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스스로 믿는 가치를 알리기 위해 여러 방식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하거나, 체험 행사나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는 모습은 퍽 익숙해졌다. 유한락스는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을 택했다. 고객이 남긴 짧은 질문에도 정성스레 답변하고, 홈페이지 내 ‘생활백서’ 코너로는 살균소독제를 사용하는 누구나 알아야 할 정보를 쉽게 소개하는 것. 빠르게 내달리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방식이지만, 답변 한 줄 한 줄에 담긴 마음에 소비자가 반응했다. 감동하는 이가 늘자 여러 미디어가 유한락스의 방식을 조명하기도 했다.
성실히 홈페이지를 통한 소통에 공들여 오던 이들이 얼마 전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11월 어반북스와 함께 브랜드 북 <더 화이트 북(THE WHITE BOOK)>을 출간한 것. 일상에 가까운 친근한 제품을 다시 보게 하면서도, 락스 사용법과 청소 팁까지 두루 담은 알찬 책이다. 유한락스가 고객을 새로이 만나는 방법으로 ‘책’을 택한 이유는 뭘까? 유한락스 팀과 어반북스에게 물었다.
Interview with 유한락스
마케팅팀 BM 김춘재, ABM 권혁빈
— 유한락스 팀에서 브랜드 북 제작을 고려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의 큰 고민 중 하나는 브랜드에 대한 오해와 오인지가 지속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사용 경험이 누적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데, 이 노력을 내부에서는 ‘와우 프로젝트’라고 부릅니다. 와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더 화이트 북>을 제작했어요.
— 어떤 오해와 오인지가 계속 발생하고 있나요?
‘락스’라는 제품만큼 다양한 세대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제품 자체에 대해 많은 부정적인 인식이 존재하는 경우도 드뭅니다. 특히 ‘락스는 냄새가 독하다’라는 이미지가 락스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중적인 오해는 결국 브랜드에 끊임없이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요. 사실 락스가 제품화된 건 100년 전쯤인데, 제품화되기 전부터 인류의 청소와 빨래를 책임져 오던 생활 밀착형 물질입니다. 빨래를 쉽게 해주고 다양한 전염병을 막아주었죠. 락스 자체는 무색무취에 가까워요. 우리가 흔히 아는 냄새는 락스가 세균 등 오염물을 산화할 때 나는 냄새입니다. 어찌 보면 락스 냄새는 청소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와 같습니다. 나무를 불로 태울 때 나는 냄새를 ‘나무 냄새’라고 하지 ‘불 냄새’라 일컫지 않는 것처럼, 세균을 락스로 산화시킬 때 나는 냄새는 세균 냄새라 해야 더 옳겠지요. 다만 세균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락스가 오해를 받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브랜드 북이 어떤 의미를 갖게 되리라고 생각했어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호평받아 온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인 만큼, 브랜드 북 제작 이유가 명확했을 듯합니다.
유한락스의 역사와 현재, 사용법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브랜드 북을 만들고 싶었어요. <더 화이트 북>이 락스에 관한 궁금증이나 청소 정보가 필요할 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랐습니다. 책은 전통적으로 신뢰도가 높은 매체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천천히 읽고, 이해하고, 정보를 체계화해 받아들이기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까지 유한락스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은 온라인 중심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브랜드 사이트의 Q&A 게시판을 통해 수많은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해 왔어요. 여러 고객을 상담하며 각양각색의 정보를 제공했고 큰 성과를 이뤘습니다. 그런데 질문과 답변, 그리고 그와 연관된 검색 결과 위주로 제공되는 정보는 소비자를 충분히 이해시키기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 책을 기획하며 꼭 포함하려 한 요소들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책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목표는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를 전달하자’입니다. 브랜드 북을 준비하면서 ‘우리 브랜드가 왜 존재하는가?’를 수없이 자문했습니다.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가 독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었을 때 신뢰가 형성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 유한락스는 늘 고객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브랜드로 느껴집니다. 고객과의 소통을 이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통은 고객과의 관계뿐 아니라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이 브랜드와의 소통을 통해 정보를 얻는 동시에, 브랜드 역시 소통하는 과정에서 여러 영감을 받습니다. 소비자와 상담하다 보면 브랜드의 좋은 점, 나쁜 점, 아쉬운 점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습니다. 좋은 점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채널을 통해 더 널리 알리고, 나쁜 점은 가능한 한 개선해서 또 알리고, 아쉬운 점은 보완하여 신제품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활용합니다. 소통은 소비자를 위하는 일일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성장할 기회가 되는 것이죠.
— 고객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연구실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통한 모습도 인상적이었어요. 조직 전체가 어떠한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 가치에 대해 좀 더 깊이 듣고 싶습니다.
브랜드에 대한 진심이 아닐까요? 락스는 100년 이상 사랑받으며 사용되는 검증된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락스를 둘러싼 많은 오해와 의심이 존재합니다. 올바른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누구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일에 커다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가치에 조직원 모두가 진심으로 공감합니다. 프로세스나 시스템보다, 브랜드에 대한 진심이 여러 직무로 구성된 조직을 하나처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 코로나19 이후 위생의 중요성이 자주 대두합니다. 관련해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락스는 살균 소독제입니다. 개인의 위생이 중요한 만큼 ‘안전한 살균소독제 사용법’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유해균은 강력하게 살균하지만 인체에는 무해한, 유해균은 강력하게 제거하지만 편리하고 안전한 살균소독제는 없습니다. 유한락스뿐 아니라 어떤 제품이든 정확하게 이해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Interview with 어반북스
김태경 편집장, <더 화이트 북> 책임 디렉터 오지수
— 유한락스와의 <더 화이트 북> 작업에 이끌린 이유가 듣고 싶습니다. 이 작업의 어떤 면이 매력적이었나요?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와의 작업은 늘 기쁘고 설레는 일입니다. 긴 시간 동안 브랜드를 지속해올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인지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죠. 유한락스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동시에 오랜 시간 고착되어 온 편견과 고정관념이 따라붙는 브랜드 중 하나인데, 이 부분을 브랜드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아는 브랜드지만 새로운 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고, 그 부분을 ‘책’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끌리게 되었습니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바로잡는 데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오래된 브랜드도 ‘책’을 통해 충분히 젊은 감각으로 다가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이야깃거리가 많은 오래된 브랜드의 책을 만들려면, 갈피를 잡는 일이 중요했을 거예요. 책의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실제로 구현하기까지 어떤 논의와 과정을 거쳤나요?
단순 연혁이나 히스토리를 다루는 사사(社史) 같은 책은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미팅을 진행하면서 <더 화이트 북>의 서문에도 등장하는 초등학생 고객의 Q&A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브랜드 스터디를 하면서 유한락스가 이 Q&A에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유한락스가 타 브랜드 마케팅 방식과 달리,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채널보다는 자사 홈페이지를 적극적인 소통 채널로 활용하는 편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무분별한 정보가 아니라, 제품에 대한 정보나 사용법을 자세히 다룬 ‘생활백서’ 콘텐츠 또한 유한락스의 자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Q&A와 생활백서를 중심으로 유한락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올바른 사용법 등을 다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 북 제호 또한 생활백서 콘텐츠에서 착안했는데요. 백서(白書)를 영어로 하면 ‘화이트 북’인데, 깨끗한 흰색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다행히 유한락스 브랜드 담당자분들이 굉장히 열린 마음으로 작업에 임해 주셔서 전반적인 콘셉트나 내용은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 <더 화이트 북>이 흥미로웠던 건 정보와 감성을 모두 충족해서였어요. 락스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유한락스라는 회사와 팀원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죠. ‘리추얼’ 코너를 통해서는 사람들의 일상에서 락스가 지니는 의미도 자연스레 알 수 있었고요. 책을 어떤 요소로 구성하려고 했나요?
첫 번째 목표는 유한락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아이덴티티’ 파트를 통해 락스가 인류의 역사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한 제품인지를 알리고 싶었어요. ‘팩트 체크’를 통해 락스에 관한 루머를 정면으로 돌파하고, 여기에 실제로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더해진다면 대중의 불안을 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독자들의 공감을 사기가 어려울 거라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래서 1인 가구와 2인 가구, 3인 가구와 반려동물 가구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집과 삶을 꾸려가는 인플루언서들의 목소리를 빌어 ‘나의 락스 사용기’를 담았죠. 인터뷰이들이 유한락스에 대해 갖고 있는 추억, 브랜드에 바라는 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면 락스를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또 하나, 유한락스의 제품을 소개하는 ‘카탈로그’ 페이지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유한락스에는 락스만 있는 게 아니고, 펫 전용 상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으니까요. 이처럼 다양한 제품을 상황과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성상 신경을 쓴 부분은 책의 가장 앞뒤에 화보를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솔직히, 이번 작업을 하기 전까지 유한락스 제품들이 소위 디자인이 잘 된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감각적인 비주얼로 유한락스 패키지가 가진 이미지를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 때는 특히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나요? 또 클라이언트가 존재하는 일이 주는 성취감이나 기쁨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브랜드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프로젝트가 착수되면, 브랜드 담당자와의 미팅이나 통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등으로 긴밀히 소통하게 돼요. 어떨 때는 수많은 문서와 자료보다 이 소통 과정에 작업을 풀어낼 단초가 담겨 있을 때가 있습니다. 가령 ‘브랜드가 너무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면 어느 정도의 수위인지 파악하기가 애매한데, 이를 조율해 나가면서 클라이언트의 니즈를 적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르는 첫 단추이기도 합니다.
클라이언트 잡을 하면서 주는 뿌듯함은 그때그때 다르긴 하지만, 요즘엔 ‘어반북스가 만드는 브랜드 북은 다르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정이 맞지 않아 거절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브랜드 북은 어반북스를 대체할 곳이 없더라. 일정을 맞추겠다’라고 말해주는 브랜드 덕분에 기분이 좋았던 적이 있었어요.
— 2009년 창립 후 1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수없이 만들어 왔지요.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과 콘텐츠 형태를 모두 경험하고 있을 테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콘텐츠를 만드는 이로서, 어떤 마음과 생각을 품고 있는지 들려주세요.
뻔한 얘기지만, 결국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디바이스와 플랫폼 등 시대에 따라 표현 방식은 변하고 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가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어반북스가 콘텐츠 형태 중에서도 ‘인쇄 매체(Printed Media)’에 집중하는 건, 인간 역시 물리적인 존재이기에 물성을 통해 안정감과 평온함, 공감을 느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더 화이트 북> by 유한락스
planning
프로젝트 총괄 | 박종현, 최승한 @유한크로락스
프로젝트 책임 및 기획 | 김춘재 @유한크로락스
프로젝트 담당 | 권혁빈 @유한크로락스
프로젝트 검토 | 유한크로락스 연구실 @유한크로락스
editorial
펴낸곳 | 어반북스
펴낸이 | 이윤만
편집장 | 김태경
책임 디렉터 | 오지수
비주얼 진행 | 김현의
자료 정리 | 하수민
세트 스타일링 | 이연의
일러스트 | 이인아
사진 | 맹민화
디자인 | kontaakt
진심을 전하는 방법, 유한락스 <더 화이트 북> ②
▼ 2편에서 계속됩니다.
글 김유영 기자
자료 제공 어반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