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팝업, 전시 소식 등 꼭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레터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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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밴드 혁오가 먼저 알아본 복합 예술 공간, 틸라 ②

음악과 건축, 커피가 공존하는 플랫폼

틸라의 건축 및 인테리어를 설계한 양수인 소장은 이곳을 ‘한 지붕 아래 공존하는 문화의 생태계’로 정의 내렸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 창작자 간의 시너지로 층층이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 전자 음악을 실험하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위사와 커피를 매개로 고유의 문화와 콘텐츠를 전개해 나가는 빈브라더스, 의뢰인의 삶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건물은 물론 공공예술, 체험마케팅, 전자기기, 단편영화까지 다양한 스케일과 매체로 작업하는 삶것 건축사사무소가 합심해 새로운 문화 예술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좌) ⓒ신경섭

Interview with

(주)삶것건축사사무소 양수인 소장

ㅡ 건물이 들어설 대지를 처음 보셨을 때,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셨어요?

우선 한강의 조망권 확보가 가능한 땅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맞은편 도로에 들어선 건물과 한강 공원의 진입로 등 주변 환경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틸라가 들어설 땅 앞에 건물을 짓기가 어려울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면 꽤 오랜 기간 동안 좋은 전망을 확보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죠. 또 건물 앞뒤의 경사 높이 차가 한 5m 정도 있었어요. 지상의 경우 건폐율에 따라야 하지만, 지하는 땅의 면적만큼 공간을 확보할 수 있거든요. 지하에 150명 내외로 수용 가능한 공연장을 만들기에 적합한 땅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ㅡ 틸라의 설계 과정에서 가장 중점을 둔 요소는 무엇인가요?

우선 층고를 높게 설계해서 개방감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두었어요. 층마다 층고가 조금씩 다른데, 제일 낮은 층고도 4.5M에 달할 만큼 일반적인 건물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에요. 조망이 훌륭하기 때문에 창도 최대한 크게 계획했죠. 또 경사지이다 보니 고지대에 주차장을 만들어야 1층에 상업 공간과 공연장이 들어서기에 용이하다고 보았어요. 대지의 고저 차를 이용해 도로에 접한 전면에 근생과 공연장을, 후면에는 주차장을 배치했죠. 이를 실현하는 방식으로는 캔틸레버 구조를 활용했어요. 뒤편에 주차장이 들어가는 경사로를 만들기 위해 건물의 앞면이 떠 있어야 하고, 기둥이 두꺼우면 안 됐죠. 겉보기에는 굉장히 안정적이고 일반적인 구조처럼 보이는데 구조역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복잡한 형태죠. 벽면의 창 사이로 하얀 벽을 유리로 만들 수도 있었겠지만 가벽으로 처리했어요. 건물이 앞으로 떠 있어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볍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 스튜디오 ⓒ신경섭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 프라이빗 테이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 바

─ 3층에는 삶것 건축사사무소의 오피스도 자리하고 있죠. 기존에 근무하시던 공간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공간적인 특색으로 보자면 이거는 그냥 제 성향이기도 한데, 구획 없이 모두가 똑같이 일렬로 긴 책상을 두고 원하는 자리를 하나씩 쓰고 있어요. 회의실과 라운지 공간도 넓은 거실처럼 구성했죠. 만일 은밀히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는 함께 공유하고 있는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중 한 공간을 활용하기도 하죠. 6층에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가 뒤로도 열려서 편하게 뒷문으로 다닐 수 있어요. 외부인이 출입하는 루트와 다르게 저희끼리 오갈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이런 부분이 재밌게 느껴져요. 이전하기 전의 사무실과 가장 다른 점은 아무래도 ‘내 것’이라는 마인드가 생겼다는 거죠. 임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보금자리처럼 여겨지고, 직원들끼리도 일종의 자부심이 생겼다고 이야기해요.

ⓒ신경섭
ⓒ신경섭

─ 틸라의 이웃이라고 할 수 있는 위사, 빈브라더스 대표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모이신다고 들었어요.

저희끼리는 ‘반상회’라고 표현하는데요. (웃음) 코스모40을 계기로 함께 일을 진행하면서, 기획한 콘텐츠가 단발적으로 소비되는 것에 아쉬움이 들었어요. 대형 공간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생겨날 텐데, 다양한 장소에서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소비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 부분에 관해 저희 셋 다 같은 의견이었고요. 사운드 짐나지움이 틸라에서 시작되어 현재 군산의 로컬 프로젝트로 옮겨간 것처럼, 좋은 콘텐츠가 확장과 변화를 거듭하며 지속되길 바랐어요. 또한 무언가 창작하는 사람들끼리 한데 모여 지내고, 자연스럽게 교류하다 보면 흥미로운 일을 벌이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성취적인 목표를 정해두고 달려간다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싶었던 거죠. 프라다의 에피센터처럼 여기가 어떤 근거지랄까요? 문화 예술 콘텐츠의 진앙지가 되었으면 해요.

─ 각 층의 전반적인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세스에 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떠한 콘셉트의 공간을 지향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층마다 공간을 운영하는 주체가 다르잖아요. 그렇지만 저희 모두가 틸라의 공간이 하나로 순환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을 지향하거든요. 그렇다 보니 설계하는 데 혼선이 없었어요. 1층의 로비는 다목적으로 사용하기 좋게 디자인했고, 건물 전체가 한 공간처럼 연결될 수 있도록 사소한 장치에 신경을 썼죠. 이를테면 3층 삶것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 뒤편으로 나오면 바로 화장실이 있고, 그다음에 사무실로 연결된 문이 있어요. 지하에서 큰 공연을 해서 사람이 많이 온 경우 아래 화장실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저희 층의 화장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함입니다. 6층과 7층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서울의 경우에도 뒤쪽으로 내릴 수 있어서 프라이빗한 행사를 진행하거나 손님을 초대할 때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의도한 거죠.

─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의 6층과 7층은 완전히 대비되는 분위기였어요. 방문객에게 어떤 경험을 전하고자 하셨나요?

4층과 5층은 빈브라더스 직원이 사용하는 사무실이고, 6층과 7층은 개방된 공간이에요. 점점 고층으로 향할수록 더 편하고 개방적인 공간이길 원했어요. 성훈식 디렉터는 두 가지 관점으로 커피를 정의해 왔는데요. 훌륭한 커피를 내는 데 필요한 요소에 최대한 깊이 관여하는 ‘미식으로서의 커피’와 커피는 다양한 상황에서 음용되기에 아주 가볍게 소비되기도 된다는 의미에서 ‘맥락으로서의 커피’로 구분했죠. 이 상반된 가치 사이에서 최적의 균형을 찾아내는 공간이 바로 빈브라더스 커피하우스 서울입니다. 그렇기에 6층의 바와 7층의 테이블에 공간적인 대비로 반전을 의도했어요. 미식으로서의 커피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바는 훨씬 어둡고 진지한 공간처럼 디자인했고, 한 층 위에는 손님을 환대하는 살롱 역할을 하는 안락한 라운지로 만들었죠. 누군가의 거실에 놀러 온 것처럼 밝고 편안한 느낌을 전달하고자 했어요.

─ 틸라는 상공간과 문화 공간의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는데요. 틸라와 같은 건축물이 도시에서 상업적 역할 이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사실 건축가로서 한 건물에 관여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건물을 설계하고, 물리적인 공간을 잘 만드는 게 건축가의 역할이지 그 안의 콘텐츠를 채우는 것은 각각의 전문가가 하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키 테넌트가 스타 역할을 해서 그 옆에 있는 상권도 잘 되는 것보다는 총체적이고 유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 수익이 극대화하지 않아도 생태계를 잘 만들어야 결국은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잘 유지될 것이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여겨요. 어찌 보면 이 건물이 이 도시에서 하나의 매개체이자 문화의 플랫폼으로서 재미난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는 것에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이곳이 지역의 커뮤니티와는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길 기대하셨는지요?

말 그대로 편하게 찾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틸라 주변으로 다른 플레이어들도 많이 유입되길 바라고요. 최근 근처에 유명 카페가 생겨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데,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만든 공간이기도 하고, 되레 반사효과처럼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기도 하거든요. 커피나 음악 신에 새로운 생태계가 생긴다는 건 경쟁을 심화할 것 같지만, 사실은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합니다.

─ 틸라가 지금과 다르게 새로운 의미나 용도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제가 게을러서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보진 않지만, 오피스를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사워 맥주 기반의 브루어리를 운영하고 싶다는 상상을 해봤어요. (웃음) 평소 사워 맥주를 굉장히 애호하거든요. 앞으로 틸라에서 좀 더 다채로운 창작자와 분야의 경계가 없는 행사를 열고 싶어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밴드 혁오가 팝업을 열었는데 콘텐츠가 너무 신선하고 색달라서 좋았어요.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행사였는데, 그 팝업의 콘텐츠가 탁구 대회였어요. 이곳에서 열리는 흥미로운 행사라면 저와 위사, 빈브라더스 모두 가지고 있는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할 생각이에요. 재밌는 이벤트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TPO

양수인 소장이 영감을 받는 공간

제주도 존자암지입니다. 매해 연말에 방문해서 행운을 빌고, 새해를 다짐하는 장소예요. 한라산 영실코스 올라가는 주차장에서 옆으로 가서 25~30분 올라가면 나타나는 곳이죠. 안개가 자욱이 낀 날에 드라이브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형언할 수 없는 좋은 기운이 느껴졌어요. 어느 해에는 사랑의 영원을, 때로는 올해 매출 증가에 대한 염원을 빌죠(웃음). 4년째 가고 있는데, 올해도 갈 예정이에요. 겨울에 눈 쌓였을 때 가면 적당한 기분 좋게 짧은 하이킹을 즐길 수 있어요.

겨울의 존자암지. 사진 제공: 양수인

틸라

 

장소 틸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9길 2

설계 삶것건축사사무소(양수인)

대지면적 617.49m2

건축면적 307.21m2

연면적 1,838.76m2

규모 지상 7층, 지하 2층

구조 철근콘크리트조

외부마감 석재, 테라코트

내부마감 노출콘크리트, 수성페인트

설계기간 2021. 1. ~ 8.

입주연도 2024. 3.

*3편에서 계속됩니다.

 길보경 객원 기자

사진 김시진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주)삶것건축사사무소, WeSA, 빈브라더스, 다각도(사운드 짐나지움)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밴드 혁오가 먼저 알아본 복합 예술 공간, 틸라

      : file no.1 : 상수동에 움튼 예술 공간

▶ : file no.2 : 음악과 건축, 커피가 공존하는 플랫폼

      : file no.3 : 문화와 예술이 공명하다

프로젝트
[Post-It] 틸라
장소
틸라
주소
서울시 마포구 토정로9길 2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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