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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1

미래를 위한 형태를 탐구하는 갤러리, FFF

FFF의 공간과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
한국 미술시장은 침체기를 딛고 일어나 역대급 호황을 경험했고, 그 흐름을 유지하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으로 해외의 유수 갤러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가 하면, 국제적으로 저명한 작가들이 한국 미술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의 물결 앞에서 많은 이들이 걱정을 표한다. ‘호황이 거품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현재의 긍정적인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려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은 그동안 주목하지 않았던 다양한 시도와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굉장히 많은 전시 공간이 있고, 공간들이 지니고 있는 지향점과 개성 역시 다양하다. 작지만 분명한 취지를 지닌 전시 공간들은 어떤 목소리를 내고 있을까? 한남동 번화가와 인접하지만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FFF가 있다. FFF를 운영하는 조의영 디렉터와 공간과 전시, 운영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FFF 전경 사진

Interview with

FFF 조의영 디렉터

— FFF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FFF는 저와 박근영 디렉터가 운영하는 전시 공간입니다. 저는 이화여대에서 현대미술사를 공부했고, 가나아트 갤러리, 롯데 그룹 등에서 큐레이터로 일해왔어요. 함께 일하는 박근영 디렉터는 동덕여대에서 큐레이터학을 전공했고 서울옥션, K옥션 등을 거치며 오랜 시간 동안 미술시장에서 근무해왔지요. FFF는 2022년 4월, 서울 한남동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동시대 미술가들 중에서도 특히 신진emerging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기획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자 문을 열게 되었어요. 저희는 오랫동안 미술계에서 일을 해 온 만큼 좋은 컬렉터들과 갤러리, 기관들과의 깊은 유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신예 아티스트들의 작품 세계를 잘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전시를 만들고자 했어요.

전시〈OBJET POEM〉 전경

— 갤러리 이름이 독특합니다. 무슨 뜻인가요?

FFF는 ‘Form for Future’의 약자예요. Form은 형태, 형식이라는 뜻으로 개념이나 의미, 내면, 감정 등 추상적인 어떤 것을 구체화하는 시각물로서 ‘미술’을 상징합니다. Future는 미래를 뜻하는 단어로서 저희가 주로 탐구하고 있는 동시대 미술과 신예 아티스트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FFF의 아이덴티티를 상징하는 ‘미술’, ‘미래’,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모두 담고 있습니다.

 

 

— FFF는 어떤 계기로 탄생하게 되었는지.

저희는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하고 있는 사이입니다. 한 번 만나면 자연스럽게 작품과 작가, 시장에 대한 대화가 끊이질 않죠. 둘 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 새로운 것에 대한 시각도 다양합니다. 무엇보다도 미술계에서 일한다는 자부심과 애정이 큽니다.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맞이했던 미술 시장, 작품의 시장성과 작품성, 작가, 전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어요. 2021년에 제1회 아트 롯데 《one masterpiece》전을 기획하면서부터예요. 저희는 미술계 내부에서 갤러리와 옥션이라는 조금은 상이한 기반으로 활동해오면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나눌 수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시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었어요. 각자의 지향점이 같고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서로를 믿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만의 이상에 도달해 보자는 포부로 FFF를 열게 된 것이에요. 코로나가 한참 유행이었던 작년 말, 도전적으로 함께 유럽 여행을 떠났고 동지가 되기로 했습니다. 선진화된 갤러리 시스템과 신예 작가들을 다루는 갤러리들을 둘러보고 자신감도 얻었고요. 국경은 문제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굳힐 수 있었습니다. 

FFF의 개관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된 NKSIN(일본), Arkiv Vilmansa(인도네시아), Tide(일본) 작가.

— FFF에 소속된 작가들에게 공통점이 있나요? 

FFF 작가들은 주로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작업을 합니다. 이들은 단순히 대상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정서, 느낌, 의미가 먼저 존재하고 그것의 효과적인 표현 도구를 미술에서 찾은 작가들이 많아요. 그래서 미술대학 출신이 아닌 독학을 통해 미술을 공부한 작가들도 많습니다.

 

 

— 전시를 기획하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나요?

4월 개관전에 참여했던 일본 작가 NKSIN과의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작년 말에 작가와 처음 만났습니다. 그는 이미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서 세계 각지에 일정이 잡혀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의 열정이 잘 전달되었는지 작가는 흔쾌히 개관 그룹전 참여와 개인전 개최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들려주었어요. 당시 공간도 없고 비전만을 제시했던 저희였기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죠. 그런데, 전시를 앞두고 일이 생겼습니다. 작가의 작업실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제작했던 작품들이 모두 파손된 것입니다. 개관전을 다시 구성하기 위해서는 예정된 전시를 미뤄야 했고, 작가가 작품을 다시 제작해 줄지도 의문이었어요. 저희는 다른 작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NKSIN을 믿고 기다리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FFF의 개관 전시 주제이자, 동시대 미술의 키워드이기도 한 ‘유머Humour’라는 주제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유머를 행하는 사람으로서 예술가의 위치를 가장 폭발적으로 담고 있는 작가였기에 꼭 전시하고 싶었습니다. NKSIN은 밤낮없이 그림을 그려 작품을 보내주었고, 그 덕분에 의미 있고 완벽한 개관전을 열 수 있었습니다.

5월에 열린 전시 〈Close to You〉 전경. 일본 작가 Anju Shimoie와 Wada Chizu의 국내 첫 전시.
6월에 열린 전시 〈ABRAXAS〉. 제주 출신 장예린 작가의 첫 개인전.

— FFF의 비전이 있다면요?

시장성과 작품성의 선순환이 작품과 전시를 통해 시각화되는 것을 지향합니다.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작품에 대해 의견과 시장의 피드백, 트렌드를 서로 교류하며, 작품과 전시를 발전시켜 나가고 구성합니다. 상호 간에 활발히 호환된 것의 결정체로서 ‘전시’가 하나의 스토리를 갖길 원하고 작품을 완성하는 공감각적 매체로 관객에게 인식되길 바랍니다. 

여기에는 ‘상업성을 추구하는 전시’에 대한 일 차원적 시각을 극복하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어요. 이를테면 그림이 걸려있으면 모두 전시이고, 예쁜 그림이면 팔린다는 사고에서 비롯되는 일차원적 시각 말입니다. 저희의 관심사는 철저히 미술과 시장이며, 여기서 시장성은 작품성과 분리될 수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방법이 잘 기획된 전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전시를 잘하는 상업 미술 공간을 지향합니다.

 

 

— FFF의 취향과 더불어 정체성 구축을 위한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저희의 취향은 FFF의 작가들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작품이 작가와 닮았듯, 갤러리는 저희의 안목과 취향을 담고 있습니다. 전시의 역사가 쌓이면 그것이 또한 저희의 정체성이 될 것입니다. FFF는 실력 있는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 주요 아트 페어 및 신생 페어를 열심히 찾아다닙니다. 온라인 서치 활동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실제로 보고 작가와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유명 작가와 명화에 대한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시장에 대한 공부와도 관련이 있지요. 갤러리 비즈니스라는 것은 1차 시장뿐만 아니라 2차 시장에 대한 감각도 늘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거시적으로는 미술시장의 흐름과 메커니즘을 이해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전시 〈OBJET POEM〉 전경
좌)Anna Nero Ed's Garden180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2 (우)Anna Nero Smart at night 160x12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21
전시 〈OBJET POEM〉 전경

— 현재 전시 중인 독일 작가 안나 네로와 포춘 헌터의  〈OBJET POEM〉 기획전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OBJET POEM〉은 FFF의 네 번째 기획 전시로서 회화적 오브제를 주제로 하고 있어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젊은 작가 안나 네로(Anna Nero b.1988)와 포춘 헌터(Fortune Hunter b.1985)의 2인 전이며, 8월 20일까지 FFF에서 열립니다. 두 작가는 회화라는 매체 속 오브제를 통해 위트와 유머, 은유와 잠재의식, 재현과 추상을 오가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신작 15여 점을 전시합니다. 안나 네로와 포춘 헌터는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미국 등 글로벌 동시대 미술 분야에서 주목받는 신예 작가입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의 작품 세계를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자리라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앞으로 예정 중인 전시가 있나요?

올해에는 9월에 팅키 작가의 개인전이 있고, 10월에는 일본 작가 Fragile과 미국 작가 Austyn Taylor의 2인 전, 11월에는 Ed broner의 개인전, 12월에는 한나의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내년에는 신예 작가들의 라인업을 구성 중이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글  하도경 기자

자료 제공  FFF

장소
FFF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15
Art
하도경
수집가이자 산책자. “감각만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이라는 페소아의 문장을 좋아하며, 눈에 들어온 빛나는 것들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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