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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버거킹 세계 첫 플래그십에서 찾은 특이점 5

한정 버거 3종부터 8만 9천 원 와퍼 코스까지

버거킹이 전 세계 첫 플래그십 스토어 ‘플레임그라운드(Flameground by BURGER KING)’를 서울 성수에 열었다. 이곳의 출발점은 버거킹을 상징하는 ‘직화(Flame-Grilled)’다. 패티를 굽는 방식에서 비롯된 불과 열의 이미지를 공간과 작품, 메뉴, 코스 다이닝까지 확장했다. 다섯 작가와 협업한 작품을 매장 곳곳에 설치하고 플래그십 전용 메뉴를 개발했으며, 안쪽에는 와퍼를 코스 요리로 재구성한 예약제 다이닝도 마련했다.

세계 최초 버거킹 플래그십, 왜 성수일까?

성수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약 7분. 연무장길의 북적이는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난 골목에 플레임그라운드가 있다. 지금의 성수는 패션과 F&B 브랜드, 팝업이 밀집한 지역이지만 과거에는 공장과 철공소가 모여 있던 공업지대였다. 버거킹은 이러한 장소의 특성에서 브랜드와 연결되는 단서를 찾았다. 철과 불을 다루던 산업의 흔적과 골목 곳곳에 남은 붉은 벽돌 건축물이 패티를 불에 직접 굽는 버거킹의 직화 조리 방식과 자연스럽게 맞닿았다. 여기에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가 꾸준히 유입되는 지역이라는 점도 이유를 더했다. 과거의 흔적과 오늘날의 활발한 상업 문화가 함께 남아 있다는 점이 세계 첫 플래그십의 입지를 결정하는 배경이 됐다.

엄마, 저 구워지고 있는 건가요?

입구부터 일반 매장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커다란 갈색 문을 열면 주문대 대신 낮은 조도의 긴 통로가 나타난다. 붉은 빛이 금속 구조물과 거울에 반사되며 이어지고, 이 통로를 지나서야 메인 홀에 닿는다. 공간의 출발점은 버거킹에서 패티를 직화로 굽는 핵심 조리 장비인 ‘브로일러(Broiler)’다. 패티가 높은 열을 지나며 익어가는 과정을 입구 동선에 옮겨, 매장 안으로 들어가는 짧은 구간부터 직화의 이미지를 경험하도록 했다.

매장 입구에 놓인 정우원 작가의 작품

메인 홀에서는 불을 표현하는 방식이 한층 차분해진다. 불꽃을 직접적인 형태로 가져오기보다 그을린 표면과 거친 질감, 따뜻한 색의 조명으로 직화의 이미지를 풀어냈다. 붉은 벽돌과 금속, 탄화목, 숯 등도 주요 재료로 사용했다. ‘불’에 관한 이야기는 매장 곳곳에 놓인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직화 조리 과정이 작품이 된다면?

플레임그라운드에서는 김도현, 안도현, 양정욱, 정우원, 전형산 등 국내 작가 다섯 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불과 열, 숯, 브로일러의 움직임처럼 직화 조리 과정에서 발견한 요소를 각기 다른 재료와 방식으로 풀어냈다.

(좌) 김도현 〈내성〉 (우) 안도현 〈DYNAMIC LAYER〉

김도현의 〈내성〉은 불을 거쳐 만들어진 숯을 반복해 배열하고 쌓아 올린 작품이다. 얼핏 균일해 보이는 구조 안에 미세한 차이를 만들며 재료에 축적된 시간과 변화를 드러낸다. 안도현의 〈DYNAMIC LAYER〉는 직화 과정에서 비롯된 불과 금속, 시간을 움직이는 조형물로 옮겼다. 크기가 다른 레이어가 저마다의 속도로 회전하며 불꽃의 흐름과 열에 의해 재료가 변화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우) 양정욱 〈그럴 때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

양정욱의 〈그럴 때마다 조금씩 더 가까워진다〉는 조리 과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식을 둘러싼 기억에 주목한다. 아이와 버거 한입을 나눠 먹었던 경험에서 출발해 회전하는 원형 구조와 겹겹의 나무 선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 시간을 표현했다. 불과 열이라는 물리적 감각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함께 먹는 사람과 그 순간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작품이다.

전형산 〈Flame Noise〉

전형산의 〈Flame Noise〉에서는 관람객의 체온과 움직임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열화상 카메라가 사람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면 브로일러를 연상시키는 영상과 사운드가 이에 반응한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보이지 않는 열을 사람의 온도와 연결해 시청각적인 경험으로 바꾼 것이다. 각 작품은 플레임그라운드의 ‘직화’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해석한다. 주방 안의 기계와 재료, 패티가 익는 시간처럼 평소 완성된 버거 뒤에 가려져 있던 요소를 꺼내고, 여기에 음식을 나눈 기억과 사람의 체온까지 더했다. 하나의 조리 방식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재료와 움직임, 시간과 관계의 영역으로 넓어진다.

플레임그라운드 한정 버거 무슨 맛일까?

플레임그라운드에서는 일반 버거킹 매장에서 만날 수 없는 세 가지 시그니쳐 메뉴를 선보인다. 각각 ‘Korea’, ‘Global’, ‘Classic’을 키워드로 기존 메뉴와 다른 재료와 조합을 적용했다.

 

‘K-큐브 갈비 버거’는 직화로 구운 와퍼 패티에 큐브 갈비와 갈비 소스를 더했고, ‘멤피스 BBQ 버거’에는 베이컨과 구운 양파, 어니언링 등을 조합했다. ‘필리치즈스테이크’는 일반적인 버거 패티 대신 얇게 썬 립아이 소고기와 치즈, 채소를 사용한다. 일반 매장에서는 운영 효율이나 조리 시스템상 활용하기 쉽지 않은 식재료와 조리법을 적용했다는 점에서도 플레임그라운드만의 성격이 드러난다.

오픈 프리뷰 현장에서는 ‘K-큐브 갈비 버거’와 ‘필리치즈스테이크’를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재료를 아낌없이 사용해 한눈에도 볼륨감이 느껴지지만, 각각의 맛이 지나치게 앞서기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채소를 비롯한 재료의 신선함도 또렷하게 느껴졌고, 양 역시 한 끼 식사로 충분할 만큼 든든했다. 단순히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희소성에 기대기보다 메뉴 자체의 완성도에도 공을 들였다는 인상이 남는다.

 

버거와 함께 즐길 음료에는 성수의 로컬 브랜드가 참여했다. 서울브루어리와 협업해 ‘서울 라이스 라거’, ‘골드러쉬 캘리포니아 커먼’, ‘샐린저 호밀 IPA’ 등 맥주 3종을 마련했다. 직화 풍미와 육류의 묵직한 맛을 맥주가 산뜻하게 받쳐줘 함께 먹었을 때의 조합도 좋았다. 

와퍼, 패티, 불꽃 등을 모티프로 한 플레임 그라운드 전용 굿즈도 마련되어 있었다

와퍼를 가장 느리게 먹는 방법

메인 홀 안쪽으로 들어가면 같은 버거를 훨씬 느린 방식으로 경험하는 공간이 나온다. 10석 규모의 예약제 다이닝 ‘더 개스트로(The Gastro)’다. 첫 시즌의 주제는 버거킹을 대표하는 메뉴 ‘와퍼’. 기존 와퍼에 새로운 재료를 더해 고급화하는 대신, 패티와 번, 토마토, 피클, 양파처럼 평소 한입에 함께 먹던 구성 요소를 분리해 코스 요리로 풀어냈다. 익숙한 재료를 하나씩 떼어놓고 각 재료의 맛과 역할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방식이다.

 

가격은 1인 8만9000원이며 알코올 또는 논알코올 음료 페어링을 추가할 수 있다. 적지 않은 가격이지만 정식 오픈 전부터 9월 예약이 대부분 소진될 만큼 관심을 모았다. 몇 분이면 먹을 수 있는 와퍼를 여러 접시에 나눠 천천히 맛보게 한다는 점부터 패스트푸드의 익숙한 문법과는 상반된다. 더 개스트로는 앞으로 계절과 시기에 따라 주제를 바꾸며, 버거킹이 오랫동안 쌓아온 메뉴와 맛을 셰프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코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임그라운드에서 선보인 여러 시도는 앞으로 새로운 메뉴와 협업을 테스트하는 데도 활용될 예정이다. 전국 매장에서 같은 메뉴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특성상 쉽게 적용하기 어려웠던 아이디어를 보다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버거킹만의 ‘실험 무대’인 셈이다. 

 

흥미로운 건 그 출발점이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아니라 버거킹이 오랫동안 이어온 ‘직화’라는 점이다. 패티를 굽는 브로일러는 공간의 모티프가 되고, 불과 열은 작가들의 작업으로 옮겨졌으며, 가장 익숙한 메뉴인 와퍼는 코스 요리로 풀어냈다. 플레임그라운드는 버거킹이 이미 지닌 자산을 공간과 예술, 음식이라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바라본 결과다. 첫 플래그십을 시작으로 익숙한 브랜드를 얼마나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볼 만하다. 플레임그라운드는 9월 10일부터 방문할 수 있다. 

글·사진 김기수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버거킹

장소
플레임그라운드
주소
서울시 성동구 성수이로7길 28
시간
일요일 - 목요일 10:00 - 22:00
금요일 - 토요일 10:00 - 23:00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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