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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3

사람과 반려동물이 공존하는 세계의 공간들

반려묘들을 위해 설계한 집 7곳
살고 일하는 공간을 결정하는 데 반려동물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반려동물들의 특성을 고려해 디자인하고 지은 공간을 소개한다.

1. 거실 벽에 TV 대신 고양이 통로를 설치한 집

브라질

이미지|M A T Ú arquitetura 인스타그램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전형적인 거실 풍경은 가장 넓은 벽면 한가운데에 TV가 있는 모습이다. 만약 TV가 아니라면 책장이나 장식장을 두는 이 공간을 함께 사는 고양이들에게 전부 내준 반려인들이 있다. 집 자체를 ‘고양이화’하고 싶었다는 이들은 이 벽 전체에 걸쳐 고양이들이 지나갈 수 있는 서로 다른 형태의 통로 선반들을 여럿 설치했다. 미니멀한 화이트 벽에 어울리는 이 선반은 사람들에게도 미학적인 즐거움을 준다. 온종일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은 환경의 변화를 느끼고 집 안 이곳저곳을 누비면서 마음껏 신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고양이를 위한 선반들은 집의 다른 공간에도 틈틈이 등장한다.

2. 고양이가 안전하게 날씨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인사이드 아웃’ 주택

일본 도쿄

이미지|TAKESHI HOSAKA architects 인스타그램

건축가 호사카 다케시가 설계한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벽 밖에 또 하나의 벽이 둘러싸고 있는 ‘액자식’ 주택이다. 거실과 침실의 문을 열고 나가면 다시 완전하게 벽과 창문으로 보호된 베란다 공간이 나온다. 창문을 열면 빛과 바람, 비가 실내로 들어온다. 바람의 방향에 따라 비에 젖는 위치도 달라진다. 식물과 취미생활 용품, 수집품들을 전시하는 것과 함께, 고양이들이 안전하게 자연을 냄새 맡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이 공간의 목적이다.

‘안과 밖을 뒤집는다’라는 집의 이름은 안에 있어도 마치 밖에 있는 듯하다는 의미로 지어졌다. 베란다 공간을 통해 반려묘들이 안전하게 집 안과 밖을 자유롭게 드나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고양이가 사람을 위해 설계된 집에 사는 게 아니라, 사람과 고양이가 한 집에 산다는 데서 출발한 발상이다. 집의 ‘껍질’이 ‘진짜 집’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는 직사각형이 아닌 대지 형태에도 어울린다.

3. 오직 고양이를 위한 작고 소중한 문

리투아니아 빌뉴스

이미지|Š A Atelier 인스타그램

집주인은 빌뉴스 구시가지에 있는 1862년에 지은 오래된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고양이를 위한 작은 디테일을 추가했다. 이 집에 닫히는 문이 있는 유일한 공간인 화장실 겸 욕실 문 아래에 반려묘를 위한 작은 통로를 만든 것이다. 고양이의 자유로운 통행은 물론, 혹시나 실수로 고양이가 홀로 갇힐 걱정도 덜었다.

4. 사람과 고양이의 공간에 가구로 교차점을 만들다

대만 주난

이미지|KC design studio 페이스북

바닥과 벽, 가구까지 모두 핑크와 로즈 골드, 우드와 테라조 등으로 세심하고 통일감 있게 디자인해 마치 세트장처럼도 보이는 이 3층짜리 집의 진짜 주인공은 고양이들이다. 고양이들의 주요 생활 공간은 침실과 욕실과 함께 집의 2층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고양이들의 통로와 가구가 절묘하게 교차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벽을 따라 연결된 다리는 사람의 책상으로 이어지고, 고양이들이 시원한 오후를 보낼 수 있는 낮은 단차의 테라조 계단은 사람의 휴식 공간 겸 취미 생활 공간으로 활용된다.

5. 가구 안에 숨숨집 만들기

스페인 무르시아

이미지|Ad-hoc arquitectura 페이스북

부부와 어린 두 자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사는 이 집의 복도 한편에는 고양이를 위한 숨은 공간이 있다. 세탁물과 용품들을 보관하는 캐비닛을 계단식으로 만들고, 여기에 재미있는 구멍을 몇 개 내어 고양이들의 놀이터 겸 숨숨집으로 활용한 것이다. 고양이들의 삶의 질이 좋아지는 한편, 사람들의 생활 공간 역시 다채로워진 아이디어다.

6. 사람과 수십 마리 고양이의 공간을 구분하는 ‘반투명 캣타워’

중국 상하이

이미지|HDD Design 华都设计 페이스북

상하이에 있는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의 1층, 48제곱미터의 작은 집과 집 앞에 연결된 작은 마당에, 두 사람이 고양이 40마리, 개 2마리를 돌보며 살고 있었다. 공간은 공기의 질이 나쁘고 냄새로 가득하며 빛이 들어오지 않아 사람과 동물들의 건강이 모두 위협받는 상태였다. 공간 개선을 의뢰받은 HDD 디자인은 벽으로 사람과 동물들의 영역을 나눴다. 벽을 따라 설치된 반투명 플라스틱 벽은 사람과 동물들이 벽 너머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면서도 각자의 자리를 구분할 수 있게 했다. 고양이들은 벽 뒤에서 올라가고 내려갈 수 있으며, 사람을 피해 숨을 수도, 여러 개의 출입구를 통해 사람의 공간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반투명 캣타워’는 전체를 열어 청소하고 환기하는 것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7. 수직으로 끝없는 계단이 이어지는 ‘고양이 트리하우스’

일본 가마쿠라

이미지|Tan Yamanouchi 山之内淡 인스타그램
이미지|Tan Yamanouchi 山之内淡 인스타그램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반려인들의 거주지이자 작업실 목적의 이 집을 설계한 건축 스튜디오 AWGL은 이 집의 건축주가 고양이들이었다고 소개한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건축주의 눈으로 집을 다시 생각했다”라는 것. 고양이들에게 집은 세상의 전부이기에, 건축가 야마노우치 탄은 고양이 관점에서 집을 디자인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고양이를 클라이언트로 생각하고 설계했다.

위아래로 오르내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들에게 길고 복잡하며 단차가 낮은, 사람보다는 고양이에게 더 맞춤한 사이즈의 계단을 제공하는 집이 탄생했다. 이 집의 이름은 ‘고양이 트리하우스’. 수직 공간의 장점은 많다. 먼저 온도와 냄새에 민감한 고양이들이 때마다 자기에게 가장 편안한 높이를 찾아다닐 수 있다. 다음으로 고양이가 혼자 있고 싶을 때 사람들과 충분히 멀리 떨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촘촘한 계단 덕분에 고양이들이 평소에 탐색할 만한 공간이 더 늘어난다.

천장 중앙에 뚫린 채광창을 비롯한 계단실의 창문들은 불규칙적으로 배치되어, 하루 종일 햇빛이 다양한 모습으로 들어와 빛과 그림자의 흔적을 만든다. 나선형 계단 옆의 벽을 따라 큰 책장이 있어, 사람과 고양이 모두에게 각각 다른 형태의 휴식처를 만들어준다. 이를 통해 한 집에서 “사람의 언어와 고양이의 언어가 한데 섞이게 된다”라고 건축가는 설명한다.

박수진 객원 필자

헤이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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