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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14

사막에 펼쳐진 아티스트의 작품들

거대한 규모의 작품 선보이는 ‘데저트 X 2023’
사막이라는 공간은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느낌을 갖게 만든다. 산, 바다, 계곡 등과 같은 자연 환경은 주변에서 접하기 쉽지만, 사막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한정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와 더불어 사막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다른 곳에 비해 특별하다고 말할 수 있다.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의 산맥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거기에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낮과 달리, 밤은 온몸이 떨리는 한기로 가득하다는 점도 신비롭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황폐한 사막은 그래서 예술의 상상력을 펼쳐내는 공간으로 매우 잘 어울린다.
사진 출처: facebook.com/coachella/

미국 캘리포니아 주 콜로라도 사막에는 코첼라 밸리(Coachella Valley)가 있다. 이 이름이 어딘가 익숙하다면, 맞다. 이 곳에서는 매년 4월에 세계적인 북미지역 음악 페스티벌 중 하나인 ‘코첼라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이 열린다. 시작은 록 음악 아티스트들이 공연의 중심이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힙합, 팝,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자리로 변모하며 전 세계 사람들을 열광시키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에게는 블랙핑크를 비롯한 케이 팝 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페스티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화려한 음악 공연뿐만 아니라 현재 예술계의 트렌드를 느낄 수 있는 아티스트들의 작품도 함께 만나볼 수 있기에,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코첼라 밸리에는 음악 페스티벌 외에도 다양한 예술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중이다. 도심과 거리가 있어 접근성은 좋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규모의 작품을 자유롭게 전시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심 속 갤러리라면 생각하지 못할 다양한 작품들이 사막에 펼쳐지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올해로 네 번째 진행되는 데저트 X(Desert X) 또한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지난 3월 7일부터 5월 7일까지 두 달간 진행 중이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데저트 X는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비영리 자선 단체가 2017년 첫 선을 보인 이래 2년 마다 진행하고 있는 비엔날레 형식의 예술 전시다. 이 단체는 사막 위치, 환경 및 토착 공동체의 조건에 의미 있게 반응하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술적, 역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해 문화와 공동체 간의 대화와 이해를 촉진하는 문화 교류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전 세계의 저명한 예술가들의 장소 특정 설치를 통해 사막 환경과 관련된 국제 현대 미술 전시회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운영 기간은 짧지만 사막 환경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과 동시에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의식 있는 화두를 던지는 전시 큐레이션으로 다른 비엔날레 못지 않은 화제성을 가진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원형(原型)과 달리 사막은 물이 없다고 정의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막의 풍경은 물의 기억에 의해 형성됩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전시의 올해 주제는 ‘물’과 기후 위기에 따른 글로벌리즘(Globalism)*의 ‘변화’로 정의되었다. 전시 운영 측은 “데저트 X 2023은 물을 잊지 않습니다.” 라며 “극한 상황에서 우리의 생존 구조는 기후의 물리적 적응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에 의해 점점 더 형성되는 세계에 형태를 부여되는 사회적 구성과 그에 뒤따르는 정치적, 경제적 이주를 말하고 있습니다.”라며 전시의 주제를 정한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리즘: 세계 통합주의, 1970년대부터 시작된 환경, 천연자원, 인구문제, 개발 등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 할 전 세계적인 문제들을 현재화하여 의식화하고 우선적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운동 및 연구. 글로벌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 국가, 지역 등이 모두 힘을 합해야 한다는 것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전시를 기획한 다이애나 캠벨(Diana Campbell)은 “이 전시는 우리의 에너지가 우리 지역에서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 이상으로 전이되는 방식을 보여주는 예술적 개입의 모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며 “사막에서 범람원에 이르기까지 외부 세계의 가혹함으로부터 우리의 마음과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와 전술을 찾고, 만들고, 개발하는 것은 생존에 필수적입니다.”라고 말하며 사막에서 이루어지는 전시의 성격을 드러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작가 12명이 참가한 전시에서는 기후에 대한 현재 우리의 상태와 이를 대하는 자세를 표현한 거대한 규모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여러 전시 작품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미국 조각가 매트 존슨(Matt Johnson)의 작품이다. 여러 개의 컨테이너 박스를 세워놓은 그의 작품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산과 사막의 풍경 속에서 이질감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자연스럽게 사로잡는다. 그가 작품을 위해 컨테이너 박스를 선택한 것은 2021년 화제가 되었던 수에즈 운하 사건 때문이었다. 2021년 3월 23일 초대형 컨테이너 화물선인 에버기븐 호가 수에즈 운하에서 좌초되면서 6일 동안 세계 무역이 중단된 사건을 되새김질하는 이 작품은 전 세계가 해결해야 할 거대한 문제들이 산재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매트 존슨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산업에 쓰이는 자재로 만든 작품은 더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작품은 그림, 조각, 디자인 및 건축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영국계 방글라데시 예술가 라나 베굼(Rana Begum)의 작품이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철창을 미로처럼 코첼라 밸리 주변에 흩트려 놓으면서 환원적 구속이 아닌 확장된 탈출의 길을 제공하는 방법을 주목한다. 이 작품에서는 관객조차 작품의 일원으로 존재한다. 이렇게 주변 환경과 관람객을 통해 수시로 변화를 겪는 작품을 모습을 통해 살아가는 것의 어떤 것도 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거대한 반원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압도감을 느끼게 하는 설치 작품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토크웨이스 다이슨(Torkwase Dyson)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이다. 작가는 몸 속의 물의 기억과 사막의 물의 기억을 연결하는 시적인 명상의 역할을 하는 기념비적인 조각품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이 작품은 관객으로 하여금 우리를 둘러싼 강과 바다와의 신체적 상호 연결을 고려하도록 촉구한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환경 활동을 수용하는 예술가인 로렌 본(Lauren Bon)은 햇빛을 에너지로 대사 시키는 식물과 지구상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가장 큰 동물인 대왕 고래로부터 영감을 받아 방문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시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염분이 높아 대부분의 어종이 살 수 없는 것으로 유명한 솔턴 호수(Salton Sea)의 물이 고여 있는 공간 한 가운데에 전시된 것은 대왕 고래의 심장을 본 떠 만든 철제 조각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예술가들이 사회의 파괴 능력과 같은 수준으로 창조해야 할 필요성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이 물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과 더불어 사막이 한때 바다였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카위야(Cahuilla) 부족의 지도자이자 대학교수, 예술가로 활동 중인 제럴드 클라크(Gerald Clarke)는 사람들이 찾기를 포기했던 지식을 되새겨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북아메리카 부족이 계승하고 있는 전통 바구니 짜기 양식과 미국 보드 게임의 언어를 사용하여 사막 한 가운데에 독특한 패턴을 남겼다. 관람객들은 작품 위를 걸으며 사막의 풍경을 달리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멕시코의 시각 예술가인 엑토르 자모라(Héctor Zamora)는 은색 풍선을 통해 코첼라 밸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유동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이곳에 있는 노점상과 협력하여 완성된 이 작품은 놀랍게도 노점상이 관람객에게 은색 풍선을 파는 것이 전부다. 이는 사람마다 재료를 다르게 사용하게 됨으로써 규칙을 깨고 표현과 개성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사진 출처: desertx.org/dx/dx-23

이 밖에도 전시장에서는 팔로마 콘트레라스 로마스(Paloma Contreras Lomas), 마리나 타바숨(Marina Tabassum), 타이어 니콜스(Tyre Nichols), 차발라라 셀프(Tschabalala Self), 마리오 가르시아 토레스(Mario García Torres) 등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환경과 세계에 대한 작가들의 독특한 철학과 개성이 담겨 있는 작품들이 코첼라 밸리에 전시된 모습들을 보면, 사막이 예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공간임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글 박민정 객원 필자

프로젝트
〈데저트 X(Desert X)〉
장소
Coachella Valley, CA
주소
미국 92211 캘리포니아 팜데저트
일자
2023.03.04 - 2023.05.07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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