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와 인스톨레이션 제작에 비주얼 및 세트 디렉터,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하는 최수지 작가는 직업으로 세 가지를 소개하지만 스스로를 ‘메이커’라 부른다. 필요에 따라 의상과 액세서리, 소품과 세트 등 다양한 작업물을 만들어내기 때문.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디자이너 브랜드 셀렉트 숍 E( )PTY에서 최수지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 팝업이 열렸다. 팝업스토어 〈E( )PTY GARDEN〉의 컨셉은 ‘동물 농장’이다.
E( )PTY 3층과 4층에서 진행 중인 팝업스토어에서는 최수지 작가가 작업한 퍼 소재의 동물 오브제와 신비로운 모습의 식물 오브제들을 만나볼 수 있다. 독특한 소재로 꾸며진 공간에는 동물 농장이라는 컨셉에 걸맞게 동물 캐릭터가 프린트되거나, 동물무늬, 혹은 동물을 연상시키는 소재와 부자재의 의류 및 액세서리 아이템이 함께 디스플레이되어있다. 초포바 로위나(CHOPOVA LOWENA)의 테디 베어 후디, 나타샤 진코(NATASHA ZINKO)의 버니백을 포함해 허자 보이 에이씨씨(HURJABOY ACC), 모토구오(MOTOGUO), 산쿠안즈(SANKUANZ) 등 다양한 브랜드의 동물 모티프 아이템을 볼 수 있다.
최수지 작가의 인스타그램 피드 속 지난 작업을 둘러보면 한가지 소재를 활용함에 그치지 않고 풀, 꽃 등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팝업에서는 오브제 대부분이 퍼 소재로 제작되었다. 평소 자주 사용하던 재료가 아닌 다른 소재로 작업한 이유가 있는지, 한가지 브랜드가 아닌 다양한 브랜드 제품이 있는 편집숍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고자 했는지, 작업 진행 과정 등 공간에 대해 작가에게 물었다.
Interview with 최수지 작가
– 독특한 네온 색감, 때로는 차분하게 정돈된 색감까지. 컨셉에 따라 쓰이는 오브제와 색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 같아요. 〈E( )PTY GARDEN〉을 작업하는데 더 신경써야하는 부분이나 어려움은 없었나요?
상품이 돋보이는 동시에 가든이라는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다양한 브랜드와 제작한 오브제 사이의 조화를 가장 신경 쓰기도 했고요. 또 방문하는 분들이 찍거나 만져보고 싶을만한 촉감, 컬러 같은 요소에도 집중했습니다.
– 한가지 브랜드를 스타일링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 사이에 놓일 ‘동물’ 오브제를 만들어내야 했어요. 평소 작업 과정과 달랐을 수 있겠어요.
팝업 주제가 결정되고, 제품 리스트를 먼저 요청드렸어요. 개성 있는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공간에 배치해야 했기 때문에 오브제를 디자인하기 전, 전반적인 제품을 파악하고 이에 어울리는 컬러와 분위기의 동물은 고른 뒤,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 풀이나 꽃과 같은 플랜트를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더라고요. 동물 오브제뿐만 아니라 바닥에 깔린 러그까지 퍼 소재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스틸 소재가 많이 사용된 공간에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재료인 풀과 꽃 등은 대체로 조그맣고 얇으며 차가운 물성의 재료에 속하는데, 두껍고 따뜻한 퍼 소재로 만들어 반대의 성질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 작업을 시작하고 끝내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칠 것 같아요.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계가 있다면요?
하나라도 빠지면 작업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각각의 과정이 다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마지막 마감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완성되면 다양하게 조명을 바꿔보며 여러 측면에서 작업물을 관찰해요. 어떤 측면에서 봤을 때 아쉬운 형태, 마감 등이 보이면 계속해서 레이어를 쌓거나 수정합니다. 이 과정에서 작업의 퀄리티가 결정되는 것 같아요.
– 단독 팝업을 열게 된다면 어떤 팝업을 구성해 보고 싶나요?
제품 뿐만 아니라 파티와 음식이 결합된 야외 팝업을 열어보고 싶어요. 현재 일을 하기 전에 푸드 인스톨레이션 분야에 있었는데, 오브제와 음식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것, 자연물과 비자연물이 혼합되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보고 입는 것뿐만 아니라 맛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모든 요소가 하나의 컨셉 아래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표현되는 팝업을 구성해 보고 싶어요.
-〈E( )PTY GARDEN〉에 방문하는 이들에게 공간의 포인트 3가지를 짚어준다면?
촉감, 색감, 조화
발행 heyPOP 편집부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E( )PTY, 최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