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3

‘2026년 달력’ 구하러 미술관 갑니다

작품을 소장하는 가장 쉬운 법, 미술관 캘린더 Pick 5

새해가 되면 미술관을 찾는다. 전시 관람도 목적이지만, 1년을 함께 보낼 이미지를 고르기 위해서다. 미술관 숍에 놓인 캘린더들은 상업 달력과는 다른 리듬을 갖는다. 가장 손쉽게 예술을 곁에 둘 수 있는 방법이자, 한 해를 바라보는 기관의 시선까지 가늠하게 하는 매개다. 

 

이런 형태의 달력은 비교적 최근에 자리 잡았다. 20세기 중반 이후 뮤지엄 숍 문화가 정착되며, 미술관은 전시 이후의 경험을 일상으로 확장할 방법을 고민해 왔다. 달력은 그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지속적인 형식이었다. 한국에서도 이 흐름은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한때는 관계자와 VIP를 위한 기념물에 가까웠지만, 이제는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취향의 물건이 되었다. 올해는 어떤 달력이 출시됐을까. 에디터의 2026년 ‘미술관 캘린더’ 위시 리스트를 공개한다.

리움미술관

리움미술관은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달력을 제작해 온 곳이다. 90년대 중반 VIP를 위한 한정 판화로 시작해 최근에는 아티스트와 협업한 달력을 일반 판매용으로 선보이고 있다. 2026년 리움 캘린더는 작가 최재은의 작업 세계에서 출발한다. 불, 공기, 식물, 땅 등 자연 재료를 매개로 조각과 설치, 영상을 넘나들어 온 그는 생명의 생성과 소멸, 자연과 인간이 맺는 유기적 관계를 꾸준히 탐구해 왔다. 이번 달력은 그의 오랜 관심사인 ‘숲’을 중심으로 식물과 인간이 오랜 시간 이어온 공생의 시간을 담아낸다. 기존 플라스틱 스프링 방식 대신 낱장형으로 제작해 작품의 의미를 더욱 또렷하게 드러냈다.

출처: 리움미술관

2026 Leeum x Jae-Eun Choi Calendar ∣3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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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박물관 뮷즈

국립박물관 2026년 달력은 ‘금빛보다 찬란한 한 해’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금과 관련된 유물을 중심으로 구성해, 새해의 상징성과 소망을 함께 담았다. 2025 APEC 시기에 개관해 큰 관심을 모았던 전시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에 소개된 신라 금관을 비롯해 열두 점의 금빛 유물이 수록됐다. 금박 가공을 활용해 유물의 디테일을 시각적으로 구현했으며 내지 좌측에는 전체 실루엣을, 우측에는 각 유물의 정보를 배치했다. 접이식 스탠드형으로 제작해 실용성도 갖췄다.

출처: 국립박물관 뮷즈

2026 국립박물관 달력(탁상형)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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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민미술관

올해 일민미술관 캘린더는 건축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1926년 동아일보 사옥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1996년 일민미술관으로 재탄생해, 한 세기 동안 미디어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짚어왔다. 이번 캘린더는 그 건물에 스민 100년의 감각과 분위기를 돌아본다. 사진가 김경태가 촬영하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프레스룸이 디자인을 맡았다. 출판과 인쇄물을 기반으로 작업해 온 프레스룸은 최근 라이즈, 르세라핌 등 아티스트 작업을 통해 케이팝 비주얼 씬에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캘린더는 화려한 연출 대신, 공간의 표정과 결에 집중했다. 벽걸이형 월력이며, 일민미술관 1층 기둥서점과 IMA 디자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출처: 일민미술관

2026 ●■ 캘린더∣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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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미술관

환기미술관은 김환기의 작품 세계를 사계절의 흐름으로 엮었다. 계절의 온도와 빛을 담은 작품들이 매달 다른 분위기로 펼쳐지며, 하루의 시작과 끝을 자연스럽게 환기한다. 〈하늘을 나는 새〉, 〈항아리와 여인들〉, 〈사슴〉, 〈영원한 것들〉처럼 한국적인 소재가 짙게 스며든 작업부터, 점·선·면으로 완성된 후기 추상 작업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마지막 장에는 김환기의 작품 〈성심〉을 엽서로 활용할 수 있는 부록이 포함됐으며, 김환기가 평생 애정해 온 ‘달’의 이미지를 모티브로 한 문캘린더(북마크) 역시 추가로 구매할 수 있다.

출처: 환기미술관

2026 김환기 탁상형 캘린더∣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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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트 모던

2001년부터 제작된 테이트 퍼페추얼 엽서 캘린더(Tate perpetual postcard calendar)는 한 달마다 끝나는 달력이 아니라 시간이 쌓일수록 완성되는 형식이다. 프레임 안에 일곱 개의 엽서를 끼워 월과 날짜, 이미지를 자유롭게 조합할 수 있는 구조로 앤디 워홀, 파블로 피카소, 백남준 등 테이트 소장품이 담긴 엽서 24장이 기본 구성으로 포함된다. 표준 엽서 크기로 제작돼 소장하고 있거나 최근 전시에서 구매한 엽서를 더할 수 있고, 벽에 걸거나 선반 위에 기대어 두는 등 설치 방식도 유연하다. 디자인은 런던 기반 스튜디오 Graphic Thought Facility가 맡았다. 2001년 첫 테이트 퍼페추얼 캘린더를 디자인한 팀으로, 이번 버전에서는 포장재를 포함한 제품 전반에 친환경 소재를 적용해 지속 가능성을 강화했다.

출처: 테이트 모던

Tate perpetual postcard calendar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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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수 기자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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