화 생태계의 일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지역적 측면에서는 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대구간송미술관은 경북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조선 시대부터 ‘유림’이라 불린 경북 지역은 전통문화의 중심지였던 만큼 서화나 서책 등 종이 유물의 밀집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현대적 설비가 부족해 보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인데요. 기후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전통적인 보존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보존 처리할 기관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대구시에서 우리 문화유산, 특히 기록 유산 보존에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해주신다면, 저희의 기술과 수장고, 수리실 등의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적극 협조하고 싶습니다. 유물의 수리와 복원, 보관 등을 비롯해 연구와 전시 기획, 학술적 활용 등 영남 지역 유물 관리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국제설계 공모를 거쳐 최문규 건축가와 가아건축사사무소 팀을 설계자로 선정했죠. 어떤 측면을 고려한 선택이었나요?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고건축의 정신세계를 반영했는가’였습니다. 고건축이라고 해서 반드시 한옥의 형태를 띨 필요는 없습니다. 도산서원이나 해인사처럼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형 위에 쌓아 올리는 건축 방식이 바로 우리의 전통이죠. 대구간송미술관 역시 기존 땅의 지형을 최대한 보존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로 설계되었습니다. 최문규 건축가는 미술관이 소장품을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으며, 마치 백자 그릇이 그 안에 담긴 것을 더욱 돋보이게 하듯 미술관 역시 전시된 유산을 강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또한, 산책로의 기능을 충분히 살려 방문객들이 자연을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했습니다. 전시가 없는 날이나 휴관일에도 산책이나 데이트 목적으로 찾는 명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특히 야외 공간인 박석마당, 수공간에서는 미술관을 품은 대구대공원(2027년 개원 예정)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함께 경북을 대표하는 팔공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누구에게나 열린 자연 속 공간을 구현했어요.

지난해 개관전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는데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개관전은 국보와 보물이 간송미술관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공개된 전시였습니다. 정선의 산수화, 신윤복의 「미인도」, 「훈민정음해례본」,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등 다양한 장르의 간송 컬렉션이 서울 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전시된 것에 의의가 있죠.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그 속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서사가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대구간송미술관은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지요. 이를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대구간송미술관은 작년 9월 개관 이후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하며 시행착오를 거쳐 왔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디지털 미디어, 현대적 해석, 교양 강좌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에서 운영 중인 몰입형 미디어 전시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처럼 언어의 장벽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대구간송미술관을 더욱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는 팁이 있을까요?

미술관이 자리한 자연환경이 아름다우므로 주변 풍경과 함께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대구미술관의 근현대 전시와 연계해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대구간송미술관에서는 세계 최초로 보존·복원 작업을 공개하는 ‘보이는 수리 복원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하루 두 시간 실시간으로 작업을 관람하고 전문가와 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또 ‘간송의 방’에서는 간송 전형필 선생이 걸어온 길과 그가 지켜낸 문화유산에 담긴 스토리를 직접 만나볼 수 있습니다. 숨겨진 공간을 하나하나 찾아보며 자신만의 특별한 발견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현재 진행 중인 상설전에서 가장 강조하고자 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교육적 가치가 핵심입니다. 간송 전형필 선생은 단순히 자신의 취향에 따라 수집하신 것이 아니라, 해외로 유출되는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보국의 정신으로 유물을 모으셨습니다. 동시에 체계적인 연구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셨어요. 이번 상설전에서는 간송의 다양한 유물 중에서도 도자와 지류 유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류 유물의 특성상 3개월마다 전시품을 교체해야 손상을 막을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3개월에 한 번씩 교체가 이루어질 것이고, 관람객분들의 입장에서는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도 있겠죠.

 

최근 간송미술관에서 중점적으로 진행 중인 연구나 전시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리 전통문화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더 많은 미래세대에게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보다 쉽고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보다 익숙한 미디엄인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접근하고자 합니다. 전통적인 전시 방식의 한계를 넘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DDP에서 간송미술관 최초의 미디어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문화유산 전시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 단체 관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언어 장벽이 적어 외국인 관람객들의 방문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각적인 공간 연출과 몰입도 높은 영상, 그리고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덕분에 한국 전통 미술에 익숙하지 않았던 관람객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고 있죠.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도 늘고 있으며, 한 번 다녀간 관람객이 친구나 가족과 함께 다시 찾는 ‘N차 관람’ 비율도 높은 것이 특징입니다. 다가오는 봄에는 대구간송미술관의 올해 첫 기획전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기획전 기간에는 상설전과 함께 더욱 풍성한 전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  앞으로 간송미술관이 중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구간송미술관과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며, ‘오늘날의 문화보국’을 실천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는 간송 선생께서 그랬고, 선대 우송 선생께서 이어온 중요한 사명이자, 우리가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문화에 대한 팬덤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팬들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애정이 더욱 깊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최근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대중음악, 드라마, 영화,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펼치고 있는데요. 이러한 흐름의 근본에는 우리 고유의 미적 감각과 문화적 DNA가 있으며, 그 원천이 바로 우리 문화유산에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송미술관이 선보이는 조상들의 지혜와 예술적 감각이 담긴 문화유산은 젊은 세대에게 창의적인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자신만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문화유산의 보존과 연구를 지속하는 한편, 더 많은 국내외 문화 팬들이 우리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PO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의 기억에 남은 예술 공간

국립중앙박물관이 과거에는 광화문 옛 조선총독부 건물터에 있었어요. 어렸을 때 경복궁 안에 있던 국립중앙박물관을 거닐던 기억이 납니다. 그곳에서 느꼈던 공간 경험이 인상적인 이유는 말 그대로 마음 편히 즐겼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술계의 일원이 된 이후로 전시를 보러 가면 조명이나 전시, 동선 등 작품 외적인 부분에 더 눈길이 가죠. 작품 그 자체를 깊이 감상했던 옛 국립중앙박물관이 제겐 특별한 장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구간송미술관

 

장소 대구간송미술관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대지면적 150,906㎡ (사업부지면적: 24,073㎡) 

건축면적 3,879.52 

연면적 5,962.23 

운영 간송미술문화재단 

건축 연세대학교 최문규 교수, (주)가아건축사사무소 

규모 지하 1층, 지상 3 

건물 높이 18.28m

휴관일 매주 월요일  

*3편에서 계속됩니다.

길보경 객원 기자

사진 김시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대구에서 만나는 한국 미술의 정수, 대구간송미술관

       : file no.1 : 새로운 문화예술 랜드마크

       : file no.2 :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K-헤리티지’

       : file no.3 : 세대 대통합! 모두 함께 즐겨요

프로젝트
[Post-It] 대구간송미술관
장소
대구간송미술관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70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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