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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07

멀티 페르소나 속 당신의 부캐는?

코리아나미술관, 프로필을 설정하세요展.
코리아나미술관이 디지털 사회로의 급속한 전환과 변화하고 있는 현대인의 자아정체성, ‘멀티 페르소나’ 현상에 주목하는 국제 기획전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를 개최한다.

전시 제목인 “프로필을 설정하세요”는 개인 SNS나 게임 계정을 만드는 단계에서 자주 접하는 문구이다. 프로필을 설정한다는 행위는 자신의 정체성을 스스로 선택하고 편집할 수 있는, 새롭게 형성된 주체 감각을 내포한다. 나를 대변하는 프로필을 통해 자신을 ‘감추는’ 동시에 ‘드러내는’ 행위가 교차된다.
전시 전경

 

이번 전시에서는 온라인 프로필, 아바타, SNS 등 가상의 서로 다른 유연한 자아 즉, ‘부캐’를 생성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순간순간 업데이트, 편집, 리셋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살펴보고 이를 둘러싼 질문에 대한 국내외 작가 9인의 다채로운 시선을 보여준다.

 

 

1. 선우훈 Sunwoo Hoon (1989, 한국)

웹툰 작가이자 만화 평론가, 웹진 <유어마나(YOURMANA)>의 편집장. 도트, 혹은 픽셀 그래픽으로 불리는 작업 방식을 기반으로 인물과 배경을 구성하고, 게임의 쿼터 뷰(quarter view) 시점을 통해 역사 속 주요한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을 강렬한 의미와 내러티브를 포함해 작품에 함축한다.

 

웰컴 투 큐브룸 Welcome To Cube Room, 2021 인터랙티브 웹 페이지, 가변크기. 코리아나미술관 제작 지원

 

<웰컴 투 큐브룸>은 전시 공간의 거울 세계로 기능하는 메타버스로 작동한다.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 스페이스 씨 건물과 코리아나미술관의 전시를 가상공간 안에 구축하여, 누구나 자신의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든 게임 형태의 웹 플랫폼이다. 관람객은 작가가 도트로 그린 웹 페이지에 접속하여 자신의 아바타(도트 캐릭터)를 설정 및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가상의 전시 공간으로 입장한 관람객은 공간 안에 있는 다른 관객(아바타)들과 채팅하고 소통할 수 있다.

 

 

 

2. 김효재 Kim Hyojae (1993, 한국)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로, ‘Z세대’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미래의 신인류 ‘Z’는 스마트폰에서 잉태되고 성장하지 않을까 기대하며,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된 미래에 인간과 데이터 간의 전이를 상상한다.

 

디폴트 Default, 2018-19/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7초

김효재에게 ‘디폴트’란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세계관이자 모든 것이 데이터로 환원되는 세계에서 가상의 정체성을 선택하고 운용하는 사용자를 의미한다. <디폴트>는 인플루언서 김나라를 통해 디폴트 개념을 시각적으로 선언한다. 현실과 가상 모두 얼마나 ‘리얼(real)’에 닿아있는지가 중요한 오늘날, 자아 성찰은 가상과 일체화된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인지 모른다는 점을 시사한다.

 

썰 SSUL,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42초

 

유튜브 형식의 비디오 에세이 연작 중 하나인 <썰>은 한국의 인플루언서 김나라가 자신의 얼굴 이미지를 일본, 중국 등에 무단으로 도용당해 만들어진 ‘하라주쿠 티셔츠 썰’을 설명하는 작품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필터가 겹쳐진 스크린 위에서 증식하고 변화되는 김나라는 가상과 현실, 실제와 허구, 국가 간 경계 사이에서 부유하는 디폴트, 우리의 자아를 대변한다.

 

 

 

3. 손드라 페리 Sondra Perry (1986, 미국)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디지털 문화와, 정체성, 기술, 그리고 권력과 구조의 교차점을 탐구한다. 자신의 삶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아 블루 스크린 기술과 3D 아바타, 인터넷의 ‘파운드 푸티지(found footage)’ 등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흑인 정체성에 대한 관념과 인상, 묘사 방식을 반영한다.

 

잇츠 인 더 게임 ’17 혹은 진열과 보호를 위한 미러 개그 IT'S IN THE GAME '17 or Mirror Gag for Vitrine and Protection, 2017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16분 32초. Courtesy of Electronic Arts Intermix(EAI), New York.

 

<잇츠 인 더 게임 ’17 혹은 진열과 보호를 위한 미러 개그>는 전미대학체육협회(NCAA) 소속 농구 선수로 활동했던 작가의 쌍둥이 형제가 실제 경험한 사건에서 출발했다. NCAA가 소속 농구 선수 들의 프로필을 당사자의 허가 없이 라이센싱 계약을 한 EA 사에 넘겨주었고, 실존 선수들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들이 비디오 게임 안에 등장해 소송이 제기되었다.

 

작가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과 런런 대영박물관에 진열된(약탈된) 오브제들과 실제 선수들을 닮은 농구 게임 속 캐릭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작한 가상공간과 회전하고 있는 크로마키 3D 조각, 작가와 쌍둥이 형제의 어린 시절 사진 등 ‘실제’와 ‘렌더링 된 것’을 서로 교차시켜 보여줌으로써 둘 사이의 서사적인 관계를 만들어낸다. 탈맥락화되고 번안된 신체와 정체성 간의 상관관계, 디지털 신체 소유권의 자본화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4. 루 Lu Yang (1984, 중국)

가상현실과 게임, 하위문화와 대중음악을 결합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할 수 있는 인터넷의 가능성을 탐구하며 젠더와 과학, 종교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작업한다.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 Dokusho Dokushi Hello World, 2021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25초

 

루 양은 자신의 신체를 3D 스캔하고, 여러 협업자들의 움직임을 모션 캡처하여 복합적으로 탄생시킨 ‘도쿠(DOKU)’를 선보인다. 도쿠는 작가의 아바타이자 새로운 예술 매체로서, 인터넷 시공간에서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활동하며, 특정 젠더에 종속되지 않은 채 존재한다. 도쿠라는 이름은 불교 경전에서 ‘인생이란 홀로 태어나 홀로 죽는 것’을 의미하는 독생독사(獨生獨死) 개념으로부터 유래하였다. <도쿠쇼 도쿠시 헬로 월드 다큐멘터리>는 도쿠가 탄생하는 기술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5. 아지아오 aaajiao (1984, 중국)

작가 쉬 웬카이(Xu WenKai)의 가상 페르소나로, 온라인에서 활동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블로거, 활동가이자 프로그래머. 강한 디스토피아적 인식을 보여주며, 섬세하고 문학적인 분위기를 띤다. 인터넷을 둘러싼 새로운 현상, 논란들을 다루며, 소셜 미디어에서 사이버 기술을 소비하는 젊은 세대들의 맥락을 포착하여 확장시키는 작업을 한다.

 

사람은 싫지만 너는 사랑해 I hate people but I love you, 2017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5분 4초

 

아시아 여성의 얼굴을 시뮬레이션한 안드로이드와 뫼비우스 띠 형태의 팝업 윈도우가 기계적인 음성으로 연쇄적인 문답을 반복한다. <사람은 싫지만 너는 사랑해>는 디스토피아적 고립과 외로움이라는 공상 과학 소설의 고전적 패러다임을 극대화하며, 소셜미디어 상의 소외와 사용자 간 대인 감정에 관한 문제, 극도로 인간화되는 운영체제의 발전을 보여준다.

 

 

 

6. 김희욱 Kim Heeuk (1985, 한국)

사회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들 속 시스템과 개인의 불안한 정서가 충돌하는 순간에 주목한다. 수집한 현상을 재조합하거나 새로운 서사를 형성하고, 이를 설치와 영상 작품을 통해 시각화한다.

 

소울포미: ‘당신은 누구입니까?’ SOUL4ME: ’ Who Are You?’, 2021

 

김희욱은 최근 웹 개인전을 통해 스트레스와 불안 등의 감정으로 지친 현대인에게 치유, 명상 관련 상품을 소개하는 내용의 <SOUL4ME>를 선보였다. 정서의 조절조차 상품 구매라는 간편한 자본주의 메커니즘에 흡수되어버리는 현실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설치작 <소울포미: ‘당신은 누구입니까?’>는 ‘SOUL4ME’를 하나의 브랜드로 설정하고, 이를 홍보하는 행사 부스의 형식을 차용했다.

 

 

관람객은 진정한 ‘나만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성격유형검사에 참여하고 작가가 제안하는 상품을 살펴볼 수 있다. ‘사이비적 극복 방법론’을 통해 현실 문제로부터 도피하려는 현대인들의 대처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외부적 요소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검증받고자 하는 인간 심리를 시각화한다.

 

 

 

7. 안가영 An gayoung (1985, 한국)

가상 세계에서의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한 관심으로 다매체적 작업들을 선보인다. 공상과학과 포스트 아포칼립스, 여성적 글쓰기를 통해 스크린을 경계로 온/오프라인 세계의 문화와 그로부터 파생된 현실적 문제를 연구하며 이를 게임과 미술이 접목된 형태로 시각화한다.

 

 

<KIN거운 생활: 온라인>은 온라인 게임 메타버스인 브이알챗(VRChat) 환경으로 이주한 세 예술 가의 서사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발생 가능한 소외의 문제를 제기하고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세 예술가들은 게임 속 신체에 부적응한 가상의 난민 아바타가 되어, 무차별적 복제와 기술에의 적응, 폭력 등 기술 발전의 사각지대를 조명한다.

 

KIN거운 생활: 온라인 KIN online, 2020-21 머시니마, 단채널 F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20분 13초

 

제목의 ‘KIN’은 작가가 주목하는 새로운 친족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용어로, 이들은 가상의 무대이자 안온한 공존의 공간인 ‘킨 쉘터(KIN shelter)’를 함께 설계하고 ‘예술가를 위한 가상세계 튜토리얼’을 작성하며 온라인 세계에서 요구되는 삶의 방식과 공존의 조건을 고민한다.

 

 

 

8. 몰리 소다 Molly Soda (1989, 푸에르토리코 출생, 미국 활동)

영상, GIF, 웹 기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품을 선보이는 디지털 시대의 ‘뉴 페미니스트 예술가’. 정체성과 자기연출, 대중매체와 소셜미디어 문화에 천착해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는 특히 청소년 문화와 소셜미디어의 어법을 전유해 온라인 안에서 자기 정체성을 연출하고 표현하 는 현상을 탐구한다.

 

미 앤 마이 걸스 Me and My Gurls ,2021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디지털 프린트, LED 조명, 풍선, 가변크기

 

끊임없이 확장하는 인터넷 웹 안에 자기 이미지를 위치시키는 작품을 선보인다. 브이로그부터 메이크업 튜토리얼, 스트리밍의 형식을 띈 영상 작품 속에서 존재하는 작가의 온라인 페르소나는 이를 관음 하는 관객을 향한다. 작가는 인터넷과 사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홀로 카메라 앞에선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시선을 전제하는지, 또 온라인을 부유하고 소비되는 자기 정체성은 과연 ‘오롯한 나’인지를 질문한다.

 

 

 

9. 라터보 아베돈 Laturbo Abedon (아바타, 온라인 출생)

작가 겸 큐레이터, 아바타 아티스트로서 온라인 공간에서 작품을 창작하고 선보인다. 데이터를 핵심으로 하는 ‘아바타’라는 존재 자체를 강조하며 아바타에 내재한 고유한 데이터를 곧 정체성으로 여기며 그 가치와 원본성을 강조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No Body But Me, 2019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22분 3초

 

온라인상의 아바타로 존재하는 라터보 아베돈은 네트워크를 타고 이동하며 필요에 따라 가상공간 속에 자신의 신체를 렌더링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는 201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액터&아바타 컨퍼런스(Actor & Avatar Conference)’에 참여한 작가의 프레젠테이션 영상으로, 작가는 그간 아바타 아티스트로서 활동해 온 소회를 밝히며 가상 정체성의 주체성과 권리에 대해 논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전시 해설 월~토 오전 11시 30분, 오후 2시, 4시
어린이 감상 프로그램 매주 토요일 11시 초등학생 대상
애프터워크살롱 평일 저녁, 10월 프로필 토크, 아티스트 토크, 11월 큐레이터 토크
셀피가 예술이 될 때 3D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네스 알파(Ines Alpha)와 협업해 새롭게 제작한 AR페이스 필터로 셀피 촬영 후 기록

 

 

자료 협조 코리아나 미술관

장소
스페이스 씨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827)
일자
2021.09.02 - 20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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