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efing
TTRS(티티알에스)
TTRS(티티알에스, 이하 TTRS)는 지난 10월 21일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29CM가 서울 성수동에 오픈한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이다. ‘프리미엄’을 외치는 이들이 성수동을 선택했을 때,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오늘날 성수동을 찾는 주요 고객층의 소비 성향이 프리미엄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만 원에 이르는 제품 구매 보다 트렌드를 쫓아 브랜드를 경험하고자 하는 이들이 성수동을 찾고, 그들을 위한 팝업 행사가 대부분인 곳에 프리미엄이라니.
하지만 29CM가 시장과 장소를 바라본 관점은 달랐다. 이들은 패션 시장이 SPA 브랜드에서 디자이너 브랜드로 성숙되어 가는 것처럼 리빙 시장도 머지않아 소비의 판도가 바뀔 것이라 판단했다. 프리미엄, 디자이너 리빙 브랜드로 전환될 흐름에 맞춰 고객이 제품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이전까지는 구매력을 갖춘 고객층이 몰려 있는 압구정, 청담, 서초 등이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의 주 활동 지역이었지만, 이들은 예상을 뒤엎고 성수동을 택했다.
여기서 주목할 건 29CM가 단순히 구매력만 갖춘 고객층을 찾았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신 ‘라이프세터’를 고객 페르소나로 삼았다.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세터’를 합친 말인 라이프세터는 무작정 트렌드를 좇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과 속도로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들은 감도 높은 취향을 지녔고, 경험의 가치를 소중히 다룬다. 특히 경제력을 갖춘 30대의 ‘라이프세터’들은 취향을 저격하는 리빙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숍에 대한 니즈가 줄곧 있었다. TTRS는 이제 그들을 위한 새로운 놀이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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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리미노를 닮은 공간
공간을 둘러보기 앞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단연 이름이다. TTRS는 우리가 흔히 ‘테트리스(Tetris)’라고 알고 있는 테트리미노 블록에서 기원한다. ‘Tetris’라는 철자에서 모음을 제외한 글자만을 압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테트리미노 조각을 떠올린 것일까? 29CM 공간경험팀 남현수 팀장은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인 29CM 특유의 성격이 그 배경에 있다고 말한다.대게 셀렉트숍은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개인 사업자의 확고한 취향이 반영된 만큼 카테고리의 범주가 한정적이다. 반면 29CM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기에 카테고리 범주에 한계가 없다. 천만 원단위의 가구부터 십만 원대 조명까지 가격의 격차가 클 뿐만이 아니라, 종류도 다양하다. 각기 다른 브랜드의 성격을 한 공간 안에서 조화롭게 맞춰야 했다. 그런 모습이 테트리미노 블록을 조합하는 게임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
TTRS에는 문 손잡이부터 가격표, 선물 상자, 타일 무늬까지 테트리미노 블록 모양을 연상시키는 시각적 요소가 가득하다. 남현수 공간경험팀 팀장은 대표적인 7개의 테트리미노 조각 중에서도 테트리미노에서만 볼 수 있는 ‘Z’와 ‘S’ 모양의 블록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TTRS는 테리미노의 관계성을 명징하게 보여주며 독보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보했다. 아울러 이러한 시각 요소들은 TTRS를 찾아와 머무는 고객들에게 공간의 남다른 존재감과 확실한 첫인상을 심어준다.
TTRS를 찾는 고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입구 왼편에 자리한 화물 승강기가 그것이다. 과거 창고로 사용된 공간의 흔적 중 하나인데 지금은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웰컴 이벤트 존이 되었다. 승강기 앞으로는 테트리미노 블록 스티커가 놓여 있고, 그 위에 TTRS에 대한 첫인상을 네 글자로 표현해 고객이 직접 퍼즐 조각을 맞추듯 붙이는 이벤트가 지난 12일까지 진행됐다. 면면을 살펴보면 ‘통장 도둑’, ‘깎아줘요’, ‘감성 맛집’, ‘초감각적’ 등 공간에 대한 저마다의 유쾌한 감상들로 미소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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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취향 한 조각
TTRS에서는 무려 119개의 리빙·패션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가구, 조명, 키친&다이닝, 인테리어 소품, 패션, 프래그런스, 가드닝까지 7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되며, 각 브랜드는 다시금 7개의 존(프리미엄 리빙/ 리빙/ 라이팅/ 키친&다이닝/ 패션/ 프래그런스/ 팝업)으로 분류된다. 현재 TTRS에 입점한 브랜드는 오는 1월 말까지 만날 수 있다. 이후로는 2개월 단위로 입점 브랜드를 교체하며 공간에 주기적으로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을 계획이라고.
그렇다면 TTRS에 입점하는 브랜드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진 것일까? 이는 오프라인 공간경험팀과 온라인 카테고리팀이 각자의 의견을 조율하며 간극을 좁혔다고 한다. 카테고리팀에게는 온라인 매출에서 상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것이 당연했고, 공간경험팀에서는 고객이 각자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브랜드 선별이 중요했다. 예컨대 공간 한가운데 자리한 가드닝 브랜드 ‘슬로우파마씨’를 들여올 때, 온라인에서 판매가 어려운 식물을 오프라인 공간에 두는 것에 대한 온라인 팀의 반대가 있었고, 리빙 제품 중 온라인 판매율은 높으나 단가가 낮은 젓가락을 두고 오프라인팀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없지 않았다고. 하지만 현재 두 제품 모두 온·오프라인 매출 성적이 좋은 편이며, 두 팀은 각자의 매출 문법과 공간 감도의 균형을 조율해 나가며 TTRS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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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TRS에서 만난 브랜드들
TTRS는 고객의 고감도 취향을 위해 리빙 브랜드를 엄선했다. 그중에서도 놓쳐서는 안 될 브랜드가 있다면 무엇일까? 에디터의 시선을 사로잡은 브랜드를 꼽아봤다.
프리미엄 리빙 존 | 비앤비 이탈리아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을 지향하는 TTRS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1966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럭셔리 가구 브랜드로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는 29CM에서만 단독 론칭했다. 특히 가구의 경우 구매자의 입장에서 온라인에서만 보고 살 수 없는 노릇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직접 색상, 재질, 높이, 부피,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거주하는 공간 안에 두는 것이라 공간에 들어왔을 때의 이미지를 상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약 천만 원단위를 호가하는 비앤비 이탈리아의 제품을 TTRS에서는 부담 없이 직접 앉아보고, 만져보는 것이 가능하다.
키친 앤 다이닝 존 | 마랑 몽타구, 시엔느x한국도자기
프랑스에서도 가장 파리지앵 다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알려진 ‘마랑 몽타구’도 한국 단독 론칭을 TTRS에서 진행한다. ‘삶에서의 예술’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정교하고, 우아한 일러스트와 디자인을 표현해 온 마랑 몽타구는 TTRS에 파리 매장을 그대로 옮겨 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타일 하나까지도 직접 프랑스 파리에서 공수해왔을 정도. 그뿐만 아니라 도자기, 빈티지 테이블웨어, 패브릭, 오브제 등 파리지앵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패션 브랜드 시엔느와 한국도자기의 협업도 눈길을 끈다. 한국도자기 80주년을 기념해 1968년 출시한 ‘황실 장미’ 문양을 시엔느의 빈티지한 감성을 녹여 새롭게 색칠했다. ‘ONE FINE MORNING’이라는 문구도 함께 새겨 일상의 리추얼과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리빙 존 | 뉴텐덴시, 리히르
비앤비이탈리아와 함께 가구 브랜드로는 독일 베를린의 뉴텐덴시와 국내 신생 브랜드 리히르도 TTRS에 함께 자리한다. 특히 바우하우스 계승을 표방하는 뉴텐덴시는 29CM에서 온라인 단독 론칭한 브랜드이다. 심미성과 기능성을 함께 갖춘 생활 가구를 전개 중이다. 반면 리히르는 가구, 사람, 기록의 단어 조합으로 이름을 지은 국내 브랜드이다. 이름처럼 오랜 시간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기록되길 원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스틸 소재임에도 원색의 컬러를 활용해 따뜻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외형적인 디자인은 뉴텐덴시와는 다르지만 스틸 소재와 원색을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함께 소개했을 때 시너지가 나는 브랜드들이다.
패션 존 | 샘소이샘소이
리빙 브랜드가 주된 공간이기에 패션 브랜드는 비교적 그 비중이 낮다. 하지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온 샘소이샘소이(Samsøe Samsøe)를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쉽다. 1933년 시작된 샘소이샘소이는 샘소이 형제가 코펜하겐 라틴 지구에 자신들의 이름을 딴 작은 보석 가게에서부터 출발한다. 이후 2000년 피터 세투스(Peter Sextus)와 퍼 율릭 앤더슨(Per-Ulrik Andersen) 두 사람이 브랜드 레이블을 인수해 컨템퍼러리 의류, 신발, 액세서리 중심의 글로벌 패션 하우스로 탈바꿈했다.
라이팅 존 & 기프트 존 | 아고, 일광전구, 그리고 인테리어 소품
TTRS의 장점 중 하나를 꼽자면 바로 가격대의 범주가 다양하다는 점이다. 특히 공간의 가장 안쪽에 자리하는 라이팅 존과 그 옆에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기프트 존에서는 합리적인 가격대와 더불어 뛰어난 디자인 감각으로 무장한 제품이 놓여 있어 지갑을 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내 조명 브랜드 아고와 일광전구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인기가 높은 브랜드이다. 아울러 기프트 존에서는 수건, 텀블러, 오너먼트, 화분, 방향제 등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을 대비한 선물 고민도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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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에 가이드가 필요한 이유
29CM가 전개하는 오프라인 공간에 상주하는 스태프는 ‘가이드’라고 불린다. 이는 29CM만의 향과 함께 오프라인 전 매장의 유일한 공통점이다. 29CM의 슬로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Guide to Better Choice)>를 생각하면 십분 이해가 가능하다. 29맨션, 이구갤러리, 이구성수 그리고 TTRS까지 이들은 고객들이 각자 지닌 고유의 취향에 보다 잘 맞는 제품과 브랜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인 TTRS에서는 가이드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현수 공간경험팀 팀장은 오히려 가이드라기 보다 컨설턴트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고가의 조명이나 가구를 온라인에서만 보고 살 수 는 없어요. 상상이 안 되잖아요. 매장 오픈을 앞두고 한 달 전부터 가이드들에게 각각의 브랜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사이즈, 색감 등 제품의 형태뿐만 아니라 브랜드 히스토리 등을 알려주며 가격대 설정에 대한 고객의 의문을 납득시킬 수 있도록 말이죠. 제품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싶으면 찾아가서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설명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질문을 할 때도, 평수가 어떻게 되세요? 평소 공간은 어떤 스타일로 꾸미세요? 등 개인 컨설팅에 가깝게 대화를 나눕니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또 다른 포인트예요. 온라인에서 느꼈던 갈증을 가이드를 통해서 해소시키는 거죠.”.
가이드뿐만 아니라 29CM가 전개해 오프라인 공간에서 주목할 건 바로 감도 높은 온라인 콘텐츠이다. TTRS에서도 마찬가지다. 곳곳에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QR코드로 마련되어 있다. 29CM는 PT, 29 디자인 뮤지엄, 어라운드쇼룸 등 자체적으로 제작한 감도 높은 콘텐츠를 제공하며 오프라인 고객의 궁금증을 해소시킨다. 온라인에서 하지 못한 걸 오프라인에서 해결하고, 오프라인에서 부족한 걸 온라인으로 채우는 이들이 그린 청사진에서 TTRS는 시작점에 불과하다.
프로젝트 캐비닛은 참신한 기획과 브랜딩, 디자인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헤이팝 오리지널 시리즈 입니다. 격주 목요일, 영감을 주는 프로젝트들을 꺼내 보세요.
[Project Cabinet] ‘라이프세터’들의 새로운 놀이터, TTRS
: file no.1 : 성수동에 상륙한 프리미엄 리빙 셀렉트숍
글 이정훈 기자
사진 임상현, 김수민 어시스턴트 (아토 스튜디오)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29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