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작품을 소개하는 ‘더 니트 클럽’은 1년에 한 번, 전시를 연다.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사에 주목하고, 계절에 맞는 공예품을 소개하는 더 니트 클럽의 올해의 전시 주제는 ‘집의 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동반 사물’이다. 그래서 전시 이름도 단번에 알아보기 쉽게 <집을 위한 물건>이라고 지었다. 이번 전시에서 박은영 클럽장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 11팀의 공예가와 새롭게 참여한 4명의 공예가는 집의 한 끗을 채워주는 공예품을 선보인다. 실제 주거 공간에 전시된 공예품들은 작은 크기와 달리 큰 아우라를 내뿜으며 집을 아름답게 변신시키고, 우리에게 기쁨을 전달한다.
Interview with 박은영
더 니트 클럽 클럽장
공예가들이 모여서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더 니트 클럽’을 결성한 계기가 있을까요?
잡지 기자로 일하며 만난 몇몇 또래 공예가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의 사적인 고민을 듣게 되었어요. 혼자 작업하다 오는 슬럼프는 어떻게 이겨내는지, 다른 분야의 공예가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 소비자 가격과 수수료 조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내용을 혼자서 해결하다 보니 속도가 더디고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는 프리랜서 에디터로 일하고 있는 제 고민과도 비슷했어요. 저 역시 회사에 소속되었을 때와 달리 고정 비용이 걱정되고, 스스로 새로운 뉴스거리를 찾아야 했거든요. 저도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가끔 조바심도 나고 지칠 때도 있었어요.
어느 분야가 되었든 1인 창작자가 겪는 고민은 비슷한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또래가 모여서 관계를 맺고, 정보를 교환하는 집단지성을 이룬다면 혼자 해결하는 것보다 나을 거라 생각했죠. 또, 다양한 분야의 공예가가 모여 전시를 하면 볼거리도 풍성하고 다층적 관람객도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한편으로는 매달 새로운 사람을 찾고 만나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에 회의감이 들었어요. 특히 크리에이터 15팀의 작업과 고민을 담은 단행본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를 쓰며 크게 느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긴 했는데 나는 과연 이 사람을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거든요. 새로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수집하는 일도 중요하고 즐겁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고 미래가 기대되는 작가들을 곁에 두고 지켜보며 그들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일까요? 더 니트 클럽의 소개 글을 읽었을 때, 유독 ‘관계’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어요.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하고자 노력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니트 클럽을 커뮤니티 클럽이자 기획 판매전 그룹이라고 소개하는 이유예요.
더 니트 클럽이라는 이름에도 ‘관계를 맺는다’는 그룹의 지향점이 담겨있죠.
니트Knit에는 ‘밀접한 관계를 맺는’이라는 뜻도 있어요. 2019년, 첫 전시 때 이름 때문인지 뜨개하는 모임이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고, 실제로 뜨개 협회 관계자가 찾아오기도 했어요. 지금도 간혹 뜨개 모임이라는 오해를 받아서 이름을 바꿔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알고 찾아오신 분들이 재밌기도 하고, 오히려 그분들에게 다른 분야의 공예를 소개할 기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더 니트 클럽은 1년에 한 번, ‘판매전’과 ‘클래스’를 동시에 진행했어요. 공예의 아름다움과 유용성을 알리는 방법에는 일반 전시도 있는데, 특별히 판매전으로 기획한 이유가 있나요?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익이 필요해요. 작품이 판매되어야 작가도 그 다음을 이어갈 수 있죠. 그래서 저는 항상 ‘판매전’임을 강조해요. 그리고 공예품은 쓰임을 생각해서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구매한 후, 실제로 쓰여야 의미가 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전시에서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작가에게 가격을 물어보는 걸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래서 더 니트 클럽의 판매전을 통해 전시장에서 작품에 대해 물어보고 듣고 구입하는 일련의 행위가 당연한 일이 되었으면 해요. 전시장에서 작품을 소개받고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예품을 구입하는 경험은 편집숍에서 사는 것과 다른 경험이니까요.
클래스도 공예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죠.
클래스는 작품 가격 이해를 돕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자 공예의 매력을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기능의 물건을 놓고 보았을 때, 공예품은 기성품보다 가격이 조금 더 나갈 수밖에 없어요. 이런 가격의 차이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직접 해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생각에 클래스를 열게 되었어요.
올해 전시 <집을 위한 물건>은 집을 아름답게 꾸며주는 동반 사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어요.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의 공예품에 주목한 이유는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을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만약 많은 시간을 함께 하게 된 사물과 교감할 수 있다면, 집에서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이와 같은 기획을 하게 되었어요. 실제로 사람의 손으로 만든 공예품은 사용할 때마다 만드는 사람의 작업 과정과 이야기가 떠오르기 때문에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켜요. 더 니트 클럽의 전시를 찾은 관람객 중에서는 물건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 소재, 작업과정, 디자인 포인트를 듣고 흥미를 느껴서 작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는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노동을 이해하고 사물에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전시 작품 모두 집에 두고 싶어서 전시 보는 내내 구매욕을 참느라 힘들었어요. 하하. 지난 두 번의 전시보다 참여 작가와 공예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는데, 이는 어떻게 선정했나요?
매년 작가의 생각과 작품의 변화를 잘 이해하고 싶기 때문에 더 니트 클럽으로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종신 계약과 같은 관계를 맺어요. 그래서 작가에게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농담으로 ‘우리는 종신계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라고 말해요. 덕분에 작년 전시 <차를 위한 물건>에 참여했던 11팀의 작가와 올해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작품 선정은 전시 주제를 들은 작가들이 자유롭게 아이템을 제안하면 제가 최종 모습을 상상하며 조율을 해요.
올해 처음으로 참여한 작가도 있나요?
김수미, 김진식, 문석진, 정지원 작가가 새롭게 합류했어요. 킨츠기 작업을 하는 김수미 작가는 그의 ‘수리하는 삶’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초대했어요. 김진식, 문석진 작가는 주거 공간에 필요한 가구 제작이 가능한 작가이기에 초대했고요. 그리고 앞으로 매년 각 분야의 작가를 한 분씩 섭외할 계획인데요. 그 첫 번째로 도자 작업을 하는 정지원 작가를 초대했어요.
<집을 위한 물건>은 서울 종로에 위치한 ‘어 베터 플레이스’에서 열리고 있어요. 화이트큐브 전시장이 아닌 주거공간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해요.
디자인 스튜디오 ‘유즈플워크샵’이 만든 어 베터 플레이스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기 위해 숙박 서비스를 제공할 때도 있지만, 원래 의도는 가까운 미래의 주거 공간을 제안하는 프로토타입의 공간이에요. 실제로 1~2명이 살아도 괜찮을 정도로 침실, 거실, 욕실, 주방, 다이닝룸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간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종로 한복판에 있기 때문에 관람객이 전시를 다 보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쉽고요. 그리고 <집을 위한 물건>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하는 전시이기에 그들이 주관하는 ‘공예주간(10.1~10.10)’을 잘 홍보하고 싶어서 이곳을 전시장으로 선택했어요.
전시 <집을 위한 물건>의 기획자로서 공간을 아름답게 꾸며주고,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주는 ‘동반 사물’의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아름다운 형태와 실용성이요. 완상하는 사물로서의 공예품이 있기도 하지만, 저는 직접 쓸 수 있는 공예품을 더 좋아해요. 어떻게 물건을 쓰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인상을 보는 재미가 있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드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쁨도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