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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10

낮과 밤으로 나뉜 고전의 변신

열린책들 35주년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열린책들에서 출판사 창립 35주년을 맞아 특별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를 출시했다. 그동안 열린책들이 출간해 온 세계문학작품 중 중단편 명작들을 엄선했다. 화려한 컬러와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총 20권의 고전 작품이 10권씩 두 세트로 구성되었다. 밝고 경쾌하며 서정적인 분위기의 고전 작품들을 모은 ‘NOON’세트와 어둡고 강렬한 분위기의 작품을 모은 ‘MIDNIGHT’ 세트로, 한데 모아 놓았을 때 그 분위기가 서로 다르다. 고전의 품격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각 세트에는 책 표지 이미지를 담은 엽서와 독서노트도 포함되어 있다.

클래식하다고만 느껴졌던 고전 작품들이 책을 넘어 디자인 오브제로 변신을 꾀했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고심한 디자이너를 만나 이번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디자인에 관련한 이모저모를 물었다.

 

Interview 함지은

열린책들 디자이너

 

 

이번 시리즈의 포인트는 ‘NOON’과 ‘MIDNIGHT’ 가지 테마로 나뉜다는 점이에요.

열린책들에서 그동안 출간해 온 세계문학 시리즈 중에서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중단편 명작들을 엄선했고, 작품의 개성과 분위기에 따라 독자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오’를 뜻하는 NOON 세트에는 밝고 경쾌하고 서정적인 작품을, ‘자정’을 뜻하는 MIDNIGHT 세트에는 어둡고 무겁고 강렬한 작품들을 선정했어요.

 

NOON 세트
MIDNIGHT 세트

 

표지의 핵심이라 있는 책의 ‘제목’과감히 빼버리고 작가의 이름으로만 장식했어요.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가장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고전 작품과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다고 생각해요. 작가의 이름은 각 나라의 언어로 표기했는데, 그중 몇 가지는 글자라기보다는 이미지처럼 보이기도 해서 이것 또한 재미있는 포인트입니다.

 

NOON과 MIDNIGHT의 분위기에 맞추어 서체를 구분한 것도 디테일의 하나다.

 

뒷면에도 제목이 아닌 ‘명대사’가 들어가 있어요. 바코드 또한 무척 실험적이고요.

간결하고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뒤표지, 그리고 책날개 디자인에까지 이어졌습니다. 오랫동안 널리 읽힌 고전의 문장에는 어떤 다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큰 울림이 있다고 생각해 가장 핵심적인 문장 하나를 넣었어요. 특히 표지의 이미지와 이 문장이 서로 연동되었을 때의 매력이 굉장해서, 편집자와 함께 마지막까지 이 부분을 고심하여 매만졌습니다. 보통 바코드는 그 기능을 할 수 있을 정도로만 최소한으로 가공하지만,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디자인이 매우 간결하기 때문에 바코드가 하나의 이미지처럼 쓰여 전체적인 균형감을 살릴 만한 요소로도 그 역할을 하도록 했습니다.

 

NOON 세트
MIDNIGHT 세트

 

굉장히 다채로운 원색을 사용했어요. 이야기마다 색은 어떻게 적용했나요?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NOON 세트에는 밝고 부드러운 색감을, MIDNIGHT 세트에는 어둡고 강렬한 색감을 사용해 첵을 한데 모아놓았을 때 이미지가 서로 다르게 느껴지도록 했어요. 각 책의 배색에는 작품이 주는 느낌이나 의미를 담았습니다. 『노인과 바다』의 푸른색이나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의 오렌지색처럼 당연하게 결정된 것도 있고요. 작품을 읽고 나면 더 재미있게 느껴질 법한 배색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토니오 크뢰거』의 표지는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이기도 하는데요, 주인공이 만나게 되는 주요 인물 두 명이 모두 금발과 푸른 눈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어 푸른색과 노란색을 조합했습니다.

 

 

표지의 그래픽 디자인을 빼놓을 없죠. 각각 어떤 것을 표현했는지 궁금해요.

『이방인』의 날카로운 햇빛, 『동물 농장』의 꼬리만 보이는 돼지 등 고전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단번에 알아채기 쉬운 것도 있는 반면에, 다양한 시각에 따라 해석이 분분할 만한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6호 병동』의 줄무늬는 병동 환자들의 환자복에 있는 무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가두고 있는 회색 울타리로도 보였으면 했습니다. 또 프란츠 카프카가 『변신』의 원고를 출판사에 보낼 때 표지에 어떤 벌레 그림도 나오지 않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는 것에서 착안하여 표지 위에 벌레의 모습 대신 벌레가 지나간 듯한 자국만 남기기도 했어요. 간결하면서도 디테일을 표현할 수 있는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페이퍼 컷 아웃Paper Cut-Out” 기법을 오마주하여, 디지털 드로잉이 아닌 종이와 가위만 사용해 소스가 되는 이미지를 직접 제작한 것도 특징입니다.

 

 

고전은 클래식하고 위엄이 느껴져요. 그런 고전을 디자인하고자 했을 고민했던 포인트는요?

저는 고전을 사랑하고 즐겨 읽어 온 독자이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익숙하게 접했던 작품이지만 이번에 다시 읽었을 때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있어 재미있었고요. 독자로 하여금 작품을 읽는 상황이나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 각도로 해석되도록 하여 고전을 읽는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현대적인 감각을 반영하고, 오랫동안 소장하며, 다시 읽었을 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 세계문학단편선 세트 사은품 : 독서노트와 엽서

 

표지를 디자인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독자의 눈과 손이 갈 수 있도록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역할이지만, 책이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잘 담는 그릇이 되는 것이 가장 첫 번째인 것 같습니다. 이 세트를 디자인할 때 고민했던 부분이기도 한데, 최근에는 어떤 책을 디자인할 때 사진에 잘 담기는지,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지를 주된 기준 중 하나로 삼게 되기도 하지요. 온·오프라인 양쪽에서 독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책을 디자인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소원

자료 협조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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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과 밤으로 나뉜 고전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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