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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hibition 2022-09-21

2022 부산비엔날레 스팟 및 작품 가이드 ②

최초의 근대식 항만 부산항 제1부두

기간 2022.09.03 - 11.06

2022 부산비엔날레를 위한 네 곳의 전시장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곳을 꼽자면 단연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이다. 1912년 준공한 한국 최초의 근대식 항만으로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중에게 처음 공개됐다. 부산항 제1부두는 일제강점기 침략의 거점지부터 전쟁 물자 수송로, 물류 통로, 여객 부두 그리고 어시장까지 혼란스러웠던 지난 근현대사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다. 부산시는 그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유지하고자 부산항 제1부두만은 북항재개발 사업에서 제외했다. 대신 이곳은 오는 2024년까지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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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주 전시 감독은 부산항 제1부두 내 폐창고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며 부산항 제1부두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지난 세기 부산의 ‘이주’와 ‘이민’의 역사, ‘산업’과 ‘노동’의 과정이 녹아있는 공간인 만큼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는 공간의 장소성과 맞닿아 있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약 4,000㎡ 넓이의 공간을 채울 수 있는 대형 설치 작품이 다수 배치되어 있고, 미술관과 달리 전시실 구분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점도 특징이다. 정해진 동선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대로, 혹은 호기심에 이끌리는 대로 걸음을 내디디며 전시장을 다녀보는 것도 좋겠다.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주목할 작가와 작품 5

메간 코프,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 2022, 굴, 목재, 철, 가변크기

메간 코프(Megan Cope)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업은 바로 호주 브리즈번 출신 작가 메간 코프의 설치 작업 ‘킹인야라 구윈얀바(오프 컨트리)'(2022)이다. 굴껍질은 엮은 나무 기둥을 공중에 매달아 하나씩 나열해 원형을 이룬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는 굴을 주식으로 삼은 자신의 선조 퀀다무카 원주민들의 전통 굴 양식법을 차용한 것으로 오늘날에는 그 수고로움과 번거로움 때문에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지주식 재배 방식이다. 작가는 이러한 오랜 전통 재배 방식의 재현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해양 산업의 모습과 산업화 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과 폐헤를 은유적으로 이야기한다.

 

부산비엔날레 출품을 위해 작가는 경남 진해에서 굴 껍데기를 직접 수급해 활용했다. 경남 진해는 국내 굴 양식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작가의 선조들이 그러했듯 과거 지주식 굴 재배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효율적인 대량 생산 방식이 필요하게 되었고, 수하식 굴 양식 방법을 도입해 재배하기 시작한다. 이는 특정 바다 혹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변화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하는데 2022 부산비엔날레가 추구하고자 하는 전지구적 관점을 잘 반영한 작품이다.

히라 나비,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 2019,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컬러, 30분 33초

히라 나비(Hira Nabi)

파키스탄 출생 작가 히라 나비의 영상 작업 ‘땅의 경계에서 죽어가는 모든 것들'(2019)은 수명을 다한 컨테이너선 ‘오션 마스터’와 이를 해체하는 파키스탄 가다니에서 살아가는 해체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한다. 실제로 1995년 경남 진해 STX에서 건조된 오션 마스터는 2018년 가다니에서 해체되었는데 작가는 이러한 사실 위로 노동자들의 상상의 대화를 섞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고위험, 저임금을 견디며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각기 다른 꿈과 배를 해체하고 쓰레기를 분류하는 이들의 노동 모습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을 여실 없이 보여준다. 나아가 작가는 산업의 가도를 달리던 거대한 배가 제3세계에서 쓸쓸히 해체되는 모습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세계와 산업의 극심한 불균형을 자각하도록 유도한다.

김도희, 몸의 소실점, 2020, 합판, 240x122cm (7)

김도희(Kim Dohee)

부산항 제1부두 맞은편에 자리한 섬, 영도의 깡깡이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도희 작가는 바다에 얽힌 ‘산업’과 ‘노동’을 개인이 신체적으로 경험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작가는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 ‘몸의 소실점'(2020), ‘새우깡'(2017)과 동명의 영상 작업 ‘몸의 소실점'(2020) 등 네 개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설치, 영상, 사진 등 각기 다른 장르와 감각으로 이야기 방식을 달리하는 점이 흥미롭다. 전시장 중간에 자리한 긴 벽을 활용한 두 작품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과 ‘몸의 소실점'(2020)은 어린 시절 깡깡이 마을에서 봐 온 노동 현장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녹슨 페인트와 조개껍데기로 너저분해진 선박 표면을 망치로 두드려 벗겨낼 때 나는 ‘깡깡’ 소리에 대한 기억을 단순히 추억으로 간직하지 않는다. ‘살갗 아래의 해변'(2021-2022)에서 그는 깡깡이 연마기로 벽을 한 겹씩 벗겨내며 덧칠해진 지난 페인트의 흔적을 노출한다. 멀리서 보면 등고선 지도처럼 보이기도 혹은 피부에 난 생체기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가까이 다가갈수록 선명해지는 구멍 속 주름은 꼭 나무의 나이테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몸의 소실점'(2020)은 ‘살갗 아래의 해변’의 연장선에 자리한 작업이지만 그 형태와 분위기가 대조적이다. 작가는 원형석 드릴을 사용해 합판 위에 반복적으로 구멍을 냈다. 드릴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분진으로 주변은 까맣게 물들어 있는데 이는 보다 직접적인 신체적 경험의 증거이자 노동의 고단함을 말한다. 사진 작업 ‘새우깡'(2017)과 노동의 과정을 기록한 영상 ‘몸의 소실점'(2020)은 노동의 경험에서 파생된 부산물로 노동에 대한 작가의 수행 태도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김주영(Kim Jooyoung)

그간 떠남과 머무름을 주제로 한 작업을 선보여 온 김주영 작가는 과거 이주와 이민의 통로이자 출발과 귀환의 공간인 부산항 제1부두의 장소성에 주목했다. 그가 소개한 신작 ‘제1부두의 고고학: 물결은 빛이 되다. 바람이 되다. 길이 되다. 역사가 되다'(2022)는 일종의 제식 공간과도 같은데 거울을 이어 붙인 바닥과 그 위로 흔들리는 광목 천은 제례 공간의 풍경을 연출한다. 가운데에는 목재가 위아래로 길게 뻗어 있고, 그 위로는 가지런히 모은 손과 발 그리고 얼굴을 본 뜬 석고 모형이 놓여 있다. 나무 기둥의 끝 지점에는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등장하는 쌀, 재, 황토, 소금 등 4원소 중 하나인 소금이 원형으로 쌓여 있고, 그 형태에 딱 들어맞아 보이는 원 모양의 화면 위로는 물결 영상이 흐른다. 작가는 바다를 향한 영혼제의 장면을 선보였는데 제1부두에서 거둔 새의 사체와 그 영혼을 달래며 삶이 다다르는 곳이자 새로운 출발이 되는 생과 부산항의 공간성을 연결한다.

현남, 연환계, 2022, 에폭시 수지, 폴리우레탄 수지, 안료, 아크릴, 시멘트, 탈크, 유리섬유, 철, 플라스 틱 체인, 카라비너, 폴리스티렌, 가변크기.

현남(Hyun Nahm)

조각 작가 현남은 <삼국지>의 적벽대전 이야기에 등장하는 책략 중 고리를 잇는 계책인 ‘연환계’와 제1부두 창고에 방치된 녹슨 배의 닻을 활용한 작업 ‘연환계'(2022)를 선보였다. 각기 다른 모양의 조각의 표면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 사이로 통과한 사슬로 각 조각이 연결되어 있다. 상하좌우로 서로를 지탱하는 조각은 공중에 함께 부유하지만 사슬 하나가 끊기면 모두 흐트러지는 위태로운 모습으로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처럼 사슬로 이어진 조각의 모습은 평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 아래 수 십만 갈래로 뻗어져 연결된 해저 케이블의 모습을 나타낸다. 오늘날 지구 위 모든 지역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망의 풍경을 수면 위로 드러낸 작가의 조각 작업은 크고 작은 이동과 연결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산항 제1부두의 공간성과도 잘 부합한다.

이정훈 에디터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2022 부산비엔날레

* 2022 부산비엔날레 스팟 및 작품 가이드는 3편의 시리즈로 기획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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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부산비엔날레 첫 번째 스팟 _ 부산현대미술관

② 2022 부산비엔날레 두 번째 스팟 _ 부산항 제1부두

③ 2022 부산비엔날레 세 번째 스팟 _ 초량 그리고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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