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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5

마르세유 현대미술관의 화려한 부활

전시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 발전을 위한 실험의 공간으로
프랑스 제 2의 도시 마르세유는 지금까지 문화라는 키워드보다 휴양 또는 산업이라는 키워드가 더 어울렸을 지도 모른다. 지중해를 접한 유럽 3위 규모의 항구를 가진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Provence-Alpes-Côte d'Azur) 지방 최대의 상업도시. 하지만 2013년 유럽 지중해 문명 박물관(MuCEM)의 개관과 함꼐 유럽 문화 수도로 임명되는 것을 계기로 마르세유 시는 점점 문화시설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ac] © W.Squitieri

4년 간의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지난 4월 7일 개관한 현대미술관 [mac](Musée d’Art Contemporain)은 이런 시의 야망을 잘 보여준다. 전시 공간의 두 배로 늘리는 공사를 마친 건물은 1970년대 후반 독일인 아트 컬렉터 귀스타브 라우(Gustave Rau)가 자신이 수집한 미술품 수장고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그리고 1992년 마르세유 시에 기증되면서 오늘날의 현대미술관 [mac]이 탄생하게 된 것.

 

미술품 보관을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오늘날 현대미술관이 지향하는 아아코닉한 건축적 디자인 요소는 없지만 넓은 직육면체의 공간이 차례대로 나열되어 있어 직관적인 관람이 용이하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만 [mac]이 가장 자랑하는 부분은 건축물보다 세계적 수준의 방대한 컬렉션이다.

 

이는 파리를 제외하면 생테티엔, 그로노블과 함께 프랑스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마르세유 출신의 조각가 세자르(César)의 작품은 물론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e), 아네트 메사제(Annette Messager), 이브 클랭(Yves Klein),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등 메이저 작품들이 가득하다. 그 중 루이 암스트롱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스키아의 작품 ‘King of the Zulus’는 1986년 바스키아의 첫 파리 전시에서 마르세유 시가 30,000프랑 (약 8,500유로) 에 구입한 것으로 현재 바스키아의 가장 비싼 작품 중 하나로 뽑힌다.

영구 컬렉션 전시장 © Ville de Marseille

그렇게 이번 리노베이션은 미술관이 보유한 방대 하면서 높은 수준의 컬렉션을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총 500만 유로(약 72억)의 금액이 투자되었고, 2,500m2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확보하면서 영구 전시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의 수를 최대 130점 까지, 이전과 비교하면 두 배로 늘릴 수 있게 되었다. 전시장 천장에는 마르세유의 강열한 자연광을 전시 기획자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도록 블라인드 기능이 있는 유리창이 설치되었다. 자연광 그대로의 노출이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인 전시에는 빛이 내부로 전부 통과하도록 할 수 있는데 이번 재개관을 알리는 초대전, 파올라 피비(Paola Pivi)의 ‘이건 내 일이 아니라 너의 일이야. (It’s not my job, it’s your job)’ 에서는 강렬한 자연광 아래 화려한 컬러를 뽐내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입구 설치물 전경 Paola Pivi. It’s not my job, it’s your job / Ce n’est pas mon travail, c’est votre travail présentée au [mac], musée d’art contemporain de Marseille 7 avril au 6 août 2023 Courtesy Perrotin and the Artist © Crédit photo : Ville de Marseille
Paola Pivi. It’s not my job, it’s your job / Ce n’est pas mon travail, c’est votre travail at [mac] musée d’art contemporain de Marseille,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 Hugo Glendinning

[mac]은 왜 재개관에 맞춰 이탈리아 아티스트 파올라 피비의 전시를 기획했을까? 마르세유는 역사적으로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을 안고 있는 도시다. 최근 문화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는 이유도 이런 도시의 어두운 면을 개선하기 위해서인데 그러려면 미술에 대한 관심이 없는 대중까지 끌어들일 수 있는 일명 ‘쉬운’ 전시가 필요하다. 전시 제목과 동일한 파올라 피비의 작품 ‘It’s not my job, it’s your job’의 다양한 색상의 깃털로 만들어진 대형 곰과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들은 미술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누구나 참여하고 싶고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싶게 만든다. 인스타그램용 전시라는 비난도 있지만 새롭게 개관하는 미술관 홍보를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선택은 없지 않을까?

 

미술관 입구에서부터 환영의 인사를 하는 듯한 깃털이 달린 돌아가는 자전거 바퀴 설치물은 다양한 스타일의 새 깃털이 공중에서 소용돌이 치며 부드러운 이미지와 환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전시장으로 입장하면 천장의 유리를 통해 파란 하늘이 보이고 그 아래 핑크색의 북극곰이 재주를 부리는 모습으로 매달려 있다. 그 모습은 시각적으로 무척 강렬한데 남 프랑스의 뜨거운 태양까지 한 몫 거든다. 태양 아래서 재주 부리는 북극곰의 모습이라니.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사실 장난스러운 태도의 이상한 곰들을 대하는 관객들은 심각하기보다 즐겁다. 실제 오프닝 날 방문한 사람들 중 파올라 피비 작품에 맞춰 핑크색 의상을 일부러 차려 입고 온 모습이 자주 포착됐으니 예술로 대중을 유혹하는데 성공한 것임이 틀림없다.

 

이번 전시를 위해 작가가 특별히 새로 제작한 ‘프리 랜드 스케이프(Free Land Scape)'(2023)는 인터렉티브 설치물로 관객은 신발을 벗은 후 미술관에서 제공하는 형광 핑크색 양말을 신고 데님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파도 위로 올라타야 한다. 직접 참여하지 않고 구경만으로도 즐거우니 이 순간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모습이 연달아 연출된다. 예술을 사회의 불균형에 직면한 경고의 도구로 사용하는 작가의 메시지는 미술관을 방문하도록 유혹한 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이미 개관 전 학생들의 단체관람 신청이 거의 다 매진되었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기대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프리 랜드 스케이프Free Land Scape, 2022 © Hugo Glendinning.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rrotin.

현재의 문화를 직면하고 그 문화가 만들어가는 이벤트를 그대로 보여주는 아방가르드성 접근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인 [mac]은 상징적인 개관전을 시작으로 문을 활짝 열었다. 현재 마르세유 문화 정책의 새로운 챕터와 함께 현대미술관의 새 챕터 역시 활발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양윤정 객원 필자

장소
마르세유 현대미술관
주소
69 avenue d’Haifa, 13008, Marseille
시간
화 - 일 9:00 - 18:00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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