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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7

잠자는 가족을 빚어낸 인센스 홀더

콜랭에클로에와 함께 굿밤되세요.
하루마다 쉴 새 없이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 속 남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따뜻한 브랜드가 있다. 영화 <무드 인디고> 남녀 주인공의 이름을 따온 콜랭에클로에는 설치 미술 작가 염정수와 조형 작가 박예슬이 함께 시작한 수공예 도자기 브랜드다. 천천히 걸어야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듯, 콜랭에클로에는 오늘도 느리지만 다정한 마음을 건네기 위해 흙을 빚는다. 부부와 반려견의 잠자는 모습을 담아낸 <얕은 잠, 깊은 잠> 인센스 홀더 프로젝트는 7월 22일까지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 중이다.

 

Interview 콜랭에클로에

 

 

얼마 전 부부가 되셨다고요. 설치 미술 작가와 조형 작가의 만남이라니 왠지 더욱 특별하네요. 두 분의 브랜드, 콜랭에클로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남편과 저는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했고 오랜 시간 작업 메이트로 일했어요. 결혼한 뒤부터 함께 활동하고 있죠. 남편과 유럽 여행을 하며 처음으로 접하게 된 앤티크 마켓에서 빈티지 가구와 소품에 매력을 느꼈어요. 긴 세월을 견디면서 흠집이 나고 상처 입은 오래된 물건들에 우리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았거든요. 오래된 물건들처럼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수공예 인테리어 소품을 만드는 콜랭에클로에를 시작하게 됐어요.

 

 

염정수 작가님의 평소 작품들을 살펴보면, 흙, 나무와 같은 자연 소재의 활용이 잦은 편입니다. 흙의 결과 색감이 돋보이는 콜랭에클로에 제품에서도 같은 온기가 느껴져요.

염정수 작가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설치미술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도예가인 아버지 덕분에 유년시절, 그는 언제나 자연물과 함께였어요. 콜랭에클로에 제품을 제작할 때에도 도자기를 다루는 특성상 자연 소재를 사용하는 일이 많습니다. 유약 처리를 하지 않은 제품의 질감과 컬러에서 조금 더 비슷한 온기를 느껴주시는 것 같아요.

앤틱 마켓에서의 두 사람
염정수 작가 작품

 

이번 펀딩 아이템은 인센스 홀더예요. 많은 도예 작품 중 인센스 홀더로 방향을 정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크기가 큰 조형 작품을 방 안에 둔다는 것은 왠지 부담스럽기도 하고 상대적으로 접하기 어렵다고 느껴졌어요. 그 점을 늘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조형 작품에 쓰임을 줘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히 다가갈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주된 쓰임새가 인센스 홀더이긴 하지만, 오브제와 액세서리 플레이트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제품의 용도를 어느 정도 정해 놓고는 있지만 사용자의 취향에 따라 자연스럽게 달라지는 쓰임새를 보는 것도 좋아해요. 같은 제품이어도 작은 조형 작품처럼 사용하시는 분들도 있고, 액세서리를 보다 유니크한 플레이트에 담아두기 위해 구입하시는 분들도 있죠. 저 같은 경우에는 종종 작업실 뒷마당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를 데려와 인센스 홀에 꽂아두고 있어요.

 

모닝필로우, 클라우드화이트
홀에 꽃을 꽂아두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불면증을 겪는 남편과 반려견 ‘녹차’의 잠든 모습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에피소드가 탄생했어요. 가족으로부터 떠오른 따뜻한 아이디어네요.

남편은 평소 불면증 때문에 얕은 잠을 자는 경우가 많아요. 그 모습이 늘 안쓰럽게 느껴졌고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잠에든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마치 아주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요. 이는 ‘깊은 잠’과 ‘얕은 잠’, 모두가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저희에게는 올해 4살이 된 반려견 녹차가 있어요. 녹차는 하루에도 여러 번 잠을 자곤 합니다. 작업실에서 함께 보내는 낮 시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에도 어김없이 곤히 잠든 녹차의 얼굴을 마주하게 돼요. 녹차가 언제나 깊은 잠을 자길 바라며, 녹차의 가장 사랑스러운 잠든 모습을 홀더에 담아냈어요.

 

 

커스터드 크림, 클라우드 화이트, 밀크티 브라운, 앤티크 옐로 브라운까지. 도자기에 따로 색을 입힌 제품이 아님에도 색상의 폭이 굉장히 넓어요.

도자기에 유약을 입히면 다양한 색상이 나오게 돼요. 같은 유약을 사용하더라도 흙의 종류마다 색깔은 천차만별이죠. 특히 가마 소성시 불의 온도와 위치에 따라 고유한 색감과 질감이 생겨나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이 도자기의 매력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색상 중 단연 의미 있는 색상은 앤티크 옐로 브라운 컬러인데요. 염정수 작가의 아버지, 염종귀 도예가님이 직접 연구하고 개발한 ‘이라보 유약’을 사용해 탄생한 컬러이기 때문이죠.

 

슬립 버튼, 밀크티
깊은 잠, 앤티크 옐로 브라운

 

어떤 이들의 밤에 콜랭에클로에의 홀더가 자리했으면 하고 바라시나요?

이번 컬렉션은 매일 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분들의 방 안에 저희 제품이 자리하길 바라며 작업했어요. 많은 고민과 생각들로 뒤척이며 늘 얕은 잠을 자는 분들께 평온한 얼굴을 한 인센스 홀더가 깊은 잠을 가져다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정수 씨와 예슬 씨는, 또 콜랭에클로에는 어떤 작가이자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나요?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저희 제품이 오래되고 빛바랜 물건들과 조화롭기를 바라며, 지친 마음에 작은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느리지만 다정한 콜랭에클로에가 되고 싶습니다.

 

 

지선영

자료 협조 콜랭에클로에

일자
2021.06.21 - 2021.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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