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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2022-07-27

책으로 연결되는 사람들의 공간, 더 북 소사이어티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책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이는 곳

장소더 북 소사이어티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9길 25, B1)

더 북 소사이어티는 2010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서 문을 연 서점이자 프로젝트 공간이다. 출판사 미디어버스를 운영하는 임경용과 구정연은 그들이 만든 책을 유통할 ‘공간’을 떠올렸고, 이 생각이 더 북 소사이어티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공간에는 사람이 모여들기 마련이어서, 이곳은 미술과 디자인 관련 책을 소개하고 판매할 뿐 아니라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는 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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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 소사이어티는 상수동에서 합정동과 통의동까지 몇 번 자리를 옮겼다. 9년간 머무른 통의동을 떠나며 잠시 닫혔던 공간은 이달 초 종로구 옥인동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화사한 채 강렬한 노란색이 시선을 잡아끄는 새 공간을 위해 여러 사람이 힘을 보탰다. 건축가 나종원,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 포스트스탠다즈, 디자이너 조현석 등이 저마다 특기를 발휘해 재미있고 단단한 공간을 완성한 것. 더 북 소사이어티를 운영한 지 10년을 훌쩍 넘긴 임경용 대표에게 새 공간을 완성해나가는 과정과 책을 만들고 파는 마음, 지금 흥미롭게 읽은 책까지 두루 물었다.

Interview with 임경용

더 북 소사이어티·미디어버스 대표
〈black spell hotel〉 발간 토크 행사

1. 더 북 소사이어티의 책

더 북 소사이어티는 미디어버스의 프로젝트 공간인 것으로 압니다. 더 북 소사이어티와 미디어버스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미디어버스는 기본적으로는 소규모 출판사입니다. 소규모라고 하는 것은 일하는 인원이나 발행하는 책의 수나 양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더 북 소사이어티는 미디어버스의 책을 유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문을 연 서점이자 프로젝트 공간입니다. 초기 미디어버스 책이 아무래도 일반 서점에서 유통하기 힘든 모양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 책을 비롯해 동료의 책을 판매하고 소개할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우리도 책만 보고 책을 이해하기 힘들 때가 있어서 그걸 만들고 기획한 분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 자리를 자주 마련했는데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행사나 작은 전시 등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프로젝트 공간으로 소개하기도 하는 이유입니다.

진(zine)을 만들고 판매하기 위해 미디어버스를 시작했다고요. 진이어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요?

진(zine)은 뚜렷하게 규정할 수는 없지만 개인이나 공동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 만드는 얇은 중철책을 뜻합니다. 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죠. 우리는 정치적인 것보다는 그저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던 중 예술가들이 만든 진에 주목했고, 그것을 기획하고 제작·유통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미디어버스를 구상했습니다. 2007년쯤 제작한 사운드 작가 류한길의 진이 미디어버스의 첫 번째 책입니다. 당시 30만 원 정도 들여 진을 인쇄했는데, 그 정도는 저희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었어요.

 

미디어버스는 문화예술 영역을 아우르는 책을 여러 권 출판했습니다. 내용과 디자인 측면에서 어떤 책을 만들려고 해요?

내용과 외관이 잘 어우러지는 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내용 면으로 분류하자면, 교류하는 작가나 기획자들이 가진 성향이 그리 대중적이지만은 않아 ‘예술가의 작품’으로서의 책이나 번역서를 여럿 만들어 왔습니다.

 

디자인 작업을 함께한 디자이너 역시 자기 생각이 뚜렷한 분들이었습니다. 초창기에 작업했던 분과 지금도 함께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진열, 워크룸, 김영나, 슬기와 민, 신동혁, 신해옥, 신덕호, 강문식, 김성구, 전용완, 맛깔손, 양민영 등의 디자이너들이죠. 외부에서 함께 책을 만들자는 의뢰를 받아서 진행하는 책들도 있고요. 이를테면 서울시립미술관과 함께 SeMA 미술비평총서를 출간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디어버스는 명확하게 ‘어떤 책을 만들겠다’라는 지향점을 가지지는 않아요. 굳이 찾자면 지금 출판계에서 만들어지기 힘든 책을 만들자는 태도 정도랄까요?

 

특별히 어떤 영역의 책을 만들자고 생각해본 적도 없지만, 결과적으로 미술 쪽 책이 많네요. 아무래도 미술계에는 책을 만드는 전통 같은 문화가 있고, 미술가 역시 새롭고 실험적인 형식의 책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 국립현대미술관, 2016, 사진 정민구

더 북 소사이어티는 해외의 실험적인 서적도 소개하죠. 외국에서 나온 책은 어떻게 발굴하는지 궁금합니다. 해외 파트너와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나요?

사실 아직까지는 2010년 서점을 오픈했을 때 구축한 네트워크에서 그리 넓게 확장하진 않았습니다. 2018년 아시아 소규모 출판 리서치를 하면서 아시아에서 흥미로운 책을 만드는 개인이나 공동체, 디자이너 등을 발견했지만 그전까지는 주로 유럽의 몇몇 출판사, 유통사와 일해 왔어요. 2009년 독일 베를린의 출판 유통사 모토 디스트리뷰션(Motto Distribution)의 대표 알렉시를 초청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만들어진 네트워크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일례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예술가의 문서들: 예술,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협업>은 구정연 씨와 제가 기획한 것인데요, 이전의 네트워크가 확장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법으로서의 출판, 아트선재센터, 2020, 사진 김연제

유럽에 비해 아시아 쪽은 훨씬 파편화되어 있고, 이들을 묶어줄 유통사 등 접점이 부족합니다. 리서치가 더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상당수의 출판사나 출판 이니셔티브들은 아트북페어를 통해 만났습니다. 2018년에 리서치를 위한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여행 장소가 주로 아시아 지역에서 열리는 아트북페어였거든요. 그곳에서 흥미로운 사람을 여럿 만난 경험을 토대로 2019년 <방법으로서의 출판>이라는 전시·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아마 올해 중에 관련한 책을 출간할 것 같아요.

통의동에 있던 당시 더 북 소사이어티. 출처: 더 북 소사이어티 인스타그램 @tbs_book_society

2. 옥인동 새 공간

상수동에 이어 통의동, 그리고 얼마 전 옥인동에 새로이 둥지를 틀었어요. 동네 위치는 달라졌어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어요. 어떤 느낌의 동네를 좋아해요?

우리가 만들거나 소개하는 책을 소비할 사람들이 많은 동네라고 해야 할까요? 개인 작업실과 소규모 스튜디오가 많은 홍대나 서촌 지역에 자리를 잡았었네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보다는 뭐랄까, 동네로 기능하는 장소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통의동보다 옥인동이 훨씬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공간을 시작했던 당시 상수동과 합정동은 번화가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어요. 물론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죠.

가구를 노란색으로 칠하는 모습(좌), 옥인동 더 북 소사이어티 모습(우)
옥인동 더 북 소사이어티

옥인동 더 북 소사이어티 공간을 구상할 때 중요하게 고려한 점이 있다면요.

이번에 공간 디자인은 현재 런던에서 활동하는 나종원 건축가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예전에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연을 맺은 분이에요. 입주할 건물이 신축이라 ‘건물 안 건물’이라는 콘셉트를 생각했어요. 이후 신신의 신동혁 디자이너와 가구에 대한 고민을 나눴습니다. 새로 가구를 만들 형편이 되지 않아서 기존 가구를 어떻게 쓸 것인지 묘안을 찾던 중이었거든요. 그러다 전부 노란색으로 칠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공간이 좁아졌다는 점, 새 건물이라는 점 등 조건은 바꿀 수 없었기에, 우리가 쌓아온 나름의 역사를 새 건물 안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우리는 초기 상수동부터 합정동, 통의동을 거치는 내내 많은 분과 가구를 만들었거든요. 바로 그 점이 우리 공간의 정체성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 정체성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 고민하다가 색을 덧입히는 개입을 생각하게 된 것이죠.

 

 

가구를 노란색으로 칠했을 뿐 아니라 공간 곳곳에 노랑이 쓰였습니다.

신동혁 디자이너가 노랑을 제안했어요. 상징적인 의미는 없고, 노랑이 가장 무난하기도 했고요. 원래 우리 아이덴티티 색이 보라색인데, 노란색이 보라색의 보색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이번 공간의 콘셉트를 정할 때 중요했던 기준이 ‘어떻게 기존의 것을 유지하면서도 변형할 것인가’였어요. 보라색과의 관계 안에서 노란색이 도출된 듯합니다.

공간을 준비하는 모습

말씀하신 대로 나종원 건축가, 디자인 스튜디오 신신부터 포스트스탠다즈와 조현석 디자이너 등 여러 사람이 힘을 모은 공간입니다. 각각 어떤 영역을 담당해 주었나요.

나종원 건축가가 공간 배치를, 신신이 아이덴티티와 다양한 디자인적 요소를 제안했습니다. 예전에 길종상가나 COM이 만든 기존 가구를 사용했지만, 포스트스탠다즈가 새 공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아이코닉한 벽을 만들었어요. 조현석 디자이너는 싱크대를 제작했습니다.

철제 계단을 제작하는 모습
〈black spell hotel〉 발간 토크 행사

〈black spell hotel〉 발간 토크 행사 사진을 보니, 단차를 둔 계단식 책꽂이를 좌석처럼 활용하더군요. 공간을 이렇게 구성한 이유는 뭐예요?

나종원 건축가가 설계한 부분이에요. 행사를 자주 여는 편인데 지금 공간이 훨씬 좁아졌잖아요. 그래서 토크나 프로그램을 위한 공간을 어떻게 뽑을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나종원 건축가가 계단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계단을 철제 앵글로 만들면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계단 밑 빈 공간을 창고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죠.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3. 이어지며 확장하기

같은 건물에 워크룸, 워크룸프레스, 양장점, 슬기와 민이 함께하고 있죠. 이 스튜디오들과 더 북 소사이어티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워크룸, 슬기와 민은 오랜 기간 함께 작업을 해온 동료이자 친구입니다. 양장점은 이전에 서점에서 종종 보기는 했지만 이번 기회로 함께하게 되었고요. 모두 책을 매개로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이 건물에는 출판사 두 곳과 디자인 스튜디오 세 곳, 서체 디자인 스튜디오 한 곳, 서점 한 곳이 있죠. 이제 시작이기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뭔가 함께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새 공간에서도 여러 프로젝트와 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라고요. 계획 중인 행사가 있다면요.

우선 우리가 하반기에 발간하는 책은 전부 론칭 기념 토크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책을 만들어도 제대로 소개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저자나 기획자, 편집자의 언어로 책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더라고요. 영화비평 강의도 올가을에 진행하려고 합니다. 계단을 좌석으로도 사용하는 만큼, 영화관 좌석처럼 활용해서 상영회 같은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원래 공간을 모두 책으로 채우려는 습성이 있는데, 이번에 만든 계단은 비워 두려고 합니다. 이 빈 공간으로 뭔가 해볼 거예요.

 

 

더 북 소사이어티가 오픈한 지도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출판과 서점 일을 꾸준히 하면서 어떤 변화를 느끼나요.

좀 뻔한 말이긴 한데 시작할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은 어려워요. 대신 책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나 태도, 관심은 좀 달라지고 있다고 느껴요. 그것이 우리에게 우호적일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제는 개인이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이 그리 특별하지 않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판매하는 곳도 엄청나게 늘어났어요. 정말 많은 분이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깊게 고민하고 생산과 소비를 하는 모습을 목격해요.

COS x The Book Society, COS 청담점, 2016, 사진 나씽스튜디오

옥인동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지금의 마음을 물을게요.

옥인동에 자리 잡은 더 북 소사이어티의 새 공간은 분위기나 면적 면에서 초창기 상수동 공간과 비슷해진 듯해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동안 더 북 소사이어티가 계속 팽창해 왔다면, 이제는 좀 더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겠죠. 또 식상한 말을 했네요.

임경용 대표가 ‘지금’ 추천하는 책 3

아래 책은 모두 더 북 소사이어티에서 만날 수 있다.

<글리치 페미니즘 선언>

 

저자 레거시 러셀Legacy Russell
역자 다연
디자인 인양
2022, 미디어버스, 18000원

 

뉴욕 출신의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레거시 러셀의 책이다. 2020년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그해 가장 중요한 예술 서적으로 꼽히기도 했다.

저자는 흔히 실수나 결함, 오류 등으로 여겨지는 글리치를 무한한 정체성으로 변형될 수 있는 해방적 순간이자 제약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로 읽어낸다.

〈On the Necessity of Gardening〉

 

편집자 Laurie Cluitmans
디자인 Bart de Baets
2021, valiz, 50000원

 

네덜란드 유틀레이트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정원과 관련된 전시 〈The botanical revolution, on the necessity of art and gardening〉의 일환으로 발행된 책이다. 2022년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으로 여겨져 왔던 정원에 대한 다양한 드로잉과 사진, 텍스트를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세계를 인식하는 작은 우주’로 정원을 인식하며 정원의 정치적이고 사회 문화적 의미를 흥미롭게 읽어내고 있다.

〈Black Spell Hotel〉

 

저자 박선영(그림), 이솜이(기획 및 편집)
디자인 신해옥
2022, 미디어버스, 45000원

 

이 책은 작가인 박선영과 기획자 이솜이가 서울 시내 호텔에 머물면서 그렸던 그림과 글을 묶어서 낸 책이다.

독특한 점은 여기에 수록된 글은 모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로 처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점자책’이라는 조건을 작가와 편집자, 디자이너가 책이라는 형식 안에서 제약이 아니라 새로운 독해를 위한 가능성으로 만들어낸 책이다.

김유영 에디터

자료 제공 더 북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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