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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8

다니엘 아샴의 영국 최초 뮤지엄 쇼

전시 <풍경 속 성유물>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은 지금 현대 미술과 브랜드 간의 협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아티스트다. 조각, 회화, 건축, 디자인, 영화를 넘나드는 컨템퍼러리 아티스트 아샴이 영국 웨스트 브레튼(West Bretton)에 있는 요크셔 조각 공원(Yorkshire Sculpture Park)에서 내년 초까지 야외 전시 <풍경 속 성유물(Relics in the Landscape)>을 진행한다. 팬데믹 동안 구상하고 만든 6개의 조각을 영국 중부 특유의 탁 트인 자연 환경을 배경으로 만나볼 기회. 현장에서 만난 전시 큐레이터인 루이스 로(Louise Lohr)와 나눈 대화를 전한다.
요크셔 조각 공원의 ‘Unearthed Bronze Eroded Melpomene’ 앞에 선 다니엘 아샴 ©Anthony Devlin

Interview with 루이스 로

영국 내 뮤지엄에서 열리는 첫 전시예요. 아샴과 이 전시에 대해 논의한 게 언제인가요?

본격적으로 얘기가 나온 것은 1년 전이었어요. 요크셔 조각 공원(이하 YSP)의 디렉터인 클레어 릴리(Clare Lilley)가 2021년 프리즈(Frieze) 아트 페어의 일부인 리젠트 파크 조각 공원의 큐레이터이기도 했는데, 그때 아샴의 작품 ‘Unearthed Bronze Eroded Melpomene’을 초대했고 그 후 이 프로젝트가 시작됐죠. 아샴은 몇 년 전 YSP에 방문했었는데, 그때 이곳의 자연 환경에 매료된 것 같아요. 언젠가 여기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Bronze Extraterrestrial Bicycle, 2022’ 설치 장면 ©Jonty Wilde

야외 전시인 만큼, 준비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날씨, 진흙, 크레인 이슈 등 고려해야 할 점이 여럿 있었어요. 특히 크레인 작업을 할 때 마음을 많이 졸였죠. 언덕이 많은 YSP의 특성상 비가 오면 지반 작업을 할 때 어려운 점이 많거든요. 영국에서 원하는 시간에 비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되니, 작업이 가능한 수준만이라도 되길 원했는데 다행히 운이 좋았어요.

 

전시 제목인 <풍경 속 성유물(Relics in the Landscape)>은 누구의 아이디어인가요?

아샴이 제안했어요. 우리는 만장일치로 동의했고요. 부분적으로 훼손된 것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마치 이 공원이 생길 때부터 여기 존재했던 것처럼 보입니다. 18세기에 지어진 공원 내의 채플처럼요.

Unearthed Bronze Eroded Melpomene, 2021 ©Anthony Devlin

가장 시선을 압도하는 작품은 ‘Unearthed Bronze Eroded Melpomene’예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작품이 설치된 곳은 정원으로 향하는 중앙 계단 바로 아래인데요. 설치된 여섯 개의 작품 중 주변 환경과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려요. 멜포메네(Melpomene)는 그리스 비극의 뮤즈로, 이 작품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소장품을 레퍼런스로 만들어졌죠. 머리 외에 부분은 지하에 묻혀 있다는 설정이며 남은 부분은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기다리거나 아예 유실된 듯한 인상이에요. 그는 조각을 ‘미래의 성유물’로 묘사하고 과거와 현재를 한데 모아 오늘날 우리가 창조하는 물건이 미래에 어떻게 보일지 상상케 하죠. 시간의 흐름, 환경에 대한 인간의 개입, 고고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풍경 속 폐허로 드러납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주조된 크리스털은 청동 표면에 박혀 성장, 변형, 시간의 지속성을 의미하고요.

Bronze Eroded Venus of Arles (Large), 2022 ©Anthony Devlin

‘Bronze Eroded Venus of Arles’ 역시 루브르 박물관의 조각상을 참고했다고요.

맞아요. 아를의 비너스는 기원전 1세기에 조각되었지만 1651년이 되어서야 발견됐죠.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를 상징하고요. 멜포메네 조각상과 그 비율을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좋은 포인트가 될 것 같네요.

Bronze Eroded Bunny, 2022 ©Anthony Devlin
Bronze Crystallized Seated Pikachu, 2022 ©Anthony Devlin
Bronze Extraterrestrial Bicycle, 2022 ©Anthony Devlin

‘Bronze Eroded Bunny’, ‘Bronze Crystalised Seated Pikachu’ 같은 조각도 흥미로워요. 가족 단위의 방문객을 고려한 큐레이션인가요?

모든 작품은 아샴과 논의 과정을 거쳐 대중문화적 이미지를 지닌 피스 위주로 골랐는데요. 익숙한 사물이나 이미지를 변형해 왜곡된 현실감을 선사하죠. 머릿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기대)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미지(현실)의 차이가 클수록 즐거움은 극대화될 거고요. 우리는 나이가 들어도 우리가 자라면서 봐왔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캐릭터는 그대로잖아요. 영화 〈E.T〉의 자전거를 상징하는 ‘Bronze Extraterrestrial Bicycle’도 마찬가지죠. 1982년 영화가 나왔으니, 실제라면 이 자전거도 40년이 넘은 건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부식되고, 변형된다고 생각해 본다면요? 그건 어떤 모습일까요?

Bronze Eroded Astronaut, 2022 ©Anthony Devlin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Bronze Eroded Astronaut’요. 1969년 인류가 처음 달에 착륙했을 당시에 포착된 닐 암스트롱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현대 역사의 기념비적인 순간을 묘사하고 있죠. 인류 기술의 혁신, 지구 너머를 탐험하려는 인간의 야망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 특히 좋아합니다.

YSP 전경 ©Jonty Wilde

YSP는 분명 멋진 풍경을 갖고 있지만 런던에서 꽤 떨어져 있기도 해요. 어떤 점에서 이 전시를 관람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할 수 있을까요?

이번 전시는 관객들이 어렴풋이 혹은 상투적으로 갖고 있던 역사에 대한 이해와 시간에 대한 인식을 고민해 보게 만들어요. 바쁜 현대 일상에서 시간에 대해 전체론적 관점에서 생각해 볼 기회는 거의 없잖아요. 이 조각들은 그 관점에 접근하고 토론할 수 있는 진입점을 제공한다고 생각해요. 탁 트인 공간에서, 일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시간의 개념에 대해 사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예요.

YSP에 1980년부터 설치되어 있는 바바라 햅워스의 The Family of Man, 1970 ©Jonty Wilde
더 웨스톤의 내부 ©David Lindsay

YSP에 방문했을 때 놓치면 안 될 작품이 있다면요?

YSP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조각 공원으로 매년 40만 명이 방문하고 있어요. 야외에는 100개가 넘는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바바라 헵워스(Barbara Hepworth), 헨리 무어(Henry Moore), 헤말리 부타(Hemali Bhuta), 데이비드 내쉬(David Nash), 필리다 발로우(Phyllida Barlow),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같은 예술가의 작품을 둘러볼 수 있고요. 유럽에서 바바라 헵워스의 ‘The Family of Man(1970)’을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1980년부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죠. 야외 공간 외에 6개의 실내 갤러리도 있고요. 여정의 마무리는 더 웨스톤(The Weston) 건물에서 하길 권해요. 통창으로 공원 전경을 즐기며 식사를 할 수 있고, 작은 갤러리에서 또 다른 작가를 발견할 수도 있죠. 공들여 큐레이팅한 도예가의 머그잔이나 기념엽서를 살 수도 있고요.

신정원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요크셔 조각 공원, Camron Global

프로젝트
<풍경 속 성유물(Relics in the Landscape)>
장소
요크셔 조각 공원
주소
West Bretton, Wakefield WF4 4LG, UK
참여작가
다니엘 아샴(Daniel Arsham)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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