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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4

좋아하는 일을 솔직하고 즐겁게, 공그림 작가

그림 그리는 타투이스트
지웅파인아트갤러리에서는 공그림 작가의 개인전 〈Call me by your name〉이 열리고 있다. 회화 작업에 집중한 이번 전시는 여름의 열기가 떠오르는 동명의 소설과 영화처럼 바르셀로나의 밝은 햇살과 일상의 설렘을 포착한 그림과 사진으로 가득하다.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공그림 작가의 타투를 보면 화사한 봄날의 파티같다. 싱그럽게 피어오른 꽃과 몸의 라인을 따라 자유롭게 그려진 선. 그리고 파스텔로 그린 듯한 터치감까지. 타투도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걸 공그림 작가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알았다.

 

타투에 대한 인식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공그림 작가는 기존과 다른 스타일을 보여줌으로써 타투의 또 다른 편견을 넘도록 도와줬다. 그리고 회화라는 영역에 도전하며 더 새로운 세계를 보여준다. 이렇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그의 그림 덕분이다. 사람의 피부 위에 대범하게 자란 꽃과 나무처럼 공그림 작가의 작업 세계는 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Interview with 공그림 작가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타투이스트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닌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친구 소개로 타투이스트의 세계를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타투를 배우면서 아날로그적인 면이 저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었는데 그림 외에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타투는 피부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내 도안을 잘 표현하는 것에만 집중하면 되었어요.

 

 

작업으로서 타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과정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요. 타투는 진입장벽이 있지만 그를 넘어서면 회화와 매우 비슷해요. 제 손으로 그린 그림이 점점 완성되는 과정에서 성취감은 물론이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사람 피부에 질감을 표현한다는 건 흔히 경험할 수 없는 작업이잖아요.

 

 

타투하기 전에 몸에 도안을 맞춰서 스케치하는 전사 작업을 거쳐야 하죠?

형태가 분명한 부분만 전사하고 꽃줄기나 라인 같은 부분은 고객 바디 라인에 맞춰서 자유롭게 그려요. 그래서 다른 타투이스트에 비해서 전사 과정이 짧은 편이에요. 다행히 고객들도 자유로운 느낌을 좋아해서 제 작업방식을 이해해 줘요. 극사실적인 타투와 달리 제 타투는 형태를 뚜렷하게 예상할 수 없기에 그리는 저도, 그를 받아들이는 고객도 열려 있어요.

 

 

타투는 몸에 평생 남는 것이기에 고객과의 조율이 꼭 필요하죠?

영원히 남는다는 점은 타투의 매력이자 벽이기도 해요. 그래서 고객 의견을 존중하고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해요.

 

 

고객들을 머뭇거리게 하는 제일 큰 요소는 뭔가요?

크기예요. 크기는 말로만 설명하면 실제보다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전 직접 그려서 보여줘요. 생각보다 많이 크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예쁜 디자인을 위한 필요한 크기라고 설득해요. 직접 보여줌으로써 이해하는 고객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더 큰 타투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타투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도안이 고객의 이미지와 타투를 새길 부위와 잘 어울리느냐’요. 고객의 이미지, 바디 라인을 생각하지 않고 타투이스트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면 타투가 복잡해져 덜어내고 비워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파스텔로 그린 듯한 터치감은 공그림의 시그니처 스타일이 되었어요. 나만의 스타일을 개발하고 정착시키기까지 만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실력이 좋은 타투이스트가 많아서 이 업계에서 아무도 따라 할 수 없는 나만의 영역을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었거든요. 초기에는 색연필로 작업했는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그리기에 한계가 있었어요. 묘사보다는 감성을 건드리고 남들이 따라 할 수 없는 스타일이 되려면 더 회화적이고 색다른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찾은 재료가 오일 파스텔이에요.

 

 

오일파스텔의 매력은 뭐였나요?

오일파스텔은 어떤 강도로, 어떻게 그리는지를 바로 보여주는 솔직한 재료예요. 그런 부분이 저와 잘 맞았어요. 작은 일에 연연하지 않고 크고 넓게 생각하는 성격이 재료에 반영된 것 같아요.

 

 

또 다른 특징으로 화사하면서 생동감 있는 색을 꼽을 수 있죠.

색감은 어릴 때부터 보고 느끼고 기억한 것들이 쌓여서 이룬 결과인 것 같아요. 지금도 색 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중점으로 봐요. 눈에 들어오는 순간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고, 옷의 패턴이나 니트의 짜임새와 같이 예쁜 형태를 발견하면 사진으로 남겨요. 영화를 볼 때도 화면구성과 색감을 위주로 보고요.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타투와 함께 회화 작업도 하죠. 두 작업을 할 때 다른 점이 있나요?

타투는 최대한 고객을 우선시하고 전체적인 흐름을 생각하면서 부담스럽지 않게 표현하려고 해요. 하지만 회화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 지금 제 손과 감각이 이끄는 대로 그리는 것에 더 집중해요. 그리고 타투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스타일과 방향을 보여주려고 하고요.

 

두 작업에서 추구하는 표현도 다르겠네요.

타투는 디자인과 비슷해요. 꽃을 보여줘야 한다면 확실히 꽃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형태를 고려해서 도안을 그려야 하죠. 하지만 회화에서는 꽃 한 송이를 그려도 자유롭게 그릴 수 있어요. 꽃처럼 보이지 않는 꽃을 그려도 되고, 조금 더 힘을 빼서 느슨하게 그리거나 타투에서 사용하지 않은 색을 사용해도 되고요. 그래서 참았던 욕구를 다 푸는 것 같아요.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의 크기가 크더라고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크게 그리고 싶었던 것을 마음껏 그려보자는 마음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처럼 작업했어요. 과일 같은 경우, 흔한 소재이지만 멋 부리지 말고 내가 하고 싶은 터치와 색감으로 표현해보자는 마음으로 그렸고요.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들은 기존보다 더 애정이 들어간 것 같아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찍은 사진도 전시되어 있어요.

여행 겸 작업을 위해 한 달 반 정도 다녀왔어요. 경험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 편이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어요. 일부러 유명 관광지보다는 주민처럼 동네를 걸어 다녔어요. 타투 작업도 타투 스튜디오가 아니라 좋아하는 장소를 빌려서 작업했죠. 밝고 화사한 공간에서 고객과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작업했는데 고객들도 색다른 경험이었다면서 좋아했어요.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가 있었나요?

저에게 타투를 받았을 때의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해요. 도안만큼 타투를 받았을 때의 공간과 분위기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SNS를 통해 보여지는 제 타투는 밝고 화사한데 작업실은 어둡다면 저도, 고객도 만족하지 못할 거예요. 내 타투가 진심으로 통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면 그림과 경험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작업실 역시 저만의 분위기가 느껴질 수 있도록 꾸몄어요.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다른 영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는 적어요.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로서 책임감도 있을 것 같아요.

제 영역을 확장함으로써 타투이스트도 더 다양하고 멋진 작업을 할 수 있는 아티스트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타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분위기가 남아있어요. 그렇기에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업을 끊임없이 보여줌으로써 타투와 타투이스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어요. 하지만 어렵게 작업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에 도전해보고, 하고 싶은 작업을 마음껏 보여주고 싶어요. 본업 외에 다른 분야에 도전하는 걸 어렵게 여기는 작가도 있어요. 하지만 절대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도 좋아하고 재미있는 걸 하자는 마음을 기준으로 꾸준히 하다 보니 어느새 많은 사람이 알아봐 주고 좋아해 주는 단계에 오른 거예요.

 

 

한편으론 스타일을 모방하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종종 저와 비슷한 스타일로 작업하는 분들을 발견해요. 그럴 때마다 내 스타일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죠. 스타일이란 단순히 그림체, 색감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림 속에 담긴 철학을 의미해요. 언제나 제 생각과 감정을 표출한 그림을 더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바탕으로 작업하거든요. 이 마음을 타인이 따라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미지 출처: 공그림 작가 인스타그램 (@gong_greem)

지금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도 있나요?

타투는 그동안의 작업을 보고 찾아오는 거니까 고객이 저에게 원하는 스타일이 있어요.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틀에 갇히게 될 거예요. 그래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고 싶은데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어떤 스타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꽃을 그려도 이게 무슨 꽃인지 궁금할 정도로 회화적 표현이 더 강한 도안을 그리고 싶어요.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좋아해서 이를 타투 도안으로도 표현하고 싶고요.

 

 

새로운 스타일의 도안을 빨리 보고 싶어요. 앞으로 더 하고 싶은 작업이 있나요?

제가 그린 그림이지만 타투, 회화 등 장르마다 어울리는 그림이 따로 있더라고요. 그래서 각 장르에 맞는 그림을 잘 찾아서 영역을 확대하고 싶어요. 리빙 제품처럼 실생활에 녹아드는 작업도 좋고요. 타투는 질감 표현에 더 초점을 맞춰서 작업하고 싶어요. 또, 회화는 스토리를 읽을 수 있는 작업을 해서 시각적으로 소비하는 그림이 아닌, 제가 지향하는 방향성과 철학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싶어요.

허영은 객원 필자

Art
허영은
다양성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래서 숨겨진 이야기들을 찾아내서 보고, 듣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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