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6

아인투아인의 비니 제작 프로젝트, Faces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만드는 제품은?
히브리어로 눈을 아인(Ayin)이라고 한다. 아인투아인은 ‘눈에서 눈으로’ 라는 뜻으로 시각 장애와 예술을 기반으로 차별 없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아인투아인 로고

아인투아인(AYINTOAYIN)은 처음에는 아트 포스터로 시작한 뒤 이후 양말과 비니라는,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크라우드펀딩으로 선보이는 중이다. 단순히 의미를 구현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매력적인 디자인과 예술적 가치까지 더하며 제품을 만들고 있는 아인투아인 박현일 대표에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지금의 프로젝트까지 그 과정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 with 아인투아인

박현일 대표
처음 공개됐던 아트 포스터

히브리어로 눈을 의미하는 아인이라는 이름을 쓰신 이유가 궁금해요.

아인투아인이라는 이름은 대학 재학 중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며 연을 맺은 김혜은 씨가 아이디어를 줬어요. 제 사업 구상을 듣고 ‘눈과 눈을 연결하다’, ‘눈에서 눈으로’ 라는 의미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제안했고, 의미도 좋고 운율과 어감이 좋아 지금까지 쓰게 되었어요. 저는 2013년도부터 소셜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어요. 000간(공공공간) 등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일했고 사회, 경제 분야에서의 경험을 예술과 연결해 사회에 쓸모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때마침 모교에는 소속 학생이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모교 주변 오래된 노점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였던 ‘흑석 상도 노점 새단장’을 진행했어요. 이후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하며 좀 더 새로운 참여자를 찾았고, 장애인 예술과 연결되었습니다. 아인투아인은 시각장애인 예술에서 출발해, 장애 비장애의 경계가 없는 협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인 기업이지만 매번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시각장애와 예술을 기반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차별 없는 제품을 만드는 곳이에요. 시각장애인 미술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프로젝트의 새로운 참여자를 찾는 과정에서, 특히 예술 분야에서 가장 소외된 대상을 찾고 있었어요. 디자인을 전공하며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질 높은 예술, 문화 경험의 기회는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실천하는 일이었던 것 같아요. 문화적 경험의 빈도나 농도가 개개인의 삶과 더불어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1996년부터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미술 교육을 진행해 온 ‘우리들의 눈’*을 알게 되었어요. 20여 년간의 아카이브는 대단했습니다. 교육의 콘텐츠가 새로웠고 실제로 시각장애 학생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하고 미대에 진학하기도 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결여로 확신할 때 ‘우리들의 눈’은 ‘Another Way of Seeing’이라는 슬로건이 잘 보여주듯 그것을 또 다른 재능으로 보았습니다. 시각장애 학생들의 매력적인 작품들에 매료되었어요. 제가 얼마나 예술과 세상을 좁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 한번 알았습니다.

* 우리들의 눈은 ‘본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시각장애인과 예술가들이 예술과 테크놀로지를 통해 질문하고 탐구하는 ART_Lab이다. 1996년부터 ‘시각장애’를 ‘또 다른 창의적 가능성’으로 바라보며 시각장애인과 함께 경계 없는 융·복합적인 미술교육을 해나가고 있다.
아인투아인 뉴노멀삭스 제품 이미지

첫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과 그래픽디자이너의 협업이에요. 미술치료를 토대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당시 반응은 어땠는지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후에 뉴노멀삭스 프로젝트로 이어진 동력이 되었는지도 궁금해요.

당시 많은 주변 사람들이 생소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설명을 해야만 했어요. 더군다나 제가 만나는 사람들한테는 이러한 사업의 첫 이미지가 제 말들이었기 때문에 표현에 늘 조심했고 신중했습니다. 그때에 비하면 이제는 어느 정도 프로젝트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사람들이 잘 이해하고 있어서 전달력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협업에 있어서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의 표현이 사람들에게 더 수용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완성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찾자는 생각이었어요. 시각물에 완성도를 더하는 작업은 시각디자인을 다루는 그래픽디자이너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렇게 시각장애인의 작품과 표현 과정을 그래픽디자이너가 아트 포스터로 제작한 것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아트 포스터에서 시각장애인의 것과 그래픽디자이너의 것 모두가 잘 담겼던 것 같아요. 그때 결과물에 있어서 누가 누굴 도와주는 의미보다는 표현이 어우러지는 협업의 개념으로 다가왔던 것 같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뉴노멀삭스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시각장애인 뿐 아니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예술 작업을 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하거나 상품을 개발하는 일에 있어서 가능한 다양한 분야에서 선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트 포스터를 진행한 후 아예 다른 종류의 제품을 진행하고 싶었어요. 자료를 찾던 중에 현재 ‘Shin’s letters’의 디렉터인 신지원 씨가 대학 시절 진행했던 ‘노노드(Non-odd) 삭스’ 프로젝트를 발견했어요. 다른 문양이지만 통일된 스타일의 자수 문양이 들어가 시각적으로 굳이 짝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시각장애인의 자립적인 의생활을 생각한 양말이었어요. 신지원씨에게 노노드 삭스를 더 보완할 프로젝트를 제안했고, 그렇게 뉴노멀삭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인투아인 비니 프로젝트 Faces 룩북

‘우리들의 눈’의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와도 접점이 있으셨던 건지, 발견 후에 협업을 제안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발견 후 제안이었습니다. ‘우리들의 눈’의 문을 두드렸던 것은 더 이전이었지만 엄정순 디렉터님의 제안을 받은 것은 이후 1년 정도 지나 아트 포스터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음이었어요. 졸업한 후에도 제가 같은 일을 하고 있었던 점과 완성도에 대한 집착에서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셨던 것 같아요. 이후 함께 양말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우리들의 눈의 대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와 연관 지어 뉴노멀삭스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예술가들이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코끼리를 통해 탐색해 보는 프로젝트로, 보이는 눈과 보이지 않는 눈들이 각자 자기 방식대로 땅 위의 가장 큰 동물 코끼리를 보고 그 의미를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그 과정에서 코끼리를 만져보고 표현하면서 부족한 스케일 감각에 도전해 보고 시각장애인들에게 미술이 필요 없다는 세상의 편견을 창의적으로 풀어보는 프로젝트이다.

 

 

이번 비니 프로젝트 Faces에도 우리들의 눈과 협업을 하셨어요. 앞으로도 계속 협업의 가능성이 있는지.

하반기에 창작과 전시로 이어지던 기존의 교육에 교육 과정 내에 프로덕트 생산과 판매까지 더해 메이커의 경험을 하는 교육 진행을 함께 준비중이고, 그간의 협업을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전시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에 있습니다. 같은 방향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재밌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인투아인 뉴노멀삭스 룩북
비니 제품에 쓰인 작품 - 동그란 나, 전북맹학교, 2017, 이수연
비니 제품에 쓰인 작품 - 얼굴 그리기, 2016, 청주맹학교 공동작

양쪽이 맞지 않아도 되는 멋진 양말은 검은색을 기반으로 매력적인 스케치가 담겨 있어요. 추후 다시 공개할 계획은 없으신 지 궁금해요.

더 많은 학생들의 매력적인 작업들이 있기 때문에 여름 양말 또는 다른 컬러 옵션 등으로 한 번 더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아이들 사이즈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양말을 여기저기 벗어 놔서 빨래를 갤 때 꼭 짝이 하나씩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고요.

 

 

많은 아이템 중 양말과 비니를 고른 이유는요.

장애인의 예술 교육과 작업을 알리고 지원하는 것이 1차 목적이기 때문에 아이템을 선정할 때 교육 프로그램의 스토리와 작품을 전달할 가장 좋은 매개로서 아이템을 선정합니다. 또 최대한 촉감적 요소도 신경을 쓰고 웨어러블한 아이템을 찾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연히 양말과 비니를 고르게 된 것 같아요. 제가 매주 참여하고 있는 풋살팀에서는 저를 ‘양말맨’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저도 제가 양말과 비니를 만들게 될지 몰랐어요. 이번 프로젝트 같은 경우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거울을 대신해 얼굴을 손으로 관찰하며 표현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얼굴에 쓸 수 있는 것이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캡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작품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것이 그중 자카드 원단으로 짠 비니라고 생각했어요.

얼굴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지닌 의미도 큰 것 같아요. 이번에도 어떻게 함께 하게 되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얼굴을 그리는 것은 자신을 가장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와 가까워지려는 용기를 내는 작업이고 세상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거울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우리들의 눈 엄정순 디렉터님에게 아이디어를 제안을 하고 화보 작업을 함께해 주시는 포토그래퍼 조하린 씨에게도 제안을 해봅니다. 그러면 같이 생각을 해주시고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 과정에서 우리들의 눈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요. 그렇게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비니의 경우 굉장히 힙한 배색을 지니고 있어요. 이러한 색채를 선택한 이유도 궁금해요.

무채색의 비니가 활용도나 사용성이 높을 수 있지만 학생들이 자신의 얼굴을 표현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보다 더 다채롭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실력 있는 브랜드 디자이너 나하나의 참여로 좀 더 과감한 표현이 가능했습니다.

아인투아인 Faces 룩북

특히 이번에는 다양한 영역에 계시는 분들을 모델로 섭외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분들 그리고 연관이 있는 듯하면서도 최대한 서로 다른 색을 가진 분들로 선정했습니다. 그렇게 비슷하면서 다르다는 게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또 한눈에 ‘다양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어요. 먼저 섭외한 분이 한마음 한뜻으로 다음 분 섭외를 도와주신 경우도 있었고 모든 분들이 흔쾌히 스케줄을 할애해 주셨습니다.

 

지금은 크라우드펀딩의 형태로 세일즈가 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 오픈된 형태로 상품을 제작하거나 판매할 계획이 있는지.

네, 물론입니다. 이번 크라우드펀딩 기간 이후에는 온, 오프라인 입점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는 패션 편집숍 SAMPLAS에 입점 예정이고, 기획 전시와 함께 제품 판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서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입점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상품 개발을 고려한 교육 프로그램 진행 및 시각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장애-비장애 아티스트의 협업 공연 프로젝트 등 새로운 시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박준우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아인투아인

헤이팝
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은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그 공간을 채우는 콘텐츠와 브랜드에 주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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