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년 차를 맞은 하회 페스티벌이 6월 5일부터 7일까지 경북 안동 한국문화테마파크에서 열린다. 10만 평 규모의 한옥 군락지에서 40시간 동안 이어지는 체류형 페스티벌이다. 전 세계 100여 팀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전자음악을 중심으로 라이브 공연, 리추얼 세션, 사운드 아트, 캠핑, F&B 프로그램이 함께 열린다. 수도권이 아닌 안동이라는 지역,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 중심의 라인업, 강강술래와 같은 한국적 요소를 결합했다는 점에서 기존 페스티벌과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안동인 이유, 로컬에도 무대가 필요하다
하회 페스티벌을 기획한 이는 DJ OENN으로 활동해 온 최지원 디렉터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그는 수도권에 집중된 문화 예술 시장에 아쉬움을 느꼈고, 로컬에서도 아티스트가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다. 시작은 2022년 부산에서 열린 작은 파티였다. 당시 탈을 쓰고 춤추며 느낀 해방감은 하회 페스티벌의 출발점이 됐다. 이후 근대 문화유산인 안동 급수탑 앞에서 진행한 레이브 이벤트를 계기로 안동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현재는 최 디렉터를 비롯해 사진, 영상, 엔지니어, 목수, 푸드 디렉터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만들고 있다. 목표는 ‘로컬 투 글로벌(Local to Global)’이다. 서울을 거쳐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다는 공식에서 벗어나, 로컬 고유의 정체성을 갖고 바로 글로벌로 나아가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가장 한국적인 페스티벌
이 축제는 ‘한국적인 언더그라운드 뮤직 페스티벌’을 지향한다. 최 디렉터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끝에 떠올린 건 ‘정(情)’과 공동체 문화였다. 이웃과 음식을 나눠 먹고, 좋은 일과 어려운 일을 함께 나누던 감각을 페스티벌 안에서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올해 행사는 참가자들이 손을 맞잡고 강강술래를 하는 오프닝 세리머니로 시작된다. 저잣거리에서는 한식과 술을 나누고, 한옥 구조를 활용한 무대와 동양적인 비주얼 아트도 선보인다. 무대 높이도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아티스트와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덕분에 모두 같은 공간에서 더 가깝게 연결돼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국내에는 다소 낯설지만, 해외 레이브 신에서는 익숙한 ‘40시간 논스톱’ 포맷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2박 3일 동안 관객들은 같은 공간에 머물지만, 각자 다른 페스티벌을 경험한다. 누군가는 새벽까지 스테이지 앞에서 춤을 추고, 누군가는 아침 요가와 명상 같은 리추얼 세션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회(河回)’라는 이름에는 강물이 마을을 휘감아 돌며 큰 흐름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전통문화의 고장에서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페스티벌이라는 낯선 조합을 만든 최지원 디렉터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with 최지원 디렉터
ㅡ 안동에서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 페스티벌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왜 안동이었나요?
쉽지 않은 선택이긴 했어요. 안동은 대중에게 익숙한 페스티벌 도시도 아니고, 저희가 화려한 헤드라이너 중심의 축제를 만드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관객들이 여기까지 와줄까 하는 걱정도 있었죠.
두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하나는 로컬에서 아티스트가 설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는 거였어요. 대부분의 문화 예술 씬이 서울에 있잖아요. 대관료도 비싸고, 수도권에 너무 밀집돼 있다고 느꼈어요. 로컬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로컬에서도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었죠. 또 한국적인 페스티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안동이 설득력 있는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페스티벌이 말하는 방향을 잘 보여주는 장소였어요.
ㅡ ‘한국적인 페스티벌’이라고 할 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저는 ‘정’이 먼저 떠올랐어요. 어릴 때 누가 이사 오면 시루떡을 나눠 먹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같이 축하하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같이 도왔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감각이 많이 사라졌다고 느꼈어요.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느낀 피로감도 있었고요. 시장은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콘텐츠도 금방 소비되고 사라지죠. 그 안에서 ‘이게 내가 원하는 환경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하회 페스티벌에서는 우리가 잊고 있던 정서를 관객이 직접 느끼게 하고 싶었어요. 강강술래로 오프닝을 시작하고, 저잣거리에서 음식과 술을 나누는 것도 그런 이유예요. 무대도 아티스트가 관객 위에 서 있는 느낌보다, 서로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게 만들고 싶었고요.
해방감도 중요한 감각이었어요. 예전에 외국인 친구에게 하회탈을 선물하고, 그걸 쓰고 친구들과 놀았던 적이 있어요. 탈에 그림도 그리고, 탈을 쓰고 춤도 췄죠. 그런데 탈을 쓰니까 익명성이 주는 해방감이 있더라고요. 누가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음악과 움직임에 더 집중하게 되는 거예요. 그 감각이 지금의 하회 페스티벌에도 이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ㅡ 해외 관객의 반응은 어떤가요?
안동이라는 특색 있는 도시와 언더그라운드 전자음악이 만난다는 점을 신선하게 보는 것 같아요. 실제로 글로벌 아티스트 오픈 콜을 진행했을 때도 6일 동안 전 세계에서 250개 정도의 지원서가 들어왔어요. 그때 해외에서도 이런 흐름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는 걸 느꼈죠.
또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해외 관객에게는 낯선 경험으로 보이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같이 밥을 먹고, 춤을 추러 가고, 놀고 난 뒤 아침에 해장하는 것들요. 저희는 그런 장면들이 자연스럽지만, 페스티벌 안에서 그걸 경험하게 만든 사례는 많지 않잖아요. 이를 경험하고 해외 매거진에 기고한 해외 관객도 기억에 남아요. 설명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감각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ㅡ 올해는 40시간 논스톱으로 진행됩니다. 새로운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해외 페스티벌에서는 논스톱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꽤 익숙해요. 물론 운영은 훨씬 어렵죠. 인력, 동선, 안전, 사운드, 조명 같은 걸 계속 관리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경험이 훨씬 다양해질 수 있어요.
누군가는 아침 7시까지 스테이지 앞에서 춤을 추고, 누군가는 아침 8시에 요가나 명상 프로그램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죠. 친구들이 같이 와도 각자 다른 시간을 보내는 거예요. 저희가 생각하는 공동체 의식도 그런 느슨한 연대감에 가까워요.
또 이색적인 경험이 때로 삶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일주일 이상 체류할 수 있는 페스티벌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이번 도전은 작은 시작점이죠.
글 김지오 기자
자료제공 및 취재협조 하회 페스티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