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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2

커다란 영향을 불러오는 작은 변화 ①

2023 리빙트렌드세미나, 글로벌 리더들이 주목한 '작은 것의 가치'
​지난 26일, 2023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리빙, 라이프스타일 페어인 만큼 다양한 수요를 지닌 사람들의 발길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페어의 일환으로 열린 리빙트렌드세미나 역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유명 연사들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데에서 호평을 받았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전문가들을 한데 모은 것은 물론, 이들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져 사유와 고찰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했다는 평가다.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디자인 듀오인 감프라테시(GamFratesi)의 설립자인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부터 저명한 건축그룹인 베노이(Benoy)의 디자인 디렉터인 그리고리 코박스(Gregiry Kovacs), MIT가 젊은 혁신가로 선정한 원 아미(One Army)의 설립자인 데이브 하켄스(Dave Hakkens), 유수 디자인 전문 매체인 디진(Dezeen)이 인정한 우크라이나의 건축가 겸 디자이너 빅토리아 야쿠샤(Victoria Yakusha)까지 각지에 흩어진 연사들이 세미나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 기업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시몬스의 김성준 부사장과 LG전자의 이향은 상무도 연사로 참여했다.
©designhouse

상이한 분야에서 굵직한 입지를 다져온 이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주제는 ‘커다란 영향을 불러오는 작은 변화의 의미와 가치’다. 이들이 주목한 작은 것의 가치는 무엇이며, 작은 변화와 실천들이 어떻게 큰 변화를 이끌어냈을까?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이들의 사유와 실천을 요약 발췌해 봤다.

엔리코 감프라테시

감프라테시 설립자,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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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프라테시는 덴마크의 건축가인 스타인 감(Stine Gam)과 함께 감프라테시라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한 이탈리아 건축가다. 그는 세미나에서 자신의 스튜디오가 주목한 가치와 소재 그리고 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엔리코 프라테시는 북유럽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리서치를 했다. 리서치 결과, 그는 ‘휘게(Hygge)’에 답이 있었다고 말한다. 편안함, 따뜻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 어인 휘게는 삶의 여유를 주는 라이프스타일과 맞닿아 있다. 그는 디자인이 사람과 맞닿아 있을 때 휘게라는 표현이 나온다는 점을 포착했다. 그리고 사람과 맞닿아 있는 디자인을 위해서는 사람을 이루는 맥락과 전통,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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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테시는 사람과 맞닿아 있는 사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연스러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자연과 닮아 있는 소재를 사용하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텍스타일, 가죽, 돌, 강철을 연구했다. 무엇보다 연구에 있어 재료들의 지속가능성, 친환경 여부도 중요했다. 사람과 관계를 맺을 가구는 일단 오랫동안 함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역시 마찬가지다. 제품에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이너와 제품 간의 관계도 성립해야 한다.

 

그는 1950년대 황금기였던 덴마크 디자인의 기초와 기반은 동시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전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현대적인 환경에 맞춰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지만 늘 곁에 있는 동식물, 곤충, 사물 등의 대상부터 전통과 역사까지 다시 보고 영감을 얻는 것 그리고 이를 편안함을 주는 재료로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에 이들의 철학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작업 과정의 일례로 딱정벌레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은 Beetle Chair와 바이올린에서 영감을 받은 Violin Chair 등을 소개했다.

김성준

시몬스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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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시몬스 부사장은 침대 브랜드인 시몬스의 브랜드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소비는 선택의 과정이다”라는 주제를 내놨다. 그리고 ‘선택’이라는 작은 가치에 주목한 브랜드가 어떤 큰 변화를 맞이했는지 소개했다. 

 

‘침대 없는’ 팝업 스토어와 ‘침대 없는’ 광고로 대중은 물론 마케팅 전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시몬스. 이들이 자신의 제품을 넣지 않는 대담한 마케팅과 광고를 추진한 이유는 제품 신뢰 이상의 가치를 도모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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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라는 제품은 교체의 주기가 길다. 따라서 신규 고객의 창출이 없다면 브랜드가 올드 해질 수밖에 없다. 김성준 부사장은 품질을 담보해도 소비자들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며, 젊은 소비층의 트렌드를 분석했다. 이른바 ‘사회 변화에 따른 소비자 행동에 대한 스터디’다. 그렇게 김 부사장이 도달한 방향성은 문화를 파는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는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마케팅’이라면 ‘브랜딩’은 소비자들이 기업을 어떻게 느끼고 불리는지 정의하는 것”이라며 선택받는 것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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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부사장은 소셜 미디어, IT 산업의 발달로 SNS,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과정이 보인다는 점을 역으로 활용했다. 다양한 온라인 창구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 과정을 분석한 그는 선택에 있어 서사, 즉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현 소비자들이 자신이 선택한 기업 및 제품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중시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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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스는 처음에 침대라는 하드웨어를 굿즈로 연결했고, 굿즈를 구매한 소비자들과 관계를 강화하면서 팬덤을 형성했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경기도 이천, 부산 등 시몬스 공장이 위치한 로컬 지역과 연계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것으로 팬덤을 확장하며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게 됐다. 김 부사장은 “소비자들은 자신의 소비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려하고 선택하기 때문에 브랜드 차원에서는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고민은 늘 유연함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이향은

LG전자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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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은 상무는 트렌드와 기업의 디자인, 경험, 상품 기획을 컨설팅하고 강의하다가 LG전자에 입사했다. 트렌드 전문가가 기업에 들어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다. 그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이 기업 전략을 수집하는데 중심점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간파했다. 그리고 서비스 가치가 어느 때보다 중시되고 있는 때에 제품과 서비스의 합성어인 ‘Servitization’을 꺼내 들었다. 제품을 서비스화하고, 서비스를 제품화하겠다는 전략이 LG전자와 만나 어떻게 수립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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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노 사회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디깅 소비, 온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컬렉팅 문화, 예술화돼 가는 밀레니얼의 일상 등의 현상을 포착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한 트렌드 키워드인 ‘러스틱 라이프’와 ‘디깅모멘텀’ 그리고 ‘아트테크’와 ‘반려 식물’ 등에 주목했다.

 

방점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가치들을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더 누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었다. 그렇게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은 스마트 코티지, 슈케이스와 슈타일러, 무드업 냉장고, 틔운 등의 형태로 구체화됐다. 이향은 상무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스미며 즐거움을 북돋아 주는 것”이 바로 가치의 경험화가 지향하는 바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의 격차보다도 가치의 격차에 있다는 것이다.

 하도경 기자

자료 제공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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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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