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02

커다란 영향을 불러오는 작은 변화 ②

2023 리빙트렌드세미나, 글로벌 리더들이 주목한 '작은 것의 가치'
상이한 분야에서 굵직한 입지를 다져온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주제는 ‘커다란 영향을 불러오는 작은 변화의 의미와 가치’다. 이들이 주목한 작은 것의 가치는 무엇이며, 작은 변화와 실천들이 어떻게 큰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사유와 실천을 요약 발췌해 봤다.

그레고리 코박스

베노이 디자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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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는 우리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건물들이 많다. 이러한 건물을 전부 부수고 새로 지을 수 없을 테다. 비단 상업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성 또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건축계는 이전부터 기존의 건물을 어떻게 유지 보수할 수 있을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탄소 중립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레고리 코박스는 세미나 주제로 건물을 쌓아 올리는 ‘건설’이 아닌 ‘건축’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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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접근 방식은 창의적이면서도 다학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비결은 건축과 인테리어 그리고 조경 모두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전제로, 통합 설계 설루션을 이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레고리 코박스는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역사적 맥락을 짚고, 주변 환경을 돌아보며, 건물과 사람을 연결하는 과정을 고심한다고 했다.

이번 세미나에서 그는 그간의 고심의 과정과 함께 자신이 이행해 온 프로젝트를 크게 네 가지의 키워드로 나눠 소개했다. 키워드는 크게 ‘소속감으로서 건축(Building as Belonging)’ ‘활성화로서의 건축(Building as Activation)’ ‘매개로서의 건축(Building as mediation)’ ‘쇼셜 미디어로서 건축(Building as social media)’이다. 이러한 키워드에 따른 고민의 흔적은 다음과 같다. 건물이 위치한 지역 사회와 잘 어우러져 구성원에게 소속감을 주는가, 유흥가로 전락해 버린 지역의 가치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는가, 건물이 딛고 있는 과거의 역사와 전통성을 잇는가, 커뮤니티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가.

데이브 하켄스

원 아미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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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몸소 증명해 보인 사람이 데이브 하켄스다. 이번 세미나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연사가 아닐까 싶다. 그는 세미나를 통해 자신이 진행해온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어떻게 작은 것들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 보여줬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온 그가 원 아미를 설립하기까지의 발단은 협업 공동체를 일구고자 마음먹으면서부터다. 데이브는 자원 낭비를 극복하고 절약하는 참신한 방법을 창의적인 동영상의 형태로 제작해왔다. 동영상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으나 그는 궁극적으로 변화와 실천을 이끌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렇게 데이브는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의기투합하기로 마음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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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는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기계를 직접 제작하고, 기계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영상을 촬영해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그는 단지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방법뿐만 아니라 재활용 기계를 제작하는 방법 역시 상세하게 담았다. 영상은 일파만파 퍼졌고, 영상을 시청한 각국의 사람들은 그가 제작한 기계를 활용해 폐플라스틱을 리사이클 한 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사람들은 플라스틱 재활용 방법에 대한 강의를 열고, 다양한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 리사이클 체험도 유도했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에는 사람들이 작은 아이템 위주로 제작했다면, 과정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전하면서 벤치 등 큰 제품도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빅토리아 야쿠샤

FAINA 설립자, 건축가,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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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야쿠샤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간직한 우크라이나의 전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 마이애미, 디진 등에서 인정받았다. 그는 이번 세미나에서 작은 공예가 어떻게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지 우크라이나의 장인 그리고 장인 정신과 연계해 조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지식이 공예의 형태로 어떻게 전승되고 있는지 알려주고 싶었다는 그는 우크라이나의 태피스트리인 짐리아(ZEMLIA), 전통적인 그릇인 쿠마넥(KUMANEC),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를 담은 화병인 반두라(BANDURA) 등을 소개했다. 또한 우크라이나 문화를 탐사하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조국, 역사, 전통문화를 통해 자신을 탐구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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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자신의 철학과 이념을 건축을 통해서도 구현했다. 그 결과물은 마리아 프리마첸코(Maria Prymachenko) 작가의 미술관이다. 현재 전쟁으로 미술관 일부가 파괴되긴 했지만 그 안에 농축된 전통과 본질을 향한 염원과 집념은 여전하다. 빅토리아의 작업물은 조상들의 경험을 탐구하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성과 결합해 미니멀리즘 형태로 드러내 보인다는 공통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하도경 기자

자료 제공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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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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