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2

2026 핀터레스트 리포트: AI의 완벽함 대신 ‘불완전함’을 택하다

6억 명의 데이터로 본 취향을 편집하는 사람들

핀터레스트가 전 세계 약 6억 명의 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표한 2026년 트렌드 키워드를 정리했다. 21개 분야를 관통하는 핵심 흐름은 분명하다. ‘트렌드 피로감(Trend Fatigue)’에 지친 사람들이 남이 정한 유행 대신, 자기 취향을 직접 고르고 편집하기 시작했다는 것. 핀터레스트 트렌드 책임자 시드니 스탠백(Sydney Stanback)은 이를 두고 “트렌드 피로감에 지쳐 자신의 취향을 편집하는 사람들의 등장”이라고 설명한다.

AI의 급격한 발달이 만든 ‘매끄러운 완벽함’, 그리고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을 더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영역을 찾게했다. 2026년 소비자를 움직이는 심리적 요인과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짚어봤다. 이러한 흐름에는 세 가지 심리 기제를 읽을 수 있다.  

 

① 비순응 (Nonconformity) : 획일화된 주류(Mainstream) 질서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낯선 스타일을 택하고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려는 태도다.

자기 보호 (Self-preservation): 디지털 소음과 외부 자극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정서적 안전지대를 구축하려는 본능이다.

현실 도피 (Escapism): 불확실한 먼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이나 환상적인 세계에 몰입하려는 태도다.

1. 뷰티 & 패션: 완벽함보다 가치 있는 인간미

AI가 생성한 무결점의 이미지에 피로감을 느낀 대중은 이제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불완전함’에 주목한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스타일보다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감각을 추구하는 흐름이 돋보인다. 

글리치 글램 (Glitchy Glam)

정교한 화장 대신 의도적으로 번진 듯한 메이크업과 비대칭 네일을 선택하는 트렌드다. 특히 비대칭 네일(Asymmetrical nails) 검색량은 전년 대비 210% 이상 증가했다. 이는 작위적인 완벽함보다, 가공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통해 나다움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보여준다.

향기 레이어링 (Scent Stacking)

대량 생산된 기성 향수를 사용하기보다, 여러 향수를 섞거나 로션과 오일 등을 선택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향을 만드는 것이다. 타인과 차별화된 고유한 정체성을 향으로 표현하는 ‘올팩토리 아이덴티티(Olfactory Identity)’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브로치 & 배지 (Badges & Brooches)

패션 업계에서 공통으로 주목하는 키워드로, 핀터레스트 리포트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빈티지 브로치나 배지를 활용하는 행위는 기성품에 자신의 취향을 더하는 커스터마이징의 연장선이다. 또한 디지털 피로감 속에서, 손에 잡히는 물리적 오브제로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는 흐름도 읽힌다.

2. 라이프스타일 & 여행 : 극한의 몰입 혹은 고립

디지털 과부하가 일상이 된 시대, 휴식의 정의는 단순히 쉬는 상태를 넘어 ‘완전한 몰입’으로 확장된다. 사람들은 디지털 알림이 없는 극단적인 느림을 택하거나, 반대로 잡념을 지울 만큼 강력한 신체적 자극을 통해 일상의 균형을 맞춘다.

포에코어 & 펜팔 (Poetcore & Pen Pal)

시인의 지적인 스타일을 동경하는 ‘Poetcore’와 손 편지의 느림을 즐기는 펜팔 문화가 결합한 트렌드다. 낡은 트위드 재킷을 입고 종이책의 질감과 만년필의 서걱거림을 즐기는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한 걸음 물러나 ‘기다림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체감하려는 시도다.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촉각을 통해 현실과의 연결감을 회복하고,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하려는 욕구를 반영한다. 

데어케이션 (Darecations)

‘도전(Dare)’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인 데어케이션(Darecations)은 자동차 경주나 래프팅처럼 심박수를 높이는 모험형 여행을 의미한다. 핀터레스트는 사용자들이 정적인 휴양보다 강한 신체적 자극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경향에 주목했다. 실제로 ‘모험 여행지(Adventure travel destinations)’에 대한 검색량은 전년 대비 145% 증가했다. 압도적인 스릴에 몸을 던짐으로써 일상의 불안을 내려놓고, 현재에 몰입하게 만드는 형태의 현실 도피다. 

슬로우 트래블 (Mystic Outlands)

유명 관광지를 벗어나 황량하고 신비로운 오지로 떠나는 여행이다. 인증샷을 위한 여행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고립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신비로운 여행지(Mystic places to visit)’ 검색량이 165% 상승했다. 대자연의 숭고함 속에서 자아를 되찾으려는 이 흐름은, 시선과 소음에서 멀어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반영한다.

3. 집 & 실내 인테리어 : 감정적 요새이자 취향의 전시장

2026년의 집은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외부의 혼란을 차단하고 심리적 상태를 투영하는 ‘감정적 요새’로 기능한다. 미니멀리즘의 정갈함보다는 자신의 어둠과 유머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맥시멀한 표현이 두드러진다.

펀하우스 (Funhaus)

서커스 텐트를 연상시키는 대담한 줄무늬와 원색, 유머러스한 가구로 집을 꾸미는 트렌드다. 핀터레스트에 따르면, 서커스 인테리어 관련 검색어가 전년 대비 235% 증가하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집을 완벽하게 가꿔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시각적 즐거움과 유머를 주는 인테리어로 일상의 활력을 찾으려는 태도를 반영한다.

네오 데코(Neo Deco)

1920년대 아르데코의 직선적인 구조에 현대적인 크롬 소재를 결합한 스타일이다. ‘크롬 가구(Chrome furniture)’ 검색량이 145% 상승한 것에서 보듯, 사람들은 일시적인 유행보다 소재가 주는 견고함과 지속성에 관심을 둔다.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내구성이 높은 물건을 선택함으로써, 일상에 안정감을 더하려는 태도다.

1. ‘완성품’이 아니라 ‘조합 가능한 재료’를 제공할 것. 2026년 소비자는 브랜드가 제안한 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여러 요소를 직접 섞고(Remix) 고를 때 더 큰 가치를 느낀다. 향기 레이어링, 브로치 커스텀처럼 ‘개입할 수 있는 선택지’를 설계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2. 매끈함보다 ‘인간미’를 남길 것. AI가 만든 무결점의 이미지가 넘칠수록, 글리치 글램처럼 손길이 느껴지는 흔적이나 의도적인 불완전함이 오히려 진정성 있게 다가간다.

3. ‘도파민’과 ‘안정’의 공존을 전제로 기획할 것. 펀하우스가 주는 시각적 유희(도파민)와 뱀프 로맨틱이 상징하는 정서적 고립(안정)은 불안한 환경에 대응하는 소비자의 양면이다. 공간·제품 기획에서는 이 상반된 욕구를 어떻게 함께 충족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핀터레스트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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