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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5

인도 최초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에쿼

인도 뭄바이 갤러리에서 본 그들의 잠재력
올해 초 뭄바이에 문을 연 에쿼(æquō)는 인도 최초의 컬렉터블 디자인(collectable design) 갤러리다. 컬렉터블 디자인은 말 그대로 소장할 만한 가치를 지닌 오브제나 가구를 의미하는데, 이처럼 에쿼 갤러리는 글로벌 컨템포러리 작가의 맞춤 가구와 인테리어 오브제를 소개한다.
'Ilia' 소파 컬렉션을 중심으로 밝고 균형감있게 완성된 갤러리 내부. ©æquō
인도 최초의 컬렉터블 디자인 갤러리 에쿼. ©æquō

무엇보다 뭄바이의 역사 및 문화의 중심지이자 건축 유산과 아트 갤러리가 가득한 콜라바(Colaba)에 기반을 두고 인도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자원, 그리고 장인 정신을 잇고, 이를 재해석하며 글로벌 커뮤니티와 교류하고자 한다.

갤러리 창립자 Tarini Jindal Handa. ©æquō

이 실험적인 갤러리의 창립자 타리니 진달 한다(Tarini Jindal Handa)는 인도 태생으로 3대째 예술 분야에서 활동 중인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그녀의 할머니는 인도 최초의 예술가 레지던시인 카노리아 예술 센터(Kanoria Center of Arts)의 설립자이며, 어머니는 인도 예술 잡지(Art Magazine of India)를 창간한 바 있다. 이에 타리니 진달 한다는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레 창작 산업에 노출되며 매력을 느꼈고 예술 후원의 전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런던에서 패션 마케팅을 전공한 뒤, 인도 최초의 멀티 브랜드 패션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문화 보존, 장인 정신 및 디자인 혁신 분야에 대한 열망과 높은 관심은 결국 그녀를 현재의 길로 인도했다. 인도의 부동산 및 디자인 에이전시인 JSW Realty에서 일하며 지역의 장인들과 소통할 기회가 많았던 것도 현재의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 좋은 영양분이 되었다.

타리니 진달 한다는 “가족의 영향으로 나는 아주 일찍부터 인도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공예의 보존에 흥미를 느꼈다. 3년 전 파리에서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플로렌스 루이(지Florence Louisy)와 우연히 만났고, 인도의 장인 정신과 공예 유산의 보존에 대한 중요성과 인도의 컬렉터블 디자인의 부재에 대해 깊이 공감한 것을 계기로 우리는 함께하게 됐다.”라고 언급하며, “인도가 지닌 놀라운 자원과 장인 정신을 해외에 전파하는 것은 특별한 가구 제작 과정과 같은 전통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 간의 대화를 열어주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낸다”라고 갤러리의 역할과 순기능을 강조했다.

지역의 유서 깊은 건물에 위치한 갤러리의 건축은 Ivan Oddos가 담당했다. ©æquō
다양한 재료로 가득찬 샘플 라이브러리. ©æquō

한편, 갤러리의 건축은 프랑스 출신으로 파리와 뭄바이에서 활동 중인 이방 오도스(Ivan Oddos)가 담당했다. 갤러리가 위치한 데비다스 맨션(Devidas Mansion)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오래된 건축물로 여전히 과거의 섬세한 건축적 요소들이 남아있었다. 이를 갤러리로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건축물이 지닌 역사를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갤러리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도록 개조했다. 흥미로운 점은 인도 고유의 소재를 소중히 여기는 갤러리 운영자의 확고한 철학을 담아 전적으로 지역의 자재만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인도 라자스탄의 코타(Kota) 지역에서 채석된 석회암을 비롯해 대리석, 테라코타, 티크, 주조된 금속 손잡이에 이르기까지 모두 현지에서 공수해 갤러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의미를 다시금 강조했다.

다양한 작품 전시를 위한 공간의 포용력을 높이고자 배경은 흰색으로 깔끔하게 완성했다. ©æquō
첸나이 기반 자수 학교인 Vastrakala와 공동으로 제작한 'Ilia' 컬렉션의 디테일한 자수 연출이 돋보인다. ©æquō
도예가 마을의 이름을 딴 'Sandur' 컬렉션은 태운 테라코타를 소재로 장인정신과 재료가 가진 물성의 조화를 보여준다. ©æquō

프렌치식 유리창을 통해 충분히 유입되는 자연 채광에 높은 층고로 탁 트인 개방감을 더하고, 매끄럽게 페인트칠 된 하얀 벽은 전시될 작품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다. 건축가는 이 고요한 공간이 지닌 순수성에 주목했으며, 차분한 분위기로 연출함으로써 모든 감각을 깨우고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의도했다. 이에 방문객은 작품에, 작가는 창조적인 작업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집중적인 공간이자 중립적이며 시대 초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전시 공간 외에도 두 개의 워크숍과, 회의실, 기타 다목적 공간으로 구성된다.

갤러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Florence Louisy의 데뷔전 〈로우(RAW)〉. ©æquō
알루미늄과 청동을 소재로한 'Tavit' 체어. ©æquō
지역의 목재를 소재로 한 'Tight' 컬렉션. ©æquō
바구니처럼 스테인리스 스틸을 짜서 완성한 'Traverse' 체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광택이 더해지며 빛나게 된다. ©æquō

갤러리의 데뷔 쇼케이스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함께하게 된 플로렌스 루이지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들로 채워졌다. 플로렌스 루이지는 일세 크로포드(Ilse Crawford)와 포르마판타스마(Formafantasma)의 지도 아래 네덜란드의 디자인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지난 7월부터 진행 중인 ‘가공하지 않은, 날것’이라는 의미를 지닌 〈로우(RAW)〉 전시는 플로렌스의 디자인 감성을 토대로 도예에서 자수에 이르는 광범위한 공예 기술을 완벽하게 결합한 8개의 독특한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컬렉션 중 뭄바이에서 주조된 청동 조각, 인도 남부의 마이소르(Mysore)에서 제작한 곡선형 오크 가구, 핑크 시티로 잘 알려진 자이푸르(Jaipur)에서 만든 황동 및 은도금 테이블, 마크라나(Makrana)에서 만든 수제 대리석 조명,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Uttar Pradesh)에서 손으로 짠 리넨 러그가 포함된다. 인도 각지의 장인들과의 협업과 더불어 의미 있는 각각의 재료는 본래의 가치를 고스란히 유지하며 디자인에서 나아가 마스터 피스로 재발견된다. 작품에서 탐구된 소재와 기술의 순수한 다양성은 궁극적으로 인도의 공예적 잠재력과 자연의 상태에 가까운 물질성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한다. 특히 그녀는 재료, 기술, 손을 의미 있는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3요소로 꼽았는데, 이러한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작품은 관람객의 몰입도를 더한다.

인도 Pista 대리석을 손으로 조각한 'Bow' 테이블 램프. ©æquō
'Camur' 체어 트리오. ©æquō
황동과 은도금된 'Dyad' 테이블 컬렉션. ©æquō

이번 전시에서 그녀만의 경계 없는 창의성을 보여준 플로렌스는 “에쿼 갤러리는 인도 장인 정신의 미래를 재정의하고 그것을 보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역 사회의 본질적인 가치를 유지하면서 인도 공예의 변화 가능한 잠재성을 탐구하는 과정을 통해 독창적이고 예상치 못했던 컬렉터블 디자인을 찾아나간다.”라며 갤러리의 의의를 되새겼다.

한편, 에쿼 갤러리는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작가를 초대하고,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숙련된 장인과 뿌리 깊은 공예 기술, 인도의 자원을 연결해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시각과 동시대적 언어로 고유의 유산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에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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