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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6

일상 속 비일상적인 미식 경험

전통적 인테리어를 거부한 레스토랑 3
식사하는 공간의 환경이 어떤지에 따라 식사의 만족도는 크게 달라진다. 손님들의 미식 경험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독특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선택하는 레스토랑들이 있다. 단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을 넘어, 다른 우주 다른 별, 다른 시간대에 와있는 듯한 초월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공간들이다. 회색 콘크리트 위에 나무를 피워올리고, 평범한 주택가 한가운데 동굴을 파고, 고전 SF 영화 속 우주선을 닮은 공간들이 손님들에게 일상 속 비일상적인 기분을 선사한다.

회색 콘크리트 사이로

식물들이 뿌리 내린 디저트 숍

이미지|Kaihang Zhang

중국 상하이의 번화가 티엔즈팡에 있는 ‘저 티안(折甜)’은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라고 하기에도, 식물로 채운 플랜테리어라고 하기에도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중국 전통 디저트를 재해석한 메뉴를 판매하는 숍과 레스토랑을 겸하는 ‘저 티안’은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보다는 자연스러운 휴식을 추구한다.

이 곳의 콘셉트는 어린 시절 먹던 집에서 만든 옛날식 수제 디저트의 향수를 느끼면서, 정교하게 만들어지고 플레이팅된 고급 디저트를 먹는 두 가지 경험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이다. 카운터석을 포함해 테이블은 총 3개뿐인 아담한 공간이지만 테이블 회전율은 낮은 편이다.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코스 요리를 먹을 때처럼 음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음식을 온전히 즐기며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다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곳은 상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하여, 바쁜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에 숨통을 트는 휴식 공간을 자처한다

‘저 티안’의 오너 셰프 장카이항은 지난 2020년 개업을 하며 이 공간에 향수와 여유, 고급스러움을 모두 누릴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춰지길 바랐다. 그래서 여기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상 속 휴식과 설렘, 혹은 기대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저 티안’의 인테리어를 맡은 디자인 스튜디오 ‘쿼타 앤 아르만도(Quarta & Armando)’는 이를 위해 90제곱미터의 공간에 도시와 원시를 한 데 넣었다. 정형적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콘크리트 사이에 스스로 뿌리를 내린 듯 자리잡은 식물들은 테이블에 적당한 생기를 주고, 자연과 연결된 느낌을 더한다. 밖으로 넓게 낸 유리 통창은 바삐 지나가는 직장인들에게 머물다 가기를 청해, 전체적으로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독특한 질감의 공간이 빚어졌다.

지하 동굴에서 즐기는 프렌치 코스

이미지|maison owl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에는 눈길을 끄는 지하 건축물이 있다.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어 더욱 이색적인 이 곳은 프렌치 레스토랑 ‘메종 오울(Maison Owl)이면서, ‘메종 오울’의 오너 셰프 히라타 모노토리의 집이다.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물며, 지형에 따라 유기적인 건축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시가미 준야가 자신의 친구인 히라타를 위해 설계한 작품이다.

‘메종 오울’은 인공보다 자연에 가깝다. 매끈하지 않고 거칠다. 진흙으로 둘러진 벽 사이로 계단을 걸어내려가면 숨겨진 지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 것 같다. 마침내 도착하면 어느 외계의 행성, 혹은 고대의 지구 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히라타는 들어선 순간 손님들이 은신처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끼는 레스토랑, 그리고 공간 자체가 아주 오랜 고대로부터 그 자리에 존재해온 것 같은 느낌의 레스토랑을 구상했다. 그리고 그 한 켠에 자신과 가족의 프라이빗한 생활 공간을 만들기를 원했다. 레스토랑과 함께 자식과 손자 대대로 물려줄 만한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이미지|maison owl

오랫동안 한 자리에 존재해온 것 같은 원시적인 느낌을 위해, 이시가미와 그의 팀은 일반적인 지하층 작업과 달리 땅을 ‘조각해가듯’ 깎아내는 건축 과정을 거쳤다.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흙이 무너지면, 그걸 디자인에 최대한 반영해 수정했다. 아직 정식 영업을 시작하기 전이지만, 완성된 ‘메종 오울’의 모습을 보면 처음 건축주의 바람이 잘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입구 계단 아래에서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불빛, 그리고 형태가 균일하지 않은 기둥들, 또 낮은 바닥 아래로 더욱 낮게 들어간 테이블석까지. 공간 곳곳에 ‘메종 오울’만의 개성이 드러난다. 지면 위로 드러난 건물의 지붕의 색은 흙색이 아닌 구름을 연상시키는 흰색을 선택했다. 

 

레스토랑은 오너의 가족의 거대한 거실이자 응접실을 겸한다. 레스토랑의 문을 닫고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한다. 개방적인 레스토랑 디자인과 달리, 거주 공간의 벽은 통유리로 둘러싸 깨끗하고 아늑하게 만들었다.

빨간색을 과감하게 버린 훠궈 식당

이미지|Vermilion Zhou Design Group

하이디라오는 1994년부터 영업해온 중국 최대의 체인 훠궈 전문 레스토랑이다. 서울, 런던, 뉴욕, 시드니 등에 체인점이 있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인 하이디라오의 기존 브랜드 컬러는 빨간색과 검은색이었다. 전통적이면서 훠궈를 직접적으로 연상시키는 색깔들이다. 그런데 하이디라오 심천 지점은 최근 리모델링을 하면서 30년 동안 유지해 온 이 브랜드 컬러를 포기했다. 그리고 대신 파란색과 초록색을 선택했다. 식욕을 자극하거나 음식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알려진 색상이 아닌데, 왜 푸른 계열을 고른 걸까?

 

이 선택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손님들이 전통적인 디자인의 공간보다 현대적인 디자인의 공간에서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는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전통보다는 미래를 지향하고, 식재료의 신선함과 건강함, 자연스러움을 강조할 수 있는 컬러 조합이 푸른 계열이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공간이 되고자 하는 심천 지점의 목표에 부합하는 컬러이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훠궈 레스토랑이 가진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다.

이미지|Vermilion Zhou Design Group

그렇게 푸르게 변한 레스토랑 내부는 살짝 톤이 다운된 웨스 앤더슨 영화 속 장소 같기도 하다. 부드러운 컬러감은 시각적으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서비스 동선을 효율화하기 위해 잘 정돈한 구역과, 테이블과 좌석의 형태, 그리고 벽에 여러 안내 문구가 흐르는 LED 스크린 때문에, 마치 레스토랑이 아닌 공항이나 기차역, 혹은 열차 내부 같은 느낌도 준다. 훠궈 레스토랑의 모던한 변신은 디자인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안정감 있는 1인 고객 전용 식사 자리가 다수 생겼고, 모유수유방과 대기 고객들을 위한 매니큐어 바 등 여러 부대시설도 갖췄다.

박수진 객원 필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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