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10

에메 리옹 도르, 유행은 유산이 될 수 있다

90년대 힙합에 유럽의 터치까지 더한 브랜드
얼마 전 LVMH가 에메 리옹 도르(Aime Leon Dore)에 투자해 화제가 되었다. 정확하게는 LVMH 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인 LVMH 럭셔리 벤처스가 관심을 보였다는 이야기인데, 적은 지분을 가져가면서 지원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몇 브랜드가 LVMH 럭셔리 벤처스의 투자를 받았고, 두 곳은 엑싯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LVMH가 관심을 보인 이 브랜드는 지금까지 투자 받은 곳과는 조금 다르다. 최근에는 패션 유통/판매 플랫폼이 주를 이뤘고 버스드(Versed) 같은 화장품 브랜드, 매드해피(Madhappy)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그리고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처럼 디자이너의 브랜드도 있었지만 에메 리옹 도르처럼 스트리트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브랜드는 없었다.
Mili Pineiro For Aime Leon Dore

 

스트리트 브랜드는 많다. 하지만 에메 리옹 도르는 그 안에서도 독보적인 감성을 선보인다. 다수의 브랜드는 빠르게 유행을 서로 선도하고자 시도하거나 테크웨어에 집중하는 경향, 혹은 보드 문화로의 회귀 등 뻗어 나가는 방향도 한 시기에 동시다발적이다. 혹은 하이엔드화를 시도하거나 올드스쿨에서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빠르고 화려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에메 리옹 도르는 확실한 중심이 잡혀 있다. 장황하게 글로 풀어서 쓸 수도, 몇 가지 키워드를 제시할 수도 있으나 결국은 디렉터이자 파운더인 테디 산티스(Teddy Santis) 그 자체다. 테디 산티스가 자라며 겪어 온 경험, 감성, 자신이 걸어온 길이 모두 집약되어 에메 리옹 도르의 정체성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Clarks Originals와 Aime Leon Dore의 콜라보 제품 룩북에서의 Nas
Aime Leon Dore 2021 FW 룩북 중에서
Aime Leon Dore 2021 FW 룩북 중에서

 

그는 그리스 이민자의 자녀로 태어나 뉴욕 안에서도 퀸스에서 자랐다. 그는 퀸스만의 감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퀸스는 힙합의 역사가 깊은 곳이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부터 나스(Nas)까지 뉴욕 힙합의 황금기에는 퀸스가 중심에 있었다. 여러 힙합 명곡 가사에도 나오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의 90년대에는 뉴욕 닉스도 있었다. 패트릭 유잉, 존 스탁스, 찰스 오클리와 같은 쟁쟁한 멤버들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던 시기다. 앞서 언급한 음악가 중 나스 역시 뉴욕 닉스의 팬이다. 여기에 그는 빈티지를 굉장히 좋아했고, 그러다 보니 이러한 부분이 잘 섞여 있다. 여기에 에메 리옹 도르는 자신들과 비슷한 속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인 브랜드 드레익스(Drake’s)와 협업하여 일명 블랙 아이비(Black Ivy)라 불리는, 아프리칸 아메리칸의 세련된 컬리지 룩을 완성했다. 화려하고 과감한 색상의 아이템을 제작하며 포멀함과 캐주얼 사이를 자연스럽게 오가는 드레익스와 뉴욕의 정체성이 만나 블랙 아이비가 완성되었다.

Aime Leon Dore for Drake's 2020 FW 룩북 중에서
Aime Leon Dore for Drake's 2021 FW 룩북 중에서

 

에메 리옹 도르가 선보이는 것들을 보면 얼핏 보기엔 평범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디테일로 들어가 보면 다르다. 색감부터 룩북에서 볼 수 있는 핏까지, 표현의 뉘앙스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에메 리옹 도르가 2014년 초반부터 온전히 세련된, 지금의 완성도를 선보였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하는 과정에서 높은 완성도와 그 미묘한 차이에서 오는 매력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자신이 흡수해온 문화를 있는 그대로 표출한 것은 물론 스트릿과 캐주얼, 포멀함을 모두 오갈 수 있는 브랜드를 완성시켰다. 유럽 느낌으로 세련되게 떨어지는 스타일에 있어 많은 사람은 그가 그리스 출신이라는 것에서 배경을 찾기도 한다.

 

Aime Leon Dore 2021 FW 콜렉션에서의 Larry Johnson
Aime Leon Dore 2021 FW 콜렉션에서의 The Alchemist(좌)와 Action Bronson(우)
Aime Leon Dore x Porsche 콜라보

 

에메 리옹 도르는 LVMH의 투자를 받기도 했지만 컬래버레이션도 긴밀하게 해오고 있다. 뉴발란스와는 이미 스니커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포르쉐와의 협업 역시 극찬을 받았다. 외에도 팀버랜드, 뉴에라와 같은 브랜드와 콜라보를 하여 정체성을 강하게 구축하여 브랜드의 색채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룩북 등 브랜드를 선보일 때 앞서 언급한 나스는 물론 액션 브론슨(Action Bronson)과 같은 래퍼부터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알케미스트(The Alchemist)와 같은 힙합 프로듀서는 물론 뉴욕 닉스에서 뛰었던 래리 존슨(Larry Johnson)과 같은 왕년의 농구 스타까지 참여시켰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문화가 한시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문화적 유산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잘 살려서 존경을 담아내는 동시에 그 유산을 공유하자고 제시한다. 그래서 그 문화를 향유한 많은 이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연령대를 불문하고 그 문화에 동경이 있는 사람들, 그리고 다양하게 패션 스타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여러모로 두루 쓰일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이다. 에메 리옹 도르가 2014년부터 시작되어 왔고 뉴욕의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알려져 왔지만 이제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에메 리옹 도르가 문화적 유산에 화답하듯이 멋지게 전파 중이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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