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팝업, 전시 소식 등 꼭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레터 받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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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05

‘텍스트힙’ 열풍 속 문학동네가 팝업을 기획하는 방식

책에 압도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 문학동네 마케팅국 인터뷰

활자를 읽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작년부터 유행이던 ‘텍스트힙(Text Hip)’ 열풍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2030 세대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소설뿐 아니라 시와 시집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핫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모여있는 서울 성수동에 출판사 팝업스토어가 등장했다는 사실은 책을 향한 애정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그 중심에 출판그룹 문학동네가 있다. 자칫 고루할 수 있는 책이라는 콘텐츠를 우연히 지나가다 팝업에 들른 사람도 거리낌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유연하게 다가갔다. 

 

2024년 가을 문구 편집숍 포인트오브뷰와 함께한 〈더 포에트리 하우스〉 팝업은 문학동네의 시그니처 시리즈 중 하나인 ‘문학동네 시인선’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포인트오브뷰의 기존 쇼룸 공간에서 7일간 진행하며 약 1만 명의 방문객을 불러들였다. 포인트오브뷰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쇼룸에 입장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설 만큼 두터운 팬덤층을 보유하고 있다. 출판사가 이들과 협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문학은 어쩌다 팝업스토어에 모습을 드러냈을까? 〈더 포에트리 하우스〉 팝업을 담당한 정경주 문학동네 마케팅국 대리에게 출판사 팝업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 포에트리 하우스〉 팝업에서 황인찬 시인이 독자와 만나는 모습, 출처: 문학동네 인스타그램

Interview with 정경주 문학동네 마케팅국 도서 마케팅 부문 대리

ⓒ헤이팝

문학동네는 우리나라 대형 출판그룹 중 하나죠. 규모가 큰 만큼 같은 부서라도 맡은 바가 세분돼 있을 거예요. 마케팅국은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나요?

마케팅국은 도서 마케팅 부문과 브랜딩 부문으로 나뉩니다. 도서 마케팅 부문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는 모든 도서를 마케팅하고 판매하는 걸 담당해요. 브랜딩 부문은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 독자들이 책을 더 가까이할 수 있도록 돕는 연간 프로젝트 ‘북클럽문학동네’와 같은 매해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저는 도서 마케팅 부문 1팀에 속해 국내 문학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MZ세대의 문화 팝업과 만난 출판사

포인트오브뷰와 함께 팝업을 진행하는 등 작년 한 해 크고 작은 팝업을 열었어요. 문학동네뿐 아니라 2024년은 ‘출판사 팝업’이 유독 눈에 띄었죠. 출판사의 프로모션 방식을 생각하면 북토크나 강연회 같은 보편적인 방식이 가장 먼저 떠올라요. 팝업을 통해 마케팅을 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해요. 

본격적으로 팝업을 진행한 건 2024년이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건 2023년이에요. 문학동네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꼼마에서 작은 팝업만 열어오다 처음으로 회사와 관계없는 임대 공간을 대관해 팝업을 꾸렸던 해죠.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신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6년 만에 발표하면서 서울 성수동에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스토어를 선보였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 작품 세계를 알아갈 수 있는 팝업이었죠. 당시 회사 내부에서도 팝업이 트렌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터라 오프라인 이벤트로 팝업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맨땅에 헤딩하듯 A부터 Z까지 회사 사람들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한 번 팝업을 열 때 얼마만큼의 비용이 발생하는지도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다양한 독자분들을 마주하고 그들의 반응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른 팝업을 기획할 힘도 덕분에 얻은 것 같아요.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팝업 외관

유명 저자일지라도 한 작가만을 위한 팝업을 여는 건 과감한 시도였을 것 같아요.

처음 기획했을 때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굿즈를 판매할 목적이었어요. 한국에서도 유명하고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대중적인 작가에 속하니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소장할 만한 굿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굿즈 판매 형식의 팝업이 불가능해지면서 다르게 풀어낼 무언가가 필요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과 팝업 공간을 연결해 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소설 속 공존하는 현실과 비현실 세계를 체험할 수 있는 중간 세계를 팝업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두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중간역이라는 의미를 담아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게 되었죠. 동선을 따라 가면 마지막에는 작가의 전작을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해 몰입감을 높였어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독자라면 당연히 좋아할 만한 기획이에요. 당시 현장 후기를 보니 공간이 궁금해서 팝업 줄을 선 분들도 많았다고요. 

작가님을 좋아하고 책을 재밌게 읽은 독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를 가득 담았는데 놀랍게도 애독자분들과 비등하게 동네 주민분들이 많이 찾아와주셨어요. 어떤 공간인지 궁금해 들어오신 경우도 있었죠. 성수동을 지나가다 팝업 공사 현장을 보고 누군가 SNS에 올려 바이럴이 되기도 했고 성수동에 놀러 온 김에 방문한 분들도 계셨어요. 다양한 분들이 찾아와주셨는데 그분들이 공통적으로 흥미롭게 바라본 부분이 한 사람만을 소재로 한 팝업이었다는 점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만을 주제로 한국에서 팝업을 연 건 저희가 처음이에요. 어떤 상품이 아니라 작가의 세계관을 따와서 공간에 구현하니 그 부분에 신선함을 느낀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팝업이라는 것 자체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는 꽤 되었고 대부분 브랜드 제품 홍보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그 속에서 출판사의 팝업은 신선하다는 반응이죠. 여러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마케팅팀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팝업’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해요. 

팝업 성지라고 불리는 몇몇 동네에 이전까지 출현하지 않던 브랜드가 나오니 흥미롭게 바라봐주신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문학동네를 보여주고 도서를 판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팝업을 열지는 않았어요. 문학동네의 독자 그리고 대중들과 평소보다 가까이 만나서 이들이 어떤 걸 좋아하는지 반응을 직접 확인할 소중한 기회로 여겼죠. 그런 면에서 팝업은 해볼 만한 마케팅 중 하나라고 평가했습니다. 강연회나 북토크는 이미 작가를 알거나 책을 읽은 분들을 대상으로 해요. 독자층 중에서도 마니아를 타깃으로 하는 프로모션이라 볼 수 있어요. 그런데 팝업의 경우는 대중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프로모션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독자층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예요. 팝업을 통해서 책을 구매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도 느끼고요.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기〈MUSEUM KAFKA〉 기일 카페, 출처: 문학동네 인스타그램

서울 홍대에서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아 〈MUSEUM KAFKA〉라는 기일 카페 팝업도 열었어요. 홍대도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연령층이 많이 찾는 지역이지만 팝업의 성지인 성수동과 비교한다면 다른 성격을 띠어요. 어떤 부분이 크게 달랐나요?

프란츠 카프카 기일 카페 팝업의 경우 해당 팝업을 가기 위해 홍대를 찾은 분들이 많았어요. 정확한 목적성이 있었죠. 비단 해당 팝업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이전에 소규모 전시를 열었을 때도 문학동네 인스타그램이나 여타 홍보물을 통해 공간에 찾아오신 분들이 대다수였어요. 그런데 성수동에서 진행한 〈무라카미 하루키 스테이션〉 그리고 〈더 포에트리 하우스〉는 성수동에 놀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팝업을 즐긴 분들이 많았습니다. 원래 팝업이 많이 열리는 지역이다 보니 다른 데 구경 왔다가 출판사 팝업이 흥미로워 구경하다 책도 구매하고 작가를 알아가는 분들이 주를 이루었죠. 덕분에 문학동네라는 브랜드를 더 알릴 수 있었어요. 이게 성수동의 지리적 장점이라 생각해요. 정리하자면 성수동은 홍보를 더 크고 넓게 할 수 있는 곳이죠. 



그렇다면 팝업 장소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인지, 대기할 공간이 마땅히 있는지, 관람객이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동선이 나오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장소를 물색해요. 책이 돋보이는 것보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는 곳인지 따져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더 포에트리 하우스〉 팝업 때 포인트오브뷰와 수월하게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문학동네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갖춘 공간을 이미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출처: 문학동네 인스타그램

책이라는 정적인 콘텐츠를 오프라인 팝업으로 구현하는 방식

작년 가을, 문학동네와 포인트오브뷰의 만남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셨어요. 저 또한 팝업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꾸며질지 무척 기대되었거든요.

동료들도 저도 포인트오브뷰를 좋아해요. 포인트오브뷰는 도구를 통해 표현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쓰는 사람’으로 브랜드를 포지셔닝해 운영하며 상품을 판매하고 그 상품을 담은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무언가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숍인숍 개념으로 자체적인 팝업 공간까지 보유하고 있어 먼저 협업 제안을 하게 됐죠. 브랜드가 좋아서 팝업을 기획했는데 마침 성수동에 있어서 일석이조였어요. 시기가 잘 맞아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를 향한 애정이 어린 마음으로 협업을 시도했더라도 문학동네와 만났을 때 예상한 그림이나 반응이 있었을 것 같아요. 

포인트오브뷰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문학동네 시인선도 관심 있게 봐줄거라 생각했어요. 브랜드가 지향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지닌 분들이라면 문학동네, 책, 시도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죠. 

〈더 포에트리 하우스〉 팝업 이름을 직역하면 ‘시집’이에요. 책을 의미하는 시집이 되기도 하고 시가 있는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어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있나요? 

포인트오브뷰에서 먼저 제안해 주신 이름이에요. 포인트오브뷰의 공간을 활용하다 보니 이름이 브랜드 감성과도 잘 어우러져야 했어요. ‘감성’이라는 게 정량적인 단어는 아니지만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들의 쇼룸 그리고 문학동네 시인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문학동네 시인선 시리즈를 만들었을 당시 팝업 이름처럼 시집이라는 단어가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시리즈에 담아내고 싶었어요. 시를 위한 팝업을 준비하면서 시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아우르다 보니 팝업 자체가 문학동네 시인선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 통하는 부분이 있었죠. 팝업 이름에도 함축적으로 그 의미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서 만장일치로 ‘더 포에트리 하우스’라고 짓게 됐습니다.

 

시를 선별해 SNS에 소개하는 시 매거진이 인기를 얻고 좋은 시 구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시가 주류로 소비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중들에게는 시보다 소설이 더 친근하기도 할 테죠. 그런데 시 팝업을 열었다는 부분이 트렌디한 것을 선보이는 팝업의 성질과는 반대되는 의외성이라고 느껴졌어요. 

마케팅팀은 소설의 판매량, 시의 판매량 등을 매일 확인합니다. 늘 데이터를 보죠. 한강 작가님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졌는데 사실 그 전부터 시집 판매량이 늘어났어요. 2024년 초부터 데이터를 통해 시에 대한 관심도가 늘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어요. 2030 세대가 공감할 감수성을 지닌 젊은 시인이 많이 등장하기도 했고 인스타그램이나 X에 바이럴이 되면서 시 구절이 여기저기 많이 쓰이기 시작했어요. 모든 시집이 관심을 받은 건 아니지만 특정 시나 시집이 집중적으로 관심받기 시작하면서 시집을 읽는 분들이 늘어났죠. 

 

저희가 인스타그램으로 이벤트를 종종 진행하는데,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 시집 출간 1주년을 기념해 연 작은 이벤트에 반응이 뜨거워 충격을 받았던 적도 있어요. 추첨을 통해 시인이 직접 꾸민 시집을 선물로 나눠드렸는데 이벤트 진행 전 가늠한 참여 인원 수치를 훨씬 뛰어넘었어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웠죠. 그때를 계기로 회사에서도 시를 활용할 방법에 주목하기 시작했어요. 마침 문학동네 시인선이 200번을 넘어가면서 시리즈물이 지닌 힘을 소개할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문학 그리고 책이 다른 콘텐츠에 비해 정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도파민을 기대하고 팝업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웃음) 그런 사람들에게는 문학 팝업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정적인 콘텐츠를 오프라인 콘텐츠로 가져오면서 노력한 부분이 있다면요? 

지루하게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존에 팝업을 자주 진행한 곳들을 검색하며 레퍼런스를 많이 찾았어요.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팝업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제품이 인기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선보이는 공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제품 제작에 힘을 썼습니다. 포인트오브뷰 팝업을 예시로 들면 팝업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리커버 시집을 판매하거나 포인트오브뷰와 협업한 도서를 선보였죠. 물질적인 것 외에도 시인에게 시집을 추천받거나 밀도 높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인과의 대화 타임 등 팝업에서만 가능한 프로그램을 마련했어요. 활동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구상하기 위해 애썼죠. 

문학동네와 포인트오브뷰가 협업해 팝업에서 선보인〈포인트오브뷰, 열 편의 시〉, 출처: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언급하신 대로 팝업의 굿즈이기도 했던 포인트오브뷰와 협업한 도서인 〈포인트오브뷰, 열 편의 시〉가 인상적이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으로 시집을 낸 10명의 시인과 함께하며 주제에 맞는 그들의 시를 모아 엮었죠. 

〈포인트오브뷰, 열 편의 시〉는 시인 10명의 시 중에 시 쓰기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예리한 태도가 돋보이는 시를 하나씩 선별해 모은 시집이에요. 열 편의 시라는 콘셉트 자체는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이미 시도를 해봤었는데 시가 적은 분량으로 들어가 있다 보니 다른 도서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시에 입문하기 좋은 책이었죠. 이 시집이 시 읽기의 발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어찌 되었든 문학동네의 주력은 ‘책 만들기’이니 다른 종류의 굿즈도 좋지만 더 의미 있는 굿즈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이 시 읽기의 초석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더 포에트리 하우스〉팝업을 위해 제작된 ‘런치박스 리커버 에디션’, 출처: 문학동네 네이버 카페

‘런치박스 리커버 에디션’ 또한 팝업에서 단독으로 선공개했어요. 고선경 시인의 「샤워젤과 소다수」, 임유영 시인의 「오믈렛」, 안희연 시인의 「당근밭 걷기」 세 권의 시집 이름에 들어간 음식을 커버로 선보였죠. 책을 살펴보니 해당 책 디자인이 포인트오브뷰가 선보였던 기존 제품들과도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팝업 시기를 고려해 기획했던 건지 궁금했어요. 

온전히 팝업을 위해 기획했던 에디션이에요. 현장에 못 오신 분들을 위해 이후에 온라인에서도 조금 판매하기는 했지만요. 에디션 출시를 위해 내부에서 표지 디자인 시안을 다양하게 잡았는데 포인트오브뷰 공간에 두면 예쁠 것 같은 디자인을 포인트오브뷰 측과 함께 의견을 주고받으며 만들었어요. 완성은 문학동네가 했지만 협업한 상품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매일 두 명의 시인이 큐레이터로 나서 팝업 기간 동안 상주하며 책 추천과 사인을 진행하는 ‘시인의 방’도 조성했어요. 시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이벤트가 되었을 것 같아요. 

시인과 시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참여해주셨지만 모르는 분들도 일단 ‘시인의 방’ 앞에 줄은 서시더라고요. (웃음) 지금 상황에 필요한 시를 추천받을 수 있다고 설명해 드리면 다들 팝업에 방문하신 김에 시 추천을 받아 가셨어요. 시의 세계를 잘 모르던 분들에게 시와 시인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드린 것 같아 뿌듯했어요. 시인분들도 이런 이벤트를 통해 독자를 만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시인의 방’에서 육호수 시인과 독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더 포에트리 하우스〉도 큰 팝업이었지만 프란츠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아 연 〈MUSEUM KAFKA〉 기일 카페도 화제였어요. 문학과 MZ세대에게 익숙한 생일 카페를 조합한 팝업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그림이라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100주기라고 하면 의미가 매우 커요. 숫자가 주는 무게감도 있고 상징적인 숫자이기도 해서 온라인 이벤트보다는 오프라인 이벤트로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다가가고 싶어 연예인 팬들이 많이 여는 생일 카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했어요. 카프카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무엇이겠냐는 꼬리 질문을 하며 공간을 꾸미기 시작했죠. 가장 유명한 작품이 「변신」이니 벌레 스티커로 거울을 꾸며 인증샷을 찍을 수 있게끔 하고 잘 나온 카프카 사진을 포토카드로 뽑아 포토카드를 꾸미는 이벤트를 진행해 고전 작가와 그의 작품이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만들었어요.

포토카드 꾸미기, 거울 셀카존이 마련된 〈MUSEUM KAFKA〉 기일 카페, 출처: 문학동네 인스타그램

팝업을 가치 있게 만드는 문학동네의 진심

팝업의 주 소비자층은 2030 세대인데 문학동네의 주 소비자층은 3040 여성이라고요. 문학동네가 타깃팅한 소비자층과 실제 팝업 소비자층이 잘 연결되는지도 궁금해요. 

잘 맞아떨어졌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MZ세대에게 브랜드가 소구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팝업을 열었다 보니 실제 팝업에 방문해 주신 분들 중 기존 저희 소비자층을 벗어난 분들도 많아서 더 뜻깊었거든요. 수능을 앞둔 분도 있었고 취업을 앞둔 분도 있었고요. 문학동네가 팝업 방문객 목표로 설정한 20대가 많이 방문했기에 목적성에 부합한 팝업을 열어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기획력이 돋보이는 팝업도 있지만 요즘 팝업의 경향을 보면 단순 제품 홍보나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출판사 팝업은 팝업을 통해 단기적으로 도서 판매 매출을 올리려는 목적은 느껴지지 않았어요.  

저야 이 업계에 일하고 있으니 책을 매일 마주하지만 요즘 대중들은 책이라는 물성에 둘러싸일 일이 적어요. 문학동네의 자산이라 말할 수 있는 게 시, 소설, 스토리다 보니 어떠한 공간에서 이 이야기들에 압도되는 분위기를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책에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팝업을 진행해요. 서점에 가도 저희의 모든 시리즈나 출판한 책을 만나진 못해요. 문학동네 시인선 팝업을 열게 된 것도 200권 넘게 출간된 시인선을 한 공간에 모음으로써 시에 압도되는 기분을 선사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거든요. 물질적인 것보다도 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해서 문학동네를 더 알리고 브랜딩하려는 목적을 두고 있어요. 팝업 매출까지 좋으면 더없이 좋겠죠.(웃음) 

팝업 형식의 프로모션은 꾸준히 지속되어 왔어요. 그러나 2024년에 ‘텍스트힙’ 열풍이 불면서 서울국제도서전에 많은 인파가 몰리는 등 문학 관련 행사에 대한 관심도도 함께 올라갔죠. 이런 흐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사실 출판계의 전망은 매년 좋지 않다고 이야기해요. 올해는 더 안 좋아질 거고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고요. 이런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나왔어요. 디지털 세상에 볼 게 너무나 많으니 책을 읽지 않는 현상이 당연하게 느껴졌죠. 그런데 SNS에 책을 추천하고 좋은 문장이 떠돌며 언급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흐름이 생겨서 안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더 힘을 내서 일할 수 있고 독서라는 게 힙한 행위로 흘러가는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더 길게 끌고 갈 수 있을지, 한 번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독서를 이어갈 수 있도록 내부에서 더 고민하고 있습니다.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더 만들어보려고 기획하고 있기도 하고요. 

 

올해 계획하고 있는 소식을 귀띔해 준다면요? 

언제나 그렇듯 출판사의 가장 큰 이벤트인 ‘서울국제도서전’ 준비에 힘을 쏟을 예정이에요. 작년에 좋아해 주셨던 것만큼 올해도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려 합니다. 책 읽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일이 도서전을 제외하고는 많지 않아서 축제처럼 독서를 통한 고양감을 주고자 기획하고 있어요. 온라인 독서 커뮤니티 독파도 최근 홈페이지를 리뉴얼해서 UI가 훨씬 깔끔해졌고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챌린지도 더 다양해졌거든요. 좋은 연사를 섭외해서 깊이 있게 책을 읽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준비 중이에요. 올해도 다각도로 독자분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문학동네는 언제나 열려 있기 때문에 저희가 기획하는 것들에 관심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지민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문학동네

김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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