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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8-05

‘공예 DNA’ 탑재한 바르셀로나 로에베 플래그십스토어

대나무 아티스트 타나베의 설치작품으로 완성했다

패션 매장의 기둥을 용의 꼬리처럼 휘감아 두르는가 하면, 흰색 콘크리트 천장과 벽면 가득 거미줄처럼 대나무 줄기가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다. 전위적인 설치작품을 마주하듯 방대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공간 속에 패션 브랜드의 컬렉션이 진열된 풍경···.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새롭게 선보인 로에베의 플래그십스토어 'Casa Lléo Morera'의 모습이다. 매년 세계 최고의 공예전을 주관하는 럭셔리 패션 하우스답게 그들의 DNA라 할 수 있는 ‘공예’를 매장 인테리어 전면에 내세운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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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Casa Lléo Morera’는 대나무 조형물 아티스트 타나베 치쿤 사이IV(Tanabe Chikuunsai IV)의 초대형 설치물로 거대한 설치미술공간이 연상되는 매장을 완성했다. 타나베 치쿤사이IV는 아시아 공예를 특징짓는 독특한 물성인 ‘대나무’를 주제로 작업해온 작가로 일본 사카이시를 토대로 활동 중이다. 작가는 얇은 대나무 줄기를 엮어, 마치 벽과 천장에서 자라듯 길게 뻗어나가는 원통형 조형물을 만드는데, 이를 통해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도쿄예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뒤 벳부에서 2년 간 도제 생활을 경험하며 다양한 죽공예 기술을 습득했다. 가문의 이름인 ‘치쿤 사이’를 사용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4대째 죽공예 작품을 가문의 업으로 이어오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안 아트 뮤지엄, 뉴욕 메트로폴리탄, 프랑스 기메 국립동양박물관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서 수년 사이 굵직한 설치 작업을 선보이며 이름을 높여왔다.

그가 사용하는 대나무 줄기는 ‘토라치쿠’라 불리는 타이거 뱀부의 일종으로 점박이 무늬가 있는 매우 희귀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이 귀한 대나무를 선별해 잘라, 얇은 줄기로 만든 뒤 어시스턴트들과 함께 수공예의 한계를 뛰어 넘는 거대한 스케일의 ‘핸드메이드’ 작품을 완성한다.

바르셀로나 플래그십에 선보인 설치 작품은 공간을 가로 지르는 거대한 물결 모양의 대나무 설치물이 압권이다. 매장 건축물 또한 의미 깊다. 안토니오 가우디와 동시대에 활동하며 카탈루냐 모더니즘 건축의 전성기를 이끈 건축가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Lluís Domènech i Montaner)가 설계한 건축물을 본거로 한다. 19세기에 설계된 건물 기둥마다 휘감아 도는 대나무 조형물은 비상하는 용처럼, 하늘로 솟구치는 회오리처럼 역동적인 기운을 내뿜는다.

‘유고(Yūgo)’라는 제목의 이 설치물은 대나무 6,000그루로 제작한 것으로 구불구불한 관형 형태로 완성했다. “건물과 대나무 설치를 병합하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로에베’의 전통과 혁신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 미래적이고 창조적인 우주를 형성하기 위해 예술, 패션, 자연을 융합한 결과물을 만들고 싶었다.” 타나베 치쿤 사이IV의 설명이다.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의 섬세한 터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기성복 컬렉션, 액세서리 및 향수와 함께 매장 내부 전체에 예술 작품과 디자인 가구 등 전체적인 아트 큐레이팅을 담당했다. 앤더슨은 브랜드의 공예 상인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Craft Prize) 수상자와 결선 진출자의 조각품은 물론, 브랜드의 혁신과 장인 정신을 설명하는 아트 피스로 매장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 관해 “‘공예’는 패션 하우스 로에베의 정체성인 만큼 이번 ‘까사 로에베’ 인테리어의 핵심 목표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품을 선보이는 데 있다”라고 설명하기도.

카탈루냐 예술가 Aurelia Muñoz(1926–2011)의 마크라메 작품

조너선 앤더슨은 블루, 그린 등 지중해가 연상되는 원색의 화려한 색조로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대나무 조형물 외에도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 게리트 리트벨트(Gerrit Thomas Rietveld)의 기하학적 요소가 극대화된 의자 ‘Red and Blue Chair’, 중후한 앤티크 디자인이 특징인 윌리엄 버치(William Birch)의 오크 체어 등 다양한 디자인 가구를 배치했다.

박나리 객원 에디터

자료 제공 LOEWE, Adrià Cañamer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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