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신의 프랑수아 알라르는 병약했던 어린 시절 홀로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탓에 실내에서 오랫동안 사물을 관찰하고 대화하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다. 1982년, 21세에 촬영한 이브 생 로랑의 파리 저택을 필두로 이후 여러 사진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그의 사진은 ‘공간’을 담고 있지만 이를 통해 결국 그곳과 연관된 ‘인물’을 향한다는 점에서 여타 건축/인테리어 사진가와는 차별화되는 주관성을 보인다. 테이블 위의 꽃병, 말라붙은 팔레트, 침대 맡 작은 액자를 매개로 관객은 사진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그곳을 점유했던 누군가의 성향에 대해 상상하고, 이해하며 애착을 가지게 될 것이다.
“
나의 사진은 자신의 취향에 열정적인 명사들에게 바치는 헌사다.
”
전시의 타이틀 ‘비지트 프리베(Visite Privée)’는 불어로 ‘사적인 방문’, ‘은밀한 방문’을 뜻하는 말로, 작가가 9년 전에 발표한 사진집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그의 초창기 작업인 이브 생 로랑의 거실에서부터 텍사스 말파(Marfa)라는 생소한 지명을 세계에 알린 도널드 저드(Donarld Judd)의 기념관, 뮤지션 레니 크래비츠(Lenny Kravitz)의 복잡한 정체성이 드러나는 파리 아파트, 그리고 작가 자신에게 휴식이자 영감의 장소인 아를(Arles)의 자택에 이르기까지 200여 점의 사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알라르가 주목한 비밀스러운 공간과 그 이면에 담긴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그의 렌즈가 안내하는 길을 따라가 보자.
| 명사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공간
생전에 폴 세잔(Paul Cézanne)이 즐겨 사용했던 화구와 정물들이 그대로 보존된 아틀리에부터 이번 전시 포스터의 배경이 되기도 한 이탈리아 정물화의 대가 조르조 모란디(Giorgio Morandi)의 아틀리에, 이탈리아의 현대 건축가이자 저명한 가구 디자이너인 카를로 몰리노(Carlo Mollino)의 저택에 이르기까지 세계적 명성을 가진 예술가와 디자이너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품어도 좋다.
| 20세기 건축사에 기념비적인 공간
건축가의 설계가 돋보이는 공간도 주목할 것. 건축과 자연의 조화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으로 손꼽힌 말라파르테 주택(Casa Malaparte)과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건축 모더니즘 운동의 선구자, 에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공간은 그곳에서의 생활을 꿈꾸게 한다.
| 프랑수아 알라르가 바라본 그의 공간
타자의 공간을 향하던 카메라 렌즈가 작가 개인의 공간에 닿았을 때 어떤 장면이 포착될까. 프랑수아 알라르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자가 격리 기간인 56일 동안 프랑스 아를에 위치한 본인의 집을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다. 프레임 너머 담긴 그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공간을 감상해 볼 것.
발행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피크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