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 10년, 레어로우

레어로우(RARERAW)는 철제 가구를 기반으로 하는 리빙 브랜드다. 창립한 지는 이제 10년이 됐지만, 그 뿌리는 더 깊숙한 곳에 있다. 조부와 삼촌이 운영하던 을지로 철물점과 아버지가 40년 넘게 운영한 철물 기업 ‘심플라인’이 그 근간. 미국에서 공간 디자인을 공부한 양윤선 대표는 심플라인에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철제를 다루는 공장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브랜딩과 디자인을 더한 철제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를 론칭했다. 집에서 철로 만든 가구를 쓰는 것이 아직 낯설던 때에 조립형 철제 가구를 우리나라에 처음 내놓은 것도 레어로우다.

열 가지 관점과 해석

그동안 여러 전문가와의 협업으로 범주를 넓혀온 레어로우는 창립 10주년을 맞아 BIG-GAME(스위스), FORM US WITH LOVE(스웨덴), MOHEIM(일본), Krøyer Sætter Lassen(덴마크) 등 각국의 스튜디오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BKID, SWNA, JOONGHO-CHOI, TEAMVIRALS, be formative, BYBIGTABLE 등 총 10팀에게 협업의 손길을 건냈다.

이번 프로젝트 디자인을 위해 레어로우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조건은 이렇다.

[1] 금속의 매력

[2] 작은 디테일로 생활의 긍정적인 변화

[3]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디자인

[4] 새로운 기술/소재의 적용

[5] 기존 레어로우 아이템과의 상생

레어로우의 디자인 철학이 담긴 세 가지 조건은 물론, 새로운 기술과 소재를 적극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소를 추가했다. 레어로우가 앞으로 나아갈 다짐을 드러낸 셈이다. 결과물의 면면도 다양하다. 테이블, 의자, 캐비닛, 휴지통, 소파, 트롤리, 행거 등 저마다의 관점과 해석을 더한 열 개의 가구를 이번 전시를 통해 직접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공간 둘러보기

아무리 잘하는 이라도 10년을 내리 잘 해내기는 쉽지 않다. 이번 전시는 레어로우가 10년 동안 걸어온 길을 박수하는 자리이자, 앞으로도 빛날 미래의 단초를 찾아보는 행사였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오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열 가지 컬렉션을 순서대로 관람할 수 있다. 곡선 형태의 실루엣으로 편안함을 더한 슬로프 소파(SLOPE SOFA)부터 옥상 공간에 마련된 팀바이럴스의 파르비 벤치(PARVI BENCH)까지 하나하나 둘러보자. 전시 공간 안쪽에 마련된 ‘스틸 라이브러리’ 공간도 놓치기 아쉽다. 이곳에서는 레어로우가 그동안 쌓아온 철 소재에 대한 애정과 지식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직접 체험하려면 나선형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와야 한다. 가구들은 쓰임새를 가질 때 더욱 빛나는 법. 주방, 거실, 작업실 등으로 구현한 쇼룸을 둘러보면 나의 공간을 어떻게 채우면 좋을지 청사진이 그려진다. 제품이 가진 디테일도 여기서 확인하자. 슬로프 소파 암레스트에 있는 수납 공간과 드로우 테이블의 중앙 프레임은 꼭 눈으로 확인하시길.

가구와 대화하는 법

전시장 방문이 어려운 사람도 온라인에서 남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레어로우 홈페이지 내에 있는 전시 페이지에 접속하면 〈10 COLORS〉 프로젝트가 정성스레 기록되어 있는데, 방대한 이야기를 뻔하지 않고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레어로우답다. 궁금한 가구를 클릭하면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제작자 인터뷰 영상이 나오고, 가구와 시뮬레이션 게임을 하듯 대화를 나눠볼 수 있다. 저마다 성격과 말투가 달라 장난을 치는 재미도 있다. 전시 제품과 티켓도 구매가 가능하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홈페이지에 먼저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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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레어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