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브랜드의 컬래버레이션은 정신적으로는 북유럽의 자연과 사우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형태 면에서는 이케아답게 장식을 최소화한 가운데 마리메꼬의 과감함이 균형을 이룬다. ‘바스투아’는 이케아가 설립된 스웨덴 남부의 스몰란드 지역에서 ‘사우나’를 일컫는 단어다. 이케아와 마리메꼬는 “사우나 없이 북유럽의 웰빙을 느끼는 법”, “북유럽 사우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제품을 통해 만드는 의미 있는 일상”을 콘셉트로 26가지 제품을 공개했다.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지역에서는 집 안에 사우나를 설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집에서 개인적인 사우나 시간을 즐기기 위해 상당한 비용과 공간을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바스투아’는 집에 사우나가 없더라도, 마치 스파를 한 듯한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들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증진하는 것을 돕고자 한다. 제품군은 무드 등, 거울, 벤치 의자, 타월, 유리컵, 사이드 테이블, 실내용 가운, 샤워커튼, 쿠션, 장바구니, 텀블러 등 일상생활에서 자주 찾으며 또 휴식을 위해 사용하는 것들이다.
북유럽의 자연 환경은 매우 아름답지만, 햇빛이 부족한 날이 많은 편이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밝은 색상을 사용하고, 물건들은 빛이 드나드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깔끔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바스투아’ 컬렉션 역시 빛이 실내 공간에 주는 영향을 탐구한다. 눈이 편안한 따뜻한 빛을 뿜으며, 들고 이동하기에 용이한 무드 등은 놓는 위치에 따라 방의 모양과 느낌을 바꾼다. 자연물을 그린 화사한 색감의 패턴이 프린트된 쿠션은 햇빛을 붙잡아둔 채로 봄과 여름을 부른다. 3월을 맞아 출시된 ‘바스투아’는 길고 어두웠던 겨울의 끝을 휴식으로 채우며, 겨울을 분리하거나 단절하는 대신 곧 다가올 여름과 연결 짓고자 한다.
이케아와 마리메꼬는 ‘바스투아’를 위해 4가지 새 패턴을 개발했다. 마리메꼬의 시그니처 패턴들을 다수 만든 디자이너 마이야 로우에카리(Maija Louekari)가 루바브 잎(Raparperi)과 스팀 플라워(Höyrykukka), 줄무늬(Pötkö) 패턴을 디자인했다. 루바브는 핀란드 시골 지역에서 사우나 근처에 야생으로 자라는 식물이다. 네 번째 목각(Puuleikkaus) 패턴을 만든 디자이너 사미 루옷살라이넨(Sami Ruotsalainen) 역시 어린 시절 시골 조부모님의 집에서 직접 경험했던 사우나의 경험을 되살렸다. 사우나 오두막의 통나무 벽의 부드러운 곡선 단면에서 영감을 받은 패턴이다.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종종 눈에 띄는 환경은 희고 깨끗한 벽면에 추상적인 그림이나 사진을 걸어 공간에 재미를 더하는 것이다. 마리메꼬의 선명하고 과감한 패턴은 이케아의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속에서 흥미로운 균형을 이루며 공간의 재미가 된다.
두 브랜드의 독특한 균형은 특히 기능적인 공간인 욕실 용품에서 빛난다. 기모노 스타일의 샤워 가운은 면과 라이오셀 혼방으로 물을 잘 흡수한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만든 시원하고 자연적인 디자인의 샤워 커튼은 욕실 안으로 여름을 부른다. 두 손 안에 가득 담기는 커다란 트레이와 이케아의 시그니처 장바구니인 프락타백에서는 약간의 장난기마저 엿보인다.
이케아는 물에서 영감을 받은 주방 용품들을 디자인했다. 유리잔, 유리그릇, 유리 주전자에 잔물결을 형상화한 패턴을 새긴 것. 이케아의 디자이너 헨리크 프로이트(Henrik Preut)는 유리 식기들을 보며 호수 옆에 자리한 사우나를 떠올렸다. “수정처럼 맑은 호수에 백야의 태양이 비치며 수면 위로 바람이 잔물결을 만드는 그림”을 상상했다는 그의 말처럼, 불규칙한 패턴은 마치 시간이 지나며 방향이 변하는 햇빛처럼 유리에 닿는 빛을 여러 모양으로 굴절시킨다.
스칸디나비아 가구들은 현대적이고 안정적이다. ‘바스투아’는 벤치 의자와 사이드 테이블에 자작나무를 사용했다. 벤치는 사우나를 하기에 좋은 형태로, 사우나가 없더라도 욕실이나 현관, 혹은 테라스에서 옷매무새를 위해 잠시 앉거나 물건을 내려놓는 데 적합한 디자인이다. 단순한 형태에 얹은 따뜻한 느낌의 우드톤과 질감이 주위 공간에 깊이감을 준다. 타월과 목욕용 시트 타월, 그리고 쿠션은 이 벤치와 어울리는 크기와 디자인을 택했다.
일상에 색을 더한 ‘바스투아’ 컬렉션은 대담한 색상과 패턴이 유행할 것이라는 올해 인테리어 전망과도 맞아 떨어진다. 이케아는 앞서 2023년 한 해 동안 “집 안에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올” 밝은 색상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지난 락다운 기간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휴식을 추구할 것이지만, 그런 가운데에서도 개성과 낙관주의를 표현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케아의 크리에이티브 리더 헨리크 모스트(Henrik Most)는 “이번 컬래버레이션은 여름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 같은 느낌과 북유럽 자연의 단순하고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가정용 가구와 생활용품에 담은 것”이라고 소개한다.
글 박수진 객원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