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워크의 첫 팝업 스토어를 채운 것은 여름 시즌 상품들이다. 이전까진 캐주얼한 후드나 티셔츠 위주였다면 이번엔 유니폼으로 커스텀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제품들 위주로 준비했다. B2B로 다른 브랜드의 유니폼을 디자인할 때마다 구매를 원하는 문의가 종종 있어, 옷들에 커스텀을 거쳐 활용할 수 있도록 제작한 것. 애견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땡큐스튜디오, 크로플 가게인 새들러하우스 등의 작업복으로도 활용된 옷들을 구경할 수 있다.
팝업 공간은 포장된 물건들이 막 나오기 전의 물류창고와도 같은 모습이다. 길을 가다 볼 수 있는 벽돌 등의 부자재에 파란색으로 랩핑한 모습에 착안하여 패킹 콘셉트를 연출했다. 이것은 브랜드 초기에 기획했던 패킹 방식으로, 지금은 환경 등의 문제로 지양하고 있다. 밖에는 포토매틱 사진 부스가 마련되어 있어, WORKWORK 로고가 새겨진 배경을 테두리로 하여 네컷 사진을 찍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워크워크의 이두성 대표는 안경사를 전공하다 패션을 공부하기 위해 사디(SADI)에 입학했다. 휴학 중 대한민국 패션대전에서 수상하여, 졸업 전 준지에서 인턴을 거친 이력을 가졌다. 그가 ‘일’과 ‘작업복’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Interview 이두성
워크워크 대표 겸 디자이너
‘일’에 주목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졸업 전 일을 하고 파리로 떠나기 전 한창 바쁠 때, 친구에게서 카페를 여는데 유니폼을 디자인해 줄 수 있냐는 요청을 받았어요. 너무 바빠서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동시에 ‘이런 문화가 있네?’ 하고 느꼈죠. 항상 오뜨꾸뛰르를 작업해 왔으니까요. 그리고 파리에 가니, 동네 치즈 가게나 어디에서든 가운을 입고 일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할 때 작업복을 입는 문화가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작은 브랜드에서 힘들게 일하면서 점점 주변 친구들이 어떤 환경에서 일하는지 처음 관심이 생겼습니다. 결국 오래 일하지 못하고 나왔지만 그때 일한 경험이 증폭제가 되기도 한 셈이에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패션 디자인이니 이걸 활용해 일 문화를 어떻게 좋게 바꿀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업무복이란 건, ‘일’과 당당히 마주하고 그 직업을 갖고 있다는 어떤 고양감을 갖게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평소 어떤 관점으로 작업하시나요?
제일 중요한 건, 내가 이 일을 한다면 어떤 옷을 입고 싶을까? 생각하는 것이에요. 알바를 경험해보았다면 공감하실 테지만, 유니폼을 받았을 때 ‘아 이건 너무 입고 싶다.’, ‘이건 나가자마자 벗고 싶다’, 하는 게 있잖아요.(웃음) 이왕이면 유니폼을 입고 출퇴근도 하고 점심시간에 돌아다닐 수 있는, 일할 때만 입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애용’할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어요.
시즌이 아니라 주제에 따라 작업하신다고. 주제는 어떻게 찾으시나요?
사실 최근에는 대중적인 시장을 위해 시즌제로 가려고 하고 있어요. (주제에 따라 작업했던) 초반에는 주변 분들을 보며 ‘어? 이런 일도 하네?’ 싶은 분들에 주목했어요. 다들 아는 직업보다 생소한 직업들, 유니폼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는 직업군을 찾고 있죠.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한글 서체를 디자인하는 채희준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하게 될 것 같아요.
작업복을 떠올리면 막연히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는데 WORKWORK의 작업들은 그 고정관념을 허무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레디메이드’인 건가요?
우리가 아는 유니폼이 인식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유니폼을 마련하고자 할 때 일단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봐요. 그럼 대량생산된 옷 중에 선택하게 되죠. 유니폼 시장 자체가 작아서 우리가 알고 있는 유니폼의 모습이 비슷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직종에는 이런 앞치마가 필요한데 왜 이런 걸 입지?’ 싶죠. 또한 아까도 말햇듯 출퇴근 할 때도 입을 수 있는 멋진 옷을 위해 남들이 생각하는 유니폼에서 벗어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레디메이드가)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최근에 작업한 오더프로덕션은 어땠나요?
가장 최근에 GFFG(다운타우너, 노티드 등의 브랜드를 론칭한 F&B 기업)의 전반적인 유니폼 작업을 진행했어요. 특히 웍셔너리 작업 땐 하고 싶은 방향대로 편하게 하게 할 수 있었을 뿐더러, 매장 갈 때마다 여전히 잘 활용해주시고 계셔서 감사해요. 그 전엔 쓱SSG 배송기사분의 유니폼 작업을 했는데, 당연히 노란색을 원하실 줄 알았는데 올블랙을 제안드려도 수락해 주셨어요. 클라이언트들이 잘 믿어준 경우에 만족스러운 작업이 나와요.
다양한 직종의 직업인들과 나눈 인터뷰도 기록하고 있어요.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아침에 사 먹는 빵 하나도 얼마나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나오는지 그 이면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또한 브랜딩 하면서 영감받았던, 스터즈 터클의 ‘일’이라는 책이 있어요. 최근에 킨포크에서 나온 CEO들을 인터뷰한 책도 그 책에서 영감에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농부나 굴삭기 기사 분들과 나눈 인터뷰를 전부 서술한 책인데 시대적, 지역적인 반영이 녹아있어요. 인터뷰를 자주는 못하지만 계속 물어보고는 다녀요. 어떤 게 편하고 불편한지. 점심은 뭐 드시는지. 테이블 워커의 경우 너무 무겁게 먹으면 졸려서 가볍게 드시는 분들도 있고, 힘을 쓰는 일을 하시는 분들은 백반집에서 드시기도 하죠. 뭘 먹는지, 뭘 마시는지, 어떤 음악을 듣는지 그런 성향들이 일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며 재밌다고 느껴요. 언젠가 다양한 꿈을 가진 분들이 (이 인터뷰 아카이빙을 보고) 이 직업은 이렇게 진행되는구나 알 수 있는, 일과 관련된 것들이 아카이빙되는 브랜드였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진행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다면?
‘위크위크’라고, 시즌별로 옷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씩 소규모로 커스텀 주문을 받아 다음 달에 전달드리는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7-8월에 오픈할 예정으로, 올해 가장 큰 이슈이며 가장 단기적인 목표예요. 소규모 창업하는 분들이 이런 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다양한 선택권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프로젝트도 좀 더 자주하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있어서 일이란?
저에게 일이란 연애 같은 것. 사랑, 연애? 너무 사랑해서 빠지기도 하지만 너무 싫어서 갈아타는 경우도 있고 티격태격 싸울 때도 있잖아요. 그런 마음이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한 번 갈아타서, 지금 너무 사랑하고 있고, 한 번 싸운 적도 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면 만날 필요가 없듯이, 어떤 일도 사랑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돼요. 정답이 아닐 수도 있지요.
이두성 디자이너의 원스리스트!
‘일’과 관련해 의미 있는 물건과 취향을 탐색하는 사람을 위한 추천 아이템
아이패드로 스케치와 작업을 다 한다. 정말 감사한 물건.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직업인들과의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 가끔 한 번씩 보면서 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마음가짐을 돌아 본다.
사용자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에이프런. 처음 적용된 건 새들러하우스의 유니폼. 얼마 전 카레집에서 유니폼을 입고 식사하러 오신 직원 분들과 마주쳤는데 생각한 것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착용하고 계셨다. 또한 에이프런 자켓은 팔토시와 에이프런, 코치자켓이 결합된 느낌으로 만들었는데 SNS를 보니 스타일리쉬한 어느 분이 이걸 입고 바닷가에서 놀고 계셨다. 다양하게 활용하는 걸 보고 워크워크가 추구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했다. 단순한 앞치마를 두고도 다양하게 입어볼 수 있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는 아이템이 될 것.
글 소원
자료 협조 WORK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