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30

경주를 걷다, 경주와 걷다

새롭게 오픈한 유니클로 경주점과 경주 디자인 스폿들

완만한 곡선의 능 사이로 흐르는 함축된 시간, 기세 좋게 뻗은 소나무와 고고하게 치켜 올라간 기와지붕이 선사하는 선의 미학, 시내를 관통하여 흐르는 형산강과 그곳에서 뻗어져 난 작은 천들. 그 위로 놓여진 수많은 다리. 992년 신라 역사를 체험하는 수학여행지에서 바이브 넘치는 카페와 바, 서점이 즐비한 황리단길로 여전히 사랑받는 경주의 풍경이다. 경주 사람들도 경주를 여행한다는 말처럼 경주는 매일 새로운 영감과 에너지를 선사하는 곳일 테다.

유니클로 경주점의 외관. 점호는 경주에서 활동하는 서예가 도홍 김상지가 썼다.
 

호젓하고 아름다운 경주에 유니클로 경주점이 첫 번째 매장을 오픈했다. 황성동에 자리 잡은 경주점은 보다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는 교외형 매장으로 황리단길에서는 차로 10분 남짓 걸리는 곳에 위치한다. 넉넉하게 마련된 1층 주차장에서 매장이 있는 2층으로 올라오다 보면, 경주에서 활동하는 서예가 김상지가 쓴 한글 점호가 이곳의 존재감을 빛낸다. 매장 공간은 단층이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지 않아도 한눈에 모든 컬렉션을 살펴볼 수 있어 동선상으로는 조금 더 편하다.

“라이프 인 경주

유니클로는 경주점을 오픈하면서 단순히 매장을 오픈하기 보다 경주 지역사회에 어떻게 어울릴 것인지부터 고민했다. 매일 경주에서 아침을 맞고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 그들의 일상에 녹아들어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에 나선 것이다. 이는 지난 부산, 대구에서 펼친 지역 친화 캠페인과도 맥을 같이한다. 유니클로는 앞서 경주 청년센터에서 운영하는 면접 정장 무료 대여 사업에 면접 정장 100벌을 기부하는 한편, 경주의 아름다운 풍경과 일상을 소개하는 책자 <​​라이프 인 경주, 라이프웨어 유니클로(Life in GYEONGJU, LifeWear UNIQLO)>를 만들고 전국 매장에 배포했다.

유니클로는 지역사회 협업 캠페인의 일환으로 부산, 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다룬 책자 및 지역 편집숍과 협업한 티셔츠를 선보였다. 경주는 세 번째로 이번 경주점에서는 세 도시의 책자, 티셔츠, 지역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일러스트레이터 옥근남과 협업한 경주 스페셜 티셔츠.

매장에 들어서면 입구 근처 전시 존에 그간 진행한 지역사회 협업 캠페인 소개는 물론 책자와 협업 티셔츠를 살펴볼 수 있다. 매장 곳곳에 책자와 관련된 내용을 녹여낸 포인트도 찾을 수 있다. 경주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이 만든 물건이나 대표 굿즈들을 함께 전시한 것. 경주 지역의 핫한 카페인 스펑크커피는 디자인 스튜디오 서비스센터와 협업한 커피잔을, 연도예의 권은희 도예가는 직접 만든 접시를 선보였다. 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착장한 의류들도 함께 비치해 무형의 콘텐츠에서 유형의 제품까지 경험을 이어지도록 한 점이 인상 깊다.

스펑크커피의 커피잔(왼)과 연도예권은희 도예가의 작업들. 인터뷰 페이지 아래에는 그가 화보에서 입은 의류를 함께 전시했다.
김상지 서예가가 쓴 대형 작품과 경주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된 공간.
 

계산대 뒷편 전시존에는 김상지 서예가가 직접 쓴 커다란 작품이 걸려 있다. 정직하게 눌러 쓴 ‘라이프 인 경주, 라이프웨어 유니클로’라는 제목과 함께 경주점의 경영 원칙을 담았다. 그 옆으로는 캠페인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일상의 풍경들이 자리한다. “결제하려고 계산대 앞에 줄 서 있으면, 가장 많이 시선이 가는 곳이 계산대 뒷편이에요. 시즌룩이나 브랜드 영상보다는 경주점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선이 머무는 위치에 전시존을 마련했죠.” 유니클로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니클로는 심플한 디자인과 좋은 원단, 합리적인 가격의 일상복을 선보이는 브랜드다. 일상에서 편하게, 매일 입는 옷이기에 라이프스타일에 방점을 둔다. 유니클로에서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 때 그들의 행보를 살펴보았어요. 그중 모두를 위한 옷의 모토가 마음에 들었어요. 이런 철학을 가진 곳이라면 함께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상지 서예가의 말이다. 경주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유니클로의 발걸음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니클로 경주점

장소: 경주시 황성동 821-9

시간: 월-목 : 11:00 – 20:30 / 금-일 : 11:00 – 21:00

오픈 이벤트 기간: 4월 28일(목) ~5월 4일(목)

※4월 28일(금)~4월 30일(일) 3일간 오전 10시 오픈

| 구매 고객에게 경주 지역 전통 디저트 카페 ‘가봉반과’ 화과자, 유명 로컬 프랜차이즈 ‘커피명가’ 커피 선착순 증정

 

호젓하게 걷는, 경주 로드

경주에 방문한다면 어딜 가야 할까.
유니클로와 헤이팝이 찾은 경주 보석 같은 공간들.
한옥의 호젓함을 느낄 수 있는 고도 카페. 이곳의 반려묘 조나단과 너구리가 깜짝 등장할지도 모른다.
고도 카페 한 켠에는 책자가 비치되어 있다. ​
| 커피 향과 정취에 취하는 한옥 카페
 고도커피

대릉원 돌담길 맞은편에 자리한 고도 커피는 마주하는 풍경만큼이나 느긋하게 머무를 수 있는 경주의 상징적인 카페다. 한옥 스타일의 카페는 내관과 외관 모두 단정하다. 특히 날씨가 좋은 날은 카페 외관을 따라 설치된 야외 벤치에서 돌담 위로 봉긋 솟은 능을 바라보며 커피 마시기 좋다. 한효림 대표는 활짝 열린 창과 이어진 브루잉 바에서 돌담길을 거니는 이들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고, 향긋한 커피를 건넨다. 옷차림은 그 사람을 대변하기도 하죠. 편하고 자유로운 옷차림을 선호하는 것처럼 이곳도 사람들에게 편안한 곳이 됐으면 해요. 편안하고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유니클로의 정서와 고도 커피가 품은 따스한 배려는 꼭 닮은 듯하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편안한 휴식 속 특별한 커피 한 잔을 누리고 싶다면 이곳으로 발걸음 해보길.

 

고도커피

장소: 경주시 손효자길 22

운영 시간: 11:00~18:00 (매주 수요일 휴무, 주말 19:00까지)

 

| 어디에도 없지만 경주에는 있는

 서점, 어서어서

경주 황리단길 메인 거리에는 돋보이는 문학 큐레이션과 브랜딩으로 화제가 된 서점이 있다. ‘어디에나 있는 서점’이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인 어서어서는 양상규 대표의 사적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소설, 에세이, 시집, 사진집 그리고 직접 창간한 잡지 <LOPLE>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서적으로 채운 공간은 어느새 경주를 찾는 이들의 든든한 아지트가 되었다. 경주에 문화재는 많지만 문화가 없어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문화 자양분을 삼을 수 있는 곳들이 더욱 많아지면 좋겠어요. 경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양대표의 말이다. 성인이 된 이후 책을 사본 경험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책과의 인연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는 북카페, 북스테이처럼 책과 친해질 수 있는 공간도 꿈꾼다. 5월에는 편하게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이어서’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니 함께 둘러봐도 좋겠다.

 

어서어서

장소: 경주시 포석로 1083

운영 시간: 주중 11:00 ~19:30, 주말 10:00~21:00

 

| 우아하고 수려한 아름다움

 월정교

낮과 밤, 우아하고 수려한 아름다움으로 경주를 빛내는 월정교는 세계에서 몇 없는 최대 규모의 누교(樓橋)다. 누교란 다리 위에 누각이 있거나 회랑식 건물이 다리 전체를 덮고 있는 다리 형태를 말한다. <삼국사기> 기록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 19년(760년)에 축조된 것으로 당시 국왕의 궁궐인 경주 월성과 건너편의 남산을 잇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불타 없어진 뒤 교각만 남았던 월정교는 지난 2018년 공식 복원되며 경주의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회랑을 걷노라면 복잡했던 생각은 사라지고 편안한 감정이 천천히 차오른다. 유유자적 흐르는 남천과 웅장한 월정교를 따라 걷다보면 근방에 있는 경주 교촌 한옥마을, 내물왕릉, 첨성대까지 물 흐르듯 닿을 수 있다.

 

월정교

장소: 경주시 교동 274

 

| 세대를 이어, 경주와 함께 숨 쉬는 미술관

 우양미술관

1991년 선재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우양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김종성의 대표작이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역사 있는 사립 미술관 중 하나다. 개관을 지켜본 세대에게 지금도 거기 대우 미술관!으로 불리며 부모가 아이들을,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자녀의 손을 잡고 방문하는 경주 시민의 추억이 쌓인 곳이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양미술관은 국내외 미술계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현대미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아티스트, 장 줄리앙의 회고전, <장 줄리앙: 여전히, 거기(Jean Jullien: Still, There)>이 열리는 중이다. 우양미술관의 이지우 학예사는 작년 서울에서 열린 회고전보다 규모 면에서도 조금 더 커졌고, 장 줄리앙의 동생 니코 줄리앙의 협업 전시 섹션도 추가되었습니다. 회화 작품의 경우 한국의 풍경을 담은 작업을 포함 약 80% 신작으로 교체되어 이미 전시를 보았던 관람객들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우양미술관

장소: 경주시 보문로 484-7

운영 시간: 10:00~18:00 (마지막 입장 17:30, 전시 교체 시 휴관)

 

일필휘지, 거침없이 써 내려가는 김상지 서예가. 행복만당 곳곳에는 그가 매일 마음속에 새기고픈 글귀가 적혀있다.
| 복을 실천하는 서예

 서화평생교육원, 행복만당

행복만당은 청년 서예가, 도홍 김상지가 운영하는 서화평생교육원이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서예를 접한 그는 처음부터 서예가가 자신의 업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2019년 한국미술대전 서예 부문에서 그는 역대 최연소 대상을 수상했다. 행복만당은 제가 추구하는 인생의 가치관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행할 행(行)자를 써서 복(福)을 행한다는 의미가 있죠.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불문 서예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단순히 배움보다는 치유의 과정이기도 하다. 서예를 시작하고 일상의 우울함을 떨쳐낸 수강생도 여럿이라고. 붓을 잡은 동안은 아무런 생각이 안 납니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뿐이죠. 부산 출신인 그가 경주에서 터를 잡게 된 이유를 물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다니면서 경주에 살게 되었어요. 느릿하고 호젓한 경주에 매력을 느꼈고 예술을 하려면 경주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김상지 서예가는 유연하다. 그는 전통 서예에 통달하지만, 자유자재로 글을 쓰며 창작 활동을 한다. 캘리그래피와 서예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유니클로의 대형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소통이었어요. 유니클로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바를 내가 먼저 공감해야 잘 쓸 수 있으니까 글을 수백 번 읽었지요. 내가 살아가는 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지역민들과 함께 상생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고 최대한 정성스럽게 쓰자, 진심을 넣어 쓰자는 생각으로 작업했죠. 서예 인구 절벽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정진하는 즐거움, 수양을 전하려는 그는 오늘도 이곳에서 붓을 잡는다.

 

행복만당

장소: 경주시 소금강로 54 213동

문의: 054-776-0514

 

진행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이소진 수석 기자·콘텐츠 리드, 김가인 기자

사진 표기식

자료 제공 및 협조 유니클로

이소진
헤이팝 콘텐츠&브랜딩팀 리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라이프스타일, 미술, 디자인 분야의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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