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어 작가는 서울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정지된 이미지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같은 영상 등 다양한 매체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주로 어린시절부터 즐겨 보던 만화와 서브 컬처에서 영감을 받아 형성된 그의 화풍은 자연스럽게 힙합, 록, 그래피티, 보드 문화를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는 사랑이 식어 버린 세상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캐릭터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대가 변해가며 증폭되는 증오와 분노 그리고 마음의 거리감을 마주한 작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다시 들여다 본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Love’ 시리즈 속 소년은 두 눈을 가린 채다. 작가는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보지 못하고 망각하고 있는 사랑이 실은 가려져 있을 뿐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전시는 총 5개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를 기획한 프린트베이커리 홍보팀의 송효정 기획자는 눈을 가린 소년이 사랑을 찾아가는 여정에 관람객도 함께할 수 있도록 섹션별 테마를 설정해 하나의 스토리라인을 그려냈다. 모험의 출발점인 ‘Section 1: About Love’는 사랑에 대한 의문을 그린다. 과연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여정을 앞둔 소년은 물음과 설렘을 안고 떠날 채비를 마친다. 이어지는 ‘Section 2: Shapes of Love’는 소년이 길 위에서 만난 복잡한 사랑의 모습을 묘사한다. 관람객은 캐릭터가 마주한 상황들을 통해 사랑이 갖는 다양한 면면에 대해 고민해보게 된다.
‘Section 3: Is it the Love?’는 분노와 증오로 비롯된 사건 사고들로 갈등을 겪는 과정을 표현한다. 사회적 문제와 사랑의 관련성을 생각하며 과연 진정한 사랑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묻는 것. 이제 길고 긴 모험 끝에 마주한 사랑의 존재와 그 안에서 성장하는 소년의 모습을 만날 시간이다. ‘Section 4: Find Love’에서 관람객은 비로소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피부로 느끼지 않더라도 여정의 모든 순간들에 사랑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마지막 섹션 ‘Section 5: Love is Here’은 작가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겪은 경험과 감정을 영상으로 풀어낸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둘러보지 못한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며, 사랑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뛰어넘어 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음을 전한다.
섹션을 따라 모험을 마쳤다면 작품과 함께 공간 곳곳에 놓인 모험의 흔적을 다시 관찰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사이 놓인 게임 보드, 작품 옆 지도와 나침반 등 흩어져 있는 사물들을 통해 소년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소년을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르니까!
mini interview with 초코어
ㅡ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첫 개인전인 만큼 제 정체성과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데 집중하고자 했습니다. 늘 주위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건넬 수 있는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어요.
ㅡ 각 섹션별로 전시할 작품들을 나눈 기준이 궁금합니다.
모험의 시작과 그 과정, 그리고 결론까지 다루는 5개 섹션은 각각의 소제목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가 사랑을 찾으면서 스스로 품었던 질문들, 마주친 역경, 깨닫게 된 사실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작품들을 그에 맞게 배치하고자 했어요.
ㅡ 반스, 나이키, 쟈딕앤볼테르 등 다수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습니다. 첫 협업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어느 날 우연히 반스에서 진행하는 아티스트 콘테스트를 발견한 것이 계기였어요. 큰 기대 없이 출품한 작품이 최종 우승하게 되면서 반스와 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서브 컬처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보드 문화와 긴밀히 닿아 있는 브랜드와 함께 하게 되어 기뻤죠. 첫 협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작업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ㅡ 협업과 개인 작업에서 달리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요?
협업의 경우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제 스타일로 재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분명 어려움이 있지만 늘 새롭고 흥미로운 자극이 되어줘요. 개인 작업은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구상함에 있어서 저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표현할 수 있다는 명확한 장점이 있고요.
ㅡ 전시에서 꼭 살피면 좋을 부분을 짚어주신다면요.
섹션마다 제가 이야기하는 ‘사랑’이 존재하지만 분명 각자가 생각하고 또 가지고 있는 사랑의 형태는 모두 다를 거예요. 작품에서 어떤 특정한 형태의 사랑을 발견하기 보다 전시를 통해 느끼는 감정이 또 하나의 사랑으로 자리잡기를 바라요.
mini interview with 송효정 기획자
프린트베이커리 홍보팀
ㅡ 초코어 작가와 이번 전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프린트베이커리는 한국 미술의 글로벌 진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 뚜렷한 개성을 지닌 아티스트를 발굴 및 양성하고 있습니다. 회화 작가에 국한하지 않고,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역시 조명하며 현대 미술 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자 하는데요. 그간 브랜드 협업과 디지털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초코어 작가의 캔버스 작업 소식을 접하게 되어 ‘Love’ 시리즈를 중심으로 첫 개인전을 개최하는 데 힘을 싣게 되었습니다.
ㅡ 스페이스 사직을 전시 장소로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페이스 사직은 구옥을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 곳으로, 총 2개 층에 여러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어 섹션 별로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어요. 반듯하게 정돈 되어있기 보다 편안한 분위기의 이곳이 작가의 자유분방한 화풍과 전시명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봤습니다.
ㅡ 전시에서 꼭 살피면 좋을 부분을 짚어주신다면요.
디지털 작업으로 익숙한 초코어 작가의 원화를 실제로 처음 봤을 때 특유의 색감과 캐릭터 표현이 두드러져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을 실물로 보고, 캔버스에 담긴 도상들이 애니메이션처럼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입체적인 경험을 해보시길 바라요.
전체적인 전시 공간은 모험가가 잠시 머물고 있는 별장처럼 연출하고자 했습니다.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흔적 역시 여러 곳에 배치해 두었고요. 한 명의 스카우트 대원이 되어 전시장을 찬찬히 살펴보실 수 있도록요. 작품뿐만 아니라 머리 위, 발밑, 양옆을 살피며 공간을 거닐어 보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