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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9-08

저마다의 언어로 채워지는 공간

송은 〈Summer Love 2022〉

기간 2022.08.30 - 09.24
장소송은(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 441)

송은에서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주제인 ‘Summer Love’는 열정적으로 사랑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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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 전경 ⓒSONGEUN
2층 전시 전경 ⓒSONGEUN

송은에서 송은 아트큐브 그룹전, 〈Summer Love 2022〉가 열리고 있다. 전시 주제인 ‘Summer Love’는 열정적으로 사랑해 시간이 지난 후에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아름다운 사랑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전시 기간 동안 시공간을 일시적으로 점유한 작업들이 전시가 끝난 뒤 해체돼 사라지는 특성을 은유적으로 담고자 했다. 아울러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관람자에게 Summer Love로서 남기를 희망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자 했다.

 

전시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된 송은 아트큐브 작가 13인과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인 권아람 작가, 한국 실험미술의 대가 이건용 작가의 신작까지 아우른다. 송은 문화 재단의 새로운 사옥인 ‘송은(SONGEUN)’의 개관 1주년을 기념해 프랑스-스위스 듀오인 바르브자-빌타르(Barbezat-Villetard)의 퍼포먼스가 접목된 설치 작업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이 구사하는 다채로운 시각 언어와 관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시대’에 조형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으로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작가들이 있는가 하면 전시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공감각을 일깨우려는 작가들도 있고, 자신이 선택한 매체와 재료에 대한 연구를 제시하는 작가들도 있다. 영상 설치부터 회화, 사진, 퍼포먼스, 패브릭 등 다양한 매체들이 관람자들의 시간을 점유한다. 전시를 이루는 작가들의 일부 작업들을 들여다봤다.

동시대 시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강민숙, <식물인간>, 2022, 영상설치, 가변설치 ⓒSONGEUN

2016년부터 네덜란드에 거주하고 있는 강민숙 작가는 자연과 환경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고민을 접했다. 그는 고민을 해결하는 것 중 하나로 강구되고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인공적인 자연을 만들어 균형을 잡아가는 것’임을 알게 됐고, 진정한 자연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식물인간(Still Cut)>은 새해만 되면 버려지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돌보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작품은 작가의 ‘The Christmas Trees Project’의 연장선으로, 트리를 옮겨 심을 합법적인 장소를 찾지 못해 작은 섬을 불법 점령했던 사례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다.

조문희, , 2022, C타입 프린트, 디아섹, 180x240cm ⓒSONGEUN

조문희 작가는 사진을 통해 도식화된 도시 풍경을 담는다. 그는 도식화가 집약된 존재로 여겨지는 한국의 건물과 아파트에 주목한다. 〈Riverside〉는 한강에 자리한 공원과 아파트 모습을 가로 직사각형의 형태로 담아낸 작업이고, 〈Sunset〉과 〈Day〉는 아파트의 일부를 근경으로 촬영해 세로 직사각형의 형태로 담아낸 작업이다. 사각형 건물과 옹기종기 붙어있는 창문의 사각 프레임들이 사진 프레임 속에서 도식적이고 규격화된 시대의 산물을 더욱 부각한다. 작가는 사각형의 거주공간을 더욱 규격화된 방식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일상 한편에 자리한 대상을 낯설게 느껴지도록 한다. 아울러 다음과 같은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의 일상 존재들이 사실은 자연을 소유하려는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것 그리고 일정 권역을 더욱 효율적으로 점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사각형이 고안됐다는 것.

나오미, <파시>, 2022, 캔버스에 분채, 227x546cm(각 227x182cm, 3점) ⓒSONGEUN

나오미 작가는 역사적 사건이 담긴 자료와 이미지들, 개인의 구술 기록이나 문헌, 설화 등의 문화적 자료를 추적하고 수집한다. 그리고 그것에 얽힌 장소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비교 연구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파시(波市)>는 1930년대에 존재했다가 사라진 해상시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에서 출발했다. 작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30년 당시에 해류를 따라 북상하는 어선들이 이동해 해상시장이 만들어졌고 시장 규모는 바다에 떠 있는 배들이 땅처럼 보일 정도로 빼곡했다. 현재 해상시장은 사라졌고, 연안 부두에 놓인 닻만이 그 흔적을 짐작게 한다. 작가는 1930년대의 생성과 소멸의 일시적인 풍경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구현했다. 이 작업은 과거의 사료에서 출발했지만, 매립과 개발로 인한 생태계 혼란과 멸종되고 있는 이 시대의 물고기와 새의 초상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 공감각 일깨우기
바르브자 빌타르, , 2022, 문자가 새겨진 12개의 과일, 대나무와 노끈, 가변설치 ⓒSONGEUN

바르브자-빌타르는 이번 전시에서 퍼포먼스와 설치를 접목해 과일이라는 부동의 정물을 재해석한다. 이들은 summer love라는 전시 제목에서 영감을 받아 함축적인 단어들을 과일에 새겼다. 과일을 받치고 있는 좌대들의 길이가 제각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높낮이를 조절해 음계를 연상시키기 위한 것이다. 과일들은 전시되면서 맛과 향이 조금씩 변하게 되고, 시간성을 품는다. 그리고 그 과일은 작가의 퍼포먼스를 통해 주스가 되고 이내 전시장 한편에 위치한 기계를 거치며 병에 담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종류의 과일들을 조합해 한 편의 시와 같은 주스를 만들어 냄으로써 관람자의 공감각을 자극한다. 관람자는 단순히 과일이라는 대상의 일면을 보는 것을 넘어서 그것의 과정과 주스로 만들어지는 최후까지 눈으로도 보고 맛볼 수도 있다. 이는 새겨진 글자들이 조합돼 하나의 시가 되는 과정처럼 은유 된다.

우한나, <마침내 그 날>, 2022, 나무에 패브릭, 66x54cm ⓒSONGEUN

계획적인 방식에 입각해 작업을 진행해왔다는 우한나 작가는 우연적이면서도 즉흥적인 몸짓에 귀 기울인 작업을 선보인다. 그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탈락했던 천 조각들을 캔버스에 수놓았고, 몇 년 동안 사용해 온 천 조각들의 개성과 특성을 한 화면에 조합해냈다. 그리고 천의 색과 재질을 이용해 변화하는 감정과 계절감이라는 시간적인 요소를 시각화해 ‘무드 테라피 월 피스’라는 대형 작업을 진행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와 활용하는 매체 연구하기
허우중, <무늬 변형 II>, 2022, 캔버스에 유화, 색연필, 193.9x130.3cm ⓒSONGEUN

‘보이는 것을 통해 어떻게 보이지 않은 것을 은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온 허우중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무늬 변형> 연작을 선보인다. 그는 패턴과 그리드가 지니고 있는 무한함과 캔버스 화면의 유한함을 조합해 개체와 전체가 맺고 있는 유기적 관계에 대한 실험을 해왔다. 이번 작업에서는 그리드와 패턴을 바탕으로 화면 위에 선택적으로 선을 그어 파생되는 비정형적이고 불특정한 형상을 제시한다. 이는 규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불규칙적인 것에 대한 탐구를 반영한다.

정영호, <노조>, 2022, 225x150cm,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SONGEUN

정영호 작가는 소셜 미디어에서 등장하는 특정 단어 언급량 빅데이터의 증폭과 파동을 측정해 모델링 한다. 그리고 그것을 3D 프린터로 뽑고, 사진 촬영한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온라인상에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지만, 일상에서 언급하기 어려운 주제들이다. 이를테면 노조, 정부, 젠더, 이민자 등이다. 작가는 온라인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양극화와 괴리에 대해 탐구한다. 그는 단일한 형태로 시각화되지 않는 온라인 여론장을 3D 프린터로 ‘물질화’하고, 그것을 다시 그래픽 이미지 형태로 ‘가상화’함으로써 세상에 대한 재고와 더불어 매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을 반영하고, 제시한다.

지하 2층 전시 전경 ⓒSONGEUN
이건용, Bodyscape 76-3-2022, 2022, 캔버스에 아크릴릭, 130.3 x 162.2 cm ⓒGallery Hyundai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작가는 전통 요소들의 전복과 더불어 전위적이면서 실험적인 언어를 구사해왔다. 또한 자신의 신체와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 그리고 그것을 관람하는 관람자 사이의 관계를 중시해왔다. 이번 전시는 〈Bodyscape〉 연작을 소개한다. 이 작업은 기존의 전통적인 회화 방법론을 전복하고 ‘그리는 행위’의 본질에 집중한 작품이다. 작가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신체의 한계와 표현의 자유를 엄격히 통제해 마치 수행하듯 천천히 선을 그린다. 과정에서 발생하는 우연성의 개입과 예상치 못한 색감이 화폭에 남게 된다. 이제까지 작가가 구축해온 아홉 가지 방법론 중 하나인 화면 옆에 서서 왼쪽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꿔 선을 그리는 〈Bodyscape 76-3〉 연작이 주로 제시되며, 회화와 드로잉,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된다.

2층 전시 전경 ⓒSONGEUN
3층 전시 전경 ⓒSONGEUN

송은문화재단은 2002년부터 2021년까지 송은 아트큐브를 운영하며 전시지원 공모를 통해 잠재력이 있는 신진 작가들을 지원해왔다. 저마다의 언어와 관점, 주제로 구축된 작가들의 개별 세계관과 더불어 그것이 유기적인 전시로 얽히며 어떤 가능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9월 24까지.

 하도경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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