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3

식물로부터 좋은 영감을 전하다, 슬로우파마씨

완벽한 슬로우 라이프를 위한 플랜트 전문가의 조언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게 변한다는 세월의 속도전에서 슬로우 라이프를 외치는 곳이 있다. 그저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삶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헤이팝의 전시 《호기심 캐비닛》이 열리는 포인트오브뷰 서울의 온실의 플랜트를 기획했다기에 더욱 인연이 남다른 슬로우파마씨. 식물로 인해, 식물로부터, 식물에 좋은 영감을 전하는 해결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 디자인스팟 X 헤이팝
12월 12일 헤이팝의 첫 번째 생일을 기념해 새로운 소식이 가장 많았던 성수동에서 《호기심 캐비닛》이라는 작은 전시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2 서울디자인페스티벌의 장외 전시이자 트렌드를 이끄는 장소를 소개하는 컬처 콘텐츠 ‘디자인스팟’ 중 하나로
총 103곳 중 성수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9개의 브랜드와 함께합니다.

Interview with

슬로우파마씨 이구름 대표

© 손미현 MH photography

곁에 두는 것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은 충분히 바꿀 수 있어요.

식물을 공간에 들이면 하루의 패턴과 기분, 감정까지 달라지기 때문이죠.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또 물음표가 떠올라 끊임없이 관찰하게 되거든요.

STEP 1. PLACE

여유 있는 슬로우 라이프를 위해 “침착해!”

© 손미현 MH photography

Q1. 슬로우파마씨가 전하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은?

슬로우파마씨는 ‘PLANT MAKE YOU HAPPIER’을 슬로건으로 가져가면서 사람들에게 침착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평소에도 ‘침착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빠르게 돌아가는 일상에서도 식물을 통해 좀 더 천천히 생활할 수 있는, 아주 잠시나마 여유를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실제로 가구를 하나 집에 새로 들여도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는 걸 느끼게 돼요. 조명 하나를 들여도 그 공간에서 시간을 다르게 쓰고, 없던 장소에 테이블만 놓여도 행동 패턴이 달라지며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내 장소에 무엇이 있느냐 또는 어떤 소품을 곁에 두느냐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은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식물도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합니다. 플랜테리어도 좋지만 그저 작은 식물을 가까이 두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하루 패턴이 달라지고 기분과 감정까지 달라질 수 있거든요. 또 식물은 살아있는 생명이기에 컵 하나를 사는 것보다 임팩트가 있는 행위지요. 이걸 통해 자신을 돌보기도 하면서 그 연장선상에서 라이프스타일과 연결된다고 믿어요. 슬로우파마씨는 최종적으로 식물과 함께 침착한 삶을 전하고자 합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Q2. 공간에서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Tip!

 

📌 12월 한 달간, 고마운 이에게 선물를 보내요!

올해도 슬로우파마씨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준비했어요. 크리스마스 마켓 느낌을 살리고자 했는데, 1층에는 ‘산타 포스트 박스’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고 2층에는 집을 꾸밀 수 있는 오브제들이 가득한 마켓으로 꾸몄답니다. ‘산타 포스트 박스’는 올 한 해 고마웠던 사람 또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련된 엽서에 메시지와 이름을 남겨 우체통에 넣는 이벤트입니다. #slowsanta #slowpharmacy 해시태그와 함께 인증 사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업로드하면, 12월 25일 10명을 추첨해 식물 도구 틀이 들어 있는 ‘가드닝 기프트 박스’를 선물로 드려요. 물론 선물은 참여한 사람이 아니라 엽서에 적었던 누군가에게 전달되는 것이죠. 다음 해부터 식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가드닝 라이프를 응원해 주는 거예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참여자도 즐겁지만 주변에 고맙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해보자는 의미에서 마련했답니다. 이벤트는 12월 22일까지니 헤이팝의 <호기심 캐비닛> 기간 동안 슬로우파마씨에 들러 꼭 참여해 보세요!

 

📌 반려 식물, 어떻게 골라야 할까?

워크인 고객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게 “어떤 식물을 키우면 좋을까요?”입니다. 식물을 기르겠다고 마음먹고 방문했지만 막상 수천 가지 종류에 무엇을 데려가야 할지 망설이는 편이에요. 슬로우파마씨는 조금은 엄격한 가이드를 드립니다. 식물이 관상용 오브제가 아닌 하나의 생명이기 때문이죠. 행여나 키우던 식물이 죽게 되면 심적으로 타격이 크거든요. 그렇기에 오랫동안 건강히 돌볼 수 있는 식물로 추천합니다. 가장 먼저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지, 키울 공간의 환경은 어떤지, 생활 패턴은 어떤지를 여쭈어보아요. 실제로 통풍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가 가장 많은데 직장인이거나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아파트의 경우 키우기 어려운 식물도 있거든요. 초보자에게는 강하게 버틸 수 있는 식물부터 키워볼 것을 제안하고, 중∙상급 경험자에게는 식물에 따라 관리법을 섬세하게 체크해 드려요. 다양한 식물을 키워보고 경험의 데이터가 쌓이면 금세 식물과 친해질 수 있어요.

© 손미현 MH photography

Q3. 슬로우파마씨의 차별성이 있다면?

슬로우파마씨 매장을 성수로 옮기면서 단순히 판매에 그치지 않고 팝업, 전시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미국이나 런던에 있을 법한 큰 플랜트 숍을 꿈꿨기에 천고가 높고 개방감이 있는 지금의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넓고 큰 규모 덕분에 우리가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한 콘텐츠로 채워보자는 계획을 세웠죠. 그렇기에 시즌별로 매장의 분위기와 볼거리가 달라질 예정이에요. 온도에 민감한 식물의 특성상 이번 크리스마스 마켓이 끝나고 1~2월 추운 겨울이 지나가면 순차적으로 전시를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2020년에 식물관 PH에서 진행한 전시 <심심당 心審堂>과 같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으니 기대하셔도 좋아요.

 

대외적으로는 브랜드와 협업으로 진행한 슬로우파마씨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답니다. 올해 오픈한 논픽션 한남, 까르띠에 메종 청담, 레어로우 하우스 등에 플랜트 기획을 했어요. 그중에도 헤이팝 <호기심 캐비닛>의 거점이 되는 포인트오브뷰 서울의 온실 작업이 기억에 남아요. 워낙 초창기 때부터 인연이 되었던 김재원 대표님의 니즈와 취향을 담아내려고 했던 공간이에요. 처음 이곳은 여러 개의 화분이 놓여 있어 관리도 어렵고 정돈이 안 되어 있는 느낌이었죠. 대표님 역시 이러한 부분의 고민을 털어놓았고 여기를 완전히 탈바꿈하고자 했어요. 먼저 바닥 콘크리트를 부수고 벽돌을 치우니 다행히 지하와 간섭 없는 흙이 나와서 화단으로 만들었죠. 100% 햇볕이 들지 않는 곳이라 70% 이상 음지에도 살 수 있는 식물을 위주로 식재를 했습니다. 또 단독주택과 어울리는 느낌을 살리고 싶어서 하늘하늘한 분위기의 식물도 섞었죠. 봄에 꽃들이 깨어나면 더욱 풍성하고 따뜻한 포인트오브뷰 서울의 온실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어요.  

STEP 2. PEOPLE

식물로 마음을 처방하는 든든한 해결사

© slowpharmacy

Q1. 디자이너 경력이 슬로우파마씨를 운영하면서 특별한 노하우가 되었을 것 같다.

처음 슬로우파마씨를 시작할 때 부모님 세대의 홈 가드닝이 아니라 좀 더 디자인 요소가 가미된 식물 제품으로 차별성을 두려 했어요. 시험관 식물이라든지 이끼 테라리움 같은 제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죠. 결과적으로 디자인적인 접근이 호응을 얻었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디자이너 시절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걸 워낙 좋아한 성향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사람들과, 브랜드와 함께 일하는 것이 더 즐거워지는 이유는 하나의 프로젝트라고 느끼지 않고 마음을 맞춰가며 좋은 성과를 내는 퍼포먼스가 정말 좋기 때문이죠. ‘거기 정원이 예뻤네, 안 예뻤네’하는 코멘트는 사실 인생에서 크게 중요한 게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람들도 슬로우파마씨와 일하면서 모든 단계가 즐거웠다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Q2. 어떻게 슬로우파마씨를 준비하게 되었는지?

슬로우파마씨의 브랜드명에서 알 수 있듯이 ‘식물을 처방한다’는 콘셉트로 지은 이름이에요. 몸을 낫게 하는 약국처럼 우리가 전하는 식물들로 치유받고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슬로우파마씨를 시작했죠. 슬로우 라이프를 좀 더 알리기 위해 퍼포먼스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그중에도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던 건 ‘해결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예요. 보통 저를 처음 만나면 ‘여기 해결해주세요’로 시작하거든요. 그저 단순히 식물을 갖다주는 사람이 아닌 진심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드바이스를 구하곤 하거든요. 상대방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감정적인 부분을 더 같이 의논한 편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식물을 처방하는 든든한 해결사가 된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웃음)   

© slowpharmacy

Q3.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첫 번째로 가장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라 생각해요.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눈치채고 마음을 먼저 읽어내는 과정이 핵심이거든요. 그저 일과 일로 대한다면 좋은 결과물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협업이나 팝업 등 함께하는 프로젝트에서는 꼭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과연 우리가 즐겁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해요. 사실 현장에서는 슬로우파마씨스러움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렇다 보니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의논하며 우리만의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동안 수많은 경험을 쌓으면서 노하우가 생기기도 했고, 구성원 모두 슬로우파마씨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기에 서로 잘하는 분야에서 합을 맞추며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STEP 3. CURIOSITY

끊임없이 좋은 영감을 찾게 하는 물음표

© 손미현 MH photography

Q1. 슬로우파마씨가 생각하는 ‘호기심’은?

좋은 기름을 넣어주면 차가 잘 굴러가는 것처럼 ‘끊임없이 좋은 영감을 찾게 하는 물음표’ 같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지금 이 열정을 나이가 들어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실 열정이라는 건 궁금해야 생기는 것이라 생각해요. 호기심은 젊음을 유지하는 하나의 비결이지 않을까요?

 

 

Q2. 호기심으로 동기를 얻고 행동으로 실천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을 즐거워해요. 워크인 고객도, 인스타그램으로 연락해 오는 고객도 인간관계를 맺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두 연결된 일이고 이러한 소통으로 인해 더욱 창의적인 일이 탄생하기도 하니 말이죠. 개인적으로 최종 목표는 해외 진출이란 꿈이 있어요. 분명 슬로우파마씨만의 색깔을 잘 유지하고 우리가 바라는 바를 뚜렷하게 표현한다면 언젠가 기회가 생길 것이란 믿음이 있었거든요. 진짜 막연한 꿈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최근 해외 클라이언트들에게 많은 연락이 왔답니다.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를 맺다 보니 문이 열리더라고요.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슬로우파마씨가 기획한 팝업 퍼포먼스임을 알리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줄 수 있는 상품 라인과 같은 것들이요. 요즘 계속 이목을 끄는 건 지구 환경에 대한 문제였어요. 특히 저희처럼 식물을 다루는 브랜드에서는 더욱 지켜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기에 좋지 않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적은 제품군이지만 디자인으로도 표현할 수 있는 친환경 가드닝 도구와 같은 아이템을 제작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작은 관심과 호기심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조금씩 가능성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 손미현 MH photography

Q3. 헤이팝과 어울리는 식물이 있다면?

‘오션’이라고도 불리는 접란이요. 특별한 모양을 갖고 있지만 여리여리하지 않고 강한 힘을 갖고 있지요. 특히 선이 자유롭고 색이 뚜렷해서 헤이팝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션의 장점은 정말 잘 산다는 것이에요. 흙이 말라 있어도 잠시 수축하여 있다가 물을 주면 다시 원상태로 생생하게 돌아와요. 잎 아래에 달리는 꽃과 같은 러너도 잘라서 물에 띄워 놓으면 또 그대로 잘 자랍니다. 하나의 모체가 아니어도 생명력을 계속 유지하는데 모습도 예뻐서 좋아하는 식물 중 하나예요.  

 

 

Q4.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은지?

“굳이 빨리 살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여유롭게 살아가는 문화를 식물을 통해서 만들어주고 자연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가는 방법을 전파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더욱 많은 사람이 식물을 즐기도록 온전한 휴식을 취할 힘의 자리, 공원과 같은 장소를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반려 식물을 키우는 문화가 좀 더 정착되고 좋은 마음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을 꾸준하게 제안하는 일을 슬로우파마씨가 했으면 좋겠어요.   

전시《호기심 캐비닛 Cabinet of Curiosities》

 

기간   2022년 12월 15일(목) – 12월 23일(금), 12:00 – 20:00

         * 전시 마지막 날인 12월 23일은 16시까지만 운영

장소   포인트오브뷰 서울 1F 온실(성동구 연무장길 18)

디자인 파트너  쇼메이커스(최도진, 정서경, 김혜민), 스튜디오 바톤(이아리), 파이카(이수향, 하지훈)

주최/주관  헤이팝(디자인프레스), 서울디자인페스티벌(디자인하우스) 

 김소현 수석 기자

사진  손미현 (MH photography)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슬로우파마씨

장소
슬로우파마씨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1가길 26
김소현
호기심이 많아 궁금한 게 생기면 몸이 먼저 반응하는 ENFP. 그저 잡지가 좋아 에디터가 되었고 글 쓰기가 좋아 몇 년 째 기자를 하고 있다. 즐겁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식물로부터 좋은 영감을 전하다, 슬로우파마씨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