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6

[Walk with] 6. 서울 서촌에 네 개의 공간을 운영하기까지, 박지수 미라벨 대표를 따라 걷기

박지수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와 공간이란?
새로운 공간도 공간에 관한 이야기도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선택지가 무수하다면, 미더운 이를 동행으로 삼아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닐까요? 그를 따라 걷다가 매력적인 샛길을 발견할 수도, 혹은 과감하게 들어서고 싶은 공간을 만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헤이팝은 워크 위드(Walk with) 시리즈로 패션과 미술, 문학과 음악 등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를 만나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내밀하고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좋은 공간’을 한층 다채롭게 정의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지수

워크 위드(Walk with) 시리즈로 함께 걸을 여섯 번째 인물은 박지수 미라벨 대표다. 현재 서울 서촌에서 네 개의 브랜드 매장을 운영하는 그는 꾸준히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해 사람들에게 선보인다. 개인 인스타그램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와 공간을 소개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박지수 대표는 호기심이 많고 궁금한 건 무조건 시도해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기도 했다. 벌려 놓은 일들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사업을 키우기까지 이런 성격이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고. 트렌드를 만들어 내는 박지수 대표가 생각하는 좋은 공간이란 무엇일까? 그를 인터뷰했다.  

Walk with 박지수 미라벨 대표 

@jisoo0o0

— 안녕하세요, 지수 님. 헤이팝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울 서촌에서 ofr.서울이라는 서점과 미라벨과 꽁뜨와 미라벨이라는 편집숍, 영국의 가방과 의류 브랜드 하이(hai), 프랑스 슈즈 브랜드 흐꺙(Reqins)을 운영하고 있는 박지수입니다. 

 

—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된 ‘부트 커피’도 운영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부트 커피와 연이 닿아 서울 서촌에 매장을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오픈할 때까지만 해도 카페 운영이 다른 매장 운영과 다르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어요. 오픈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지금까지 제가 해온 소매업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체감했죠. 한계를 빠르게 느끼고 남편한테 운영권을 넘겨 지금은 남편이 꾸려가고 있습니다. 

 

— 서촌 한 블록 안에 지수 님의 매장이 다 모여 있어요. 매일 어떤 루틴으로 매장을 관리하는지 궁금해요. 

사무실이 매장 근처에 있어요. 그런데 사무실에 있는 것보다 매장에서 업무를 보는 게 마음이 더 편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서 매장을 하나하나 들여다봅니다. 대로변에 있는 흐꺙 매장에 가장 먼저 가고 하이 매장과 꽁뜨와 미라벨에 들렀다가 ofr.서울과 미라벨 매장으로 향합니다. 미라벨 매장 1층에 ofr.서울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1층에 있는 테이블이 쾌적하고 조용해서 보통 그 테이블에서 일을 봐요. 

ofr.서울과 미라벨 매장 입구 ⓒofr.서울

— 현재 ofr.서울과 미라벨 매장은 한 번의 이사를 거친 모습이죠. 서울숲 부근에서 처음 문을 연 뒤 서촌에 들어서게 되었는데요, 서울숲과 서촌 모두 지금 핫한 동네예요. 두 지역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2019년 4월 서울숲 근처에서 ofr.서울과 미라벨 매장을 열었어요. 그때는 지금처럼 핫한 동네는 아니었고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죠. 저는 심지어 서울숲을 잘 몰랐습니다. ofr.파리 매장 앞에 공원이 있는데 ofr.파리 디렉터 분이 서울 매장도 근처에 공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계속 전해와서 그 조건을 맞추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고 그게 서울숲이 되었던 거죠. 그곳에 매장을 내고 머무른 게 1년도 채 안 돼요. 장소가 협소하기도 했고 운영하면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들어와서 서울 서촌에 좋은 자리가 없나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서촌은 20대 때부터 자주 가던 동네라 잘 알고 좋아하는 곳이었어요. 내가 운영하는 공간이니, 내 마음이 편한 곳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2020년 2월 서촌으로 매장을 옮겨 두 번째 오픈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촌으로 결정한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택한 게 다였어요. 

 

— 2020년의 서촌과 지금의 서촌 모습이 사뭇 다르죠. 시간이 지날수록 동네가 성장하고 있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 동네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제가 운영하는 매장에 머물다 가는 분들이 자연스럽게 많아졌어요. 2020년에만 해도 지금 장소에 매장을 내는 걸 말리는 분들도 있었고 이전하자마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매장이 미라벨 쇼룸 근처에 있어서 마냥 기분이 좋았죠. 그런데 서촌이 한순간에 핫해지면서 이 동네에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왔어요. 서촌에서 오랜 시간 터를 지키고 계셨던 분들이 뜻하지 않게 안 좋은 상황을 맞이하면서 떠나가시기도 했고요. 그저 이 동네가 좋아서 잘해보려고 했던 마음뿐이었는데 이런 현상을 맞게 돼 유명한 지역이 되어가는 게 마음이 편치만은 않아요. 

과거 서울숲 ofr.서울 매장 모습 ⓒ박지수

— 지수 님이 운영하는 매장이 서로 가까이에 붙어 있어서 마치 미라벨의 작은 타운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해요. 매장 간 이동 동선을 고려하고 장소를 물색한 건지 궁금해요.

완전히 고려했어요. 제가 모두 신경 써서 관리하려면 모여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운이 좋게도 원하던 장소를 필요한 시기에 만나 지금의 위치에 매장들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 ofr.서울과 미라벨 매장은 하나의 건물에 있으니 총 네 개의 매장을 현재 운영하고 계신데, 각 매장마다 지향했던 콘셉트가 따로 있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1층에 있는 ofr.서울은 프랑스 파리에 매장이 있다 보니 파리 매장과 비슷한 느낌이 묻어나길 원했어요. 애매하게 따라가면 아류같이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어요. 2층 미라벨은 제가 좋아하는 프랑스 파리의 메르시(Merci)  매장처럼 편안하고 자신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자유롭게 다양한 제품을 만나볼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영국 브랜드 하이는 제가 매장을 낼 때만 해도 아직 런던에 매장이 없었어요. 하이 영국 디자이너분과 의견을 조율해 화이트랑 메탈 톤으로 하이 서울 매장을 꾸미게 되었죠. 최근에 하이 런던 매장이 생겼는데 서울 매장과는 다른 무드라 런던 매장에 맞게 인터리어를 바꿀 예정이에요. 마지막으로 흐꺙은 현재 2층에 있어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데 따뜻한 분위기가 감돌길 원해 흰 벽과 바닥에는 카펫을 깔았습니다. 

해방촌 집 ⓒ박지수
현재 거주 중인 부암동 집의 독특한 공간 ⓒ박지수

— 미라벨을 비롯한 브랜드 인스타그램 계정도 유명하지만 지수 님의 개인 계정도 인기가 많아요. 브랜드 소식뿐만 아니라 본인이 머무는 집을 보여주기도 하고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하기도 하죠. 이전에 머물렀던 서울 해방촌 집 구조가 굉장히 독특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아치 형태의 창문이 특히 인상적인 집이었죠. 애정이 많이 담긴 곳이었고요. 그런데 단점도 많던 집이에요. 유럽처럼 엘리베이터가 없어 6층을 걸어 올라갔어요. 프랑스 파리에 산다고 생각하면서 다녔습니다. (웃음) 여름에는 벌레도 많고 겨울에는 추워서 살기에 아주 적합한 곳은 아니에요. 그런데 그럼에도 이런 불편한 부분들을 상쇄하는 요소들이 많았죠. 그래서 제가 이 집을 떠날 때 탐내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단점이 확실한 집이다 보니 출장을 가거나 집을 비우는 날이면 이사 오고 싶은 친구들에게 와서 직접 생활해 보라고 권유했어요. 마냥 예쁘다고 살 수 있는 곳은 아니라 경험을 해보고 괜찮으면 들어오길 바랐죠. 그렇게 지금은 친구 중 한 명이 이 집에 머물고 있어요. 제가 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꾸며 놓고요.

 

— 생활하는 공간을 비롯해 어떤 공간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불편하더라도 공간이 특이하거나 예쁜 게 우선이에요. 현재 사는 집도 그래요. 애초에 완벽한 집이라는 것은 가질 수 없으니 우선순위를 고려하게 되는데 교통이 편리하고 마트가 가까이 있는 등 부대시설이 잘 갖춰졌는지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예전에는 교통이 편리한 곳에도 살아봤어요. 그런데 이동이 편하다 보니 집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더라고요. 지금은 서울 부암동에 살고 있는데 위치는 이동하기에 불편하지만 집 구조가 특이해서 마음에 들었어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절대 못 살았을 것 같지만 집이 예뻐서 이 모든 게 용서가 됩니다. (웃음) 나름의 저만의 기준대로 공간 선택을 하니 그 공간을 아끼게 되고 그곳에 머무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마켓 파흐트 ⓒ박지수
낫띵리튼 매장 내부 ⓒ박지수

— 그렇다면 집을 제외하고 최근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 공간은 어디였나요?

서울 성수동에 마켓 파흐트(marktfahrt)라는 곳인데요.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가구 수입도 하는 업체인데 건물 1층에 최근 매장을 오픈했어요. 빈티지숍이 요즘 많지만 이들의 큐레이션은 독특하고 재밌어요. 무엇보다 공간이 서울이 아닌 듯 꾸며져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 쇼룸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긍정적인 자극이 되었던 플래그십스토어도 있나요?

의류 브랜드 낫띵리튼의 플래그십스토어를 보고 좋은 자극을 받았어요. 박물관에 가야 볼 수 있는 가구 피스들을 들여놓고 그걸 방문객들이 사용할 수 있게 꾸몄는데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고가의 제품들이라 저라면 망설였을 것 같은데 모두가 경험해 볼 수 있는 운영 방식을 선택한 점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리고 저는 맥시멀리스트라 같은 공간이 주어진다면 아주 다른 공간이 탄생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저라면 낫띵리튼 플래그십스토어처럼 미니멀리즘을 고수하는 인테리어를 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직접 바잉한 레어한 가구들로 심플하게 채운 게 세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항상 비우는 게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

카로 에디션 드레스를 입고 ⓒ박지수
누아누 스커트를 입고 ⓒ박지수
마리암 나시르 자데 드레스 ⓒ박지수

— 이쯤 되니 지수 님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궁금해져요. 

샤넬 모델이었던 캐롤라인 빌 브라헤가 만든 덴마크 브랜드 카로 에디션(CARO EDITIONS)에서 최근에 많이 구매했어요. 이전부터 해외 직구로 종종 구매하곤 했죠. 그러다 작년과 올해 서울에서 팝업을 진행하면서 실물을 보고 한국에서 쇼핑을 하기도 했고 코펜하겐에 갔을 때 매장에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카로 에디션은 예쁜데다가 품질이 좋아서 계속 소비하게 돼요.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누아누를 좋아해요. 이국적인 디자인을 선보이는데 뻔하지 않고 과감한 패턴과 디테일을 놓치지 않아서 찾게 됩니다. 옷을 볼 때 색감과 핏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최근 뉴욕 여행을 갔다가 뉴욕 베이스 브랜드 마리암 나시르 자데(Maryam Nassir Zadeh)에서 옷을 잔뜩 구매하기도 했어요. 

꽁뜨와 미라벨 큐레이션 제품과 매장 내부 ⓒ꽁뜨와 미라벨

— 미라벨 매장 빈 공간에서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진행하신 적도 있어요. 현재는 쇼룸을 갖고 있는 브랜드 베뉴먼트(VENUMENT)부터 끈을 엮어 가방과 액세서리를 만드는 브랜드 크로쉐안트(crocheant)까지. 당시 사람들에게 생소한 브랜드와 함께 팝업을 열었는데요. 해당 브랜드들과 함께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브랜드라 제가 먼저 제안을 했어요. 또 미라벨과 잘 어울리는 브랜드이기도 했죠. 저의 매장에서 진행되는 팝업들은 대부분 제가 좋아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라벨이라는 편집숍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아두는 곳이다 보니 팝업을 여는 이유와도 잘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이전에는 팝업을 자주 진행했었는데, 미라벨에 들어오는 상품이 늘어나면서 팝업이 열리던 공간이 창고로 변했어요. 당시 열던 팝업에 호응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기에 다시 그 공간을 활용해 팝업을 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 예를 들면 어떤 팝업을 열어보고 싶어요?  

몇 년째 여름 시즌이 다가올 때면 생각하는 게 있어요. ofr.서울과 미라벨 건물 앞 작은 마당에서 아이스크림 팝업을 열어보고 싶어요. 정말 매해 여름 고민하는데 음식을 판매하려면 행정적인 이슈를 고려해야 해서 실행을 못 하고 있어요. 식료품점도 구현해 보고 싶었는데 이것도 같은 이유로 아직 실현하지 못했습니다. 구상하는 건 많은데 매일 바쁘게 일정이 돌아가다 보니 실제로 구현하는 건 적은 것 같아 아쉬움도 남아요. 

서윤정 작가 작업실에서 열린 〈Summer Pavilion〉 팝업 ⓒ박지수

— 얼마 전 Summer Pavilion이라는 여름 팝업을 진행했어요. 서촌이 아닌 북촌의 서윤정 작가 개인 작업실 공간에서 열렸죠. 그 공간을 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이번에 진행한 팝업은 올해 1월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프랑스 도자기 브랜드 마라지아(Mazharia)를 선보이기 위해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해요. 파란 색감이 인상적인 마라지아를 수입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제품 자체가 크고 무겁다 보니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우여곡절 끝에 저의 품에 들어왔는데 피스가 많지 않아 전시 개념으로 소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큰 도자기를 빛내줄 공간을 찾아보다 예전부터 좋아하던 서윤정 작가님의 개인 작업실이 생각났습니다. 컬러풀한 색감으로 패브릭 작업, 회화 작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서윤정 작가님의 작업실은 개인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외부 전시도 열리는 곳이에요. 이 공간에서 무언가 해보고 싶어 오래전부터 연락을 드렸고, 어렵게 허락을 구해 팝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마침 비슷한 시기에 테이블웨어와 소품을 만드는 브랜드 고하월드(Gohar World) 제품이 미라벨에 들어오게 되어 마라지아와 고하월드를 포함한 다섯 개의 브랜드를 함께 선보이게 됐습니다. 서윤정 작가님의 공간을 처음 봤을 때 제가 받은 충격을 다른 분들도 느끼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삼청동에서 프랑스 남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빅토리아베이커리 ⓒ박지수
커피 한 잔 ⓒ박지수

—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생각하는 ‘좋은 공간의 조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요즘은 어디를 갔는지 잘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공간이 많은 것 같아요. 어떤 공간만이 낼 수 있는 분위기가 분명 있는데 그런 요소들은 살피지 않고 유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그런 공간보다는 독특한 형태나 기억에 남는 포인트가 있어 그 공간만의 개성이 느껴지는 곳이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 특색있는 식당이나 쇼룸이 서촌에 많이 생기고 있어요. 잠시 힐링을 하기 위해 떠나는 지수 님만의 서촌 스폿도 소개해 주세요.

매장과 가까이 있는 빅토리아베이커리와 두오모 식당에 자주 가요. 빅토리아베이커리에 가면 런던의 코지한 티하우스에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매장에서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져서 매장을 자주 이용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을 내어주는 두오모는 매장 내부에서 밖을 바라봤을 때 마주하게 되는 뷰가 왜인지 모르게 마음에 들어요. 오래된 매장인 만큼 세월이 주는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곳이에요. 날이 선선한 봄이나 가을에는 점심시간에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포장해 서촌 통의동 마을 마당에서 커다란 나무를 보며 쉬기도 해요. 또, 이 동네와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근처 사직동의 커피 한 잔이라는 카페에도 자주 가요. 근처에서 라면을 먹고 커피 한 잔으로 향하는 코스를 좋아합니다. 

kb 커피숍 ⓒ박지수
마미쉬 매장 앞 ⓒ박지수

— 프랑스 기반의 브랜드를 많이 들여왔어요. 유독 프랑스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프랑스와의 인연은 대학생 때 교환학생으로 다녀오면서부터 시작되었어요. 프랑스는 제가 처음 방문한 서구권 국가예요. 다른 나라에 갔다면 그 나라를 좋아하게 되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파리에 대한 기억이 좋게 자리 잡혀있어서 이후에 워킹홀리데이를 프랑스로 떠났어요. 저는 성격이 급한 편이에요. 당시에는 지금보다 더 페이스 조절을 못 했어요. 빠르게 움직이려고 허둥거렸는데 프랑스는 저와 반대로 느렸죠. 상상 이상으로 느려서 답답했는데 사는 데는 또 문제가 없더라고요. 역으로 오히려 한국에서의 ‘빨리빨리’ 문화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느려도 잘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또, 물가가 싸다 보니 마트에서 장보는 재미도 느끼면서 프랑스라는 나라를 즐기게 되었던 것 같아요. 모든 게 재밌게 느껴졌죠. 요즘도 가끔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 비즈니스 때문에 여전히 프랑스를 자주 찾죠. 갈 때마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면 어디인가요? 

파리에서도 몽마르트르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이 동네에는 제가 좋아하는 빵집이나 카페가 많고 무엇보다 다니기에 마음이 편해요. 몽마르트르를 다시 찾게 만들어준 Kb 커피숍과 커피숍 옆 마미쉬(Mamiche) 빵집을 꼭 가요. Kb 카페는 코너 변에 위치해 있는데 현지 명소같은 곳이랄까요? 이곳에 앉아 있으면 유명한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돼요. 한껏 꾸미고 오는 카페가 아닌 로컬들이 편하게 운동 끝나고 오는 느낌이라 더 좋아합니다. 마미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크루아상 맛집이에요. 여태 먹어본 것 중에 여기 크루아상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빵을 담아주는 봉투도 귀엽고요. 빵을 사서 가게 앞 벤치에 앉아 먹으면 금세 행복해집니다. 

누메로벤티 내부 ⓒ박지수
카르멘 내부 ⓒ박지수

— 해외를 방문할 때 머무는 숙소도 까다롭게 고르는 편인가요?

언제부터인가 숙소를 신경써 고르게 되었어요. 숙소가 좋으면 그 도시에 대한 인상도 달라지더라고요. 숙소를 고를 때도 그 공간에만 특별히 존재하는 무언가가 있는지 살펴보는 편이에요.  

 

— 그 기준을 통과한 다시 묵고 싶은 숙소는 어디예요?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누메로벤티(Numeroventi).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연히 발견했던 곳인데 예약할 때만 해도 유명한 디자인 그룹에서 운영하는 곳인지 몰랐어요. 머무를 수 있는 객실이 많이 없어서 예약이 어렵지만 이곳을 위해 다른 스케줄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좋았어요. 객실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로 꾸며져 있는데 건물의 복도도 멋져서 박물관에서 지내는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카르멘(Carmen)도 기억에 남아요. 여길 가기 위해 암스테르담에 갔는데요. 내부도 멋있고 숙소 밑에 편집숍과 레스토랑이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어요. 

파리 몽마르트르 ⓒ박지수
하이 매장 전경 ⓒhai서울

—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요즘 시대에 ‘브랜드’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 생각을 많이 했어요. 어떠한 사전 정보 없이 브랜드의 무언가를 봤을 때, 해당 브랜드와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나 공간 등이 떠오른다면 그게 브랜드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너무 많은 브랜드와 공간이 생기다 보니 자신만의 색을 갖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일부를 보고도 그 브랜드구나 하고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면 그게 좋은 브랜드이지 않나 요즘 생각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물건을 산다는 행위는 여러 선택지 중 돈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에 갖고 있는 물건과는 분명 다른 소구점이 있어야 해요. 꼭 이 브랜드여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이걸 정말 사고 싶을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많이 고민하는 것 같아요. 유사한 제품이나 공간이 있는지 검색해 보고 있다면 피하는 것도 고유한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하이, 흐꺙 등 지수 님이 수입한 브랜드의 물건이 트렌드 아이템으로 자리 잡히기도 했어요. 아직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브랜드 중에 수입하고 싶은 브랜드가 있다면요?

보여드리고 싶은 브랜드가 정말 많은데 여러 이슈들로 못 들여오는 것들이 많아요. 가격대가 안 맞거나 업체 생산 능력이 부족해 진행이 어려운 경우가 잦은데요. 그중에서도 니콜라 파사노(Ceramiche Nicola Fasano)라는 이탈리아 도자기 브랜드를 꼭 미라벨에서 선보이고 싶어요. 이탈리아 현지로 직접 찾아가기도 하는 등 컨택을 계속 시도하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유럽 브랜드의 특징이 오래된 곳일수록 신규 거래처는 별로 원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돈을 많이 벌고자 하는 게 목적이 아니다 보니 기존에 유통하는 곳이 있다면 새로운 유통망을 굳이 연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두드려온 브랜드 중에 유일하게 아직 풀리지 않은 곳이에요. 

파리 메르시 매장 내부 ⓒ박지수
ⓒ박지수

— 지수 님의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수 님이 운영하는 브랜드를 알게 된 분들도 분명 많을 것 같아요. 박지수로 이루고 싶은 목표와 미라벨 박지수 대표로 꿈꾸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지 들어보고 싶어요. 

두 지향점이 같다고 생각해요. 미라벨을 제외한 브랜드는 프랑스와 영국에 본사가 있어요. 제가 정말 갖고 싶어서 발견한 브랜드를 미라벨을 통해 선보이고 있기에 미라벨이 저의 또 다른 큐레이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디를 가든 어떤 걸 보든 제일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는 브랜드가 미라벨이거든요. 저만의 큐레이션을 패션 쪽으로 푼 브랜드가 미라벨이고 꽁뜨와 미라벨은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푼 브랜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두 브랜드가 저 자체이기도 합니다. 갤러리 같이 멋진 공간도 좋지만 프랑스 파리의 메르시 매장처럼 남녀노소 언제든 와서 필요한 걸 사고 새로운 걸 발견하는 공간으로 많은 분들의 마음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about heyMAP Curation

박지수 미라벨 대표가 올여름을

지혜롭게 보내기 위해 택한 팝업과 전시

 — 헤이맵 큐레이션으로는 의류 브랜드 팝업부터 빈티지 가구 세일 행사까지 다양한 행사를 추천했어요.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나요?

추천하는 네 개의 팝업과 전시의 공통점은 ‘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내는 방법’인 것 같아요. 옷, 가구, 그릇 등 아름다운 것들을 구경하며 무더위로 지친 여름을 조금 다르게 즐겨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선정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가보고 싶은 행사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 박지수 미라벨 대표가 직접 남긴 추천 코멘트를 살펴보고 그의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을 방문해 보세요!

박지수 큐레이션 팝업/전시와 그의 추천사를 위 카드를 눌러 확인해 보세요.

김지민 인턴 기자 

사진 출처 박지수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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