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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30

코로나가 공예가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

금속공예가 모임 ‘GROUP TM’의 전시.
늘상 혼자 고민하며 작업해야 하는 공예가에게 가장 큰 자극과 위안을 주는 존재는 동료 공예가일 것이다. 금속 공예 분야에서 10년 이상 작업해 온 7명의 작가들(고혜정, 김계옥, 원재선, 이승현, 이재익, 정호연, 최윤정)은 각자의 작업을 이어가면서 서로의 작업에 대해 조언과 격려를 나누고 ‘새로운 관점의 공예성’을 고민하고 모색하기 위해 ‘GROUP TM’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작가로서의 삶을 10년 이상 지속한다는 것은 가정과 사회의 일원으로써 책임져야 할 경제·사회적 활동과 스스로의 작업 활동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하는 것과 같다. 더불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후배 작가들의 모범이 되는 작업 활동을 지속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의무와 책임을 짊어지고 있기도 하다." -GROUP TM 설명글 중에서.
전시장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의 불안정한 해체와 재구성을 키워드로 구성했다. 공간 디자인을 할 때부터 전시 집기 재료의 절감과 재활용을 염두에 두었고 실제로도 비슷한 규모의 다른 전시보다 재료를 50% 정도 절감했다. 이를 통해 팬데믹보다 더 거대한 위기에 대응하는 작가들의 작은 실천을 담았다.

 

작가들은 2018년부터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면서 해마다 한 번씩, 두 번의 단체전을 열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지난해에는 모임도, 전시도 갖지 못했다. 팬데믹 상황은 이런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작가들이 세상을 보는 시각과 작업을 대하는 마음’, 그리고 ‘제작 활동의 방법이나 순서, 노동의 형태 등’에도 영향을 끼쳤다. 작가들은 이런 변화를 작업에 ‘발전적으로’ 반영했고 이를 선보이는 전시 <부정리듬 ; 不定 RHYTHM>을 기획했다.

 

 

“코로나19는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던 그래프의 리듬을 파괴하고 전혀 새로운 곡선을 그리는 리듬을 탄생시켰다. 특히 예술 활동을 하는 우리들의 삶 속에서 그것은 안정된 반복 행동으로 이어지던 우리의 제작 활동의 리듬에 균열을 가져오고 새로운 길로 궤도를 수정하게 하였다. 이러한 삶의 정상적, 부정적 리듬이 공존하며 순환하듯 공예가의 손을 통해 무엇인가 만들어지는 과정 또한 반복(리듬)의 연속이다.” – <부정리듬> 전시 설명글 중에서.

 

고혜정의 ‘Forest.mind(숲.마음)’. 200×200×70mm, 150×150×150mm. 정은

 

고혜정

제주의 자연과 함께 유년 시절을 보낸 고혜정 작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서정적이고 섬세하게 담아낸다. 주로 금속 판재보다는 선재를 사용해 동양화의 선과 여백을 품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물방울이 맺힌 솔잎 유닛이 군집을 이루는 기(器) 형상의 작품을 선보인다. 스트레스 가득한 코로나19 시대에 우리의 마음을 치유하는 건 숲의 바람, 피톤치드, 풀 내음 등의 자연이고 이 소중한 환경을 오래 누리기 위해서는 일상의 소소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작가의 바람이 담긴 작품이다. 작가는 이번 작품의 공감감적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뮤지션과 협업해 1분 남짓의 음악을 제작했다. 작품 옆의 QR 코드를 찍으면 연결되는 URL을 통해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김계옥의 ‘Second Surface Ob’. 320×350×270mm, 440×290×300mm. 동, 옻칠

 

김계옥

김계옥 작가는 0.3mm의 가는 동선 한 줄 또는 두세 줄을 코바늘 뜨개로 ‘세포 분열하듯’ 연결해 여러 가지 패턴을 짠다. 이렇게 엮어낸 피부(표면)는 ‘어떤 기억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 마치 의식 속에 현존하지만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부재된 것들의 공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람들 간의 소통 방식과 정서적 관계가 크게 달라진 코로나19 상황에서 사물의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엮어낸 ‘기(器)’를 선보인다.

 

원재선의 ‘Accumulated Times’. 48×58×20mm, 100×102×17mm. 정은, 스테인리스 스틸, 실

 

원재선

원재선 작가는 ‘동일성의 개념이 아닌 정제된 차이로서의 반복이 응축된 결과물인 선’을 무수히 반복하고 변주해 하나의 공간과 추상적인 형태를 구축한다. 그리고 강한 물성을 지닌 금속에 부드러운 색실을 한 올 한 올 감아서 무채색의 금속에 리듬감을 주면서 두 매체의 상반된 성질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규칙적인 선을 비틀고 엇갈리게 하거나 색을 변주해 코로나19 이후에 맞닥뜨린 ‘부정리듬’을 표현했다.

 

이승현의 ‘Patchworked Texture: Pray for’. 220×220×240mm, 280×160×260mm. 동, 옻칠

 

이승현

이승현 작가는 직접 만든 10여 종의 ‘무늬망치 Texture Hammer’로 금속판을 찍어 여러 자국(패턴)을 만든 다음 금속판을 휘고 접고 패치워크해서 기물의 형태를 만든다. 이때 시접을 바깥으로 내는 특유의 용접법을 사용한다. 작가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망치 자국을 찍어내 완성한 기물들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하부는 좁고 길고 상부는 넓게 벌어지는 형태는 고대부터 기원을 위해 사용된 조형물이나 제기의 형태에서 차용했다.

이재익의 ‘Transition’. 424×424×526mm, 320×315×308mm. 동, 금박, 포슬린 안료

 

이재익

이재익 작가는 형태가 미묘하게 다른 금속 판재를 이어붙여 울퉁불퉁한 달항아리를 만든다. 알에서 깨어나는 생물의 표피나 허물을 벗는 생명체의 표면을 연상시키는 비정형의 달항아리를 통해 생명체가 현실에 적응하면서 생존하기 위한 모습을 형상화한다. 작가의 작업에서 풍성한 양감은 생명의 변이와 진보를 표현하기 위한 핵심적인 요소인데 이번 전시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암울한 상황을 반영하는 하향 곡선(양감에 대비되는)을 형태적으로 표현했다. 큰 충격을 받은 것처럼 일그러지고 찌그러진 달항아리는 용케 균형을 잡고 서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다시 일어서고 회복하는 긍정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정호연의 ‘Extended Time’. 90×130×70mm, 150×130×70mm. 폴리에스터 메시, 오간자

 

정호연

정호연 작가는 얇고 비치는 폴리에스터와 오간자를 여러 장 겹쳐서 시간의 다양한 층위를 표현한다.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의 조각들을 다양한 각도로 결합해 지금껏 쌓아온 가벼운 순간들이 모여 가치 있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간 하나의 면으로 표현한 것을 여러 갈래로 나누고 갈라서 면을 연장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느껴지는 ‘확장된 시간’을 표현했다. 어둡고 차분한 색감은 이런 상황에 대한 작가의 부정 감정을 보여 준다.

 

최윤정의 ‘숨 주머니’. 85×120×50mm, 75×83×28mm/84mm. 특수 플라스틱, 정은

 

최윤정

최윤정 작가는 특수 플라스틱과 3D 프린팅 기법을 사용해 ‘숨’의 이미지를 가볍고 유연하면서 견고하게 담아낸다.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는 생명체를 부드럽고 둥글게 부풀어 오른 형태로 표현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생명의 근원이자 작가 작업의 원천인 ‘숨’은 질병의 매개체로 치부되어 마스크 뒤편에 갇혀버렸다. 그렇지만 작가는 여전히 온기를 머금은 따뜻한 숨을 ‘주머니’의 형태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숨 주머니’ 시리즈는 작가의 바람대로 일상을 원래의 리듬으로 되돌려 주는 ‘토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박진영

자료 협조 GROUP TM

장소
갤러리 도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 37)
일자
2021.06.23 - 2021.07.06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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