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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7-22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열린 이희준 작가 개인전

추상의 멋, 관찰의 맛 〈Heejoon Lee〉

기간 2022.07.01 - 08.14
장소국제갤러리 부산점

지난 5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아트부산 2022에서 갤러리와 컬렉터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름이 있었다. 바로 이희준. 국제갤러리는 1988년 생 가장 젊은 소속 작가를 소개하는 단독 부스를 마련했고, 그의 작업은 단 5분 만에 완판되었다. 아트페어에서 완판을 기록하는 일이 드물기도 하거니와 더욱이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작품과 작가의 성장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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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부산에서의 상승세를 이어 국제갤러리 부산에서는 지난 7월 1일부터 오는 8월 14일까지 이희준 작가의 개인전 〈Heejoon Lee〉를 개최하는 중이다. 부산에서의 큰 관심에 대한 소감부터 이번 개인전에 소개한 두 개의 연작 ‘A Shape of Taste’와 ‘Image Architect’의 기원과 제작 과정, 추상 회화에 대한 관심과 믿음, 관찰과 편집의 힘까지. 작업을 둘러싼 그의 다양한 생각과 이야기를 들었다.

The Temperature of Barcelona, 2022,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160 x 16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Interview with 이희준 작가

지난 5월 아트부산에서 ‘5분 완판’으로 화제의 인물이 된 이후 2개월 만에 개인전이에요. 그것도 다시 부산에서. 부산과의 인연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아트부산에서 큰 관심을 받고 이후 곧바로 부산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니까 나름대로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아트페어의 주 목적이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고, 또 그러기 위한 장소이니까 ‘5분 완판’처럼 대중의 이목을 집중 시키는 단어가 더 부각된 게 아닌가 싶어요. 무엇보다 부산에 계시는 관객들에게 제 작업을 보여준 건 처음이라서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고 생각해요.

국제갤러리 부산점 이희준 개인전 《Heejoon Le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부산점 이희준 개인전 《Heejoon Le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지난 아트부산에서의 관심이 이번 개인전으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예요. 국제갤러리 부산에서의 전시는 언제부터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말씀처럼 여러 방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었어요. 이번 전시는 약 1년 전부터 갤러리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다만 전시 형태, 방식 그리고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계속 조율해 왔죠. 지난 아트부산 이후에 더욱 구체화되어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A Shape of Taste no.37〉, 2022, Acrylic on canvas, 53 x 5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개인전에서 3년 만에 재개한 연작 ‘A Shape of Taste'(2018~)의 신작을 볼 수 있다고. 연작 제작에 일종의 휴지기가 있었던 셈인데요. 초기 작품과 최근에 공개한 신작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작업 방식이에요. 2018년에 처음 시작한 ‘A Shape of Taste’ 작업은 색면 추상으로 길거리에 찍은 사진을 프린트하고, 그 위에 드로잉 한 것을 회화로 옮기는 방식이었어요. 이후 작업을 잠시 멈추고 다른 한편에서 포토콜라주를 활용한 또 다른 연작 ‘Image Archtiect’를 시작했는데요.

 

이 작업은 제가 찍은 사진 이미지를 직접 캔버스 위에 노출시키고, 그 위에 이미지 내용과 상관없는 자의적인 건축 형태를 회화로 그려내는 방식이에요. 따라서 지금 그려낸 ‘A Shape of Taste’ 작업은 초기의 방식과 그 사이에 시작한 또 다른 연작의 제작 방식이 섞여 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하면 이전에는 드로잉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렸다면, 지금은 저만의 시각 언어를 중간중간 포함시키게 된 것이죠.

〈A Shape of Taste no.44〉, 2022, Acrylic on canvas 53 x 53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나만의 시각 언어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추상 회화를 그리는 작가니까요. 그림을 그릴 때 말하는 조형, 색, 구성 등의 회화적 요소를 두고 시각 언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추상 회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영국 글래스고로 유학을 다녀와서부터 본격적으로 추상 회화 작업을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학부를 다닐 때는 추상은 늘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선생님들의 언어이고, 제가 추상 회화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몰랐죠.

 

한국으로 귀국한 후, 새롭게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풍경과 대상을 재현하는 구상 회화가 아닌 다른 회화를 해보고 싶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에 추상이 떠올랐어요. 적극적으로 이를 사용해 보자 마음먹으면서 시작하게 된 것이죠. 지금은 추상이 특정 세대의 언어도 아니고, 누구든지 새롭게 이용할 수 있는 회화 언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추상 회화만 다루기에는 다양한 매체가 범람하는 시대에 살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회화를 고집하는 태도도 흥미로운데요. 회화에 대한 믿음일까요?

솔직히 회화 그 자체를 막연하게 좋아했던 것 같아요. 캔버스를 짜고, 그 위에 천을 대고, 물감을 바르고, 사진을 붙이면서 독특한 화면을 만드는 것 자체에 희열을 느껴요. 아울러 사람들이 제가 만든 화면을 보면서 각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회화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회화를 한다면 구상보다는 추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요. 결국 회화가 무언가를 재현하는 것이라고 했을 때, 엄청 독특한 방식이 아니라면 꼭 회화여야만 하는 이유가 부족하다고 느껴요. 회화로서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추상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이 걸음을 잠시 멈추고 화면 앞에 서서 자신만의 사유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On Board a Ship〉, 2022,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160 x 16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앞서 짧게 언급하신 연작 ‘Image Architect’도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죠. 말씀처럼 바쁘게 걷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화면 앞에 서 있도록 만들더군요. 무엇보다 그간 추상화를 시도해 온 대상과 풍경을 캔버스 화면에 직접 드러낸 점이 인상적이에요. 내가 본 것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작용한 것일까요?

‘A Shape of Taste’ 연작을 제작하며 대상의 구체적인 정보를 소거하고 추상의 형태로 표현하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한계점에 이르더라고요. 이러한 작업 방식을 지속하기에 버거웠어요. 그래서 매체에 대한 색다른 접근 방식을 실험해 보고 싶었죠. 그래서 그간 드러내지 않았던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올려 봤어요. 이미지에 부분적인 추상성을 더해보고, 회화로 표현한 부분을 오히려 그래픽처럼 보이게 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여전히 작업이 진행 중인 거네요.

맞아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다양한 작업의 방법론을 고민했어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인데 아직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표현의 지점과 그들의 균형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지 않을까요.

〈Salt, Palm, and Green〉, 2022,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160 x 16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Image Architect’ 연작에서 보이는 공간 사진은 작가님께서 직접 촬영하셨다고요. 화면 위에 드러낼 공간 사진을 선별하는 기준도 궁금합니다.

사실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공간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작업에는 주로 건축이 만든 추상성이 보이는 사진을 활용해요. 수직과 수평이 눈에 확 들어올 때가 있는데 주로 그런 장면을 수집하려고 노력하죠.

말씀대로라면 ‘A Shape of Taste’도, ‘Image Architect’도 모두 관찰하는 행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데 사실 관찰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하는 행위잖아요. 이희준 작가의 관찰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지점이 있는 것일까요?

사실 저는 제 시선과 관찰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간혹 관객분들이 작업을 보시고선 ‘이런 건 어디서 보셨어요?’와 같은 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관찰이 특별하기보다는 본 것을 어떻게 편집하고, 어떻게 보이도록 하느냐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즉, 시각 언어를 편집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서 다르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그 과정에서 보는 사람들, 그러니까 관객의 시선에 대한 고민도 있겠네요.

완전히 생각을 안 한다면 거짓말이겠죠? 그렇다고 관객에게 제 그림이 이렇게 읽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작업하진 않아요. 특히 ‘Image Architect’의 경우는 사진 속 장소가 어딘지 빨리 알아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가급적이면 상상에 맡기는 편이에요. 그게 또 추상 회화의 매력이니까요.

〈Handle>, 2022, Acrylic and photo-collage on canvas, 100 x 100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공간도 찾아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캔버스 위에 바르고, 물감으로 그리고 다시 말리고…. 작품을 완성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떤 작업은 느낀 걸 바로 캐치해서 화면에 옮기고 싶은 것도 있고, 또 다른 작업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단계까지 갈 정도로 지지부진한 경우도 있어요.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도 최소 1, 2주는 걸리는 거 같네요.

전시를 앞두고서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려면 제작 계획도 그만큼 중요하겠네요.

그렇죠. 전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하는 것이니까요. 전시장에 필요한 절대적인 작업량과 날짜를 지키기 위해서 계획을 짜고 미리미리 작업하는 편입니다.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전시장까지 가서 그림 그리는 거예요.(웃음)

국제갤러리 부산점 이희준 개인전 《Heejoon Lee》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이번 개인전에서 인상 깊은 피드백도 있었을까요?

많은 분들이 조각 작업을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작고 귀여운 사이즈라서 그런지 더 좋아해주셨던 것 같아요. 회화는 ‘당연히 이 정도는 해내야지!’라고 말하면서 조각은 또 의외였다고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전시장에 걸린 작업을 보면서 문득 작가님이 생각하는 ‘감도가 높은 공간’은 무엇일지도 궁금하더라고요. 요즘 그 말 많이 쓰잖아요.

온도와 습도 혹은 질감이 감도를 판단하는 척도이지 않을까요?이들이 잘 어우러지고, 특히 마감이 잘 된 공간을 가면 느낄 수 있는 희열이 있는데 그런 걸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제 회화도 감도가 높은 것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작업을 계속하고, 전시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작은 소망이자 큰 목표에요.

 이정훈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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